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에서는 전차 보는 거 말고는 더 둘러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기분인지라 더 본다는 게 좀 민망했다.
다음으로 갈 곳은 타누키 호수. 6㎞ 이상 걸어야 한다. 날씨가 맑았다면 당연히 걸어... 아니, 날 덥다는 핑계로 안 갔으려나? 아무튼. 비 오니까 저 거리를 걷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시라이토 폭포로 돌아가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 시라이토 폭포 주차장에 도착. 배가 고파 야끼 소바라도 먹을까 말까 또 엄청 고민했다. 하지만 역에 가서 밥 먹는 게 낫겠다 싶어 주차장 앞에서 안내를 하는 할아버지께 버스 타는 곳을 여쭤본 뒤 그 쪽으로 향했다.
후지노미야駅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
비 내리는 버스 정류장.
한국이든 일본이든 관광지 앞 가게는 맛이 별로라는 게 학계의 정설...일 리 없고 그저 내피셜. -_ㅡ;;;
입장료가 없어서인지 비가 오는 와중에도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가 제법 있었더랬다.
그저 낡은 버스라 하기에는 분위기가 뭔가 색다르다 싶더라니,
버스 바닥이 나무? ⊙˛⊙
현금으로 내려면 동전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탈 때마다 정리권도 뽑아야 하지만 ICOCA 덕분에 그런 귀찮음을 겪지 않아도 됐다. 간사이의 ICOCA는 간토 쪽으로 넘어와서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ㅋ
버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15분 동안 계속 나와 기사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거의 전세 내다시피 한 버스를 타고 역으로 돌아왔다.버스 안에서 식당을 검색하다가 오전에 본 한국 식당이 생각났다. 후기 중에 '일본 여행 중 입맛을 잃은 모친이 이 가게 덕분에 회복했다.'는 참으로 효성 깊은 아들내미의 글이 보인다. 그래! 저기에 가자!
버스에 탈 때까지만 해도 비가 꽤 내리고 있었는데 역 앞에서 내리니까 비가 그쳐 있다. 종종종종 걸어서 식당까지 갔다. 미닫이 문을 스윽~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 한 분이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해물파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 하셔서 그것도 하나 주문했다.
한 쪽 벽에는 한국 음료수와 라면이 잔뜩.
한참만에 등장한 김치찌개. 일본에서 먹은 김치찌개 중 가장 한국 음식 같았다.
김치찌개를 먼저 내어주시면서 밥은 필요 없냐고 물어보신다. 밥은 따로 시켜야 되는 모양이다. 공기밥도 하나 달라고 했다. 이어 해물파전도 나오고, 총각 김치랑 버섯 튀김도 서비스로 나왔다. 텔레비전에서는 법규형이 출연한 『 라디오 스타 』가 방송 중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부지런히 밥을 먹었다.
원래는 밥 한 공기 먹고 나서 소주 한 병 시켜서 마실 생각이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술은 안 먹는 게 낫겠다 싶더라. 그 와중에... 사장님이 담배를 피우는 걸 봤다. 아... 아아...
나는 개인적으로 남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 만드는 사람은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각이 둔해지네 어쩌네를 떠나서 돈 받고 파는 음식에 니코틴, 타르 등을 극소량이라도 넣고 있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담배 피우시는 거 보고 마음이 확~ 안 좋아졌다. 게다가, 조금 전에 '블랙 보리' 페트 병을 들고 있는 걸 봤는데 내가 밥 다 먹어가니까 컵에 따라 준 물이 블랙 보리. 탈탈 털고 나서 빈 페트 병 처리하시는 거 보니 '설마 병나발 불었던 걸 따라준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_ㅡ;;;
'3,000円 넘게 나오려나?' 했는데 2,000円도 채 안 나왔다. 계산하고 나왔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간만에 한국 음식 먹은데다 가격도 비싼 편은 아닌 거 같으니 그럭저럭이라 평가하고 싶지만 추천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돌아가던 중 초등학교 뒤 쪽에서 오래 된 완구점을 발견! 들어가볼까 하다가 살 것도 아니니... 하고 그냥 지나쳤다.
신사 앞의 공원 벤치에 앉아 시계를 보니 15시. 체크 인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다.
미리 가서 리셉션에 앉아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비도 오고 하니까 빗소리 들으면서 멍 때리고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지붕이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 30분 그러고 있자니 잠이 마구 쏟아진다. 춥고, 졸리고.
그렇게 30분을 더 보내고 16시가 되어 일어섰다. 이제 숙소에 가면 되겠다.
워렌 버핏이나 손정의, 이재용 같은 냥반이 통장에 한 1조만 꽂아주면 ↑ 이런 집 짓고 놀고 먹으면서 살텐데.
리셉션으로 가니 오전에 뵈었던 아주머니는 안 계시고 힙한 분위기의 총각이 앉아 있었다. 예약했다고 얘기하니 숙박계 써달라고 한다. 웰컴 트링크 있다면서 메뉴를 보여주기에 사케 달라고 했다. ㅋ
이런저런 안내를 받은 후 예약한 혼성 도미토리 룸으로 갔다. 2층 침대가 다섯 개, 열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인데 이 날 나 말고는 예약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허! 전세 냈네. ㅋㅋㅋ
침대 옆에 1인용 소파 두 개와 탁자가 놓여진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이렇게 용옥지가 보인다.
이런 구조다. 비가 많이 내릴 때 창문을 열어두어도 안으로 들이치지 않는 구조다. 정말 좋았다.
비가 상당히 내리고 있었기에 태블릿으로 타임랩스 영상을 찍어 봤다. 그걸 또 손전화로 찍고 있었다. ㅋ
아...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집, 딱 그런 구조와 크기,위치와 디자인이었다. 전부 맘에 들었다.
침대는 이런 구조. 2층 침대 네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문 쪽에 하나가 더 놓여 있다.
저 등갓 덕분에 흔한 백열 전구가 내는 빛이 멋진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한국 가면 저런 거 있나 찾아봐야지.
여기는 2층의 공용 공간. 여기에서 음식을 먹거나 간단히 일 잔 할 수가 있다.
맞은 편에는 IH가 하나 있고,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두 개가 배치되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다. 오늘 입었던 포항 저지에서 땀 냄새가 나기에 샴푸로 대충 비벼 빨았다.
나 뿐이니 눈치 볼 것도 없다. 사용한 수건을 널어놓고 소파에 앉아 탁자에 다리 올려놓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내 침대는 8번. 침대도 좁지 않고 쿠션도 적당했다. 움직여도 삐그덩~ 삐그덩~ 스프링 소리나지도 않았고.
한 쪽으로는 옷도 걸 수 있고 짐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딱 이 방만이라도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묵었던 남녀 공용 도미토리 룸의 이름은 키요미즈. 맑은 물이라는 뜻이겠지.
봐도 봐도 멋있다. 딱히 비싸 보이지도 않던데, 저 등갓이 실내 분위기를 확~ 바꿔 놓는다.
밥도 먹었겠다, 산에 가서 먹으려고 산 샌드위치도 가방 안에 그대로 있겠다, 샤워도 마쳤겠다, 뭔가 든든하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편하게 퍼질러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아, 방 빼고. 방은 진짜 부러웠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뭔가 불안하다. 비가 이렇게까지 오면 땅이 미끄럽다거나 하는 이유로 입산을 통제하지 않을까? 산에 못 들어가게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에 다시 와야 하나?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한국 식당에서 여행 왔냐고 묻기에 등산하려 했는데 버스 시간 때문에 못 가서 내일 간다고 했더니 지금 등산이 되냐고 되물었었다. 된다고 했더니 날씨 때문에 못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불안해져서 네×버를 통해 부지런히 검색해보지만 날씨 때문에 입산 통제되었다는 글은 찾을 수가 없었다.
방에서 좀 쉬다가 내려가서 맥주나 일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셉션으로 가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 지역 병 맥주는 700円, 생맥주는 600円이지만 숙박객에게는 100円 할인이 된단다. 1,000円 내고 500円 거슬러 받은 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라거일 줄 알았는데 에일 맥주다. 특별한 향 같은 건 없고 평범한 축에 속하는 맥주였다.
한 잔을 다 마신 후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마저 마셨다. 더 마실까 하다가 적당히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두 잔만 마신 후 방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에 중국인 아저씨 한 명이 체크 인 하고 들어왔더라. 간단히 인사 나누고, 바로 침대로 들어갔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말 좋다. 지금까지 숫하게 여행 다녔지만 이번 게스트하우스가 최고다. 확신한다.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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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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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숙소 결정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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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①, ②에서 했던 얘기 재탕 / 준비물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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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날씨 걱정 / 그닥 쓰잘데기 없는 글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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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내용: 날씨 체크 / 출발 전의 불안함
여기까지는 출발 전의 두근거림, 긴장 따위에 대해 길지 않고 주절거린 내용입니다.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마 ①의 등반 코스 안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_ㅡ;;;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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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심야 버스를 타고 오사카 → 후지노미야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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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버스 시간 때문에 급하게 일정 변경! / 숙소에 짐 맡기기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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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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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본궁 센겐 대사(富士山本宮浅間大社)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1−1 / 1-1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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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세계 유산 센터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5−12 / 5-12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시간: 09시 ~ 17시
요금: 성인 기준 300円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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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 ← 시라이토노타키)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73-1 / 273-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⑫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7
구분: 7월 11일(목)
내용: 와카시시 신사(若獅子神社)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317-1 / 2317-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⑬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8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한국 음식점 제주미 /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⑭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9
구분: 7월 12일(금)
내용: 숙소 → 역 → 후지노미야 루트 5合目 → 겐가미네봉(후지산 정상)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⑮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0
구분: 7월 12일(금) / 7월 13일(토)
내용: 하산 / 후지노미야 → 신 후지 → 오사카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A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1
구분: 다녀온 후
내용: 등산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 기타 팁이 될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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