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여행 5일째. 놀고 먹을 때에는 시간이 더 잘 간다. 빈둥거리고 놀 때에도 플랭크 할 때처럼 시간이 흐른다면 이것저것 참 많이 할 수 있을텐데. -ㅅ-
암막 커튼을 조금 걷어놓고 잔 덕분에 햇빛이 새어 들어와 이른 새벽에 깨고 말았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손전화를 집어들고 알람을 봤더니 자기 전에 쓴 숙소 평가에 댓글이 달렸네. 와이즈 아울 호스텔스 도쿄 점에 이용 후기를 남겼는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스태프가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한국인이 맞나 싶은 게, 내 이름이 영문 표기 방식대로 이름, 성 순으로 나오니까 그걸 그대로 읽어서 진정주氏라고 부른 거다. 졸지에 개명 당했네. -ㅅ- 조치하겠다고는 하는데 냄새의 원인이 양키들 암내인지라 양키들한테 오지 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일 거고, 초강력 공기 청정기가 있어야 할 건데 과연 사다 놓을런지. 아무튼, 이번 여행 중 경험한 최악의 숙소였다. 다시 갈 마음? 당연히 1g도 없지.
낮에 보는 풍경은 밤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 근처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시야가 탁 트여 있으니 좋고만.
호텔 이름이 α-1 인 건지, 소니 카메라 광고판인 건지, 당최 알 수 없지만 입지는 저 쪽 호텔이 더 좋은 듯.
└ 이렇게 써놓고 나니 궁금해져서 원본 사진 확대해봤더니 호텔 이름이 α-1. -_ㅡ;;;
여기저기에 풍력 발전기가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에 있는 걸 자주 봤는데 이 동네는 바닷가에 많더라.
그나저나 보조 배터리가 걱정이다. 어제 20% 정도 남은 상태에서 충전기를 물려놓고 잤는데 확인해보니 50%도 채 충전이 안 됐다. 체크 아웃 하기 전에 100% 채우는 건 절대 무리.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으려나?
몸이 잔뜩 무거워서 좀 늦게 움직이면 안 될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07:55 열차를 못 타면 오늘 홋카이도에 상륙할 수 없다. -_ㅡ;;; 어떻게든 미리 알아본대로 움직여야 한다.
일단 씻고 아침 밥을 먹으러 갔다. 예약 사이트에서 보니까 조식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더라고. 그래서 나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아침 일찍부터 좁아터진 식당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얼굴만 가지고 국적을 판단하는 건 무리지만 대부분 일본인이 아닐까 싶더라. 게다가 연령대도 높아서 내가 젊은 축에 속할 정도였다. -ㅅ-
조식은... 그냥 딱 가격에 어울리는 정도. 하긴 5,500円 짜리 호텔에서 ANA급 조식이 나올 거라 기대한 게 무리였다. 베이컨 몇 조각이랑 빵 조금 집어먹고 그냥 방으로 돌아갔다.
이 날 이후의 일정이 전혀 안 세워져 있는 상태였기에 조금 불안하긴 했다. 하코다테에서의 일정과 삿포로까지 가는 방법도 알아봐야 하고 오사카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도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호텔의 와이파이가 형편 없어서 뭘 할 수가 없다.
전 날 안 먹고 남겨뒀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원래는 가방에 넣고 이동 중에 먹을 생각이었거든. 하지만 아침도 부실하게 먹은데다 날도 더운데 상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배에 넣어버렸다. 일찌감치 1층으로 내려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체크 아웃.
【 사카타 → 아키타 】
이 날도 푹푹 찐다. 가방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은데. -ㅅ- 일단 역으로 향했다.
2번 플랫폼에서 07:55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한다. 100㎞ 이상 이동해야 하니 앉아서 가지 못하면 피곤해진다.
열차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 단촐하게 두 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사카타駅. 잘 있으렴.
뭔가 아침부터 아련해져서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본다.
이 녀석이 어제 15분 가까이 기다리게 만들었던 특급 열차. 돈 있으면 빨리 가는 거고 없으면, 뭐...
'여기에서는 좌측 통행' 이라 쓰여 있다. 이제는 좌측 통행이 맞는 건지 우측 통행이 맞는 건지 헷갈린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왼쪽 길~' 하고 노래까지 부르면서 좌측 통행 타령했는데 요즘은 우측 통행이 맞네 어쩌네 하고 있으니까. -ㅅ-
이렇게 쭉~ 뻗은 공간에 아무도 없는 게 좋더라고, 나는.
가장 선호하는 문 옆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침 일찍인데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자꾸 역의 여기저기를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사카타는 술을 뜻하는 사케(酒 = さけ)의 변형된 발음인 사카(さか)와 밭을 뜻하는 타(田, た)가 더해진 지명. 술과 무슨 관계가 있나 알아봤더니 그런 건 아니고, 에도 시대부터 교토와 오사카에 쌀을 공급하던, 유명한 곡창 지대였다고 한다. 모가미 강의 맑은 물도 있으니 맛 좋은 쌀과 깨끗한 물이 만나 멋진 술이 된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지명에 영향을 준 건가 싶기도 하고. 뭐, 아무튼 지금은 상공업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많은 듯.
검색해보니 이 지역을 여행한 사람도 꽤 있는 모양.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여행 패턴이 소도시 위주로 바뀌고 있다. 아베 ㅺ 때문에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으니 멍청한 정치인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거지. 나는 아오모리 쪽의 숙소가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하루 묵고 지나가는 정도에 그쳤지만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을 보니 여기도 멋진 곳이고나 싶네.
햇볕이 강렬한 지역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태양광(이 맞겠지...?) 충전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논 한 편에 섬처럼 외딴 공간이 있다. 나무로 빽빽한데 도리이가 보이는 걸 보니 신사가 있는 듯.
촌 놈이라 그런가 높은 건물 투성이에 삐까번쩍한 도시보다는 이런 시골이 훨씬 좋다.
선로 위를 지나는 통로로 들어가는 입구. 비 맞지 말라고 지붕도 씌워놨다. 시골 역은 시골 역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 동네, 저 동네, 천천히 구경하고 일정 없이 돌아다니다가 해 지면 거기에서 묵고, 그렇게 여행하고 싶지만... 그건 진짜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비행기 타면 두 시간도 안 걸릴 거리를 며칠 걸려 가는, 나 같은 도시 빈민에게는 어림도 없는 여행이다. 로또 1등 되서 남은 생 정도(?)는 일 안 해도 밥은 안 굶겠다 싶으면 그 때나 저렇게 여행해볼까.
열차 안에서는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삿포로 쪽 숙소를 알아봤다. 호텔스닷컴이 내 주머니 사정도 모르고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호텔을 추천하고 있더라. 빅 데이터 시대인데 사용자 성향 정도는 좀 파악하라고. 5만원도 비싸다고 느끼는 판에.
APA 호텔이 확실히 싸긴 하다. 역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 가격에 비해 시설도 훌륭하다. 하지만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면 노숙을 했지, APA는 절대 안 간다. 모르고 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알고 가면 개, 돼지나 다를 게 없지.
게스트 하우스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서 예약하려고 했는데 '남녀공용 도미토리 / 여성 전용' 이라고 뜬다. 저게 뭔 소리야? 남녀 공용인데 여성 게스트만 받겠다는 건가? 그런 식으로도 운영하나? 남녀 공용 도미토리는 성별 관계없이 먼저 들어가면 그만 아닌가?
께름칙하니까 다른 곳을 알아봤다. 그 와중에 쫓기듯 구경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일단 비행기 표부터 알아보기로. 삿포로의 신 치토세 공항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피치 항공이 가장 저렴한 것 같았는데 토요일에 표 값이 훅! 비싸지고 일요일은 다시 싸진다. 음... 아예 일요일까지 삿포로에 눌러 앉을까?
그래서 다시 삿포로 쪽 숙소를 검색하면서 체크 아웃 날짜를 일요일로 바꿨다. 그랬더니!!!
하루에 20,000원 조금 넘던 하루 숙박비가 40,000원대로 확 올라가버린다. 응? 아니, 금요일과 토요일 숙박비가 비싸지는 건 그렇다고 쳐. 다른 날도? 예를 들어 수, 목, 금, 이렇게 2박 3일 숙박할 경우 하루에 20,000원씩 ×2 = 40,000원이 된다. 그런데 수, 목, 금, 토, 일, 이렇게 4박 5일로 일정을 바꾸니까 하루에 40,000원씩 ×4 = 16만원이 되어 버린다. 아... 이런 시스템이었나? 그래서 주말 끼고 연박할 경우 평일과 휴일을 쪼개서 예약하라고 했던 건가?
저게 모든 숙소에 다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고, 호텔스닷컴에서만 저런 식으로(하지는 않을 거다. 부킹닷컴이나 아고다나, 다 같은 회사라서. -ㅅ-) 가격을 지정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렴하게 숙소를 잡으려면 평일만 포함해서 가격 확인한 후 주말을 낀 가격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도시 빈민인데.
아무튼, 숙박비가 너무 비싸지니 일요일까지 있는 건 무리. 7일에 삿포로 쪽을 대충 구경하고 8일에는 왓카나이에 다녀온 뒤 9일에 오사카로 돌아오는 걸로 해야겠다. 일단 숙소부터 예약 완료.
금요일에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니 15만원이 넘어간다. 인천에서 간사이 갈 때의 티켓 값이네. 거기에다 피치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수하물을 최대 2개, 무게 합계 7㎏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금 넘어도 못 본 척 해주는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사와 달리 피치는 깐깐하다. 가지고 있는 가방이나 짐의 무게가 7㎏ 이상이면 위탁 수하물로 맡겨야 한다.
지금 가방이 7㎏ 미만일 리 없으니 위탁 수하물 한 개를 맡길 수 있게끔 유료 결제에 포함했다. 17,800円. 티켓 등급을 올려 기본적으로 위탁 수하물을 하나 포함하고 있는 게 18,000円 넘으니까 이렇게 사는 게 낫다.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돈 쓴 거 정리하고, 왓카나이 쪽 후기 검색해보고, 이것저것 했는데도 한 시간을 더 가야 한다. 멀고만.
【 아키타 → 오오다테 】
아키타에 도착. 진돗개를 닮은 아키타 개와 연관이 있는 도시일까? 신칸센 역이라서 여기도 사람이 꽤 있는 편이다. 바로 건너 편 열차로 갈아타면 되는데 이미 만석. 비집고 들어가면 어찌 앉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다리의 편안함보다는 쪽팔림이 우선이다.
서 있다가 사람들이 내리면서 빈 자리가 생겨 한 자리 차지하고 앉은 후 노래 들으면서 멍 때리고 있는데 노이즈 캔슬링을 뚫어내고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됐으려나 싶은 남자 아이가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바닥에 주저 앉아서 운다. 애 엄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방치. 열차 안의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모른 척 하고 있다.
【 오오다테 → 히로사키 】
오오다테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갈아탈 열차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저~ 쪽 선로에 딱 보이네. 빈 자리는 아슬아슬하게 있는 편. 이 쪽 동네에 이런저런 마츠리가 많아서 일본 내국인들도 관광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빈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후 아까 바닥에 앉아 울고불고 난리였던 애들과 엄마 일행이 같은 칸에 탑승. 하아...
아까처럼 울고 불고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노이즈 캔슬링도 소용이 없고나. 그나마도 배터리 방전되어 꺼져버리고.
딱히 할 것도 없어서 태블릿으로 책 보고 있으니 시간이 잘 간다. 금방 히로사키에 도착. 바로 맞은 편에 서 있는 열차에 For AOMORI라 쓰여 있는 걸 보고 바로 갈아 탔다.
【 히로사키 → 아오모리 】
오오다테까지 가는 열차 안에서 본 사람들이 제법 있다. 다들 아오모리까지 가는 모양이다. 아오모리에 마츠리가 있어서 들렀다 가고 싶은데 숙소가 너무 비싸다. 하루에 10만원이 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좀 비싸게 하루 묵더라도 구경할 걸 그랬나?' 싶긴 하지만, 다시 저 때로 돌아간다면 결국 그냥 지나칠 것 같다. 아오모리는 나중에 각 잡고 한 번 가볼까 싶다.
구글 지도로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바다를 보려면 오른쪽에 앉아야 한다. 하지만 오른쪽은 빈 자리가 없다. 다들 알고 일부러 오른쪽 자리에 앉는 건지. 어쩔 수 없이 그냥 왼쪽 자리에 앉았다.
【 아오모리 → 쓰가루후타마타 → 오쿠쓰가루이마베츠 → 키코나이 】
무사히 쓰가루후타마타駅에 도착. 신칸센이 아니었다면 내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역이었다.
타고 온 빨간 열차. 나 말고는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ㅅ-
딱 부러지게 생긴 여성 차장은 표 확인도 안 한다. 나가면 누가 확인하나? 라 생각했지만 표 보자는 사람이 아예 없다.
내가 내린 뒤 금방 떠나가는 열차. 방에서 지도 보면서 계획 세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진짜 여기까지 왔고나.
바로 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니 기념품 파는 가게와 식당이 보인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서는 오쿠쓰가루이마베츠까지 가야 하는데 10분 걸린다고 나와서 좀 떨어진 곳에 신칸센 전용 역이 있는 줄 알았다. 가서 보니 그게 아니라 재래선 옆으로 신칸센 전용 선로를 새로 깔고 신칸센用 역을 따로 지은 모양.
지붕이 있는 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벽에는 신칸센 개통을 축하하는 엽서가 잔뜩 붙어 있었고.
통로는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다. 역까지 차로 온 후 신칸센을 타고 홋카이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
근처 관광지가 안내된 지도. 안타깝지만 여기도 그냥 지나갈 뿐이라서...
역은 이렇게 생겼다. 리모델링을 한 건지 깔~ 끔하다.
자전거도 빌려주는 모양이다. 무료인지 유료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홋카이도에 가는 신칸센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서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한참을 역에서 보내야 한다. 역에서 멍 때리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오래 기다려야 하는 사람은 자전거 타고 근처를 한 바퀴 도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나는... 말도 안 되게 더운 날씨 때문에 엄두도 안 냈다.
배가 엄청나게 고팠지만 아무래도 새 건물에 가면 더 괜찮은 식당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바로 신칸센 역사로 향했다.
안내가 잘 되어 있는데다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지고 자시고 할 일이 없는 구조라 쉽게 갈 수 있다.
이 때가 14:41인데, 타야 할 열차는 17:01 출발.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거다. ㅠ_ㅠ
NHK에서는 한국 까느라 바쁘다. 아베 ㅺ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NHK ㅺ들.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재래선 역사가 보인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일단 계단으로 올라가 본다. 건물 안이지만 엄청나게 더웠다.
선로 위를 지나는 긴 통로 끝에 신칸센 표를 파는 곳과 대합실 같은 게 있다.
오른쪽이 재래선, 왼쪽이 신칸센이 다니는 새로 깐 선로.
가까이에서 신칸센 보는 것도 돈 받는 모양이다. 홋카이도 신칸센의 적자가 엄청나다고 하던데.
표 파는 곳이 생각보다 작다. 식당? 그런 건 없다. 식당이나 기념품은 아까의 건물에서 해결해야 한다. 여기는 말 그대로 딱 열차 타는 것과 관련된 시설 뿐. 자판기는 있더라만은.
'장가 가면 절대 여자 속 안 썩이고 착실하게 회사 ↔ 집 뿐일 것 같지만 유부남인 줄 알면서도 들이대는 여자들이 종종 있어서 부인이 속 끓일 것 같이 생긴 남자' 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_ㅡ;;; 안으로 들어가서 신칸센 표를 사고 싶다고, 청춘 18 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30분이면 충분하니까 굳이 좌석 표를 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청춘 18 티켓과 연결된 옵션권은 무조건 2,300円인 모양이다. 50円을 100円으로 착각해서 잘못내는 바람에 10円 짜리 다섯 개 더 내서 제대로 표 값을 지불하고 표를 받았다. 그런데... 좌석 번호가 없다. 응? 자유석이냐고 하니까 아무 데나 앉으면 된단다.
밥 먹으려면 아까의 건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계단이 전부 115개라는 경고(?)문. ㅋㅋㅋ
식당 앞에서 뭘 먹을까 망설이다가 자판기에서 1,200円 짜리 정식 표를 샀다. 밥 한 끼에 13,000원이라니...
같이 주문한 맥주를 먼저 줘도 되겠냐고 묻기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먼저 나온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이내 밥이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너무 비싸. 800円 정도면 딱이지 않을까 싶은데. 소고기라 안 되려나?
밥 다 먹고 나니 할 게 없다. 시원한 곳에 가서 와이파이 잡은 뒤 게임이나 해야겠다 싶어 다시 신칸센 역 쪽으로 향했다. 재래선 건물과 신칸센 건물 사이에 대합실이 있었는데 거기가 그나마 시원해 보였으니까.
자리 잡고 앉았는데 팔꿈치가 따끔거려서 그냥 느낌이 그런가 싶어 봤더니 쇠파리가 피 빨고 있다. ㅽ
탁! 탁! 몇 번을 쳐냈는데도 계속 덤벼 든다. 자리를 옮겼는데 기어코 따라와서 이번에는 왼쪽 종아리에 착륙. 피 빨려고 주둥이를 들이댄다. 오른쪽 신발 바닥으로 종아리를 쳐서 쇠파리를 기절시켰다. 살려줄까 하다가 그냥 뒈져라~ 하고 밟아서 이승과 작별하게 만들었다. (이 때 물린 팔꿈치, 일주일이 지나도록 간지럽다. 병원 가야 한다, 안 가도 된다, 말들이 다 다르던데 일단은 안 긁고 그냥 두는 중.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무료 와이파이에 달라붙어 게임하고 있으니 시간 잘~ 간다. 슬슬 가야겠다 싶어 아까 표를 샀던 곳 쪽으로 이동. 게이트에 표를 넣어야 할텐데, 신칸센 표만 넣으면 되는지, 청춘 18 표와 겹쳐서 두 장을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를 때에는 물어보는 게 빠르다. 역무원에게 가서 물어보니 신칸센 표에 도장을 찍어주며 지나가면 된단다.
그걸 못 알아듣고 다시 게이트 쪽으로 가니 손을 막 내저으면서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통과하는 거라고. 내릴 때에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일본어 1년 가까이 배웠는데 이 모양이라니, 자괴감이 들었다.
타야 할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맞은 편은 깔끔했지만 내가 서 있던 2번 플랫폼은 공사 중이라서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시간 맞춰 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열차 옆 면에 지정석이라고 쓰여 있다. 응? 자유석에 타야 하는 거 아닌가? 열차 앞 쪽으로 이동해서 자유석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다. 일단 타고 보자.
열차에 타서 내부 안내도를 보니 자유석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9호, 10호 차량은 그린샤니까 표 없으면 가지 말라고만 되어 있더라. 그러고보니 아까 표 살 때 역무원이 1~8호 차량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했던 것 같다. 음... 지정석이라 되어 있지만 지정석이 아닌 건가?
해저 터널 통과한 후 첫 역인 키코나이에서 내릴 거니까 중간에 누가 '내 자린데?' 할 일도 없고... 아무데나 앉자.
다른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2열 / 통로 / 3열의 구조다. 일본 고속 열차만 이렇게 생겨 먹었다.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 달라면서 키보드 소음을 예로 들어 놨다. 응?
해저 터널을 통해 혼슈에서 홋카이도로 넘어가지만 물 속으로 지나가는 내내 시멘트 벽 말고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보통 해저 터널이라고 하면 아쿠아리움에서 보던 유리로 된 터널 같은 걸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식으로 터널을 뚫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거다. 해저 터널 구간만 통과하는 티켓 가격을 100만원씩 받아도 적자일 듯.
아무튼, 빈 자리가 많았다. 꽉 채워서 다녀도 공사비 뽑으려면 한참 걸릴텐데. 이래서 홋카이도 신칸센이 간당간당한다는 말이 나오는고만. 2031년까지인가 삿포로까지 뚫을 예정이라는데 그 전에 안 망하고 예정대로 잘 할 수 있을지.
30분에 2,300円 냈다. 청춘 18 덕분에 싸게 산 건데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열차 표는 구입할 때 입석, 좌석, 특석 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반면에, 일본은 탑승권과 좌석권을 따로 사는 형태로 되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표 사는 것처럼 서서 갈 거니까 탑승권만 주세요 라던가 편하게 갈 거니까 그린샤(특석)로 주세요 하면 알아서 표를 주긴 하는데 종이로 된 표를 두 장 준다. 게이트를 통과할 때에는 그 표 두 장을 나란히 겹쳐서 넣어야 한다. 오쿠쓰가루이마베츠에서 키코나이까지는 탑승권이 1,450円이고 좌석권이 2,710円, 합이 4,160円이다. 74.8㎞를 33분만에 주파하는데 45,000원이면 비싸긴 확실히 비싸다. 다만 청춘 18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2,300円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내려서 열차 옆 면에 지정석이라 되어 있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ㅅ-
사람들을 내려놓고 금방 다시 출발. 홋카이도 신칸센은 일본인들에게도 신기한 녀석이라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키코나이 역 앞의 주차장. 넓찍~ 하다.
두 시간 마다 한 대씩 다니는 모양이다. 도쿄나 신 오사카에서는 몇 분마다 한 대씩 볼 수 있는 신칸센인데.
키코나이駅도 신칸센 전용 역사를 새로 지은 건물인 모양. 홋카이도의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사진이 붙어 있다.
신칸센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애니메이션도 있는 모양.
왼쪽으로 가야 재래선 역 건물이 나오는데 잘못 보고 오른쪽으로 나가버렸다. -ㅅ-
헤매고 다니다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서야 반대 쪽이 재래선 건물이라는 게 눈에 들어온다. 지쳐서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서 한 번 끊어야겠다. 키코나이에서 하코다테까지 갔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ㅋ
-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① 2019.06.30.
개요, 경로 검색 사이트 소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② 2019.07.22.
여행 전의 이런저런 걱정들, 각종 정보들-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③ 2019.07.28.
일정 세우기, 여행 관련 사이트 소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④ 2019.07.29.
여행 경로 확정, 숙소 예약-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⑤ 2019.07.31.
출발 전의 궁시렁, 첫 날 일정 및 지도-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⑥ 2019.08.01.
집 → 텐노지 → 오사카 → 마이바라 → 오오가키 → 토요하시 → 하마마츠 → 카나야 → 센즈 → 오쿠오이코조 → 센즈 → 카나야 → 시즈오카 → 숙소
오이가와線을 타고 여행, 오쿠오이코조 역-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⑦ 2019.08.02.
숙소 → 시즈오카 → 카나야 → 센즈 → 스마타 협곡 온천 제3주차장 → 센즈 → 카나야 → 시즈오카 → 숙소
유메노츠리바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⑧ 2019.08.03.
숙소 → 시즈오카 → 아타미 → 도쿄 → 숙소
시즈오카 하비 스퀘어-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⑨ 2019.08.03.
도쿄 FC vs 세레소 오사카-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⑩ 2019.08.04.
숙소 → 도쿄 → 타카사카 → 미나카미 → 나가오카 → 니이가타 → 시바타 → 무라카미 → 사카타 → 숙소-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⑪ 2019.08.05.
숙소 → 사카타 → 아키타 → 오오다테 → 히로사키 → 아오모리 → 쓰가루후루마타 → 오쿠쓰가루이마베츠-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⑫ 2019.08.05.
키코나이 → 하코다테 →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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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 돌아오기-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이동 거리 및 지출 내역 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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