후지산은 어찌어찌 잘 다녀왔지만 그보다 더 높은 산이 떠억~ 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청춘 18' 티켓으로 JR만 타고 홋카이도까지 가는 거다. '철도가 발달한 일본이니까 그냥저냥 가면 어떻게 가지지 않을까? ' 라 생각했는데,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1,700㎞ 가까이 되는 이동 거리도 골치 아프지만 열차가 도쿄나 오사카처럼 수시로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곳이 많은지라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자국민들이 하기에도 엄청 힘들다는데 나는 다섯 살 어린이 수준도 안 되는 회화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몇 시에, 어디에서, 어떻게, 환승을 해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는데 단순히 이동만 해도 3일 걸린다. 그걸 보는 순간 몸에 힘이 쫘~ 악~ 빠지고 만사 귀찮아져버렸다. 여행이고 나발이고, 이미 마음이 떠나 버렸으니 계획 짜는 것도 하기 싫다.
그렇게 시간만 까먹고 있다가, 슬슬 방학이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래서 크롬 창을 수십 개 띄워가며 검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이동만 하는 여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했다지만 항상 간사이 쪽만 여행을 했으니 일본의 동부 쪽은 아예 모르는 것과 다름 없다. 이번 기회에 느긋하게 즐기자고 생각했다. 유학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면 이렇게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을 게 분명하다. 여행 기간도 짧게는 열흘, 길게는 2주 정도로 잡았고 비용도 200만원 정도 까먹을 것을 각오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홋카이도에 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이 홋카이도!' 라 생각하니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일단 후쿠시마 쪽은 피해서 가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숨지고 싶어 안달난 것도 아닌데 일부러 방사능이 차고 넘치는 곳으로 갈 필요는 없으니까.
출발은 신 오사카, 도착은 홋카이도, 중간에 어디에서 자고 다시 기차를 탈지를 결정해야 한다. 검색을 하다가 오쿠오이코조(奥大井湖上)라는 역에 대해 알게 됐다.
└ (https://jtravelwish.blogspot.com/2016/10/4.html)
사진을 딱 보는 순간 '여기는 무조건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 청춘 18 티켓은 JR만 탈 수 있는데 오쿠오이코조駅은 JR로 갈 수 가 없다. '센즈 → 오쿠오이코조' 라고 되어 있기에 센즈(千頭)駅을 검색했더니 거기도 안 나온다. 센즈駅도 JR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센즈까지는 어떻게 가나 봤더니 카나야(金谷)駅에서 가면 된다고 한다. 카나야駅은 JR이 다니는 역이다.
'신 오사카(오사카府, 新大阪) → 마이바라(시즈오카県, 米原) → 오오가키(기후県, 大垣) → 토요하시(아이치県, 豊橋) → 하마마쓰(시즈오카県, 浜松) → 카나야' 의 일정 되시겠다. 339.7㎞를 4회 환승해서 4H 39M 걸린다. 지연 같은 예상치 않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저걸로 끝이 아니다. 목적지가 카나야는 아니니까. 카나야에서 바로 옆에 있다는 오이가와 카나야駅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서 4,400円을 주고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프리 패스를 구입한 후 한 시간 조금 더 걸려서 센즈까지 가야 한다. 센즈에서 다시 오쿠오이코조까지 가야 하고.
한 시간 정도 구경하고 난 뒤 다시 센즈로 돌아갔다가 버스를 타고 유메노츠리바시(夢の吊り橋, 꿈의 현수교)에 가야 한다. 검색해보니 도쿄나 시즈오카 여행을 하면서 오쿠오이코조와 유메노츠리바시를 구경하고 간 한국인들이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먼저 다녀간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여행을 한 사람들. 나는 오사카에서 가는 거라 아무래도 하루에 다 보는 게 어려울 것 같다. 그리하여, 첫 날은 오쿠오이코조만 보고 다음 날 유메노츠리바시를 본 뒤 시즈오카 근처를 구경하고 그 다음 날 출발하는 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시즈오카 쪽 여행 경로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소개해보자면,
시즈오카県 공식 블로그 - https://blog.naver.com/goshizuoka
오이가와 열차 홈페이지 - http://oigawa-railway.co.jp
오이가와 열차 시간표 - http://oigawa-railway.co.jp/ft/timetable#rosen_sumata
(오이가와 본선이 운행하지 않는 날도 있는 것 같으니 사전에 시간표 확인하는 게 필수!)2018년 2월에 유메노츠리바시에 다녀온 분의 글
└ https://blog.naver.com/groovedjs/221208189701오쿠오이코조와 유메노츠리바시에 다녀온 분의 글
└ https://blog.naver.com/innocen/221557751497
일단 첫 날은 시즈오카 쪽으로 가자고 마음 먹었고, 시즈오카에서 이틀 있기로 결정하긴 했는데 숙소가 문제다. 오쿠오이코조 근처에는 온천 마을이 있는데 당연하다는 듯 료칸 뿐이다. 료칸이 뭐가 어때서 그러냐고? 돈 없다고 했잖아. 가난하다고. ㅠ_ㅠ 료칸은 하루 숙박비가 최소 20,000円이니 어림도 없다. 5,000円 짜리 비지니스 호텔에 자는 것도 아까운 판에.
센즈駅 근처에도 마음에 드는 숙소는 없다. 카나야駅 근처도 마찬가지. 하아... 결국 시미즈(淸水)駅까지 또 가야 하나? 라 생각했는데, 지도에서 찾아보니 시미즈보다 시즈오카가 더 가깝다. 그리하여 일단 시즈오카 쪽에 숙소를 잡기로 결정.
둘쨋 날은 JR 타지 않고 오이가와線만 타고 다니면서 시즈오카 일대를 천천히 구경하면 될 것 같고. 문제는 셋쨋 날이다. 보통은 저기서 도쿄 쪽으로 이동해서 후쿠시마를 거쳐 홋카이도 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나는 그게 싫다고. 그래서 북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당최 묵을 만한 숙소가 안 보인다.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출발하는 날과 그 다음 날까지 시즈오카에서 자는 걸로 했다. 비즈니스 호텔을 잡을까 하다가 돈이 엄청나게 들어갈텐데, 초반에 좀 아끼자 싶어 1,000円 정도 싼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세번째 날의 일정. 어디까지 가야할지 당최 감이 안 온다.
한~ 참을 삽질하다가 니이가타(新潟)까지 가는 걸로 결정했다. 그런데 출발 시각을 자정으로 설정했더니 새벽 두 시 5분 전에 출발해서 다섯 시 살짝 넘어 도쿄에 도착하는 열차가 있다고 나온다. 검색해보니 '문 라이트' 라 부르는 야간 열차다. 2009년까지는 정규 편성이었다는데 그 뒤로는 성수기 때에만 제한적으로 편성한다고 한다. 한참 뒤적거린 끝에 올 여름(2019) 운행 기간은 오가 → 도쿄 노선이 8월 1일 ~ 17일, 도쿄 → 오카 노선이 8월 2일 ~ 18일이라는 걸 알아냈다. 하지만 숙소는 숙소대로 잡아놓고 새벽 한 시에 체크 아웃해서 기차 타는 건 아무래도 돈 아까우니까 이렇게는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니이가타 쪽의 숙소를 예약하던 중 날짜를 착각해서 잘못 입력했다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묵어야 하는 날짜로 고쳤더니... 고쳤더니... 고쳤더니...
그 많던 숙소가 죄다 사라지고 달랑 다섯 개 나오는데 가장 싼 게 20만원이다. 이게 무슨...
아무래도 주말이라 그런 모양이다. 가장 싼 20만원 짜리 호텔도 하필이면 APA 호텔. 어차피 하루에 20만원 짜리 방에 잘 리도 없지만 APA라면 더욱 더 안 간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 뿐. 예약한대로 시즈오카의 숙소에서 이틀을 보내고, 오전 열 시에 체크 아웃을 한 뒤 열차가 다니는 다음 날 새벽까지 방황한다. -_ㅡ;;;
시즈오카 쪽을 구경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면 딱히 나쁜 계획도 아닌 것 같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비라도 내린다면 골치 아프다. 더구나 시즈오카 쪽은 뭐가 유명한지, 뭘 봐야 잘 놀다 왔다고 소문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하루 자는 데 20만원을 까먹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고로. 시즈오카에서 총 3일을 보내기로 한다. 원래 여행 이틀 째 되는 날에 유메노츠루바시와 시즈오카 시내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좀 더 널널하게 보내고 여행 사흘 째 되는 날에 시즈오카 시내 쪽 구경을 여유롭게 즐기기로 했다.
https://www.eki-net.com/top/index.html
└ 동일본 JR 예약이 가능한 사이트. 회원 가입 필수!
회원 가입까지 해가며 검색을 해서 열차가 100% 확실한 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나서 예약을 하려는데, 예약 가능한 좌석이 없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날짜를 바꿔 가며 조회를 해봐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나 싶어 다른 사이트(http://www.jr.cyberstation.ne.jp/vacancy/Vacancy.html)를 통해 조회해봤다. 문 라이트가 운행하는 모든 날짜가 매진이다. 저렴한 편이라 인기가 있다더니, 한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더니,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예약이 열리자마자 파바바박! 팔려 나가는 모양이다.
하아... 누구를 탓하랴... 늦게 알게 된 내 잘못이지. 어휴...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계속 니이가타까지 가는 걸 고집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숙박비를 감당해야 한다.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목적지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다른 곳 어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 와중에 22시가 넘어 버렸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한다. 너무 피곤하다. 만사 귀찮다. 짜증이 마구 샘솟아 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 정도까지만 하고 그만 하련다. 내일 더 알아보던가 해야지. 환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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