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올리려고 했는데, 나 같아도 끝까지 안 보겠다 싶어 결국 쪼개서 올립니다. -_ㅡ;;;
※ 역 이름은 'SHIN KOBE'. '신코베' 로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저는 제가 쓰던대로 '신 고베' 라 쓰겠습니다. -_ㅡ;;;
고베 여행에서 최악의 바보 짓을 했던 누노비키 폭포... 아...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는다. 열두 시간 전에 아무도 없는 산 타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 얘기를 풀어봐야겠다.
숙소를 나와 신 고베駅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멀리 케이블 카가 보인다. 응? 저건 뭐지?
숙소 근처에는 뭔 박물관도 하나 있었다.
대패가 그려져 있고 그런 걸 보니까 목공예나 뭐 그런 것과 관련된 박물관이 아닐까 싶더라.
길 건너 편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름이 육갑. '뭔 이름이 저러냐' 고 생각했는데 롯코산의 롯코가 한자로 六甲이었다. -ㅅ-
신 고베駅은 바로 전 날 헤매면서 대충 봐 뒀다. 일단 길을 물어보기 위해 2층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폭포에 가고 싶다 하니 지도와 함께 길을 알려 주신다. 역 밖으로 나와 터널을 지나면 된단다.
역 바로 앞에 이렇게 커다란 글씨로 가는 길을 안내해놨다. 왜 이게 안 보였을꼬?
터널이라고 하기 민망한, 역 건물 아래로 난 길을 통과하면,
이렇게 이끼에 요란하게 끄적거린 낙서가 보인다. 벽에 마구잡이로 그려진 낙서는 어디를 가나 SEX가 있는 것 같다. ㅋㅋㅋ
역 앞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 여름에 비 많이 와서 물이 막~ 흐르면 예쁠 것 같더라.
여기서 왼쪽으로 빠지면 애먼 곳으로 가게 되는 것 같더라.
와... 이런 곳에 사는 분도 계시는고나. 바로 앞에 전철 역이 있고 뒤에는 멋진 산이 있고, 최고의 입지 조건일랑가?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헤맬 염려는 없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_ㅡ;;;
음식물 버려서 멧돼지 밥 되게 하지 말라는 경고도 있고. ㅋ
얼마 걷지 않아 첫 번째 폭포가 나왔다.
이게 폭포? 아니, 이건 인공적으로 만든 거지만,
이게 폭포. 첫 번째인 오타키 폭포다. 전철 역 바로 뒤로 이런 폭포가 있다는 게 참... 신 고베駅이 시골스러운 역도 아닌데.
길 따라 가다보니 두 번째 폭포가 등장!
이 쪽이 더 굉장하다. 오~
오뎅 파는 가게에는 방명록으로 추정되는 노트가 잔뜩. 아홉 시가 넘었던 것 같은데 장사는 안 하고 있더라.
응? 스쿠터? 여기를? 스쿠터 타고 온다고?
이정표대로 따라 갔더니 전망대가 나왔다. 아... 멋지고만!
오른쪽의 뾰족한 건물이 ANA 크라운 플라자 호텔이다.
여기가 전망대. 한적하다. (여기서 돌아갔어야 했다. ㅆㅂ)
이 문을 통과해서 더 올라갈 수 있다.
날 더울 때에는 벌도 많은 모양. 벌 조심하라고 붙어 있더라.
케이블 카가 더 가까이 보인다.
이건 구름 다리 같은 건 줄 알았는데, 혹시 모를 케이블 카에서의 추락에 대비한 안전 장치인 것 같더라.
가다 보니 나무 덩굴에 휘감긴 다리가 등장.
흡사 얼마 전에 타카마쓰에서 본 이야 카즈라바시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까 멀찌감치에서 봤던 구름 다리 같은 곳의 아래를 지나간다.
길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뭔 성벽 같은 게 나온다. 설마 저 뒤에 물 가둬 놓고 그런 거 아니겠지? 댐도 아니고?
그런데...
물 가둬 놓은 게 맞는 거였다. ㄷㄷㄷ
역시, 어디를 가도 신사는 빠지지 않는다.
음식 파는 자그마한 가게. 이런 곳까지 어떻게 식재료를 나를까 싶더라. 엄청 낡고 허름해 보였다.
근처에 무허가로 장사하던 곳이 몇 군데 더 있었던 것 같다. 식당이었던 걸로 보이는 건물이 다 부숴져 있고 그렇더라. 처음 봤던 가게 앞에는 낡은 곰인형이 놓여져 있었는데 앞에 가던 남자 애들 네 명이 그 곰인형이랑 같이 사진 찍고 그러더만. 나름 마스코트 같은 건가?
추운 겨울임에도 너무나도 활짝 피어 있던 꽃. 동백인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 ㅋ
일본의 1월은 대부분이 흐렸다. 비라도 내렸음 차라리 좋았을텐데 그냥 시~ 커먼 하늘. 며칠씩 이어지는 어두운 하늘 때문에 날씨가 사람한테 영향을 준다는 말을 100% 믿게 됐다. 1월에는 컨디션이 나쁜 날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파~ 란 하늘이 엄청나게 반가웠더랬지. 적어도 이 때까지는.
길 따라 계속 가다 보니 이 길이 맞나? 싶은 장소가 나왔다. 누가 봐도 더 가면 안 될 것 같아 보이는 길이었다. 주변에 공사 장비 막 흩어져 있고. 밤에 왔다면 틀림없이 바지에 쌌을 것 같은 장소였다. 그래서... 뒤로 돌아갔다.
이런 길로 들어섰다. 여기를 지나칠 때 아저씨 한 분이 이 쪽으로 가는 걸 봤기에 여기로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즈넉한 산길.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다. 이정표에 무슨 공원이 있다고 쓰여 있는 걸 분명히 봤기 때문에 이 쪽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 참을 가도 인기척은 전혀 없고, 완전 첩첩 산중이다. 길이 전혀 정비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닌 듯 했다. '곰이나 멧돼지라도 나오는 거 아냐?' 하고 잔뜩 긴장한 상태로 걸었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걷는 것도 잠시, 길이 미친 듯 험해지기 시작했다. 곰이고 나발이고 안 미끄러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 길 맞아?' '나 길 잃은 거야?' '정말 이 쪽으로 가면 되나?' '제대로 된 등산로를 걷고 있는 건가'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거기에다 '여기가 맞나?' 하고 의심하는 타이밍에 이정표가 나오곤 했다. 이정표의 신 고베駅 방향으로 계속 걸었는데... 진짜... 와... 씨... 막 양 옆으로 풀 돋아나 있는 게, 누가 봐도 사람이 오랫동안 다니지 않은 길인데 다른 길은 보이지도 않고, 산 속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엄청 무서웠다. 산삼 캐러 올라온 것도 아니고, 이게 뭔... 엽기적인 살인 저지르고 숨어 살겠다고 이런 데 기어 들어오겠고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한~ 참을 갔더니 이런 시설이 나왔다. 허브 가든? 뭐, 그런 곳이었다.
여기서 또 바보 짓을 했다. 출입할 수 있는 모든 곳이 닫혀 있었는데,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영업 중이긴 한 것 같았다. 여기서 어떻게든 입구를 찾아 들어간 뒤 요기라도 하고 편한 길로 가야 했는데 입구가 다 막혀 있으니 그냥 포기하고 가던 길로 계속 갔던 거지. 위 사진 왼 쪽 위를 보면 자그마한 계단이 보이는데, 나름 깔끔해서 그 쪽으로 가면 괜찮은 길이 나올 줄 알았다. 그리하여... 개고생 Part.2가 시작되었다. ㅆㅂ
얼마 안 가니 아까 전망대에서 봤던 전망이 보이더라고. 조금만 더 가면 되겠고나 싶었지.
바로 근처에 뭔가 거대한 건물도 보이고. 다만 코 앞에 있는 저 건물로 갈 수 없을 뿐이고.
그리고... 길이 더 험해졌다. 지금까지 왔던 길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건, 뭐... 하아... 사진만 봐도 토 나온다.
내려온 길을 되돌아 봤다. 경사도 경사지만 길 자체가 부실한데도 흙이 막 미끄러져서 안 넘어지려고 낑낑대며 내려 갔다.
중간에 두 번 정도 길을 잃었다. 나름 산 잘 탄다 자부하는 사람인데, 지리산 처음 갔을 때 생각났을 정도로 힘들었다. 진짜, 한 시간 정도만 더 저런 산길 걸었다면 119에 전화 했을 거다. 다스케떼 구다사이(살려주세요)!!! 라고 해버렸을지 모른다.
...... 마음만 그랬다는 거다. 실제로는 전화하지 못했을 거다. 왜냐고? 전화가 안 터졌다. 하... 내가 일본에서 저가 이동통신 쓰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신칸센 안에서 잠시 먹통이 되거나 점심 시간에 인터넷 엄청 느려지는 건 경험한 적이 있지만, 통화 불능 뜨는 건 처음 봤다. 갑자기 멧돼지나 곰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길을 혼자 걷고 있지, 사방에 사람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지, 경사는 가파르고 길은 험하지, 배는 고프지, 편한 길 놔두고 애먼 곳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롯코산 제대로 한 바퀴 돌았다. 후지산이 여기보다 힘들까 싶더라. 열여덟! 열여덟!
그렇게 한참 가다가 길을 잃고 이상한 오두막 같은 곳으로 갔다가 되돌아 나오니 저 아래로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 ㅠ_ㅠ
제 정신이었다면 이 길로 가겠냐고. 다른 한 자 다 몰라도 급! 이랑 주의! 는 눈에 들어오더라. ㅆㅂ ㅠ_ㅠ
올라갈 때에는 걸어서 가고 내려올 때에는 케이블 카 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케이블 카는 개뿔... 죽다 살았다.
다시 보니 반가운 고베 시가지. 진짜... 계속 ㅆㅂ ㅆㅂ 거리면서 내려왔다. ㅠ_ㅠ
아스팔트 도로를 잠시 걸으니 아까 잠시 들러 사진 찍었던 전망대가 나오더라. 하아~ 왔던 길 되돌아서 신 고베駅에 도착. 힘든 것도 힘든 거고 배가 고파서 당장 뭐라도 먹어야 했다. 역 2층으로 올라가니 기념품 파는 가게 앞에 식당이 보여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들어갔다. 금연석, 흡연석, 어디가 괜찮냐? 는 물음도 귀에 안 들어왔다. 그냥 "히토리데스(한 명입니다)~" 하고 밀고 들어갔다. 바 타입의 자리에 앉아 바로 주문. 함박 스테이크와 새우 튀김, 가라아게가 샐러드, 밥과 함께 나오는 정식이었는데 쥐알만한 레몬 조각 남겨놓고 싹 다 먹어치웠다. 그렇게 배를 채우니 그나마 좀 살 것 같더라.
예전에 오카야마 갔을 때 기노 성 본답시고 산에 올랐다가 고생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보다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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