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에 도착한 게 14시 넘어서였는데 타려고 하는 버스는 17시 30분에 있다. 보통 하산에 세 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늦는다. 17시 30분 버스를 못 타면 다음 버스는 19시.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기어를 바~ 짝 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래 앞 부분에 교오오~ 하는 부분이 있는데 뭔가 기를 모으는 느낌인지라 지칠 때 들으면 좋다. ㅋ
올라갈 때에는 노래를 안 들었는데 내려올 때에는 심심해서 한 30분 정도 이어폰을 낀 채 내려왔다.
- 화장실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아랫 배가 쫄깃해져 와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또 9.5合目의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서 참다가 결국 9合目 화장실에서 또 200円을 썼다. 들어가려는데 마침 안에서 누가 나오더라. 그 사람이 나올 때 잽싸게 문 잡았더라면 200円 굳힐 수 있었을 거다. 나오는 사람도 은근히 그렇게 하라는 듯 문을 잠깐 잡아줬다. 하지만 200円 때문에 양심을 팔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 같이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서인지 문이 굉장히 급하게 닫히더라. ㅋㅋㅋ
- 그렇게 200円으로 자존심 팔고 싶지 않았는데... 내려가다가 노상 방뇨하는 아저씨를 봤다. 일본 아저씨들, 의외로 노상 방뇨를 자주 한다. 백주 대낮에 훤히 보이는 곳에서도 막 싸고 그러더라. -ㅅ-
- 계속 시계를 보면서 부지런히 걸어 내려왔다. 중간에 두 번 넘어졌다. 한 번은 사람 많을 때 넘어져서 좀 쪽 팔렸다. 그래도 등산용 스톡 덕을 톡톡히 봤다. 왜 지금까지 산에 다니면서 스톡을 안 썼나 후회할 정도였다.
- 한참 걷다 보니 아까 그 아이들 가족을 만났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니까 아! 하고 같이 인사를 하더라. 올라갈 때와는 모자도 다르고 입고 있던 옷도 달랐으니까 바로 못 알아봤을 수도.
아이들 표정을 보니 곧 죽을 것 같더라. 힘내라고 응원하고 지나쳐 왔다. 맘 같아서는 뭔가 간식거리라도 주고 싶은데 개뿔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무사히 잘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에게 절대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거라 생각한다.
- 걷다 보니 더워졌다. 생각해보니 계속 긴 옷을 입고 있었다. 7合目에서 옷을 벗었다. 그 시각에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 사람들은 산에서 하루 잘 생각을 하고 올라가는 거겠지?
- 그렇게 한참 내려간 끝에 6合目에 도착했다. 거기서 일하는 참하게 생긴 처자가 밖에 나와 있기에 5合目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10분? 9분? 그 정도 걸린단다. 고맙다 인사하고 부리나케 뛰어 내려갔다. 6合目부터는 말 그대로 뛰어 내려갔다.
- 결국 17시 25분에 하산 완료! 곧바로 기념품 가게로 들어가 아침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테루테루보즈 인형을 두 개 샀다. 하나에 1,500円이나 한다. ㄷㄷㄷ
- 버스에 타니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다행히 뒤 쪽에 빈 자리가 있어서 거기에 앉았다.
- 한~ 참 걸려 후지노미야駅에 도착. 택시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간신히 걸어 갔다. 숙소에 도착해 다녀왔다 인사를 하고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나서 가방 정리하고, 밥 먹으러 나갔다. 돌아오면서 우동 가게를 봤거든.
- 그런데 우동 가게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시스템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잔뜩 줄 서 있던데, 주문하고 받아서 식탁에 가 먹는 건지, 기다리는 사람들은 집에 가지고 가려고 포장을 기다리는 건지 알 수가 없더라. 결국 포기.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맸지만 비가 오는 가운데 식당은 찾을 수 없었다.
-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먹을 걸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 아까 식당 찾아 헤맬 때 서양 아저씨 한 명을 봤는데 느낌이 딱 우리 숙소로 갈 거 같더라고.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 갔더니 엉뚱한 곳으로 들어갔는지 유니폼 입은 사람에게 길 안내를 받고 있더라.
안 쪽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기에 거기 맞다고, 들어가면 된다고 손짓하며 앞장 섰다. 그 아저씨도 길에서 날 본 건지 씨익~ 웃으면서 따라 오더라.
- '손님 모시고 왔어요~' 라고 농담하며 들어가 음료수 마시며 호흡 좀 진정시키고. 사들고 간 라면 먹으려고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 뜨거운 물 기다리며 바 쪽에 앉아 있는 동안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처자랑 산에 갔다온 이야기 좀 하고. 한국 사람들이 매운 거 잘 먹는 스탯에 몰빵하는 얘기도 좀 하고.
- 라면 먹고 맥주 홀짝거리고 있는데 리셉션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치바에서 왔다는 처자, 참하게 생겼던데... 마음 같아서는 바 쪽으로 옮겨 앉아 같이 수다 좀 떨고 싶은데 몸이 너무 무겁다. 올라간다니까 스태프가 벌써 가냐고 아쉬워 하던데... 나도 아쉽다. 어찌 노가리 좀 깠음 싶은데. ㅠ_ㅠ
- 방으로 돌아가니 아까 그 서양 아저씨가 뭔가 준비하느라 바쁘다. 내일 산에 올라간단다. 고생하시겠고만요. ㅋㅋㅋ
- 바로 침대로 들어가 잤다. 새벽에 깨서 손전화 붙잡고 또 뻘 짓 하다가 다시 자고.
- 일곱 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서양인 아저씨는 이미 출발했는지 없더라. 가방 정리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가 스태프 아주머니와 수다 떨면서 빵 쪼가리를 먹었다. 아주머니가 항상 홍차를 마신다고 얘기하기에 홍차 좋아한다 하고. 걸어서 히메지까지 갔던 얘기하고. 이런저런 대화하며 앉아 있다가 올라가서 가방 들고 바로 내려왔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 근처 신사에 가서 부적을 두 개 샀다. 하나는 마사미 님, 하나는 나카모토 선생님. 생각해보면 천 쪼가리로 나무 감싼 게 16,000원 넘는 거잖아? 아... 너무 비싸. ㅠ_ㅠ
- 걸어서 버스 타는 곳까지 갔다.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 땀이 줄줄 흐른다. 아홉 시에 도착했는데 첫 버스가 열 시라고 해서 한 시간을 멍 때리고 있어야 했다.
신 후지駅으로 가는 버스는 열 시에 있다. 그나마도 주말이라 그런 거지 평일이면 열 시 43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없어서 조용~ 하다.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일상 대화의 목소리가 좀 큰 듯.
버스는 정확한 시각에 도착했다. 버스에 타니까 신칸센이 멈추는 신 후지駅으로 가는 버스라고, 열 시 30분에 도착한다고 기사님이 안내 방송을 했다. 교통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이 정도 간단한 내용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뭔가 뿌듯했다. ㅋ
버스는 후지노미야駅에서 신 후지駅까지 가는 직통인 건지 중간에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요금은 560円.
만날 파란색의 JR 로고만 보다가 주황색 로고를 보니까 느낌이 이상하다.
앱의 안내를 통해 ICOCA를 찍고 타면 된다는 걸 확인하긴 했는데 확실하지 않으니까 한 번 더 물어보기로 했다. 티켓 오피스로 가니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 있더라. 차례를 기다렸다가 앱으로 티켓을 구입했는데 따로 표를 받지 않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무슨 앱이냐고 물어보기에 스마트 EX라 했더니 IC 카드를 등록했냐고 물어본다. 등록했다고 하니까 그럼 그걸로 찍고 타면 된단다.
개찰구 쪽으로 가서 전철 탈 때처럼 지갑채로 ICOCA 카드를 찍으니까 앞 쪽에서 지잉~ 하고 승차 정보가 찍힌 작은 종이가 나온다. 신기하다. ㅋㅋㅋ
어플이 티켓 역할을 대신한다.
일본의 이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우리는 낡은 것을 그저 없애기 바쁜데, 일본은 과거가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맞은 편에 멈춘 신칸센 노조미. 신칸센이 상당히 자주 지나갔는데 정차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자유석이 1~7호, 14호, 15호 라고 한다. 응? 그렇게나 많다고? 일단 1호 차가 멈추는 곳의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열차가 도착했는데 안 쪽을 보니 빈 자리가 없다. 2호 차 쪽으로 걷고 있는데 안에서 사람들이 꽤 내린다. 빈 자리가 있겠다 싶어 기다렸다가 1호 차에 타니 창 쪽 자리는 없는데 통로 쪽 자리는 꽤 있더라. 적당한 곳에 앉았다. 주말이라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미카와안조駅에서 꽤 오래 멈춰 있었는데 내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창 쪽 빈 자리도 많았다. 그대로 신 오사카까지 가는 거라면 옮겨 앉았을텐데 곧 내려서 갈아타야 하니까 그냥 앉아 있었다.
한 시간 넘게 달려 나고야에서 내렸다. 내린 곳 맞은 편으로 들어오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열차를 갈아 탔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신 오사카에 도착. 바로 미도스지線을 타고 텐노지駅에 내렸다.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잔뜩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하악~ 하악~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①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49
구분: 출발 전
내용: 후지산 등반 코스(4개) 안내 / 오사카에서 후지노미야까지 가기 위해 심야 버스 예약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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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내용: 숙소 결정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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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내용: ①, ②에서 했던 얘기 재탕 / 준비물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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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내용: 날씨 걱정 / 그닥 쓰잘데기 없는 글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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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출발 전
내용: 날씨 체크 / 출발 전의 불안함
여기까지는 출발 전의 두근거림, 긴장 따위에 대해 길지 않고 주절거린 내용입니다.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마 ①의 등반 코스 안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_ㅡ;;;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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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0일(수)
내용: 심야 버스를 타고 오사카 → 후지노미야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⑦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2
구분: 7월 11일(목)
내용: 버스 시간 때문에 급하게 일정 변경! / 숙소에 짐 맡기기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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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⑨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4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본궁 센겐 대사(富士山本宮浅間大社)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1−1 / 1-1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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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7월 11일(목)
내용: 후지산 세계 유산 센터
주소: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5−12 / 5-12 Miyachō, Fujinomiya-shi, Shizuoka-ken
시간: 09시 ~ 17시
요금: 성인 기준 300円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⑪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6
구분: 7월 11일(목)
내용: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 ← 시라이토노타키)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73-1 / 273-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⑫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7
구분: 7월 11일(목)
내용: 와카시시 신사(若獅子神社)
주소: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317-1 / 2317-1 Kamiide, Fujinomiya-shi, Shizuoka-ken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⑬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8
구분: 7월 11일(목)
내용: 한국 음식점 제주미 / 키쿠스이 게스트하우스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⑭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69
구분: 7월 12일(금)
내용: 숙소 → 역 → 후지노미야 루트 5合目 → 겐가미네봉(후지산 정상)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⑮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0
구분: 7월 12일(금) / 7월 13일(토)
내용: 하산 / 후지노미야 → 신 후지 → 오사카 - 2019,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후지산 정상 찍고 오기! A
링크: https://40ejapan.tistory.com/371
구분: 다녀온 후
내용: 등산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 기타 팁이 될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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