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미성년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는 사람들은 일단 성인. 최소 20년 이상을 산 사람들이니 자신이 알람 소리를 듣고 바로 깨는 쪽인지, 시체 상태를 유지하는 쪽인지 정도는 알 거라 생각한다. 후자에 속한다면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알람 맞추면 안 되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 없이는 무리라면 비즈니스 호텔로 가야지, 왜 여러 사람이 자고 있는 도미토리 룸에 와서 알람 테러질이냔 말이다. 수십 분을 혼자 삐비빅 거리는 알람 소리 때문에 아침부터 짜증 대폭발!
다섯 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침대로 돌아와 다시 잤다. 알람 소리 때문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슬슬 나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시계를 보니 아홉 시 반. 10분 정도를 태블릿 붙잡고 시간 까먹고 있다가 40분이 되서야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체크 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땅바닥이 젖어 있긴 한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 상황. 역까지 걸어간 뒤 밥 먹으려고 식당이 있다는 6층에 올라갔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열한 시부터 영업이다. 기다리고 있기도 뭐해서 '바로 공항으로 넘어가자.' 고 생각했다.
원래는 전철을 탈 생각이었지만 어제 왓카나이 다녀오면서 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요금이 더 저렴하기도 했고 앉아서 갈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열 시 반이 조금 넘자 버스가 왔다. 산더미만한 가방을 보고 기사님이 '트렁크 열어줄까요?' 라고 물어보기에 그냥 들고 타겠다고 했다. 다행히 버스 맨 앞 쪽에 큰 짐을 두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거기에 가방을 올려뒀다. 뒤 쪽의 빈 자리에 앉은 후 버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 이번 여행은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태블릿 없으면 심심해서 숨졌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니 공항에 도착.
피치 항공 부스까지는 꽤 멀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하긴 했는데 15:00 비행기는 13:30부터 수속이 가능하다. 아직 한참 남았네.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가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우동 정도면 딱 좋겠지만 푸드 코트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나마 좀 한산해 보이는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니 이름 쓰고 기다리라고 한다. 대기표에 이름 올리고 3분도 지나지 않아 안으로 들어오라고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게살 볶음밥이랑 칠리 새우 세트를 시키고 맥주도 같이 주문했다. 배 부르게 다 먹고 계산하니 3,000円 조금 안 나왔다. 밥 한 끼에... -_ㅡ;;; 뭐, 여행이니까 이렇게 사치도 한다. 집에 가면 컵라면 신세일테니.
기념품을 사려고 어슬렁거리다가 술 파는 곳을 발견. 일하는 분이 뭔가 안내해주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아무도 상대를 안 해 준다. 하긴 귀찮게 말 거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딱히 바빠 보이지 않는 분께 가서 혹시 택배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달지 않은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두 종류를 추천. 좀 더 있어 보이는 걸로 고르고. 와인과 같이 먹을 치즈도 추천해달라고 해서 하나 골랐다. 그리고 나서 단 맛이 나는 스파클링 와인도 하나 추천해달라고 했다. 달지 않은 와인과 치즈는 나카모토 선생님께 그리고 단 맛 나는 스파클링 와인은 내가 먹으려고.
어디로 보낼 거냐고 물어서 오사카로 보낸다 하고 택배비 1,600円 포함해서 6,100円 정도를 냈다. 택배 물량이 많아서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하기에 관계 없다고 했는데 여행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만에 도착했더라. 희한한 건 송장을 다시 썼다는 것. 내가 쓴 것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걸까? 글씨는 그럭저럭 쓴다고 칭찬 받고 그랬는데. -ㅅ-
시간이 되어 수속하러 갔다. 예약하고 받은 메일의 QR 코드를 기계에 인식 시키니 표가 나온다. 인천도 그렇고, 간사이도 그렇고, 셀프 체크 인 한 사람만 따로 수하물을 맡길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 여기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 유니폼을 입은 처자에게 물어봤는데... 셀프 체크 인을 하고 자시고 줄 서서 수하물 맡겨야 한단다. 여기는 또 그런 시스템이고만.
귀찮아... 하아~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어 수하물 무게를 잰 뒤 띠 두르고 볼 일 다 봤나 싶었는데, 수하물을 돌려 준다. 가지고 가란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옆으로 나오니 수속하는 곳 옆에 엑스레이 검색하는 곳이 따로 있다. 거기에 직접 짐을 가지고 가야 한다. 내 앞에 있던 남자의 캐리어에서 뭔가 수상한 게 발견되었는지 가방을 열어 달라 하더라. 나는 검색대를 한 방에 통과.
보안 검색도 금방 끝났다. 인천에서는 모자 쓰고 있으면 모자 벗어 달라고 하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었다. 금속 탐지기에서 아무 소리 안 나니까 그대로 끝.
0번 게이트 앞에서 빈둥거리고 있다가 슬슬 탈 때가 됐다 싶어 화장실에 다녀왔다. 캔 커피 하나 사서 마시고. 출발 20분 전이 되었는데도 탑승하라는 안내가 없다. 10분 전이 되어서야 타라고 하더라. 일단은 15~30번 좌석의 A, F 티켓을 가진 사람부터. A와 F가 창 쪽 자리라서 먼저 탑승 시킨다. 다른 자리의 사람이 줄 서 있으면 잠시 후에 탑승해달라면서 줄 바깥으로 나가게 하고. 18F 좌석이라서 줄 서 있다가 먼저 비행기에 탔는데... 내 자리 옆, 그러니까 18E 자리에 영감 하나가 앉아 있다. 에? 몸이 불편한 사람을 가장 먼저 태우긴 하지만 이 냥반은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탔대? 옆에 섰는데도 아는 척을 안 하기에 "스미마셍~" 하고 말을 거니까 이 자리냐면서 일어나서 비켜주더라.
태블릿으로 책 보면서 시간을 까먹었다. 어째 뮝기적거린다 싶더라니, 15시 항공기였는데 15시 20분이 넘어서야 이륙했다. 한동안은 괜찮았는데 요즘 또 이착륙 할 때가 무섭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에는 당장 죽어도 뭐... 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하루, 하루 사는 게 즐거우니까 죽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륙하고 나서 잠시 멍 때리고 있다가 미친 듯 잠이 몰려와서 잠시 졸았다. 좌석이 좁으니까 앉아서 끄덕끄덕 졸다가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 최장거리 비행이다. 지금까지 비행기 탄 거라고 해봐야 김포 ↔ 제주, 인천 ↔ 간사이 / 나리타 / 요나고 정도가 고작이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일본 국내선 탄 것 자체가 처음이네.
이번 여행에서 처음 타이틀 붙은 게 꽤 있다. JR만 타고 여행한 것도 처음이고 왕복 열 시간이나 걸려가며 당일치기 여행한 것도 처음. 8박 9일이라는 장기간 여행한 것도 처음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버스 시간을 알아봤다. 하루카스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막차가 17:32. 못 타겠다.
비행기는 아무 탈 없이 간사이 공항에 내렸다. 승무원이 안내 방송을 마치면서 "혼마 오오키니~" 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ㅋ 아, 그리고 신 치토세 공항에서 수속할 때 시커멓게 탄 아이들이 같은 옷 입고 있더라니, 소프트 볼 홋카이도 대표 선수란다. 아마 초등부 선수가 아닐까 싶다. 안내 방송으로 선수들 응원한다면서 힘내라고 하니까 비행기 안의 다른 승객들이 박수 쳐주고. 훈훈했다. ㅋ
피치 항공은 간사이 공항 제2터미널을 이용한다. 제2터미널은 진짜 오랜만에 왔네.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제1터미널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2터미널에서 바로 버스 탈 수 있잖아? 비행기 안에서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하루카스로 가는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아웃.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버스 표 자동 판매기 앞에 있는 처자에게 물어봤다. 시간표를 보더니... 막차가 갔단다.
난바까지 가는 버스가 멈추는 곳으로 가서 표를 샀다. 이내 버스가 와서 트렁크에 가방 싣고 출발. 버스 타고 가는 건 처음인데 경치가 제법이다. 전철 타는 것보다 이 쪽이 훨씬 좋은데?
↑ 손전화(SONY XPERIA XZP)로 찍은 거 / 디지털 카메라(RX10 M4)로 찍은 거 ↓
난바 OCAT에 도착했는데 내 가방이 가장 마지막에 내려졌다. 가방을 받았는데... 바닥에 구멍이 나 있다. 흠집도 엄청 많고. 수하물로 다뤄질 때 험하게 취급 받았나 보다. 제기랄. 맘에 드는 가방인데 유학 끝날 때 버리고 새 거 하나 사서 갈까?
JR 타고 텐노지까지 온 뒤 걸어서 집에 도착. 오랜만이다. 없는 동안 우편함을 꽉 채운 찌라시들을 버리고... 드디어 마주하게 된 전기 요금 고지서.
다행히 걱정한 게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은 요금이 나왔다. 짐을 풀고 세탁기를 돌린 뒤 정리하기 시작. 만사 귀찮지만 지금 하지 않고 미루면 더 귀찮아진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빨래를 넌 뒤 여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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