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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07일 토요일 맑음 (あ···これ深刻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경우 특히나 심한 것이, 말하기 껄끄럽거나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얼버무려버린다는 거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싫은 소리를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런 성향은 국가 전체적인 부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나치 시절의 과오를 인정하고, 수 차례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제국 주의 시절의 반인간 범죄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고 인정조차 하지 않으니 사과는 요원한 일.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파괴로 인한 방사능 피해도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감추려 든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돈 내고 방사능 처먹으러 가냐고 비아냥대는데,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 2020. 3. 7.
2020년 03월 06일 금요일 맑음 (ちえっ! やばい!) 일본에 와서 좋은 점은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 한국에 있을 때에는 5년 가까이 날마다 출/퇴근 시간이 바뀌는 생활이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 샤워하고 나왔더니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메시지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날마다 같은 시각에 잠이 들어 같은 시각에 깨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는 일곱 시 전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준비를 하고 여덟 시 반 전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하지만 방학을 하는 순간, 그 규칙이 무너지면서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특히나 이번에는 귀국을 앞두고 있는지라 이삿짐 싼다는 핑계로 정리를 전혀 안 하고 있어서 방구석이 엉망진창이다.아시아나 항공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전 노선을 폐지한다고 하는 등, .. 2020. 3. 6.
이것저것 잡다한 사진 1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 風の森(카제노모리, 바람의 숲). 종류가 많지만 대부분 처음에는 탄산이 있다.└ 뚜껑을 따고 나면 탄산이 빠지는데 탄산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미묘하게 맛의 차이가 있단다. (아래에 혐오 사진... 이라고 해봐야 번데기 사진입니다만, 아무튼 싫어하는 분은 주의!) 한국 식품 판매점에서 사들고 온 통조림 번데기에 청양 고추 가루 넣어서 만든 술안주. -_ㅡ;;;└ 『 정글의 법칙 』 보니까 벌레 먹는 거 나오고 그러던데, 번데기 먹으면서도 다른 벌레는 좀... 마사미 님이 베트남 여행 다녀오시면서 사다주신 땅콩. 베트남 친구에게 보여주니 반가워하더라. 메인 블로그의 방문자는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500명에서 600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편. 치맥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사먹는 K.. 2020. 3. 5.
2020년 03월 05일 목요일 맑음 (そろそろ片付いていく) 13일이 기말 시험인데, 기말 시험을 끝내면 곧바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래서 13일 전에 가전 제품도 다 팔고, 거의 빈 집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더랬지. 하지만. 일본도 코로나 19의 여파가 큰지라 여행을 가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검사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반면, 일본은 검사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확진자가 마구 늘어나는 게 두려워서 검사를 하지 않거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불리하거나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피하는 식으로 살아온 것이 일본이니까.이틀 전인가, 하루카스에서 일하는 40대 여성이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지난 달에 교바시와 우메다의 라이브 클럽에 있었던 사람 중에도 확진자가 나왔.. 2020. 3. 5.
2020년 03월 04일 수요일 비옴 (雨は降ってるし、私は面倒くさいし) 불면증이라고 하면 보통 제대로 잘 수 없는 병이라 생각하지만, 불면증도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고 한다. 자려고 누웠지만 30분 넘게 뒤척거려도 잠들 수 없는 것도 불면증이라 하고, 나처럼 푹 자지 못하고 수시로 깨는 것도 불면증이라고 하더라. 여러 종류의 불면증 중 가장 몸에 나쁜 게 찔끔 자다 깨고, 또 찔끔 자다 깨고를 반복하는 것이라는데, 딱 내 증상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 앓고 있는 병이다.한국에서 고용 노예로 살 때에는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는 데다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질 수가 없어서 하루에 몇 시간 자야겠다고 욕심내지 않았다. 아예 불가능했지. 하지만 일본에 와서 똑같은 패턴으로 사는 게 가능해지면서 될 수 있으면 여덟 시간을 자려고 노력했다. 보통 21시나 2.. 2020. 3. 4.
2020년 03월 03일 화요일 맑음 (いい天気だね!)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거의 오는 일이 없지만 혹시 모를 일인지라 손전화 두 대 모두 진동 모드로 두고 쓴다. 집에서는 벨소리 모드로 써도 되지만 학교에서 깜빡하고 진동 모드로 바꾸지 않았다가 벨이라도 울리면 실례니까. 그 덕분에 우웅~ 하고 울리는 진동을 느끼지 못해서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온 줄 모르고 멍 때리고 있었던 적이 몇 번 있다. 어제도 그랬다.컴퓨터 앞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시간 까먹다가 손전화를 봤는데, 카톡으로 전화가 와 있더라. 누군가 싶어 봤는데,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군대 있을 때 후임으로 만난 사람인데 거짓말과 허풍이 심해서 일찌감치 손절한 냥반이었다.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전역 후 시간이 꽤 흘러 다시 만나게 됐는데 반말한다고 뭐라 그러더라고. 자기도 이제 사회적 지위도 .. 2020. 3. 3.
2020년 03월 02일 월요일 맑음 (怠けのはじまり) 휴교 때문에 졸지에 방학이 2주일이나 앞당겨졌다. 방학 전에는 늘 '방학 때 이것도 공부하고, 저것도 공부하고,...' 라 생각하지만 어영부영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늘 '대체 뭐하면서 피 같은 방학을 까먹은 거지?' 하고 후회하며 새로운 학기를 맞이했더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오늘부터 학교에 가는 일정과 똑같이 움직여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어제 20시도 안 되어 드러누웠고, 자정에 깨서 두 시간 정도 빈둥거리며 까먹었다. 다시 잠이 들었고 여섯 시인가 일어나서 또 두 시간 까먹고. 여덟 시가 넘어 다시 잠이 들었다가 눈 뜨니까 열 시다.라면 두 개 끓여서 배를 채웠다. 예전에 샀던 쌈장은 오늘 아침에 다 먹어치웠다. 아껴 먹는답시고 반.. 2020. 3. 2.
2020년 03월 01일 일요일 맑음 (何か···現実感覚が消えちゃった) 백한 번째 맞이하는 삼일절. 일본에서의 두 번째 삼일절이다. 일본 내에서 '대한 독립 만세' 를 재현하는 용기있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방구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어제는 편의점에 팩스 보내러 잠~ 깐 나갔다 온 걸 제외하고는 줄곧 방 안에 머물러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유튜브 보다가 자고, 아침에 일어나 또 유튜브 보다가 자고, 점심 무렵이 되어 밥 먹고, 컴퓨터 켜서 빈둥거리다가 편의점에 잠깐 다녀 와서 또 빈둥거리고. 그러다 밥 먹고. 뭐,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평소 같으면 소중한 하루를 낭비했다는 생각에 1㎎의 자괴감이라도 들었을텐데, 다음 주가 되어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세상 여유롭다.먹을 거라던가, 휴지 같은 생필품도 그렇고, 9월까지 생활할 걸 감안해서 적당히 조절해가며 쓰.. 2020. 3. 1.
2020년 02월 29일 토요일 비옴 (解約書類の発送) 평소 같으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으면서도 쉬는 날이 줄어드는 게 속 쓰릴텐데, 주말이 지나도 학교를 안 간다고 생각하니 세상 마음 편하다. 피 같은 학비 내고 2주일이나 날려먹었는데 손해 봤다는 생각은 안 하고. ㅋ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에 올 때 했던 일들을 반복해야 한다. 일단은 집의 계약 해지부터.지금 살고 있는 집은 2년을 계약했는데 1년이 지나면 언제 해약하더라도 위약금이 없다고 들었다. 다만, 해약의 경우 보통은 두 달 전에 통보해달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더랬지. 위약금이 한 달 치 월세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한 달 치 월세를 더 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약서를 보니 최소 30일 전에 통보해달라고 쓰여 있더라. 전화해서 물어보니 오늘까지 팩.. 2020. 2. 29.
2020년 02월 28일 금요일 흐림 (えっ?) 2월의 마지막 날이다. 평소대로라면. 올 해는 윤년이라서 29일까지 있네. 올 해가 윤년이라는 것도 있고 있었다. 친구 중 한 명이 2월 29일에 입대했더랬다. '군대 간 날은 절대 못 잊겠고나.' 하면서 놀려댔는데, 연락 안 하고 산 지 1년이 넘었다. 계속 그렇게 살 거라 생각한다. 자산 불리기 위해 대출 받아 집 산 뒤 전세 주고 자기는 전세 사는, 내가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과 똑같은 삶을 사는 녀석이니까. 정말 착한 녀석이지만 그렇게 사는 녀석이니까. 중학교 때 만나 20년 넘게 유지한 우정이었는데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누구에게 원인이 있네 어쩌네 하고 싶지 않다. 양 쪽에서 손바닥이 마주쳤으니 소리가 났겠지.1교시부터 5과 테스트가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맥도날드로 갔다. 일곱 시가 .. 2020. 2. 28.
2020년 02월 27일 목요일 맑음 (無気力な一日) 목요일은 오전은 무조건 거르는 시간. 한자랑 수업 중에 나눠주는 인쇄물을 꼼꼼히 챙겨주기까지 하던데 받자마자 버린다. 필요 없다.점심 시간이 되면 어슬렁거리며 나가서 오후 수업만 듣고 온다. 오늘은 교외 학습이 예정되어 있는 날. 학교에서 출석을 체크하고 같이 이동하여 현장을 둘러보고 끝나는 일정이다. 학생이 몇 명 안 되기 때문에 학교 단위의 행사처럼 쪽 팔릴 일도 없고, 여행으로 와서는 가지 않을 곳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교류 센터에 가서 책 좀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열 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서 빈둥거리다가 참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었다. 40년 살면서 처음 해보는 짓거리다. 식용유를 외의 다른 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하다니. 검색해보니 괜찮다는데 후라이 팬이.. 2020. 2. 27.
2020년 02월 26일 수요일 흐림 (此処らでやめる / 僕はここまで) 내 앞에 두 갈래 길이 펼쳐져 있다. 한 쪽은 보도블럭으로 깔~ 끔하게 포장된, 양 쪽으로 예쁜 꽃들이 늘어서 있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쓰레기와 개 똥 따위가 널려 있는, 누가 봐도 더럽고 기분 나쁜 길이다. 어느 길로 가겠냐고 물었을 때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이 전자를 선택하겠지.하지만 내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고 그게 어떤 길인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누구라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거다. 게다가 어느 길로 가더라도 장애물이나 싫어하는 게 나온다면 '다른 길로 갈 걸...' 하고 후회하게 될 거다. 그게 당연한 거다.나 같은 경우 '일본 유학' 이라는 길과 '회사의 머저리들을 참고 버티는 것' 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202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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