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였는지 모처럼 푹~ 잤다. 매트리스나 베개의 푹신함도 적당해서 좋았지만 일단 덥지 않아서 좋더라. 어렸을 때 인삼을 가득 싣고 있는 트럭이라도 통째로 삼킨 건지 몸뚱이에 열이 엄청 많은 편이라 남들보다 더위를 쉽게 느낀다. 병원에서 체온을 재면 36.5℃인 걸 보면 정상인 것 같기는 한데 스스로 느끼는 내 몸뚱이의 온도는 1년 365일 아랫목 구들장이다.
남들이 딱 좋다 그러면 나한테는 덥고, 내가 딱 좋다 하면 남들은 다 춥다 하고. 이 날 묵었던 숙소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켠 덕분에 무척이나 시원했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입구 쪽을 보고 찍은 사진. 블라인드는 쉽게 내려가는 반면 더럽게도 빡빡하게 올라갔다.
로비에서 안 쪽을 찍은 사진. 신발장도 없고 뭔가 좀 어설퍼 보이는 느낌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체크인 할 때 열쇠를 주던데 당최 어디에 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물함 같은 건 보지 못했는데.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일곱 시. 뮝기적거리다가, 세수랑 면도만 하고, 대충 입은 뒤, 선크림으로 목 위의 껍데기를 코팅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오후에 비 올 확률이 50%라는데 해가 쨍~ 쨍~ 한 것이, 어째 일본 기상청도 한국 기상청이랑 비슷한 수준인가 의심쩍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훅~
에어컨 덕분에 실내가 시원해서 바깥은 낙타를 타고 다녀도 이상할 게 없는 날씨라는 걸 잊고 있었다.
【 시즈오카 → 카나야 】
숙소에서 보면 맞은 편의 JR 시즈오카 역이 바로 보인다. 구글 지도의 농간으로 한참을 돌아야 했으니... -_ㅡ;;;
2층에서 입구 쪽으로 가는 길. 산뜻하게 파란 색으로 벽을 칠한 덕분에 시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찜통 of 찜통.
입구에는 노렝(暖簾 = のれん, 우리 식으로는 포렴(布簾))이 걸려 있다. 도어락이 장착된 유리 문도 있고.
처음 숙소를 찾을 때에는 조금 헤맸지만 이제는 지하로 내려가면 역 건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니까 곧장 지하도로 내려갔다.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関西) 지역에서는 ICOCA가 주력 IC 카드지만 도쿄를 비롯한 간토(関東) 지역은 SUICA가 주력(물론 PASMO도 있습니다만.). 시즈오카도 도쿄 인근인지라 SUICA를 많이 쓰지 않을까 싶다. 각 지역마다 제각각인 IC 카드가 전국 호환 된다(초기에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충전도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긴가민가 하면서 10,000円을 충전해봤는데... 문제없이 잘 된다. ㅋㅋㅋ IC 카드의 충전, 사용은 아무 문제가 없고 반납만 해당 지역에서 하면 되는고만(도쿄 여행 때 산 SUICA를 오사카에서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어제 저녁에 라멘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희한한 몸뚱아리. 나가는 게 귀찮아서 그냥 잤더니 아침부터 배가 고파온다. 커피라도 일 잔 마셔야겠다 싶은데 스타벅스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없음. -ㅅ-
닉네임을 부른 뒤 음료를 주는 시스템 때문에 스타벅스 가는 게 껄끄러운 아저씨. 하지만 다른 가게가 눈에 안 띄니 어쩔 수 없지.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했더니 사이즈를 고르란다. 고만고만한 녀석으로 달라고 했더니 주문 마치고 돈 내는 사이에 컵에 얼음이랑 커피 담아서 내어준다. 빨라서 좋고만. 1円 짜리가 생기는 게 싫어서 십이나 백 단위로 딱 떨어지지 않으면 IC 카드나 라인 카드로 결제하려 하는데 스타 벅스에서는 500円도 안 되는 돈이다 보니 현금으로 결제하게 된다. 소액을 카드로 결제한다고 눈 흘기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데 한국에서 하도 당해왔다 보니.
자리 잡고 앉아서 태블릿을 꺼낸 뒤 여행기와 돈 쓴 내역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이라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써놔야 블로그에 후기 올릴 때 그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저녁이 되면 아침에 뭐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 ㅠ_ㅠ 아직 열차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뭔가 대단한 걸 쓰는 것처럼 다리 꼬고 인상 써가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이 40에 중2병. ㅋ
이 날은 시즈오카 ↔ 카나야 말고는 JR을 탈 일이 없는데 왕복 요금이 1,080円이다. 청춘 18 티켓이 11,850円이니까 5로 나누면(5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하루에 2,370円이 된다. 최소 2,370円 이상을 타야 본전을 뽑는다는 얘기. 이 날 티켓을 써버리면 오히려 1,290円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인지라 이 날은 IC 카드로 JR을 탔다.
어제 한 번 가봤던 곳이라고, 무거운 가방 없이 가벼운 차림이라고, 한껏 여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 모 선배가 모자보다 두건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는 바람에 종종 두건을 하고 다니는데, 이 날은 두건을 어찌나 꽉 졸라맸는지 머리에 피가 안 통해서 아침부터 멍~ 한 상태였지만서도.
【 카나야 → 센즈 】
어제 간 적이 있는 오이가와(大井川) 철도(鉄道) 카나야(金谷) 역(駅)에 도착. 역 안에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열차 시간표와 요금. 어제 갔던 오쿠오이코조까지의 편도 요금이 2,520円이니 패스가 없으면 5,040円을 써야 한다.
이미 어제 한 번 봤던 카나야駅의 열차 플랫폼. 아침부터 엄청나게 덥다. 에어컨이 없으니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오늘도 오로나민 C로 시작하는 하루. -_ㅡ;;; 화분을 엄청나게 갖다 놓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시켜서는 저렇게 못할 거다. 정말 좋으니까 하는 거지. 멋진 취미다.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새를 쫓기 위함인지 빛을 반사해서 반짝거리는 색종이 같은 걸 여러 개 매달아 뒀더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네.
엄청난 자연 풍경도 좋아하지만 뭔가 인공적인 구조물이 한 꼽사리 끼어 있는 풍경에 환장하는 게 나인 모양.
이른 아침이지만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가을 단풍 시즌이면 내국인도 엄청나게 몰린다고 하던데...
일본에서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라이센스를 정식으로 구입한 덕분에 토마스 보겠다고 이 깡촌까지 오는 사람들.
센즈駅에 도착! 어제는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오늘은 타고 갈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느긋하다.
어제는 보지 못한 레일 바이크. 이 날씨에 저걸 탄다고? 돈 내고 군대 훈련소 체험하는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다.
【 센즈 → 스마타 협곡 온천 제3주차장 】
어제 탔던 열차로 갈아타고 가도 되지만 이 날은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오이가와線 프리 패스가 있으면 버스도 무료니까.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역무원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참을 설명하고 있기에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역 밖으로 나갔다.
역 맞은 편에 번듯한 관광 안내 센터가 보이기에 돌진! 여성 두 분이 앉아 계시다가 내가 들어가니까 두 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라. 예전 같으면 번역기 돌린 화면을 보여주고 뭔 얘기인지도 모르면서 눈치로 대충 그런가보다 하고 어물쩡 나왔을텐데, 이제는 일본어 좀 배웠답시고 일본어로 물어보고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한다.
미리 알아본대로 1번 정류장에서 버스 타는 것도 맞고, 버스 출발 시간도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과 다르지 않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금방일 줄 알았는데 4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단다. 응? 그렇게까지? 아무튼, 지도 한 장 받아들고 감사하다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선풍기 앞에 물을 뿜는 분사기를 장착해놨더라. 시원한 건 이 앞에 서 있을 때 뿐.
여기에서 버스를 탄다. 탑승 구간이 길어질수록 요금이 늘어나는 버스지만 나에게는 프리 패스가 있드아!!!
근처의 관광지에 대한 안내를 일본어 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안내하고 있다.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다. 딱 시골 역의 화장실답게 생겼다. 악취는 조금 있었던 걸로 기억.
센즈 온천. 겨울에 왔다면 온천에 몸이라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숨만 쉬어도 익어가는 이런 계절에는...
센즈駅. 토마스 열차와 관련된 행사가 있는 기간이었는지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 안내 센터에서 받은 지도. 이후 버스에 올라온 아주머니 한 분이 똑같은 지도의 흑백 버전을 나눠주시더라.
└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다른 나라의 말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중요하다 싶더라.
버스는 정시에 출발. 버스 안에서 바깥 풍경을 찍다가 흔들리는 바람에 포커스가 날아갔다. 찍힌 사진을 지우다가 문득 필름 카메라 시절이 생각난 아저씨.
예전에는 스물네 장, 서른여섯 장, 촬영 가능한 횟수에 제한이 있는 필름을 따로 사야 했다. 구입한 필름을 카메라에 끼운 뒤 사진을 찍고, 다 찍으면 필름을 감아 현상소에 가져다 줘야 했다. 잘못 찍혔네 어쨌네 할 수가 없다. 현상료는 무조건 내야 한다. 므흣~ 한 사진이라도 찍으면 현상소 아저씨가 먼저 본다.
그런 시절에는 '무제한 필름이 있으면 참 좋겠다.' 는 생각 정도만 했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거의 무제한 급으로 촬영하고 집에서 혼자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제법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4,000장 이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나오니 거의 무제한이지, 뭐.
스마트 폰도 그렇고, 과거에 상상만 했던 것들을 현실에서 직접 쓰고 있다. 내가 지금 꼭 있어야겠다 싶은 건 지상에서 살짝 떠 이동하는 호버 보드 같은 건데... 죽기 전에 상용화 되려나? ㅋ
버스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열심히 달려 간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평범한 길이었는데 점점 벼랑으로 향한다. '기사님이 실수라도 했다가는 바로 전국 뉴스에 등장하겠는데?' 싶은 길이었다. 후지산 올라가는 길보다 더 위험해 보여서 살짝 쫄았음. ㅋ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딘가에 들렀는데 화장실마저도 멋들어지게 꾸며놨다. 일본 관광 산업은 진짜... 지독하다.
어제도 보면서 신기하게 여겼던, 전봇대 위에 달린 선풍기. 차 밭에만 있는 걸 보면 이유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빈 자리가 많아서 오른쪽으로 나가시마 댐이 보인다고 했을 때 오른쪽으로 홀랑~ 넘어가서 구경하고 그랬다.
다리 성애자는 오늘도... -_ㅡ;;;
줄 맞춰 심은 나무들. 깔끔하게 깎여있는 잔디도 보기 좋았다. 소풍 오기 좋은 공원... 이 아니라 헬기장이다. -ㅅ-
길이 워낙 좁다 보니 반대 편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는 살짝 클락션을 울리기도 하고 조심조심 올라간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한 대가 비켜줘야 하는 길도 여러 번 나왔다. 실제로 가던 중 승용차와 만나자 버스가 후진해서 비켜주기도 했다. 보통은 승용차가 후진해서 비켜주기 마련인데, 원칙대로 오르막길 올라가던 버스가 후진으로 비켜주더라.
이 날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날이었는데, 아베 ㅺ가 기어코 일을 저질러버렸다. 골 빈 ㅺ 같으니라고.
지소미아(Korea-Japan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 韓日軍事情報保護協定) 파기하자고 난리던데, 나는 파기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 파기해버리면 재협정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파기한 쪽이 불리해질 수 있다. 협정은 협정대로 연장하되,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일본 ×들이 달라는 정보 안 주고 똥줄 타게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 돼지 ㅺ는 애먼 데다 쏘지 말고 일본 본토 지나가는 미사일 쏘라고. 지진보다 더 경기하는 게 본토 상공 지나가는 북한 미사일인지라 관련 정보가 몹시 아쉬울텐데 우리가 '기다려 봐', '조금 있다가 줄게', '아직 확인 중이라',... 하면서 똥줄 타게 만들어야 한다.
아베 ㄴㅺ가 꼴통 짓 하는 와중에도 일사병(일본에서는 熱中症(열중증)이라 부릅니다.)에 주의하라는 경보가 계속 날아온다. 손전화로 아베 ㅺ 관련 뉴스 보랴, 바깥 기온 확인하랴, 정신 없는 와중에 스마타쿄 도착. 혹시 모르니까 내리면서 기사님에게 스마타쿄 제3주차장 맞냐고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숨이 턱! 막힌다.
【 스마타 협곡 온천 제3주차장 → 유메노츠리바시 】
근처 관광지가 안내되어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유메노츠리바시나 나가시마 댐 등에 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타고 왔던 버스. 저기에서 손님을 태우고 다시 센즈駅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걸리고.
촌동네 다닐 때에는 버스 시간을 잘 알아둬야 한다.
이 날 가야 할 곳은 유메노츠리바시 뿐이니까 급하게 다니지 않고 여유를 부리면서 주차장 근처부터 돌아본다.
물레방아가 눈에 딱 들어오기에 바로 사진을 찍고, 가까이까지 가 봤다.
보통은 이런 곳에 붕어? 잉어? 뭐, 대충 주먹만한 크기의 민물 고기 같은 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긴 정ㅈ... 아니, 올챙이 수백 마리가 바글바글했다. 근처에 새라도 있음 여기는 고기 뷔페가 되는 셈인데.
관광안내소에 들어가서 근처 볼만한 게 있는지, 추천할만 한 장소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바빠보여서 통과.
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 만약 저걸 못 탄다면 택시를 부른 뒤 한국 가는 비행기 표 값 정도를 내면 된다.
└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도 있고, 다른 숙소도 그닥 비싸지 않은 듯 하니 버스 놓치면 여기서 자는 게 나을지도.
뭔가 초등학교나 아람단, 보이스카웃 같은 곳에서 단체로 놀러와 이용할 것 같은 시설. -ㅅ-
'스마타쿄에서 내리면 된다' 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가는 길을 모르니까 일단 구글 지도를 켰다. 그리고 일본어로 '夢の吊橋' 라고 목적지를 입력했더니, 차로 46분을 가야 한다고 나온다. 어? 뭐. 라. 고. ?
이게 무슨 와사비 갈아 팩하는 소리냐. 차로 46분? 25㎞? 걸어서 일곱 시간? 뭐가 어긋나도 크게 어긋났는데? 이상한데? 계속 길 따라 가야 해?
그러고 있는데 이정표가 나타났다. 1.6㎞ 떨어져 있단다. 어이, 구글! 어제부터 자꾸 이럴래? 오냐오냐 했더니!
여행 계획을 세우며 검색하다가 블로그에서 봤던 가게도 등장. 이 가게는 다리에 다녀오니 그제서야 문 열고 있더라.
여기는 온천 겸 숙박 시설인데 숙박하지 않는 사람도 500円인가 1,000円으로 온천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다.
식당 발견! 밥부터 먹어야 했다. 배가 고팠다. '영업 중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장사 중.
식당에 들어가니 뚱~ 한 얼굴의 젊은 처자가 혼자 서 있었다. 일본 가게는 들어가는 순간 어서오라며 손님을 맞이하면서 몇 명이냐고 묻는 게 일반적. 그리고 자리를 안내해준다. 한국처럼 아무 자리나 내키는대로 앉으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여기는 몇 명이냐 묻지도 않고 자리를 안내해주지도 않는다. 뻘쭘하게 한 명이라고 했더니 들어오라는 손짓 뿐. 그냥 아무 자리나 가서 앉아 메뉴를 훑어보다가 주문을 하려고 불렀다. 슥~ 오더니 주문 받아서 슝~ 간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관광지의 식당에서 훌륭한 맛이나 서비스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되는 모양이다. 새벽까지 남자 친구와 싸웠는데 내가 그 남자 친구와 굉장히 닮았거나 뭐 그랬던 걸까?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더니 허리를 굽혀 폴더 인사를 하시면서 뭐라 뭐라 한다. 못 알아 들어서 "에?" 하니까 다시 천천히 말씀해주신다. 알레르기 같은 건 없는지 물어보시는 거였다. 없다고 하니까 고맙다고 다시 인사하면서 반찬을 가져다 주시고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신다. 괜찮다고 하니까 웃는 얼굴로 주방에 들어가신다. 젊은 처자와 완전 딴 판이다.
고사리를 비롯한 이런저런 야채가 들어간 우동이 나왔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짜고. 맛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돌로 된 도리이가 눈에 들어온다. 계단이 좀 높아보이긴 했지만 올라가서 구경하고 갈까?
... 했지만, 일단 발을 디디면 한 시간이라는 안내를 보자마자 포기. 날 더운데 한 시간 등산이라니. -ㅅ-
화장실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놨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시기지만 청소도 깨끗하게 해두었고.
└ 장수의 논개 생가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을 관리, 청소하는 사람들은 견학와서 배우고 가시기를.
온천수를 쓰고 있다면 온천이라 써붙여 놨을 건데 ゆ라고만 쓰여진 노렝을 걸어놨다. 그냥 목욕탕은 아닌 거 같은데.
족욕 까페도 있더라. '다녀오다가 시간 있으면 들어가봐야지.' 라 생각했다.
머리 굵어진 이후로 저런 데 얼굴 들이밀고 사진 찍은 기억이 전혀 없는 것 같다. -ㅅ-
길이 양갈래로 나뉘어진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다리로 가는 방향이 안내되어 있다. 작은 글씨로 전방의 게이트 오른쪽으로 들어간다고 쓰여 있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인데 저걸 보고 관람할 수 없는 걸로 알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초록일베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모 블로그에서도 문 닫힌 줄 알고 그냥 돌아갔었다는 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작은 글씨로 게이트 오른쪽으로 들어간다고 쓰여 있고 그 밑에 '전방으로 들어가주세요.' 라고 또 쓰여 있었다.
이렇게 막혀 있지만 오른쪽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둥 뒤에 공간 있다고! ㅋㅋㅋ)
저 녹슨 시설을 보니 쌍팔년도에는 틀림없이 수련원 같은 시설로 활용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이 쪽으로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만사 귀찮아서 그냥 통과했다. -ㅅ-
엄청나게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산이라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조용한 산길을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간다.
바닥에서 뭔가 움직이기에 멈칫! 하고 봤더니 엄청나게 화려한 색깔의 도마뱀이 부지런히 기어가고 있었다.
망가져가는 다리를 보니 고베의 누노비키 폭포에 다녀오다가 산길 헤매며
고생 했던 기억이 나버렸다. 젠장.
└ 올 해 2월에 했던 바보 짓... https://40ejapan.tistory.com/188
원숭이도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원숭이 봤다는 글도 있었던 듯. 나? 나는 원숭이 똥꼬도 못 봤다.
염병할 포항 스틸러스 응원은 그만뒀지만 그렇다고 무 썰듯 검빨을 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ㅅ-
산 속에 레이더를 숨겨 놨다!!! 는 뻥... -_ㅡ;;; 돌 굴러가유~ 두 갠디... 같은 사고를 막고자 설치한 거.
이렇게 보면 날씨 끝내주쥬? 멋진 날씨 같쥬? 하늘이랑 구름 색깔 오지쥬? 실제로는 쪄 죽어유. -ㅅ-
화장실도 참 잘 만들어놓는단 말이지. 그래도 화장실에 노렝 걸어놓는 건 좀... -ㅅ-
저 앞에 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곳을 지나야 다리를 볼 수 있다.
뭔가 공포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터널. 내 앞과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ㄷㄷㄷ
터널은 제법 길다. 내부에는 물이 또옥~ 또옥~ 떨어지고 있었고. 터널이다보니 서늘하고. 귀신 나올것 같다.
지나온 길을 돌아봐도 무섭기는 마찬가지. 밤이라면 절대 못 갈 길이다. ㄷㄷㄷ
터널을 통과해서 나오니 일부러 만든 것처럼 보이는 산사태의 흔적이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됐지?
또 갈래 길이 나왔다. 여기에서는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
골든 위크(GW)와 단풍 기간 등에는 일방 통행이라는 걸 알리고 있다. 다리를 다시 건너올 수 없다는 안내.
이 쪽으로 가라고 안내가 되어 있긴 한데, 아래 쪽이 막다른 길로 보여서 맞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갔다.
여러 대의 차가 세워져 있고 건물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 옆으로 철로 된 계단이 있더라.
길 안내가 되어 있다. 페인트로 써놓은 것보다 이렇게 나무 판때기 파서 만든 쪽이 운치 있고 좋다.
계단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저 멀리, 강 사이에 걸린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착! 마침 아주머니 떼(?)가 건너오고 있어서 주변 사진을 찍으며 기다려야 했다.
다리가 견딜 수 있는 건 10명이라고, 11명 이상이 건너는 것은 위험하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 보통 한 사람의 몸무게를 60 ~ 70㎏ 정도로 보니까 다리는 500㎏ 조금 넘는 무게가 한계.
물 색깔이 아쉽다. 다른 사진 보면 굉장히 맑은 물이 흐를 때도 있던데.
다리는 이렇게 생겼다. 고소 공포증 같은 게 심한 사람이라면 절대 건널 수 없게 생겼다. ㅋㅋㅋ
└ 실제로 내가 도착했을 때 다리를 건너고 있던 아주머니들은 벌벌벌 떨면서 기다시피 건넜다.
강철 와이어가 있으니 쉽게 끊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불안한 사람들 귀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겠지. ㅋ
타카마츠(다카마쓰)의 이야 카즈라바시는 전통 기법으로 나무만 엮어 만든 건데, 오히려 그 쪽이 더 튼튼해 보인다. 다만, 이야 카즈라바시는 한 번 건널 때 550円을 받는다. 유메노츠리바시는 무료. 솔직히 100m도 안 되는 다리 건너는 데 돈 받는 건 만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닥에 붙은 널빤지가 세 장에서 두 장으로 줄어드는 구간. ㅋㅋㅋ
유메(夢=ゆめ)는 꿈, の는 우리 말의 '~의' 라는 뜻이다. 츠리바시(吊り橋)는 현수교를 의미한다. 현수교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양쪽 언덕에 줄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거기에 의지하여 매달아 놓은 다리.' 라고 나온다. 그대로 번역하면 '꿈의 현수교'가 되고 실제로 그렇게 써놓은 블로그도 꽤 되는 것 같더라. 하지만 안내판의 한글 번역은 '꿈의 출렁다리' 라고 되어 있다. 건너 보니 출렁다리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니 이런 쪽에 쥐약인 사람들은 무섭기 짝이 없겠지만 그럭저럭 튼튼해 보이니 망설임없이 쉭~ 쉭~ 걸었는데 다리가 출렁~ 출렁~ 한다. 타카마츠의 이야 카즈라바시는 흔들림이 거의 없었는데 이 다리는 나 혼자 걷는데도 걸음에 맞춰 휘청휘청하는 게 느껴진다.
다리를 건넌 후에는 이 쪽으로 빠져 나가야 한다. 골든 위크나 단풍 시즌에는 다리를 다시 건너는 게 불가능.
하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때니까, 다시 건너 가도 된다. ㅋㅋㅋ
다시 한 번 다리를 건너는데 유난히 흔들린다 싶더라니, 뒤에서 오던 아저씨가 일부러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ㅅ-
【 돌아가는 길 】
볼 거 다 봤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_ㅡ;;;
뭔가 아쉬워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사진을 찍었다. 사진 편집 툴로 물 색깔 바꿔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생략.
아까의 철제 계단을 다 올라와 아스팔트 길로 향하고 있는데 오른 팔뚝에 컬러풀한 문신을 한 처자가 보는 것 만으로 어지럽다는 듯 털썩! 주저 앉는다. 나란히 옆에서 걷던 남자가 괜찮냐며 걱정해주고.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 은 개뿔, 까진 가시나가 순둥이 상대로 여우 짓 하고 자빠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ㅅ-
다시 등장한 터널.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거니까 여기를 또 지나가야 한다.
터널 바로 옆은 낭떠러지. 사진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굴러 떨어지면 꽤 다칠 것 같은 지형이다.
걸어가면서 버스 시간을 검색해보니 8분 뒤면 출발이다. 마구 뛰면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이런 날씨에 뛴다는 건 개미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설탕물로 샤워하고 놀이터에 드러 눕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다음 버스를 타기로 한다. 저녁에 하비 스퀘어에 갈 예정이었지만 이 날 못 가면 다음 날 가면 되니까. ㅋ
아까 지나쳤던 족욕 까페에 들렀다. 게스트 하우스도 겸하는 모양. 알았더라면 여기에서 하루 묵었을텐데.
따로 족욕하는 비용을 받지는 않는다. 커피나 음료가 500円으로 좀 비싼 편인데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홍차도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일본어를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는지 '영어 메뉴를 줄까요?' 라고 물어보기에 일본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홍차는 얼 그레이 아이스 티가 있단다. 오! 딱이다. 그걸로 달라고 했다. 시럽이나 설탕은 없어도 된다 했고.
족욕을 아시유(足湯 = あしゆ)라 하는 모양이다. '아시' 가 발, '유' 가 목욕이니까 그대로 갖다 붙여서 쓰는 모양. 족욕도 아시유라 하고, 족욕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자리도 그냥 아시유라 부르는 것 같더라.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오래된 목욕탕 스타일의 타일에 온천수가 채워져 있다. 물은 미지근하더라.
물에는 뭔가 먼지 같은 게 많이 떠 있어서 깨끗하는 인상은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양말을 벗은 뒤 발을 퐁당! 뒤 쪽의 출수구에서는 살짝 뜨겁다 싶은, 못 참을 정도는 아닌 온천수가 나오고 있었다.
이내 음료를 가져다 주셨다. 물이 상당히 미지근했는데도 발만 담그고 있는 걸로 체온이 올라갔는지 땀이 났다.
손풍기를 꺼내어 땀을 좀 식혔다. 그러고 있는데 아까 다리에서 만났던 아주머니 두 분이 밖에서 나를 보더니 까페 쪽으로 왔다. 앉아 있는 곳이 아시유냐고 물어보시기에 그렇다고 하니까 좋냐고 물어보신다. 그럭저럭 괜찮다 하고 싶지만 마음 속으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일본어가 좀처럼 발사되지 않는지라 그냥 '좋습니다.' 하고 말았다.
온천이라 그런지 물에 담그고 있는 발이 미끈미끈하다. 못난 주인 만나서 혹사 당하고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불쌍한 발인데, 이런 거라도 가뭄에 콩나듯 해줘야지. 미안해, 내 신체에서 그나마 잘 생긴 축에 속하는 발아. -ㅅ-
갑자기 시원해지는가 싶더라니 구름이 몰려오면서 날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이다.
바이크 투어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부럽!!! 바이크 사는 건 물 건너 간 듯 하지만 면허는 받아둘까 싶다.
까페에서 나와 아까 겉모습만 보고 지나친 화장실에 들렀다. 겉도 그렇지만 내부도 깔끔하다.
텐구가 귀여운 캐릭터化 되어 그려져 있고,
뭐라 뭐라 뭐라 쓰여 있는데 읽을 엄두가 안 난다. ㅠ_ㅠ
역시나 다른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는 간판. 글자를 예쁘게 꾸며 놨네.
큰 길에 부서진 마루(?) 같은 게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뭐하는 곳인가 싶어 봤더니,
망한 호텔이다. 위치 자체는 훌륭한 편이니 리모델링 깔끔하게 해서 오픈하면 돈 잘 벌 거 같은데.
해가 지고 나서 다리를 건너는 것은 위험하니까 해 지기 전에 반드시 돌아와 달라고 쓰여 있다.
훗! 이 정도 쯤이야.
(죄송합니다. -ㅅ-)
밥 먹던 사슴이 내 발소리에 놀라 경계 모드! 관심도 없나, 임마. 회사에서 지겹도록 봤다. -ㅅ-
버스 타는 곳에 도착. 서 있던 열차 모형(?)은 봐주는 게 예의 아닌가 싶어 대충 둘러본 뒤 콜라 하나 뽑아 마셨다.
버스 다니는 시각이 안내되어 있다. 주황색이 매일 다니는 시각, 녹색은 관광객 몰릴 시즌에만 운영하는 시각.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건물 지붕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저거 의외로 효과가 있다.
방학 기간이긴 하지만 날씨가 워낙 뜨거워서 그런가 관광객이 많지 않다. 넓은 주차장이 휑~ 하다.
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타야 하는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반갑고만. ㅋ
버스 안은 시원했다. 운전 기사님은 아까와는 다른, 좀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
험한 길을 다녀서 그런가 요금이 저렴하지 않은 편이다. 패스 없으면 절대 못 다닌다, 이 동네는.
아까의 그 헬리콥터 착륙장을 다시 지나간다. 차로는 한참 와야 하니까 헬기장을 깔끔하게 만들어 놨다.
버스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 으려고 했지만 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나름 잘 잤는데도 이런다. 한국 돌아가면 진짜 해먹 사야 할랑가보다. -ㅅ-
【 센즈 → 카나야 】
센즈駅에 도착하니 증기 기관차가 서 있고 그 옆에 열차가 서 있다. 뭔가 쌔~ 해서 잽싸게 탔더니 바로 문이 닫힌다.
열차 안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게 14:35 열차였다. 스마타쿄에서 14:02 버스를 탔고, 역까지 40분 정도 걸리니까 저건 당연히 못 탄다고 생각을 했는데 백발 기사님이 쌔려 밟은 덕분에 탈 수 있게 됐다. ㅋㅋㅋ
덕분에 돌아가는 게 빨라졌다. 카나야 도착이 15:47, JR 도카이도線이 오는 게 15:51, 시즈오카 도착이 16:22, 착착 맞아 떨어진다.
이 동네는 온통 차 밭. 차로 유명한 동네인 모양이다.
토마스 열차 보려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여기는 신 카나야駅.
다시 카나야駅에 도착했다. 사람 앞 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다.
뭔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볼 수 없어서 아쉽네.
【 카나야 → 시즈오카, 슨푸 공원 】
카나야에서 시즈오카로 가는 열차를 탔다. 맨 앞 자리에 탔는데 아저씨 한 명이 기관석에 찰싹! 달라붙어 기관사처럼 전방을 향해 손짓도 하고 난리도 아니다. 철덕인 모양이다. 저런 사람이 진짜 오타쿠. 뭔가에 푹 빠져 거의 프로 급의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가 많은 나라다, 일본은.
경사면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고 있던 비둘기. 사는 게 쉽지 않지? ㅋㅋㅋ
슨푸 성은 대망(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데 우리나라의 반일 감정 때문에 저 제목을 붙이지 못하고 대망으로 대체했었더랬습니다. 지금은 원래의 제목을 달고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을 보면서 이미 눈에 익은 곳. 소설에서 보던 곳을 실제로 가다니. ㅋ
그러나 슨푸 성이라 하지 않고 슨푸 공원이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말 그대로 공원이었다. 보통 일본의 성이라 하면 위에서 본 해자가 둘러진 돌담이 나오고 천수각이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슨푸 공원은 천수각이 없다. 그래서 슨푸 성이라 하지 않고 슨푸 공원이라 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한 때 그의 본거지였던 곳이니까.
뒤늦게 발굴이 시작되었는지 둘러쳐진 벽 안 쪽은 이런 상태. 몇십 년이 지나면 천수각을 다시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 명예 시민이라면서 외국인 이름이 가타가나로 쓰여 있던데. 시즈오카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외국인인가봉가.
일본에서의 매미는 시끄럽다고 엄청 미움 받는 포지션. 땅 속에서 한참
고생하다가 일주일 살고 가는 건데.
딱히 볼 게 없어서 적당히 둘러보고 그냥 나간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돌담의 돌들이 자로 잰 듯 딱딱 맞아 떨어진다. 오사카 성 보는 것 같아서 별로다.
오히려 이런 경치가 더 보기 좋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 밥 먹고 하루 마무리 】
숙소 쪽으로 가는데 시끌시끌하다. 뭔가 싶어 봤더니 누가 길바닥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더라. 뭐하는 사람인가 싶어 봤더니 일본 공산당에서 나온 사람.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아베를 까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산당의 ㄱ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정작 그 공산당이 한국 편 드는 아이러니.
뭐라고 하는지 좀 들어볼까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세탁기 돌리려고 잔돈을 바꿔달라 했더니 100円 짜리가 없단다. 괜찮다고, 나가서 밥 먹고 바꿔 오겠다 하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를 갈까 헤매고 다니다가 결국 어제 갔던 가게에 또 갔다. -_ㅡ;;;
매울 신(辛) 보고 어제와 다른 라면을 선택했다. 교자 & 맥주 세트는 어제도 먹은 거. 자판기로 뽑은 표를 가져다 줬더니 매운 단계를 고르란다. 가장 매운 건 '25배 이상' 이었는데 뭔가 쫄려서 20배로 골랐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온 라면. 20배 매운 맛인데... 1도 안 맵다. 맵부심이 아니라, 진짜 안 맵다.
한국 사람 중에서도 매운 거 좋아하고 잘 먹는 축에 속하는데, 나를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배가 워낙 고팠으니까 맛있게 잘 먹었다.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하나 산 뒤 계산하려고 보니 맨 뒷자리가 1로 끝난다. 평소 같으면 1円 짜리 만들기 싫어서 ICOCA로 계산했을텐데 이 때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쓰기 위해 100円 짜리가 필요했으니까 1,000円 짜리를 냈다. 500円 짜리를 주기에 100円 짜리로 바꿔 달라고 해서 동전을 준비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라면 먹으러 나간 잠깐 사이에 또 땀이 나버리는 바람에 티셔츠를 다시 갈아입고 죄다 세탁기에 때려 넣었다. 400円 넣었더니 31분 걸린다고 나온다. 마땅히 할 것도 없으니 게스트 하우스에 붙어 있는 바로 가서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생맥주 한 잔에 500円. 싼 편은 아니다.
태블릿으로 여행기 정리하면서 홀짝홀짝 마셨다. 양복 입은 직장인 추정 아저씨 한 명이 와서는 알바 처자와 한참을 떠들면서 술 마시고 가더라. 이 처자, 뭔가 오해받기 좋은 스타일이다. 무슨 오해냐고? '쟤가 나 좋아하나?' 이런 거. ㅋㅋㅋ
아저씨 손님이 명함 놓고 돌아간 뒤 바에는 알바 처자와 나 뿐. 야금 야금 맥주를 추가 주문하는 와중에 세탁기에서 빨래 건져 건조기 돌리고. 그 와중에 알바 처자가 돈 받은 거 까먹고 맥주 값 안 주냐고. 아까 준 거 기억 안 나냐고 한참을 설명했더니 자기가 깜빡했다고. 젊은 처자가, 큰 일 나겠고만.
하비 스퀘어 위치 물어보다가 대화가 시작되어 이런저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하다가, 다른 사람이 오는 바람에 대화가 끊겼다.
마침 빨래도 다 되었기에 싹 들고 침대로 복귀. 짐 정리를 마치고 퍼질러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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