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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2019년 여름, 청춘 18 티켓으로 오사카 → 홋카이도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⑮ 하코다테 → 삿포로

by 스틸러스 2019.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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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행 일주일 째. 화장실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귀찮아서 그냥 잤다. 새벽에 깨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귀찮아서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망설이면 나이 40 먹고 빤쓰에 지리겠다 싶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_ㅡ;;;   몸이 어찌나 무거운지 만사 귀찮다. 더 자고 싶지만 더 자면 안 되는 상황. 알람 맞추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니까 수시로 시계를 보면서 쪽 잠을 잤다. 너무 잤다 싶어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니 07:07. 더 자면 안 된다. 나가야 한다.

 

 

짐을 꾸리고 세수랑 면도만 호다닥 한 뒤 체크 아웃. 자기 전에 했던 설문 조사 결과 화면을 보여주고 숙소에서 만든 뱃지를 얻었다.

 

숙소에서 역까지 걸어가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진 찍기에 좋다. ㅋ

배경에 사람들 안 찍히게 사진 찍고 싶다면 이른 아침을 적극 활용하세요. 부지런한 벌레는 일찍 일어난 새한테 잡아 먹히... 아니, 이게 아니고. -ㅅ-

 

 

그러고보니 개 똥 싸는 장면은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고양이 똥 싸는 건 본 적이 없는 거 같네. -ㅅ-

 

일본 유학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 하코다테.

 

 

 

여긴 사람들이 기념 사진 찍느라 쉴 새 없이 몰려들었던 곳. 그런데... 매달려 있던 종이 없다?

 

진짜 없다. 종을 훔쳐 가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지 떼어낸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누가 훔쳐 간 거? 설마.

 

여기서부터 보트를 타고 다리 밑을 지난 뒤 바다로 나가 한 바퀴 빙~ 돌고 오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더라.

 

 

 

숙소에서 하코다테 역까지 가는 길에 거대한 맥주 가게가 있다. 맥주 가게라기보다는 펍이라고 해야 제대로 전달이 될 거 같은데... 될 수 있음 우리 말 쓰려고 맥주 가게로 썼더니 의미가 확 달라지네. ㅋ   아무튼, 가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갔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싫고, 가을 쯤 5일 정도 일정으로 하코다테에만 훅! 다녀왔음 좋겠다. 비행기 표 얼마나 하는지 검색해보다가 옆 길로 새는 바람에 아이슬란드 가는 비행기 알아보고 하느라 한 시간을 그냥 까먹었네. 나중에 알아봐야지. -ㅅ-

역 근처에 아침 시장이 있다. '가보고 싶다!' 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갔는데 이 날 지나가면서 대충 구경. 글 못 읽는 아이가 백과사전 넘기듯이 대충 구경. 이른 아침인데도 문 연 가게들이 많았고 사람들도 꽤 있더라. 거대한 게를 뒤집어서 저울 위에 올려두고 호객하고 있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 게라면 환장하는 사람인데... 저기에서 게라도 한 마리 제대로 뜯고 왔어야 했다. 아오...

 

 

아, 참! 시내에 있는 여러 가게가 대부분 정기 휴일 간판을 달고 있더라. 하코다테에는 수요일에 쉬는 가게가 많은 듯 하니 혹시라도 '나는 저 가게에서 반드시 밥을 먹어야만 해!' 하는 가게가 있으면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할 듯. 뭐, 아무데서나 주는대로 먹어도 어지간하면 맛있다고 하는 내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지만. ㅋ

 

하코다테 역에 도착. 도착했을 때에는 밤이기도 했고 빨리 숙소에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역을 제대로 못 봤었다.

 

참 사람 살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을 했다. 누가 통장에 한 50억 잘못 꽂아주면 하코다테에 눌러 앉아야지.

 

 

【 하코다테 → 오샤만베 】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도 한 세월이다. 몇 시간을 가야 한다. ㅠ_ㅠ

 

이 쯤에서 내 무지를 까발려야겠다. 쪽 팔리지만.

 

 

일본이 크게 '네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짜잘한 섬 수백, 수천 개가 있겠지만 굵직한 섬은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이렇게 네 개다. 홋카이도는 네 개의 섬 중 혼슈 다음으로 큰 섬이다. 얼마나 크냐면, 대한민국 면적의 약 85% 라고 한다. 세계에서 스물한 번째로 큰 섬이란다.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오겠지.
홋카이도의 면적이 83,453.57㎢ 다. 제주도의 면적이 1,849.02㎢. 45배가 넘는 크기다. 제주도 45개를 합쳐놔도 홋카이도가 더 크다는 얘기.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르겠지.

 

너무 작아서 점처럼 보이는 가운데 동그라미가 제주도, 초록색 동그라미가 홋카이도다. 땅은 오질라게 넓지만 인구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서 550만 명에 달하는 인구 대부분이 삿포로, 도마코마이, 오타루, 에베쓰, 치토세 등에 산다. 호로카나이(幌加内) 같은 곳에는 1㎢ 당 인구가 2.1명이란다. 가로×세로 1㎞ 사각형 안에 두 명 산다는 얘기다.

아무튼, 하루만에 제주도를 다 보는 게 가능할까? 물론 해안 도로를 타고 제주 바깥 쪽을 한 바퀴 도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주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멋진 곳들을 구경하는 걸 하루만에 끝낸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제주도가 그 정도인데, 나는 마흔다섯 배 크기의 홋카이도를 같잖게(?) 보고 2~3일이면 다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다.

 

 

내가 바보인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다. -ㅅ-

 

08:18 출발하는 오샤만베 행 열차. 승무원 한 명에 열차도 한 량 뿐. 이걸 세 시간이나 타고 가야 한다.

 

 

 

안녕, 하코다테.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었음 좋겠어. 진짜 마음 속으로 여러 번 인사했다.

 

좌석은 두 명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 4인석 / 통로 / 2인석의 형태이고 끝 부분은 지하철처럼 옆으로 쪼로록~ 앉는 구조다. 아침 일찍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네. 다행히 정방향 2인석에 자리 잡고 앉긴 했는데 햇볕이 들어오는 자리라 엄청 덥다.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긴 했지만 찬 바람이 나오는 게 아니라서 땀이 줄~ 줄~

 

온통 초록. 논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이내 파~ 란 바다가 나타난다. 저 멀리 바다에 뭔 비석 같은 게 박혀 있다.

 

지나가면서 잽싸게 찍어 봤다. 메이지 천황 상륙 지점이라고 쓰여 있다. 배 타고 와서 여기에 내렸다는 건가?

메이지 천황: 1852 11월 3일 탄생, 1912년 7월 30일 사망. 즉위는 1867년. 제국주의 일본을 만드는 데 앞장선 인물. 일본 내에서는 메이지 유신을 통한 근대화와 강력한 국가 건설에 이바지한 위대한 군주라는 평가. 이 냥반이 태어난 11월 3일은 '문화의 날' 이라고 해서 일본 공휴일임. 난 또 내 생일이라 쉬는 줄. -ㅅ-   아무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 입장에서는 좋아하기 어려운 냥반.

 

홋카이도 쪽 열차들이 대부분 엄청난 적자라고 하더라. 어쩌면 낡은 열차를 계속 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평균 속도는 60㎞/h 정도 되는 듯. 모리(森 = もり = 숲) 라는 이름의 역에서 꽤 오랜 시간을 멈춰 있었다.

 

예전에는 바다 타령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답답할 때 바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긴 하더라.

 

다들 창문을 열고 있기에 나도 창문을 열었다. 나오는 둥 마는 둥 하는 에어컨보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훨씬 시원하다. 홋카이도라고 해서 여름에 덥지 않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본토보다는 덜 덥다. 몸으로 느껴진다.

 

작고 아담한 시골 역. 하루에 이용하는 사람을 다 더해도 100명이나 될까 싶다.

 

 

 

 

 

【 오샤만베 】

내릴 때가 다 되어 잠이 몰려왔다. 정신 차리고 종점인 오샤만베에 무사히 내렸다. 다음 목적지는 쿳찬(히라가나로는 くっちゃん이라고 쓰여 있지만 대부분 굿찬으로 읽는 듯)인데 열차 탈 때까지 시간이 좀 있다. 두 시간 정도? 일단 역에서 사진을 좀 찍은 뒤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름한 시골 역인데 커다란 스크린에 열차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우리 말 안내도 나오고 있었고.

 

주차장은 따로 선도 그어지지 않은, 흙바닥. 시골 역이 다 그렇지. ㅋ

 

 

 

 

 

화장실에 다녀와서 역 사진을 찍었다. 점심 때도 됐고 하니까 근처 식당에 가려고 어슬렁거리다가 역 맞은 편으로 길을 건넜는데,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간다. 남들이 다 하면 안 하려 드는 청개구리인지라, 가게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발길 닿는대로 그저 걸으면서 구글 지도로 근처에 가볼만 한 곳이 있는지 찾아봤다.

 

진짜 옛날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장사가 될까 싶은데 가게 문은 확실하게 열었더라. 필름 한 통 살까 하다가 말았다.

한 장 찍을 때마다 손으로 필름 감는 완전 구형 카메라는 아니지만 필름 넣는 자동 카메라가 두 대 있다. 올림푸스 제품인데 아버지가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모양이다. 같은 카메라를 세 대나 가지고 계셨다. 어찌 하다 보니 그 중 두 대를 내가 갖고 있게 됐다. 한국에서도 필름 구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본에서 필름 사서 가지고 있는 것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사둘까 하다가 짐이 될까봐 그만뒀다. 지금 위 사진을 보니까 '필름 한, 두 통 사올 걸...' 하는 후회가 된다.

 

게로 유명한 모양이다. 이 지역의 캐릭터 같은데... 대실패다. 게를 의인화 한 게 아니라 사람과 게를 합쳐버린 혼종.

 

길바닥에 여러 표정의 얼굴이 간단한 인사와 함께 쓰여 있었다. 귀엽더라. ㅋ

 

근처에 무슨 공원이 있다고 해서 걸어가는데 주변이 좀 삭막하다. 날씨는 말도 못하게 덥고.

 

다리 같은 걸 건너가야 하는데 인도가 좁아지다가 사라져버렸다. 지나가는 차 안의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고.

 

쿳찬을 거쳐 오타루 찍고 삿포로까지 가는 게 오늘의 일정. 내 일정과 똑같은 이정표다. ㅋ

 

이런 길을 걸었다. 도보 여행자 아니면 이런 길을 걸을 리가 없겠지.

나는 도보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종교 혐오자지만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몇 개월 전에 오카야마까지 걸어가겠답시고 집을 나섰다가 히메지에서 포기한 이후 걷기 여행은 꿈도 꾸지 않게 됐다. 말도 못하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하게 된다면 하루 걷고 하루 쉬고, 그러다 여행이 길어지면 하루 걷고 이틀 쉬고,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

 

저~ 쪽에 보이는 건 학교인 듯.

 

복잡한 전깃줄 사이로 가려고 하는 아야메 공원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일본의 빈 집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오사카 살다 보니 체감하지 못했었다. 여기 오니까 알겠더라.

 

 

공원이라더니, 골프 연습장인데? -_ㅡ;;;

 

개뿔 볼 것도 없기에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좀 마시고 바로 돌아갔다. 괜히 왔네.

 

 

 

다리 위에 생선 대가리가 올라가 있었다. 뭐지? 약이라도 타서 새 잡으려고 한 건가? -ㅅ-

 

이름 모를 꽃. 시골 역 근처에서 무척 자주 보이던 꽃이었다.

 

 

 

 

 

선로 위에서 사진 찍는 건 위험하니까, 양 쪽을 잘 살핀 후 최대한 선로에서 벗어난 뒤 줌으로 당겨 찍었다.

 

갑자기 빨간 도리이 등장! 응?

 

 

 

 

안 쪽까지 가기 귀찮아서 사진만 찍고 도로 내려왔다.

 

 

겨울에 눈 오면 비료 포대 깔고 눈썰매 타기에 최적화 된 곳이고만.

 

에? 온천도 있는 모양이지?

 

 

 

 

 

 

 

평화 기원관. 누가 봐도 들어가고 싶지 않게 생겨서, 들어가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서 바깥만 보고 말았다.

 

 

수국(아지사이 = あじさい = 紫陽花) 시즌이 지났는데도 말라 비틀어지지 않고 예쁘게 피어 있던 녀석.

 

번화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에서 멀지 않은 이 곳이 마을의 중심지인 모양. 이런저런 공공 시설이 다 모여 있었다. 걷던 중에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려서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건 줄 알고 순간 쫄았지만... 이내 시간 알리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도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일본의 시골에 가면 세 시간 단위, 혹은 네 시간 단위로 시간을 알리는데 종을 울리거나 몇 시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무슨 사고라도 난 것처럼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린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뭔 일이 터진 줄 알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 참 걷다 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났다. 슬슬 역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다 보니 일본 공산당 간판을 단 사무실이 보였다. -ㅅ-

 

들어가는 계단도 다 망가져 있던데... 이런 집은 공짜로 들어가 살라고 해도 고민할 것 같다.

보통의 주택들은 그냥저냥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의 공동 주택은 임주자 구한다는 간판이 걸려 있고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처럼 망가진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의 빌라에 해당하는 2, 3층 짜리 건물 대부분이 그랬다. 시골에서 빈 집 문제가 무척이나 크다고 했는데, 지방 자치 단체에서 그런 집 매입해서 외국인이나 외지인에게 싸게 줄 필요가 있다.

지금 학교가 무척 맘에 들긴 하지만 돈 안 들이고 오카야마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이사를 고려할 정도로 시골이 좋은 입장에서, 도시로 사람이 몰려 시골이 점점 황폐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젠장... 너무 많이 와버렸네. 역을 지나쳐버렸다. -ㅅ-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열차를 타야 할 때까지는 40분 정도 남은 상황. 밥 먹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굶기로 한다. 이렇게 돌아다니느라 밥 먹는 걸 소홀히 하니 누구랑 같이 다니는 게 어렵지. 역에 있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하나 뽑아 마신 뒤 플랫폼으로 향했다.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가끔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옆 쪽 선로에 서 있던 한 량 짜리 열차는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 어떻게 이 쪽 선로로 넘어올지 궁금했다.

 

아무도 없으니까 바닥에 카메라 놓고 찍기 시전. 보는 사람 있으면 이렇게 찍기 쪽 팔리니까. -ㅅ-

 

하코다테에서 오샤만베까지 올 때 봤던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다들 삿포로까지 가는 걸까?

 

 

【 오샤만베 → 쿳찬 → 오타루 → 삿포로 】

 

열차는 전진!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한참 후에 플랫폼이 있는 쪽으로 들어왔다. 저~ 앞 쪽에서 선로를 넘어온 모양.

 

 

 

 

 

쿳찬駅에 도착했다.

 

열차 안에서 졸다가 잠꼬대를 했다. 스스로 잠꼬대 하는 걸 느끼고 화들짝! 놀라 깼다.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다. 쿳찬에서 오타루까지 가는 열차는 반대 편 플랫폼에서 탔다. 사람이 많아서 살짝 긴장했지만 이번에도 다행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오타루까지 가면서도 졸다가... 문득 '오겡끼데스끄아~' 가 생각나서 '철도원' 으로 검색. 검색된 내용을 보다가 '오겡끼데스까' 는 『 철도원 』 이 아니라 『 러브 레터 』 라는 걸 알게 되어 다시 '러브 레터' 로 검색.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국 같으면 여행 마치고 돌아가서 바로 볼텐데, 일본에 있는 동안에는 어둠의 경로를 통하지 않는다면 볼 수가 없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겨울에, 눈 오는 날 찾아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타루에서도 한 이틀 정도 머물다 갔음 좋겠지만 홋카이도를 우습게 보는 바람에 여행 일정을 짧게 잡아놔서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환승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4분 밖에 안 되는지라 사진도 못 찍었다.

갈아타야 하는 열차는 신 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지금까지 타고 왔던 열차와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의 신형 열차. '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는데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보니 입구 쪽인데다 쓰레기 통을 가리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겠다 싶어 슬쩍 자리를 옮겼더니 중국어를 쓰는 족속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하...

 

 

 

삿포로에 도착해서 내렸다. 느낌은... 와~ 크다!

교토나 우메다에 비교하면 그닥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법도 한데 시골 역만 보다가 봐서 그런가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 청춘 18 티켓을 보여주면서 내일 왓카나이까지 가고 싶은데 표를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옆 쪽으로 가면 티켓 오피스가 있단다. 개찰구를 지나 알려준대로 가니 표 파는 곳이 보이네.

내일 왓카나이까지 가고 싶은데 왕복 표를 살 수 있냐고 하니까 몇 시 열차를 타겠냐고 물어본다. 가장 빠른 시간으로 해달라고 하니까 검색한대로 일곱시 반에 가는 걸 알려준다. 돌아오는 건 가장 느린 걸로 하면 되겠냐고 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17:46 왓카나이를 떠나는 열차. 할인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좀 싸게 사긴 한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2,000円을 훌쩍 넘어간다. 5일 동안 기차 타는 데 쓴 청춘 18 티켓보다 비싸다. ㄷㄷㄷ

 

구글 지도를 켠 뒤 숙소를 찾아 가기 시작. 가는 도중에 오도리 공원이 나왔다. 어제 하코다테의 숙소에서 만난 잘생긴 포항 총각이 맥주 축제에 대해 알려줬는데 그게 오도리 공원에서 하는 거.

 

 

 

지도에서는 이미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숙소가 안 보인다. 이리저리 한참을 둘러보다가 겨우 찾았다. 숙소 앞에서 헤매고 있었던 거다. 방금 지나쳤던 간판도 숙소를 찾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다.

 

안내를 받고, 1층 침대로 달라고 해서 그렇게 배정 받았다. 호다닥 샤워를 한 뒤 오도리 공원으로. 공원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빈 테이블이 꽤 보였는데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눈치 보는 사이에 사람들이 속속 들어찬다. 안주 구입하러 가서 처음이라 잘 모른다고 얘기하면서 궁금한 걸 물어보니 예쁘게 생긴 처자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알려주네. 일본에서 돈 쓰는 거라 라인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JCB 카드는 안 된단다. 허? 이런 적은 처음일세?

 

 

 

 

외국인들 사이에 낀 자리라서 아무도 앉지 않는 자리가 있기에 잽싸게 앉았다. 손전화를 보면서 술 마시고 있는데 뒤에서 자꾸 의자를 건드린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싶어 홱! 돌아보니 덩치가 남산만한 남자 녀석이 잔뜩 쭈그린채 앉아 있다. 제 딴에는 몸을 구기고 구겨서 앉아 있는 건데 덩치가 있다 보니 좁은 공간에서 내 의자를 건드리고 있는 것. 아... 내가 자리를 좀 만들어줘야겠다 싶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에게 괜찮다 손짓하고 내 의자를 당겨 조금이나마 편하게 앉을 수 있게 해줬다. ㅋ

 

 

 

세 잔인가를 추가로 주문해서 더 마시고 슬슬 가야겠다 싶어 숙소로 돌아갔다. 주변에 일본인들이 있긴 했지만 생면부지의 일본인에게 대뜸 말 걸고 하는 것도 내 성격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혼자 마셨다. 어제 만난 포항 총각 말로는 자리가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되고 합석하는 와중에 대화하면서 마시게 된다는데, 아사히 맥주 부스는 그랬다는데,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산토리 쪽으로 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나봉가(훗... 정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정답은 얼굴이야. ㅽ   -ㅅ-).

일어나서 나가면서 뒤에 있는 덩치에게 '이제 넓게 앉아라.' 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은 것 같더라. 하긴 문법도, 발음도 엉망이었으니까.

숙소로 돌아가 체크 인 할 때부터 노렸던 코로나를 한 병 주문했다. 카프리랑 코로나는 병 맥주가 진리. 투명한 병 안의 노랗게 담겨 있는 녀석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침이 꼴딱!
계산하려고 1,000円을 냈더니 스태프가 거스름 돈을 건네주며 "아리가또고자이마스~" 하기에 나도 "오오키니~" 하고 인사를 했다. 스태프가 다시 고맙다고 말하려 했는지 "아리갓풉!" 하고 빵 터졌다. ㅋㅋㅋ   우리로 치면 외국인이 와서 "고맙씸미데이~" 하는 꼴이었으니까.

 

 

1층 리셉션 공간이 참 멋지게 생겨서 빈 자리 잡고 앉아 병 맥주 홀짝거리며 여행기를 썼다. 하루종일 열차 갈아 탄 거 말고는 달리 한 게 없는 날. 내일도 왓카나이까지 왕복 열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 하니 이동하느라 돈, 시간 까먹는 여행이다.

이번 여행의 소득은 홋카이도가 멋진 곳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유학 마치고 귀국 후에 한일 관계 개선되고 그러면 저렴한 여행 패스 이용해서 한 번 더 여행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자기 전에 그동안 사용한 패스 사진을 찍어 봤다. 이건 첫째 날과 둘째 날에 썼던 오이가와線 프리 패스.

 

이건 청춘 18 티켓. 5일 동안 써서 도장 다섯 개가 찍혔다. ㅋ

 

이건 홋카이도 넘어올 때 탔던 신칸센 표. 청춘 18 티켓을 가진 사람만 2,300円에 살 수가 있다.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네일베 예보니까 믿고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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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 도쿄 → 타카사카 → 미나카미 → 나가오카 → 니이가타 → 시바타 → 무라카미 → 사카타 → 숙소

  11.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⑪ 2019.08.05.
    숙소 → 사카타 → 아키타 → 오오다테 → 히로사키 → 아오모리 → 쓰가루후루마타 → 오쿠쓰가루이마베츠

  12.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⑫ 2019.08.05.
    키코나이 → 하코다테 → 숙소
    홋카이도 신칸센

  13.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⑬ 2019.08.06.
    하코다테 유람선, 고료카쿠 전망대, 고료카쿠 공원

  14.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⑭ 2019.08.06.
    하코다테 산 전망대, 하코다테 야경

  15.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⑮ 2019.08.07.
    숙소 → 하코다테 → 오샤만베 → 쿳찬 → 오타루 → 삿포로 → 숙소
    오도리 공원 맥주 축제

  16.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 2019.08.08.
    왓카나이 여행, 일본 최북단

  17.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 2019.08.09.
    여행 끝~ 돌아오기

  18.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이동 거리 및 지출 내역 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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