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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2019년 여름, 청춘 18 티켓으로 오사카 → 홋카이도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②

by 스틸러스 2019.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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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오사카駅에서 출발, 삿포로駅에 도착할 때까지 JR의 보통 열차만 타고 가야 한다. 누가 시켰냐고?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이다. 응? 대체 왜?



  • 그렇게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5일 동안 JR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청춘 18이라는 티켓을 샀다.
    티켓을 구입한 게 지금으로부터 약 열흘 전. 지금 나는 열흘 전의 나를 찾아가 멱살을 잡고 싶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 물론 환불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일찌감치 환불하고 집에서 뒹굴거려도 됩니다만... 그건 또 근성이 허락치 않는지라. -ㅅ-)



  • 틈나는대로 조금씩 검색을 해보니 열 명이면 열 명이 전부 말리고 있다. 정말 힘들다고, 굉장히 고생스럽다고 한다. 그런 글을 봐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어디에선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 버스만 타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글을 봤다. 에?



  • 그러고보니 인터넷에서 꽤 이슈가 되어 나도 본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 버스만 타고 간 사람이 있다. 한 명이 아니다.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거기에 비할 정도로 힘들다는 거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이동하는 거야 어려울 게 없겠지.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배차 시간도 늘어나고 버스도 빨리 끊겨서 힘들다고 들었다. 잠도 막 찜질방에서 자고 그러던데. 말이 통하는 나라에서도 고생스럽다는데, 하물며 내 일본어 실력은 다섯 살 아이한테도 발리는 수준. -_ㅡ;;;
    게다가... 서울 → 부산은 500㎞ 안팎이잖아? 신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는 1,500㎞ 가까이 된다. 세 배의 거리인 거다. 점점 엄청난 짓을 생각없이 저지르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링크를 눌러서 사이트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출발 날짜를 8월 1일로 설정할 경우 자정 몇 분 전에 간신히 도착하는 날짜가 8월 3일로 표시된다. 그렇다.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거 아~ 무 것도 안 하고, 그저 기차만 부지런히 갈아타는 와중에, 단 한 번의 지연도 없고 잘못 타거나 놓치는 일도 없이, 이렇게 순조롭게 흘러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사히 진행이 된다 해도, 3일을 가야 한다.



  •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걸 5일에 나눠 가면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겠다는 계획 따위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느려터진 기차 여행은,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시골 역이 나오면 그대로 내려서 사진도 찍고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고 그렇게 빈둥거리다가, 열차 오면 타고 다시 출발하고, 뭐 그런 거였는데... 그렇게 가려면 청춘 18 티켓을 한 장 더 사야... 사야... 어? 그러면 되나? 그렇게 해서 느긋하게 가...긴 개뿔이나. 그러면 이동하는 것만 일주일 이상을 잡아야 할 건데, 지금 내 체력이면 가다가 열차 바닥에 늘어붙어 뉴스에 날 판이다.



  • 게다가, 가는 루트를 검색해보니 후쿠시마를 지나게 된다. 아... 후쿠시마라니.
    사실 그동안 그닥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다.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 생각해서 방사능 때문에 일본 근처도 못 가겠다는 사람들과는 달리 무덤덤하게 살았다. 하지만 일부러 빨리 죽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섯 개에 380円 하는 즉석 밥과 여덟 개에 400円 하는 밥이 있으면 380円 쪽을 골랐다. 지나치게 싼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피하게 되는 거다(원산지 확인하면 된다지만 사람 많은 마트에서 쥐알만한 글씨를 한참 찾아 보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의도적으로 후쿠시마라는 지명을 숨기고 보다 작은 지명을 쓴다거나 하면 방법이 없다. -ㅅ-).
  • 후쿠시마를 피하려 하다보니 아래 쪽 루트가 아니라 위 쪽 루트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도, 청춘 18 환승 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2016년 4월에 다녀왔다는 다른 블로그의 글을 봐도 모두 신 오사카 → 시즈오카 → 도쿄 → 센다이 → 아오모리 → 하코다테 → 삿포로 코스. 하지만 후쿠시마를 피하려면 저렇게 가서는 안 된다. 신 오사카 → 나고야 → 군마 → 니이가타 → 아키타 → 아오모리 → 하코다테 → 삿포로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은데 참고할 만한 글이 전혀 없다. 네×버와 구글에서 모두 검색해봐도 당최 안 나온다. 이래서야...



  • 여행은 당장 일주일 정도 뒤의 일인데, 아직 루트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류 가능성과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내 스타일인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으니 계속 제자리 걸음인 거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또 고민.
  • 아, 그리고. 홋카이도 쪽에 신칸센이 생기면서 재래선(신칸센 아니면 다 이렇게 부른다.)의 편성이 확~ 줄어서 잘못 걸리면 역에서 네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더라. 하루에 세 번 다니는 열차도 있다 하니까 시간을 미리 잘 알아봐야 한다.
  • 그리고 청춘 18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홋카이도 쪽의 신칸센을 탈 수 있는 옵션권이 있는데, 이게 발매 당일만 사용 가능하단다. 아... 그래서 텐노지駅에서 청춘 18 티켓 살 때 역무원 아저씨가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졌냐고 물어봤었고나. 혹시라도 ○월 ○일에 쓴답시고 샀는데 그 날 도착하지 못하거나 하면 그냥 돈 날리는 거니까.
    홋카이도 신칸센 옵션권은 청춘 18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JR 역에서는 다 살 수 있다고 하니, 홋카이도 쪽에 도착해서 사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 그러다가 문득, '한국 사람들 중에는 저렇게 먼 거리를 이동한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일본인들 중에는 그래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야후! 재팬에서 검색해봤더니... 그렇지!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청춘 18로 간 사람들이 몇 명 있다!



  • 대충 검색해보니... 일본 사람들도 말리고 있다! 고난이라느니, 벌칙 여행이라느니, 별에 별 얘기가 다 나온다.
  • 대부분 절대로 무리라는 반응. 도쿄까지라면 모를까, 홋카이도까지는 절대 무리라고 한다. 역에서 노숙했다는 글도 보이고, 나는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정말로 청춘 18 티켓을 두 장 사는 걸 고려해야겠다는 사람도 있다. 스무 살 짜리가 저러면 그 두 배로 노화된 나는 어쩌란 말이냐?



  • 일본의 PC방(넷카페 등으로 부르는데)은 우리나라의 PC방과 달리 컴퓨터가 있는 1인용 휴게 공간이다. 게임을 위한 열린 공간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를 시설. 위쪽이 뚫려 있어서 완벽한 방음은 안 되지만 누울만한 공간이 있어서 여덟 시간, 열두 시간 이용권을 사서 숙박하는 사람이 꽤 많다. 샤워실이 있는데다 음료나 먹거리 주문이 가능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숙박 시설보다 저렴하기 때문인지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PC방에서 잤다는 얘기가 많다.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게스트하우스를 가고 말지. 하지만 그렇게 숙박하면서 이동하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돈 안 들이고 싸게 여행 간다는 청춘 18의 목적에 어긋난다.
  • 일본 사람들이 다녀온 이야기를 봐도 다들 LCC(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돈도 그 쪽이 덜 든다고. 이건, 뭐... 대충 검색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신칸센 타고 가도 3만円을 넘는 수준. 비행기를 이용해도 비슷하게 나온다. 청춘 18은 티켓 값이 만円 조금 넘으니 훨씬 싼 것 같지만 시간이 훨씬 더 걸리니 숙박비를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역에서 노숙하던가. 게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해야 하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말리는고나 싶다.
  • 여행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을 받고자 일본 웹 사이트까지 검색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말 괜찮을까?' '중간에 포기하는 거 아냐?' 하는 걱정 뿐. ㅠ_ㅠ
  • 어째 궁시렁거리기만 하고 있는데, 요점은 1. 한국인이 오사카 → 삿포로 구간을 청춘 18 티켓만으로 이동한 경우가 거의 없어서 참고할 자료가 없다. 2.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일본 사람들조차도 벌칙이나 극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말리고 있다. 3. 청춘 18 티켓이 5일 동안 만円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일반적인 이용 요금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지만 소요 시간과 깎아 먹는 체력, 중간의 숙박비 등을 고려하면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보다 비싸진다.
  • 여기까지만 써놓고 글을 마무리하면 × 싸고 뒤 안 닦은 뒤 그냥 나가는 기분이니까, 뭐라도 정보가 될만한 걸 요약하고 끝내자.



  • 오사카駅 → 삿포로駅 직선 거리는 1,059.9㎞ 되시겠음. 구글 지도에서 신칸센 타고 가는 걸로 검색해보면 1,469㎞로 나옴. 실제 JR 재래선을 타고 이동하는 거리는 무려 1719.7㎞. 서울 → 부산 거리를 450㎞라 한다면 거의 네 배 가까운(3.82) 거리. ㄷㄷㄷ
  •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비행기, 배, 기차(신칸센). 가장 빠른 건 비행기.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할 수 있음. JAL, ANA, 피치 등 여러 항공사가 취항 중.
  • 배 같은 경우 거대 페리를 이용할 수 있음. 교토 마이즈루에서 배를 타고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내리면 됨. 시간은 당연히 오래 걸리지만 짐이 많은 경우에는 배가 나을 수 있음.
  • 신칸센의 경우는 일단 오사카에서 도카이도 신칸센을 타고 도쿄까지 감. 도쿄에서 홋카이도 신칸센을 타고 신 하코다테까지 간 후, 슈퍼 하쿠토로 갈아타서 삿포로까지. 비행기 이상의 돈이 들 수 있음.
  • 마지막으로 일반 열차. 위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수시로 나올 정도로 빡쌘 일정. 기를 쓰고 가도 편도 3일은 잡아야 한다고 함.
  • 과거에는 침대 열차가 있어서 드러누워 갈 수 있었는데 2015년 3월 12일부로 없어졌다고. 젠장.
  •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가는 루트에 대해 정리한 사이트 가 있어서 소개함. 여러 루트가 있지만 대부분 1번 루트를 선택하는 듯. → https://seisyun.tabiris.com/kukan43.html
  • 그나마 최근인 2년 전에 청춘 18을 이용해서 홋카이도까지 간 사람의 글. 이 분의 글이 이동 경로와 열차에 대한 정보가 꽤 자세한 편이라서 참고가 됨.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츠루하시에서 새벽 다섯 시에 출발했다고 함. ㄷㄷㄷ   https://4travel.jp/travelogue/11266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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