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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3월 03일 화요일 맑음 (いい天気だね!)

by 스틸러스 2020.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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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거의 오는 일이 없지만 혹시 모를 일인지라 손전화 두 대 모두 진동 모드로 두고 쓴다. 집에서는 벨소리 모드로 써도 되지만 학교에서 깜빡하고 진동 모드로 바꾸지 않았다가 벨이라도 울리면 실례니까.
    그 덕분에 우웅~ 하고 울리는 진동을 느끼지 못해서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온 줄 모르고 멍 때리고 있었던 적이 몇 번 있다. 어제도 그랬다.

  • 컴퓨터 앞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시간 까먹다가 손전화를 봤는데, 카톡으로 전화가 와 있더라. 누군가 싶어 봤는데,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군대 있을 때 후임으로 만난 사람인데 거짓말과 허풍이 심해서 일찌감치 손절한 냥반이었다.

  •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전역 후 시간이 꽤 흘러 다시 만나게 됐는데 반말한다고 뭐라 그러더라고. 자기도 이제 사회적 지위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반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곧바로 미안하다고 존댓말로 답장을 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우연히라도 만나서 얘기할 일이 있어도 절대 반말하지 않았다. 반면 나는 군시절에 만난 선임에게는 전역 후에도 당연히 존댓말을 썼다. 나보다 어리거나 동갑인 사람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임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 저 냥반도 왔다. 내가 저 냥반한테 꼬박꼬박 존댓말하니까 선임들이 왜 존댓말하냐고 물어보더라고. 반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 뒤로 존댓말한다고 했지.
    선임들이 난리가 났다. 그 뒤로는 뭐, 저 냥반이 나한테 죄송하다 사과하고, 나는 무슨 말씀이시냐고, 나는 괜찮다고, 계속 이런 관계로 지내자 하고, 내가 사과를 안 받으니 다른 선배들 동원해서 사과 좀 받아주라는 말 듣게 하고. 뭐... 그런 냥반이다.

  • 카카오톡에 친구 등록도 안 되어 있는데 누구한테 물어본 건지, 어떻게 안 건지, 메시지도 없이 대뜸 전화부터 걸어왔더만. 온지 몰라서 안 받았지만 알았어도 안 받았을 거다. 바로 차단했다.

  • 원래는 2일에 짐 다 싸고, 3일부터는 공부하러 다닐 예정이었는데, 잔뜩 밀려버렸다. 일단 어제 주문한 여행용 저울은 오늘 도착. 여섯 개에 2만원 넘게 주고 산 마스크는... 완전히 기대 이하. 꽤나 두툼해보였는데, 거의 종이장이다.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다고 해서 산 건데 빨면 걸레짝이 될 것 같다.

  • 아무튼, 필요한 것들이 다 도착했으니 슬슬 상자를 조립해서 짐을 싸야겠다. 커다란 비닐 봉투에 책을 넣은 뒤 무게를 재서 상자에 넣는 식으로 20㎏ 안 넘기려 한다. 옷이랑 섞어서 넣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오늘 상자 다섯 개 다 채우고, 송장 쓰고 그러면 잘 시간 되겠네.

  • 어제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보니 2층에 익숙한 요가 걸려 있더라. 계약한 부동산에서 준 이불과 한 세트. 나보다 먼저 일본에 온 사람일까, 나중에 온 사람일까. 아무튼 한국에서 온 사람이 분명할 게다. 그러고보니 이 건물에 사는 한국인이 꽤 되는 것 같은데, 가전 제품 판다고 밑에 붙여놔볼까?

  • 마사미 님이 전화 달라고 하셨는데 방구석에서 빈둥거리느라 딱히 전화하기가 애매해서 일부러 밖에 나갔다. 시립 미술관이랑 동물원에 다녀올까 했는데 늦어서 그냥 공원만 한 바퀴 돌고 왔다.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산책하기 딱 좋더라. 사람들이 잔디밭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막 벌렁벌렁 누워 있던데, 저래도 되나 싶더만. 아무튼, 공원 분위기만 보면 코로나 19고 뭐고 참으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 내일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고로, 하루종일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모레 날씨가 좋아지면 시립 미술관이랑 동물원에 다녀와야겠다. 마사미 님이 카나자와를 추천해주셨으니 귀국 전에 그 쪽도 한 번 다녀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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