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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2019년 여름, 후지산(富士山)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⑦

by 스틸러스 201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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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할대로 익숙한 내 집에서 자도 새벽에 한 번 이상은 꼭 깨는 예민 보스인데 버스에서 제대로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찔끔 자다 깨고, 또 찔끔 자다 깨고. 계속 그 모양이었다.




  • 세 시 조금 넘어 휴게소 같은 곳에 차를 세우더니 기사님이 휴식한다면서 안내 방송을 하더라. 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기사님도 자더라. 홈페이지에서는 기사님 두 명이 번갈아가며 운전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한 명이 운전하는 경우는 저렇게 중간에 쉬... 는 게 아닐텐데? 버스 도착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 아무튼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빗방울 떨어지는 건 보지 못했다. 버스는 다섯 시가 조금 넘어 다시 출발. 다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즈오카 톨게이트로 빠져 나가더라.



잠시 휴식을 취한 기사님이 버스를 다시 출발시킬 때, 내 옆에는 JOT(이)라 쓰여 있는 탱크로리가 서 있었다.



비가 예보되어 있어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괜찮은 날씨였다. 맑다고 하기는 어려운 정도였지만.



잠시 후 후지노미야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환영 간판을 보니 드디어 왔고나 싶더라.



  • 예정된 도착 시각은 07:03이었지만 1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버스에서 내렸다. 잠시 멍 때리다가 일단 가방부터 보관함에 넣어야겠다 싶어 역 쪽으로 올라갔다.



후지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아니면 1년에 몇 명이나 이용할까 싶을 정도로 작은 역, 후지노미야.



  • 역 안 쪽으로 들어갔는데 보관함이 전혀 안 보인다. 어라? 없나? 그럴 리가? 대충 주위를 둘러 봐도... 없다. 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가서 멍 때리고 있다가 '없을 리가 없다!' 는 생각에 다시 역으로 갔다. 역무원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니 앞 쪽에 서 있던 사람이 뒤로 물러나고 다른 사람이 앞으로 나선다. 외국인 전담인가보다. ㅋ
    짐을 넣는 캐비닛이 없냐고 물어보니 역무원이 코인 라커는 뒤 쪽으로 가면 있다고 알려준다. 멍청하게시리, '코인 라커' 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았다. 시작부터 바보력이 폭발해서 질질 흘러 넘친다. -_ㅡ;;;



역무원이 있는 사무실 뒤 쪽의 통로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걸 몰라가지고. -ㅅ-


  • 캐리어를 가지고 갔더라면 20인치 짜리라 해도 500円 짜리에 넣어야 했을텐데 가방을 가지고 간 덕분에 300円 짜리 코인 라커로도 충분했다.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갔다. 다른 블로그에서 여러 번 봐서 익숙했다. ㅋㅋㅋ



문제는 버스 시간표. 첫 버스가 아홉 시에 있다. 무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아...



버스 타는 곳은 표 파는 곳 뒤 쪽의 6번 승차장. 1, 2번 승차장에는 근처 학교로 가는 버스가 멈춘다.

그 버스에 타려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해서 6번 승차장 쪽도 덩달아 붐빈다.



  • 시간도 많겠다, 밥이라도 먹어야겠는데...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이른 시각에 장사하고 있는 가게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이 2㎞ 정도 떨어져 있다.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븐 일레븐으로.
    산에서 먹을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집어 든 뒤 아침으로 먹을만 한 게 없나 싶어 둘러 봤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 카페인 파워가 필요할 것 같아 몬스터 한 캔을 바구니에 넣은 뒤 계산대로 갔다. 계산하시는 아주머니가 등산이냐고 물으시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다시 묻는다.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에 간 적이 있단다. 명동에 갔었다면서, 노점에서 사먹은 새우가 맛있었다고 하더라. 응? 한국의 길거리 가게에서 먹은 새우가 맛있었다고? 명동에 그런 데가 있어? 새우 튀김이라 부르지만 튀김 옷이 더 거대한 한국산 먹다가 새우다운 새우가 들어 있는 일본의 새우 튀김 먹고 놀랐었는데, 일본 사람에게는 반대가 되는 건가? -ㅅ-
    아무튼... 어찌나 다다다다~ 쏴대는지, 간신히 알아 들었다.

  • 예전에도 한 번 쓴 것 같은데, 나는 상대가 막~ 말하면 한 번에 못 알아 듣는다. 머리 속에서 버퍼링이 걸린다. 그러니 그 말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화 중에 상대에게 네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버퍼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라고 할 수 없잖아? 그래서 한 번 더 말해달라고 한다. 그래 놓고는 다시 말하는 걸 듣는 게 아니라 머리 속의 버퍼링을 해결하는 거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계산하면서 나누는 잠깐의 대화를 위해 한 번 더 말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최대한 이런 내용이겠거니~ 하고 추측하면서 적당히 맞장구 쳤다.
    일본어 공부한답시고 와서는 어학 능력보다 상상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




  • 몬스터 한 캔으로 아침을 대신한 뒤 다시 버스 표 파는 곳으로 돌아갔다. 처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철창을 치워내고 표를 팔기 시작.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 이윽고 내 차례. '5合目까지 가는 가장 빠른 버스가 아홉 시냐?' '아홉 시다.'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는 몇 시에 있냐?' 그러자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면서 '오늘은 17시 30분이 마지막이다.' 라고 한다. 응? 뭐라고? 몇 시? 일단 종이만 받아들고 옆으로 비켜 섰다.

    굳이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불가능하다. 아홉 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탄다면 도착은 열 시 반. 올라가는 데 다섯 시간 걸린다고 하니까 정상은 아무리 빨라도 15시 30분이나 되어야 밟을 수 있다. 30분 정도 한 숨 돌리고 쉬다가 내려온다고 하면, 세 시간 걸린댔으니까 5合目에 도착하면 19시가 된다. 그러면... 버스가 없다.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는데 워렌 버핏한테 재산을 물려 받은 것도 아니고, 절대로 무리!




  • 결국 버스 시간 때문에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원래는 11일에 등산, 12일에 주변 관광이었는데 11일에 주변 관광, 12일에 등산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12일부터는 버스 운행이 많아져서 아홉 시 전에 출발하는 버스도 있고, 막차도 19시에 있다고 하니까.

  • 이렇게 되니 일단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짐부터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방금 전 코인 라커에 넣은 가방을 다시 꺼내야 한다. 한 시간도 채 넣어놓지 않았는데 300円을 쓰다니... 피 같은 내 돈.

  • 가방을 꺼내어들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역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응? 이게 뭐야? 그냥 한국 요리도 아니고, 제주 음식이라고? 에?



진짜인가? 아침 이른 시각이라 아직 영업하고 있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 그렇게 한국 음식을 판다는 가게를 지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다른 글에서도 썼습니다만, ○合目이라고 자주 언급하게 됩니다. 합할 합(合), 눈 목(目), 합목이라 읽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면 뭔가 이상합니다. 평소에 전혀 안 쓰는 단어니까요.
일본어로 읽자면 '고메'가 됩니다. 예를 들어 5合目은 고고메라고 읽습니다. 7合目은? 나나고메라고 읽으면 됩니다.
1 = 이치 / 2 = 니 / 3 = 산 / 4 = 시 / 5 = 고 / 6 = 로쿠 / 7 = 나나 / 8 = 하치 / 9 = 큐 / 10 = 쥬
우리 말로는 보통 '○부 능선' 정도로 씁니다. 5부 능선, 7부 능선, 이런 식입니다. 블로그에서는 ○合目으로 계속 쓸텐데 ○합목으로 읽으셔도, ○고메로 읽으셔도, ○부 능선으로 읽으셔도 됩니다.




  1.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①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49
    구분: 출발 전
    내용: 후지산 등반 코스(4개) 안내 / 오사카에서 후지노미야까지 가기 위해 심야 버스 예약

  2.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②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50
    구분: 출발 전
    내용: 숙소 결정

  3.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③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52
    구분: 출발 전
    내용: ①, ②에서 했던 얘기 재탕 / 준비물

  4.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④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57
    구분: 출발 전
    내용: 날씨 걱정 / 그닥 쓰잘데기 없는 글

  5.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⑤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0
    구분: 출발 전
    내용: 날씨 체크 / 출발 전의 불안함

    여기까지는 출발 전의 두근거림, 긴장 따위에 대해 길지 않고 주절거린 내용입니다.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마 ①의 등반 코스 안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_ㅡ;;;

  6.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⑥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1
    구분: 7월 10일(수)
    내용: 심야 버스를 타고 오사카 → 후지노미야

  7.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⑦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2
    구분: 7월 11일(목)
    내용: 버스 시간 때문에 급하게 일정 변경! / 숙소에 짐 맡기기

  8.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⑧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3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9.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⑨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4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본궁 센겐 대사(富士山本宮浅間大社)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1−1 / 1-1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10.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⑩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5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세계 유산 센터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5−12 / 5-12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시간: 09시 ~ 17시
    요금: 성인 기준 300円

  11.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⑪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6
    구분: 7월 11일(목)
    내용: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 ← 시라이토노타키)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73-1 / 273-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12.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⑫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7
    구분: 7월 11일(목)
    내용: 와카시시 신사(若獅子神社)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317-1 / 2317-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13.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⑬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8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한국 음식점 제주미 /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14.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⑭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9
    구분: 7월 12일(금)
    내용: 숙소 → 역 → 후지노미야 루트 5合目 → 겐가미네봉(후지산 정상)

  15.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⑮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0
    구분: 7월 12일(금) / 7월 13일(토)
    내용: 하산 / 후지노미야 → 신 후지 → 오사카

  16.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A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1
    구분: 다녀온 후
    내용: 등산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 기타 팁이 될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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