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세 시. 항상 세 시에 깨는 몸뚱이라고는 하지만 이 날은 배꼽 아래에서 신호가 오는 걸 느끼고 깬 거다. 꾸륵꾸륵.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아 잠시 고뇌에 빠졌다. 환승하느라 정신 없어서 하루 한 끼 먹고 있는데 왜 이런 난리를 겪어야 하는가.
먹은 거라고는 아까 삐에로인가 뭐시기인가에서 돈카츠 카레 먹은 게 전부인데.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라 보는 게 맞겠지. 어쩐지 들어가기 싫더라니. 하아...
대충 급한 불은 껐다 싶어 침대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울리는 경보. 그대로 U턴. 방금 엉덩이와 인사했던 변기와 다시 만났다. 이제 됐다 싶을 정도가 되었을 무렵 시계를 보니 네 시. 한 시간을 변기와 부비부비하고 있었던 거다.
뭐, 아무튼. 이 날은 아~ 무 일정도 없는 날. 마사미 님께 홋카이도에 간다고 하니까 "하코다테에 가겠네요?" 라 하시더라고. 음~ 삼겹살 구우면서 초록 병 음료 주문하듯이 홋카이도 가면 하코다테 땅 밟은 게 당연한 일이고만? 그래서 일단 오긴 왔는데... 딱히 어디가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제 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침 시장' 이라는 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날이 밝으니 일찍 일어나 돌아다니는 게 귀찮아서 매트리스 위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숙소에서 뒹굴거리면서 시간을 까먹고 있다가 세수랑 면도만 하고 밖에 나간 게 열한시 거의 다 되어서.
숙소에서 하코다테 산 전망대가 바로 보인다. 해질 무렵이 되면 가볼까 생각 중.
줌으로 당겨 봤다. UFO 비밀 기지라고 해도 믿을 거 같은데. 그랜다이저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
숙소에서 보이는 오르막 길. 뭔가 동네 자체가 서양의 느낌이다. 고베보다 고베 같은 느낌(-_ㅡ;;;)의 동네.
각종 길 안내는 일본어와 영어만 있는 게 대부분. 더 쓰여 있다고 해도 중국어 정도지 한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숙소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숙소 위치도 기똥차고, 시설도 기똥차고, 가격도 기똥차고, 모처럼 3똥이다.
【 블루문 유람선 】
일단은 유람선부터 타기로 했다. 어제 밥 먹었던 삐에로 뭐시기 옆에 유람선 타는 곳이 있던 게 생각났기 때문에.
가장 빨리 있는 배가 열한 시. 시간을 좀 보내야 해서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브라질 원두로 만든 커피라면서, 맛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 죄송합니다. 저는 주위 사람들이 전부 인정하는 저질 입맛이라서요. 맥도날드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삐에로 어쩌고 하는 식당 바로 옆이 유람선 선착장. 표는 어른 기준으로 1,800円이다.
당연하다는 듯 달려 있는 FURUNO 레이더. 이 레이더 달린 배가 한 척도 없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커피 마시고 나와서 근처 사진을 좀 찍은 뒤 유람선에 탔다. 1층에는 음료나 맥주를 주문할 수 있는 바가 있다.
배 이름인지 회사 이름인지, 아무튼.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뜰 경우 두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 한다더라.
└ '불길하게 받아들이지 않나?' 싶어 검색해보니 맞네. 배 이름으로는 뭔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_ㅡ;;;
배에서 찍은 선착장의 모습. 저 앞에 수풀 삼(혹은 나무 빽빽할 삼 = 森)자 쓰여진 곳이 쇼핑몰로 거듭 난 창고.
저렇게 작은 배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것도 가능한 모양. 가격은 유람선과 큰 차이 없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요트들도 잔뜩 세워져 있었다. 나도 통장 잔고 100억 정도 되면 배 한 대 사야지. 훗. ㅽ
사진 찍기 좋은 날씨. 보기에는 좋지만 이 당시의 더위를 기억하는 내 입장에서는 사진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응? 공해 식품? 우리나라에서라면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 이름이다. -ㅅ-
고베도 몇 번 다녀오긴 했는데, 이 동네가 더 고베 같은 느낌이다. 뭔가 서양과의 퓨전 분위기.
유람선이나 자그마한 보트, 요트만 다니는 게 아니라 어선도 많이 다닌다.
열한 시가 되어 뿌와아앙~ 하고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배가 선착장을 떠난다.
하코다테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 카가 보여서 줌으로 당겨 찍어 주시고.
선착장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해상 자위대 함정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더와 전자 기기가 장착된 부분.
다른 배들과 비교해보면 함정 크기가 꽤 큰 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선인 줄 알았는데 안전 지도선이었다.
해상 자위대의 함정과 해안 경비대의 함정이 나란히 정박되어 있다.
염병할 욱일기 = 전범기가 보인다. (해안 경비대의 함정에는 그냥 일장기가 달려 있음.)
일본에서는 욱일기가 일본의 해상 자위대를 상징하는 깃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과거의 전쟁 범죄와 연관 짓지 않으려 한다. 태평양 전쟁 시절에 저 깃발을 달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온갖 피해를 다 끼쳐 놓고는 전쟁과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진짜 한심한 거지. 독일이 육군의 상징이라며 여전히 나치 하켄크로이츠를 상징물로 쓰고 있다 생각해봐라.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가만히 있을까?
네오 나치 같은 쓰레기들도 있긴 하지만 독일 국민 대부분은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분위기다. 내가 저지른 짓은 아니지만 선조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다. 일본은...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교육하지 않으니 역사에 무지한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 거다.
전국 시대(戦国時代)의 이야기나 메이지 유신의 이야기는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주제지만 2차 대전으로 넘어가면 입을 다문다. 전쟁 범죄 가해국이라는 걸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게다가 미국에게 핵 폭탄 두 방을 맞고 진 전쟁이니... 지금도 핵 맞은 것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왜 핵을 맞았는지, 피폭으로 인한 피해 이상을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끼쳤음을 알고 있는지 물으면 아는 바 없다고 입을 다문다.
우리나라도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언급하기 싫어하고 숨기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해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해야 하는데, 헌법 고쳐가며 전쟁 가능한 나라로 돌아가려 들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나 일으키고 있으니. 저러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몇 번이나 해야 하냐고 오히려 발끈! 하는 걸 보면 똥 싸 놓고 냄새 난다고 질알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데 미래의 번영이 있을 리 없다. 정신 좀 차려라.
위상 배열 레이더인가? 꽁꽁 싸서 감춰 놨네.
하코다테 공항으로 향하는 ANA의 비행기. 하코다테에 공항 있다는 것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안 사실. -ㅅ-
빨간 등대도 그렇고, 방파제도 그렇고, 바닷가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 비슷한 것 같다.
이 배는 JRC 레이더가 메인 항법 레이더인 모양. FURUNO 못지 않게 JRC 레이더도 많이 쓰이고 있지.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저 깃발을 보고 '여러 나라 깃발을 달고 있다.' 고 얘기하던데, 국기가 아니라 배의 상태를 깃발로 표시한, 국제 신호기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일본어도 짧은데다 남의 말에 툭툭 끼어드는 건 실례인지라.
※ 국제 신호기 → (https://namu.wiki/w/%EA%B5%AD%EC%A0%9C%EC%8B%A0%ED%98%B8%EA%B8%B0)
함정 같은 경우 배의 상태나 특이 사항 같은 걸 나타낼 때 깃발을 게양한다. 무선 통신 같은 게 없던 시절부터 행해오던 거라 다양한 방법으로 통신이 가능한 현대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방법. 깃발 하나만 거는 게 아니라 두 개 이상을 조합해서 쓰기도 하기 때문에 외우려면 머리가 터진다.
미국에서 2003년에 개정한 1969년 에디션의 INTERNATIONAL CODE OF SIGNALS는 무려 160 페이지.
(http://www.seasources.net/PDF/PUB102.pdf)
참고로 위 사진의 깃발은 Romeo, Uniform, Pennant one이 조합되어 있다. 맨 아래의 깃발을 일장기로 착각하면 R과 U를 조합한 깃발로 착각하게 되는데 R+U의 의미는 'Keep clear of me / I am maneuvering with difficulty(저를 멀리하십시오. or 저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다. -_ㅡ;;;
R+U+1의 의미인 'I am carrying out maneuvering trials(기동 시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와 완전히 다른 뜻이 되기 때문에 깃발 신호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면 큰 일 난다. -ㅅ-
미니어처 모드를 켜고 찍어 봤더니 뭔가 장난감처럼 찍혔다. ㅋ
오른쪽 배는 고속 항해를 위해 배 아래 쪽이 뚫린 디자인. 먼 거리를 고속으로 가는 배가 저렇게 생겼다.
응? 우리나라 컨테이너인가?
『 드래곤 볼 』 덕분에 에너지 대신 에네르기, 『 슬램 덩크 』 덕분에 앨리웁 대신 아리우프를 입에 달고 살았었더랬다.
저 멀리 보이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 뭔지도 모르고 줌으로 당겨 찍었는데 오후에 결국 저기에 가게 됐다.
이건 뭐하는 쇠 기둥인고? ⊙˛⊙
한 바퀴 돌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 가네모리 붉은 벽돌 창고 】
유람선은 30분 코스였다. 정확하게 30분만에 한 바퀴 돌고 돌아가더라. 선착장 바로 앞이 오래된 창고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쇼핑몰. 시로카베도조군과 비슷한 분위기이긴 한데 시로카베도조군이 시골 창고를 시골 분위기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면, 여기는 완전히 현대식으로 고쳐서 에어컨도 빵빵하고 요즘 분위기가 난다. 식당도 있고 이런저런 구경 거리가 많은 듯. 날씨가 더우니 될 수 있으면 건물 안 쪽으로 들어가 구경하려고 했다.
오르골 파는 걸로 유명한 가게에도 들어가봤다. 사진 찍고 나니 촬영 금지라 붙어 있어서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너무 비싸다. 게다가 하나만 둬서는 볼 품이 없을테니 여러 개 사야 하는데.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무척 맘에 들었다. 지르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ㅠ_ㅠ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더니 대기 표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다행히도 1번이었고 5분도 안 걸려 입장!
오징어 요리를 파는 곳이 있어서 그 쪽으로 갈까 하다가 회전 초밥 가게로 들어갔다.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인데 회전 레일 위에 몇 가지 초밥이 돌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게 아니면 손 댈 수 없는 시스템인가?' 싶어 먹지 않고 있는데 같은 초밥이 내 앞을 두 번째 지나간다. 기다렸다가 세 번째 지나갈 때 먹어도 되겠다 싶어 집어 들었다. 태블릿으로 주문한 초밥은 꽤 오래 걸리더라. 아무튼, 새우와 조개 같은 걸로 부지런히 먹었다. 사진만 보고 주문하는 바람에 생선을 잘못 주문했는데 그냥 먹었다. 역시 비려. -ㅅ-
배 터지겠다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먹었다 싶어 계산해달라고 했더니 6,000円 넘게 나왔다. ㅋㅋㅋ 회전 초밥 가게에서 배 부르게 먹으려면 10만원 어치 정도는 먹어야 한다. 예상은 했지만 밥 값이 꽤 나오니까 좀 놀랐다. 그 동안은 하루에 밥 값으로 1,000円 쓰면 많이 쓰는 거였는데. ㅋ
먹고 나서 달리 갈 데도 없고 날씨도 덥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체크 인 할 때 옆 건물을 뱅크라고 하기에 이름이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원래 은행이 있던 자리인 모양이다.
【 고료카쿠 】
4층의 공용 공간에 가서 태블릿으로 게임하면서 에어컨 바람을 마음껏 즐겼다. 그렇게 빈둥거리다가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고료카쿠라는 곳이 있다. 해자로 둘러쌓인, 별 모양의 방어 진지란다. 호기심이 동해서 가보기로 했다. 가는 방법을 검색하니 숙소 근처에서 트램을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네. 슬렁슬렁 출발.
선로 위에 서 있으면 녹아내릴 것 같다. 태양은 이글거리고 아스팔트마저 녹아버릴 것 같은 날씨.
타야 할 트램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이제는 뭐... 텐노지에도 있고, 오카야마에도 있고.
트램을 타고 30분 정도 간 것 같다. 내린 뒤에는 지도를 보면서 걸어 갔고. 꽤 걸어야 했다. 500m 정도 걸었던 거 같은데.
고료카쿠 공원에 가기 전에 들릴 수 있는 타워. 꼭대기와 그 아래 층이 전망대다. 당연히 유료. 900円이다.
└ 원래의 타워는 1964년에 세워졌고 지금의 타워는 2006년 4월 1일에 새로 문을 열었다고. 높이 107m.
꼭두 새벽에 변기와 부비부비하게 만들었던 뻬에로 어쩌고 하는 가게는 하코다테 사방에 넘쳐 난다. -ㅅ-
900円 내고 표를 샀다. 1층 로비에는 일본의 유명한 탑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도쿄 타워도 있고, 고베 포트 타워와 츠텐카쿠도 있다. 오사카 공중 정원이 있는 걸 보고 '타워 뿐만 아니라 고층 건물도 소개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봤는데 하루카스는 없다. 공중 정원은 어떻게 봐도 타워는 아니지 않나? 왜 저기 끼어 있는 거지?
전망대에 올라가니까 별 모양의 해자가 확실하게 보인다. 오각 별이 아니라 변형된 다윗의 별 형태다.
절인지 사당인지 오래된 듯 보이는 건물이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가 아래에서 위로 넓어지는 형태라서 살~ 짝 아찔하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못 볼 듯.
다른 전망대들처럼 바라보는 쪽의 유명한 건물이나 지명 같은 게 사진과 함께 안내되어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방어용 성이 원형이고 사각형이 그보다 방어력이 높단다. 별 모양은 훨씬 높고.
우리나라 같으면 온통 아파트일텐데... 일본은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좀처럼 없어서 좋다.
육각 별 모양의 구조는 미니어처를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의도하고 저렇게 만든 것일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고료카쿠와 관련된 역사적인 일들이 일본어, 영어, 한자, 한글로 적혀 있다.
미니어처도 퀄리티가 상당한 수준. 깔끔하게 잘 만들어놨더라.
역사 선생님들이 만날 사건 이름이랑 몇 년도의 일인지 외우라고 쪼아대는 바람에 역사라고 하면 학을 떼는 사람들이 많으니, 여기에서 남의 나라 역사를 미주알 고주알 말하기는 그렇고... 쉽게 설명을 해보겠다. 그 전에 간단히 개념부터 정리하자면,
천황 = 일본의 왕. 실질적인 권한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상징적인 의미만 있음.
막부 = 실질적인 권력을 잡고 있는, 중앙 정부라고 보면 되겠음.
천황이 개뿔 가진 것도 없는, 무늬만 최고 통치자지만 그래도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보고 정도는 해줘야 되는데 막부에서 제 멋대로 외국과 통상 조약을 맺음. 막부가 있는 도쿄에서 지리적으로 멀어 나름의 자치권 같은 걸 인정 받으면서 동네에서 짱 먹던 애들이 천황 무시한다는 핑계로 저들끼리 편 먹고 막부에 대항해서 싸움을 일으킴. 막부 반대 세력의 병력이나 무장이 더 뛰어나서 결국 막부가 박살나고, 막부 편 들던 애들이 쫓기다가 결국 하코다테까지 감. 프랑스 애들한테 빌 붙어서 고료카쿠를 중심으로 싸움 준비하면서 홋카이도를 기반으로 하는 에조 공화국을 세운 뒤 우리는 여기서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테니까 건드리지 말고 각자 잘 살자고 했는데 반 막부 세력이 그 꼴을 볼 리가 있겠음? 군대 파견해서 기어코 박살내고 잔당 소탕.
보신 전쟁 → https://ko.wikipedia.org/wiki/%EB%B3%B4%EC%8B%A0_%EC%A0%84%EC%9F%81
어디를 가도 하코다테 산의 전망대는 잘 보이는고만.
아까 유람선 탔던 곳이 저~ 기 어디쯤.
상대는 게틀링 건, 암스트롱 포로 무장하고 있는데 말 타고 칼 뽑아든 채 달려드면 이길 수가 있나. -ㅅ-
환자를 한자로 잘못 기록해놨다. 한자를 구하다니. -_ㅡ;;;
북쪽 동네라 날씨가 추우니까, 얼음이 얼면 그걸 잘라서 팔았단다. 예전에는 얼음도 귀했지. 소금도 그랬고.
버스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교회, 오른쪽은 절. 일본 오기 전에 살던 평택 ㅅㄱ동에도 교회, 절이 공존했더랬지.
일본 살면서 좋은 점은 예수쟁이들 안 봐도 된다는 것. 일요일마다 교회와 성당 주변에 작정하고 불법 주차하는 ㅽㅺ들 안 봐도 되고, 길바닥이나 지하철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외치는 넋 나간 것들 안 봐도 되고. 내 기준에 서양 귀신이 전지전능하다 믿으면서 뼈 빠지게 번 돈 갖다 바치고 시간 들여가며 헛 짓 하는 것들이나 이×희 같은 애들 빨면서 구원 어쩌고 하는 것들이나 똑같은 것들이다. 뭘 편 갈라서 이단입네 어쩌네.
전망대에서 한 층 내려오니 카페와 기념품 판매소가 있다. 고료카쿠의 별 모양으로 만든 열쇠고리 같은 건 다른 곳에서 못 살 것 같아서 엽서랑 열쇠 고리를 몇 개 샀다. 계산하는데 자그마한 엽서 사이즈의 종이를 가리키며 없냐고 물어보기에 "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 꺼내어 보여줬더니 도장을 찍어준다. '전망대 구경 / 기념품 구입 / 밥 or 음료 구입' 세 가지를 다 해서 도장 세 개를 받으면 A4 용지를 넣을 수 있는 폴더를 받을 수 있고 그 종이에 이메일 주소와 전화 번호를 써서 응모함에 넣으면 나중에 추첨해서 뭐 준단다. 어차피 도장 두 개 받은 거, 하나 더 받자 싶어 1층의 음료 매장에 갔다.
홋카이도 특산물 중 하나가 멜론. 멜론 주스를 하나 샀다. 종이 빨대는 여기에서 처음 봤다.
멜론도 팔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택배로 보낼 수도 있는 모양. 마사미 님께 한 상자 보내볼까 했는데 제일 싼 것도 얼추 10만원. 마사미 님께 10만원 짜리 멜론 한 상자 보내는 거야 그동안 신세 진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가난한 유학생이 돈 썼다고 혼날 것 같아서... 한~ 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 날 하루종일 '그냥 사서 보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게 500円. 생각해보니 바로 위 층에서 팔던 스프 카레는 400円도 채 안 했는데. 돈 안 쓴다면서 더 쓰고 있네.
보통 딸기 맛 어쩌고나 수박 맛 저쩌고 같은, 과일 맛 난다는 가공 식품 치고 진짜 과일과 비슷하게 맛을 내는 게 없는데 멜론 맛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은 향기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참 흉내를 잘 냈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 -_ㅡ;;;
NHK 아침 드라마 『 나츠조라(なつぞら) 』 의 주인공이 홋카이도 출신의 애니메이터라는 설정이라 굿즈도 팔고 있었다.
좋아하는 타입의 만화라서 티셔츠라도 한 벌 사고 싶었는데 검은 색 티셔츠는 그림이 별로고, 그림이 맘에 드는 티셔츠는 분홍 색 밖에 없어서... 분홍 색 티셔츠는 소화하기 어렵다. -ㅅ-
뜬금없이 켄신(애니메이션 『 바람의 검심 』 주인공)이 그려진 과자가 왜?
과자에 켄신 뺨의 흉터 모양으로 칼집이 나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 참, 별... 『 바람의 검심 』을 보면 신선조와 유신지사의 싸움 이야기도 나오고, 오쿠보 도시미치나 사이고 다카모리(일본인에게는 근대화에 앞장서고 권력욕도 없이 깨끗하게 살다가 소신을 지키며 자결한 위인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정한론, 그러니까 조선 정벌하자는 개소리 한 나쁜 놈일 뿐이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 가면 오른쪽에 개 한 마리 두고 잠 옷 같은 옷에 칼 찬 사각 턱 아저씨의 동상이 있는데 이 냥반을 동상으로 만든 거다.) 등 유신삼걸 얘기도 나오고 그러니 전혀 관계가 없다 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와인을 볼 때마다 나카모토 선생님 생각이 나서 한 병 사들고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지역 관광지를 별 셋, 둘, 하나로 구분해서 안내하고 있다. 당연히 셋 쪽이 가볼만한 가치가 더 높다는 쪽.
밖으로 나와 공원 쪽으로 가본다. 여기까지 와서 전망대만 보고 가기에는 아쉽지.
해자에 채워진 물은 흐름이 없어서인지 그닥 깨끗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물에 떠 있는 나뭇잎조차 별 모양이었는데 일본이라면 의도하고 띄워놨을 가능성이 100%라 생각했다.
근처에 바다가 있어서인지 걸어다니는 갈매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눈빛 보소... ㄷㄷㄷ
아... 저 눈을 보면 스스로가 조류 공포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블로그에 올리면서 알게 됐는데 전망대도 육각 별 모양으로 만든 거였고만. 지독하다, 진짜...
최대한 사람 안 나오게 찍으려고 한참 기다렸다가 간신히 건진 게 이 정도.
돈 받고 보트 빌려주는 곳도 있었다. 새 밥 주라고 에비센도 팔고 있었고. 이 날씨에 노 젓는 배라니. 죽는다고!
일본 까마귀는 덩치가 어찌나 큰지, 멀리에서 보고 매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까마귀인 걸 알고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지역 주민들은 산책이나 조깅하러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집 근처에 이런 공원 있는 것도 큰 복이지.
블로그에 여러 번 썼지만 일본처럼 집요하게, '저렇게까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꾸며놔야 관광 상품이 된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지만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땀이 줄줄 흐른다. 시계를 보니 슬슬 전망대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갈 때에도 트램을 이용. 240円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ICOCA로 찍고 다녀서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
노면 전차를 타고 가다가 주지가이에서 내린 뒤 조금만 걸어가면 전망대까지 가는 로프웨이를 탈 수 있다.
수십 명이 탈 수 있는 거대한 로프 웨이가 부지런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하코다테 전망대에서 찍은 일몰 사진과 야경 사진은 다음 편에...
-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① 2019.06.30.
개요, 경로 검색 사이트 소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② 2019.07.22.
여행 전의 이런저런 걱정들, 각종 정보들-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③ 2019.07.28.
일정 세우기, 여행 관련 사이트 소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④ 2019.07.29.
여행 경로 확정, 숙소 예약-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⑤ 2019.07.31.
출발 전의 궁시렁, 첫 날 일정 및 지도-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⑥ 2019.08.01.
집 → 텐노지 → 오사카 → 마이바라 → 오오가키 → 토요하시 → 하마마츠 → 카나야 → 센즈 → 오쿠오이코조 → 센즈 → 카나야 → 시즈오카 → 숙소
오이가와線을 타고 여행, 오쿠오이코조 역-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⑦ 2019.08.02.
숙소 → 시즈오카 → 카나야 → 센즈 → 스마타 협곡 온천 제3주차장 → 센즈 → 카나야 → 시즈오카 → 숙소
유메노츠리바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⑧ 2019.08.03.
숙소 → 시즈오카 → 아타미 → 도쿄 → 숙소
시즈오카 하비 스퀘어-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⑨ 2019.08.03.
도쿄 FC vs 세레소 오사카-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⑩ 2019.08.04.
숙소 → 도쿄 → 타카사카 → 미나카미 → 나가오카 → 니이가타 → 시바타 → 무라카미 → 사카타 → 숙소-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⑪ 2019.08.05.
숙소 → 사카타 → 아키타 → 오오다테 → 히로사키 → 아오모리 → 쓰가루후루마타 → 오쿠쓰가루이마베츠-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⑫ 2019.08.05.
키코나이 → 하코다테 →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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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 돌아오기-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이동 거리 및 지출 내역 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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