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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1박 2일의 오카야마 여행

by 스틸러스 201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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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카야마는 2014년 기준 200만 명 안팎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소 도시입니다. 200만 명이면 우리나라 광역시보다 큰데 어떻게 중소 도시냐고 물으신다면, 일본 인구가 1억 2천만 명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우리보다 땅 덩어리도 크고 사람도 많지요. 뭐, 아무튼... 오사카에서 서쪽으로 가면 고베가 나오고, 고베를 지나 히메지가 있습니다. 거기서 한~ 참 서쪽으로 더 가면 히로시마가 나오는데 그 히로시마가 나오기 전에 오카야마가 있습니다. 중소 도시라고 하지만 신칸센이 멈추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천안? 익산? 뭐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아시아나에서 하루에 한 번, 인천 ↔ 오카야마 취항 중입니다. 예전에는 오카야마에서 오전에 뜨고 인천에서 오후에 떴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오전에 뜨고 오카야마에서 오후에 뜹니다.

  • 오카야마에서 유명한 장소로는 고라쿠엔, 구라시키, 오카야마 성 등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모모타로 이야기. 그 왜, 강에 엄청 큰 복숭아가 떠내려와서 할머니가 건졌는데 그 안에서 아기가 나왔고 그 아기가 자라 원숭이, 개, 꿩과 함께 도깨비를 물리쳤다~ 하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3~4세 정도의 어린이와 부모에게 필독서(?) 같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 백제가 신라와 당나라의 공격으로 멸망했을 때, 백제 왕족 일부가 왜로 도망을 칩니다. 우리는 한반도 내의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친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좁아터진 땅덩이에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친할 수가 있을라고요. 백제와 가장 관계가 돈독했던 나라는 왜였습니다. 아무튼, 왜로 도망친 백제의 왕족들이 여러 문물을 전수했다고 하는데, 이들 백제 왕족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성이 오카야마에 있습니다(http://pohangsteelers.tistory.com/1251). 대중 교통이 없어서 방문이 상당히 어려운 곳입니다. 모모타로가 물리친 도깨비가 이 백제 왕족들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같습니다(확실하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서 소개하는 모모타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 최근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카야마에는 마사미 님이 살고 계신다. 우연히 만나 2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내게는 무척이나 감사하고 소중한 분. 일본에 유학을 왔으니 인사 차 방문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날짜를 잡았다. '10월 21일(일요일)에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경기가 있으니 20일(토요일)에 방문해서 마사미 님을 뵙고 21일에 축구 본 뒤 돌아오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다.

금요일에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한자 공부용 자료 만들고... 그러면서 맥주 홀짝거리다가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슬슬 준비해야겠다 싶어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 시작. 그 날 입을 옷, 배드민턴 칠 때 입을 옷, 잘 때 입을 옷, 다음 날 입을 옷, 최소한으로 꾸린다고 하는데도 꽤 많다. 달랑 1박 2일인데 티셔츠만 세 벌. 바지도 세 벌이고 언더 셔츠에, 양말에, 빤쓰에,... 거기에다 옷이 든 가방을 계속 들고 다닐 수 없으니 백팩까지 하나 챙겼다. 일단 카메라가 1㎏가 넘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짐.



샤워하고 나서는 홀딱 벗고 나오니까... 혹시 누가 볼까 싶어 커텐 치려고 베란다 쪽으로 갔더니 무지개가 똬악!!!

일본에서 무지개 본 건 두번째. 처음 본 무지개는 교토의 닌나지에서였던가 그랬던 것 같다.


무지개를 보고 나서 호다닥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든 뒤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있다. 응? 우산?   그러고보니 무지개가 괜히 뜰 리가 없다. 내리는 비를 보니 양이 적지 않다. 일단 가자!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내려갔는데, 나가자마자 그냥 맞을 비가 아님을 알게 됐다. 우산을 챙겼으니까 그걸로 비 피하면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텐노지駅에 도착. 신 오사카駅에서 신칸센을 타야 하니 거기까지는 전철로 이동해야 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JR線의 개찰구를 통과. 17/18 플랫폼에서 신 오사카까지 가는 열차를 타는 거라고 표시되어 있기에 그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하루카, 쿠로시오 등의 열차 이름이 아래에 작게 적혀 있다. 응? 뭐라고?



하루카랑 쿠로시오는 특급 열차라서 비쌀텐데? 이상한데? 부랴부랴 손전화를 꺼내 확인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저기서 JR 타면 ¥1,000 넘는 돈을 내야 한다. 큰 일 날 뻔 했다. 나는 미도스지線 타야 하는데 잘못 들어온 거다. ICOCA 카드 찍고 들어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역무원에게 "스미마셍~ 와타시와 미도스지센..." 이라고 말했더니 척하면 척, 카드 받아서 바로 취소해준다.

JR線 게이트에서 ICOCA 카드 찍고 들어갑니다. 17/18 플랫폼으로 이동. 하루카나 쿠로시오 등을 탑니다. 신 오사카駅에서 내립니다. ICOCA 카드 찍고 나갑니다. 그러면 ¥1,000 넘는 금액이 빠져 나갈까요? 음...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하루카도, 쿠로시오도, 입석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표를 구입해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미도스지線을 타면 ¥280인데 JR 타면 ¥1,000 넘습니다. 미도스지線 보다 비싼 건 확실하니까... 텐노지 → 신 오사카 의 경우라면 미도스지線이 가장 낫습니다.


미리 검색해보지 않고 아는 척 하며 막 걸어갔던 몇 분 전의 나를 탓하면서 미도스지線 타는 곳으로 이동. 빨간 색 미도스지線에 올랐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메고 있는 가방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됐다. 결국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은 위쪽 짐 칸에 올리고, 백팩은 앞으로 돌려 멨다. 그렇게 꽤 가다가 우메다駅 지나니 한적해지더라.

신 오사카駅에 내렸다. 역시나 엄청난 인파. 아주 그냥, 바글바글하다. 신 오사카駅은 항상 바글바글이다. 주말의 서울驛보다 더 붐비는 것 같다. ICOCA 카드 찍고 미도스지線 플랫폼에서 빠져 나간 뒤 신칸센 타는 쪽으로 이동. 개찰구 기계에 승차권을 밀어넣었는데... 반대쪽에서 밀어넣은 승차권이 도로 나오지 않는다. 응? 원래 안 나오는 건가? 액정에 2 어쩌고 저쩌고 뜨긴 했는데, 날개가 철떡! 펴지면서 못 지나가게 막지 않으니까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갔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신칸센 표를 왕복으로 구입하면 종이 쪼가리를 다섯 장 줍니다. 가로로 길쭉~ 한 건 영수증 같은 겁니다. 내가 표를 샀다는 증거가 됩니다. 혹시 모르니까 잘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나머지 네 장 중 두 장은 승차권입니다. 다른 두 장은 특급권. 승차권은 ○○ → ○○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종이 쪼가리고요. 특급권은 신칸센의 좌석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는 종이 쪼가리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왕복이니까 갈 때 승차권, 갈 때 특급권, 올 때 승차권, 올 때 특급권, 이렇게 네 장이 됩니다.

신칸센은 타는 곳에 별도의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종이로 된 표딱지 두 개를 겹쳐서 같이 넣으면 됩니다. 승차권, 특급권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두 장을 포개어 넣으면 반대 쪽으로 쑥~ 나옵니다. 내릴 때 똑같은 방식으로 넣고 나가면 됩니다. 당연히 내릴 때에는 다시 안 나옵니다. 이런 거 다른 블로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겁니다. 저니까 알려드리는 겁니다. 감사하지 않습니까? 뒤로 버튼 누르거나 × 누르고 나가기 전에 하트 한 번씩 눌러줍시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빈 손으로 갈 수 없으니까 '오미야게로 뭔가 사가야겠다' 싶어 기념품 매장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고베 어쩌고, 교토 저쩌고 하는 과자들이 보인다. 오사카에서 가는 건데 오사카 뭐라 뭐라 쓰여 있는 걸 사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둘러보니 '오사카 캬라멜 푸딩'과 '도넛'이 있다. 응? 오사카가 캬라멜 푸딩이랑 도넛으로 유명했었어? 언제부터? 아무튼... 도넛 두 상자, 캬라멜 푸딩 한 상자 사들고 기차 타는 곳으로 올라갔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래어는 히라가나가 아니라 카타카나로 씁니다. '오사카 캬라멜 푸딩 케이크'는 '大阪 キャラメルプリンケーキ' 로 씁니다. 응? 오사카는 大阪, 캬라멜은 キャラメル(캬라메루), 케이크는 ケーキ(케~ 키), 이건 다 오케~ 그런데! 푸딩이! 왜! 푸'딩구'가 아니라 푸'링구'가 되는 걸까요?

이상하다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그냥 푸딩은 'プディング' 으로 씁니다. 푸! 딩구! 입니다. 자두가 들어갔나보죠? 플럼 푸딩(plum pudding)은 'プラム・プディング' 입니다. 푸! 딩구! 입니다. 커스타드 푸딩(custard pudding) 역시 'カスタードプディング' 으로 푸! 딩구! 입니다. 그런데!!! 애플 푸딩은 'アップルプリン' 이랍니다. 푸! 링구! 가 됩니다. 에? 에에? 에에에?

どうして?


선물로 산 과자들을 가방에 쑤셔넣은 뒤 먹을 거 파는 곳이 없나 둘러봤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서 도시락 사는 건 그닥 내키지 않고... 우동이라도 먹고 갔음 좋겠다는 생각 뿐인데 식당이 안 보인다. 뭐라도 마시자 싶어 자판기 앞에 가니 커피가 ¥150.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러 밀크티를 뽑았다. 그런데 잔돈이 땡그랑~ 땡그랑~ ¥20 떨어진다. ㅋㅋㅋㅋㅋㅋ   멍청한 일본 자판기. 거스름 돈 잘못 내놨네. 땡 잡았다! ...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본 건 ¥150짜리 커피. 동전 넣는 순간까지도 그걸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누른 건 ¥130짜리 밀크티. 그래놓고 거스름 돈 ¥20 나왔다고 좋아한 거다.




잠시 후 열차가 와서 탑승. 신칸센 자유석에는 여러 번 타봤지만 지정석은 처음이다. 신칸센은 좌석 배치가 3×2 구조인데 나는 두 개 붙어 있는 자리의 창 쪽. 다행히 옆에 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낮게 몽글몽글 떠 있으니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참 사진 찍기 좋은 날씨.



신 고베駅 간판(?) 나오게 찍으려고 했는데 실패한 샷. ㅋㅋㅋ



300㎞/h 나오는 거 갈무리하려고 했는데 실패한 샷. ㅋㅋㅋ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순식간에 오카야마駅에 도착.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오카야마는 올 때마다 점점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처음 왔을 때에는 좀 한적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가을이니까 단풍 보려고, 구라시키의 가을 풍경을 보겠답시고 관광객이 몰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승차권은 아까 신 오사카駅에서 기계가 먹은 후 뱉어내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신칸센 표를 넣으면 되겠지' 라 생각하고 표를 넣었는데... 빨간 불이 들어오고 앞에 날개가 촥! 펴치면서 경보음이 울린다. 뒤로 돌아가 기다리던 사람에게 미안하다 사과한 뒤 역무원에게 가니까 승차권 달라고 한다. 기계가 먹고 안 뱉었다고 말할 수준이 안 되니까 그저 어버버~ 하다가 승차권 없다고 했더니 그냥 가란다. ㅋㅋㅋ   아오, 쪽 팔려.


마사미 님을 만나려면 아직 한~ 참 남았으니까, 일단 ANA 크라운 호텔 옆에 있다는 박물관(오카야마 시티 뮤지엄)부터 가기로 한다. 그러려면 거추장스러운 가방부터 보관함에 넣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보관함이 죄다 사용 중이다. 빈 곳이 없다. 그래서 그냥 가방 메고 박물관으로 갔다. ANA 크라운 호텔 쪽으로 가다가 이정표 보고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응? 여기가 어디지? 다시 이정표 찾아 안 쪽으로 쭈~ 욱 들어갔는데... 박물관이고 뭐고 안 보인다. 뭔 안내를 이 따위로 해놨냐고 궁시렁거리며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보니 박물관이라고 쓰여 있는 문이 보인다. 거기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두 대. 한 대 잡아타고 2층에서 내렸는데... 역시나 박물관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층별 안내가 있는데 5층이 박물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오카야마 시티 뮤지엄에 가실 분들은, 역에서 ANA 크라운 플라자 호텔(역 서쪽인 걸로 기억하는데 동쪽인지 서쪽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ㅅ-) 쪽으로 가세요.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면 ANA 크라운 플라자 호텔 정문인데 그 쪽으로 가지 말고 정면으로 큰 길 따라 계속 걸어가세요.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왼쪽에 유리로 된 자동문 있으니 거기로 가시고요. 엘리베이터 두 대 중 아무 거나 타시고 5층 가면 박물관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짐 보관하는 곳이 바로 보여서 꾸역꾸역 가방을 밀어넣고 ¥100 투입! 그리고나서 유니폼 입은 아주머니 쪽으로 걸어갔다. 학생이냐고 묻기에 학생 아니라 하고 ¥300 지불. 일본어로 된 가이드를 주기에 한국어 가이드 없냐고 하니까 깜딱! 놀라(일본인이라 생각한 게 틀림없다. 한, 두 번도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다. ㅋㅋㅋ)더니 한~ 참을 찾는다.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고, 저~ 쪽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그러다가 한참만에 한국어 가이드를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니예요, 됐어요, 안 주셔도 되요~ 라 하고 싶은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ㅋㅋㅋ


안에 들어가니...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사진 전시회장 같은? 이름 모를 새니, 곤충이니, 근접 촬영한 사진이 잔뜩 걸려 있다. 나름 흥미있는 사진들이라 천천히 보고... 나머지 전시물은 한글 안내가 없어서 적당히 봤다. 비디오 상영이 많았는데 죄다 10분이 넘어가는 긴 영상. 박물관 안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상영되고 있는 영상 보면서 천천히 구경했다. 다 보고 밖으로 나가 2차 대전 때 폭격 맞은 걸 전시한 특별전이 있는 곳으로 이동. 폭격 맞기 전과 폭격 맞은 후를 보니... 진짜... 그냥 다 사라졌다. 휑~ 하다. 얼마나 폭탄을 쏟아부었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싶어 소름이 끼쳤다.

한국인은 거의 안 올 것 같은데 일부 전시물은 한글 안내가 되어 있었다. 번역이 이상한 것도 있었지만 한글 안내가 있는 게 어디냐 싶더라.



저런 류의 전시를 보면, 일본 정부의 역사 교육은 진짜 심각할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은 저런 전시를 보면서 대체 왜 미국이 일본 본토를 폭격한 건지 생각해보지 않는 걸까? 아무 짓도 안 하고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미국이 침략 전쟁을 일으켜 일본을 폭격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전역에서 온갖 잔인한 전쟁 범죄를 숫하게 저질렀다는 것은 까맣게 잊고 피해 당한 것만 강조한다고?

오사카의 피스 오사카도 그렇고, 히로시마의 일부 시설도 그렇고, 일본은 스스로를 피해자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분명 잘못된 거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부끄러운 역사를 감춘 채 왜곡하고 날조하는 일본 정부에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게 당연한 일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일본인들도 분명 문제다. 한국, 중국, 몽골,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저지른 잔인한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미군에게 당한 것만 부각하는 이상, 일본은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없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잘 산다 한들 독일과 같은 수준에 이를 수 없다.


뭐, 저런 생각을 하니 영 씁쓸해져서 개운하지 못한 기분으로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박물관에서 보니 숙소까지 ¥500으로 짐을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었던 거다. '어차피 짐 보관함을 써도 ¥500 정도는 쓰게 되니까 짐 부쳐버리자!' 라고 생각했다. 신칸센 타는 곳 옆으로 가서 가방을 내밀었더니 20시까지란다. 응? 뭔 소리야? 20시까지 숙소에 도착하게 한다는 건가? 어라? 그러면 안 되는데? 배드민턴 치러 갈 때 갈아입을 옷은 빼놔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짐을 맡긴다고 한 걸로 오해를 한 거다. 20시까지 보관해주고, 그 때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내일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거 말고, '숙소로 짐 보내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 고 번역기 돌려서 보여줬더니 금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소를 물어본다. 손전화의 부킹닷컴 앱을 실행해서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주소를 보여주자마자! 손을 내젓는다. 안 된다고. -_ㅡ;;;   쿨~ 하게 오케이~ 하고 나왔다.



모모타로 동상이 있는 광장 쪽으로 내려가니 뭔 공연을 하고 있다. 현대 무용? 뭐, 그런 거.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사진과 영상 촬영 금지라고 붙어 있으니 말 잘 듣는 나는 하지 말라는 짓 따위를 하지 않았다. 잠시 보다가 '나란 인간은 예술적인 측면보다는 춤추는 처자의 둔부나 허벅지 따위에 눈이 가는 저급한 인간이고나' 라는 걸 깨닫자마자 자리를 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관함에 짐 넣으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저기에도 빈 곳이 없다. 이럴 수가!

건물 안 식당을 두리번거리며 어슬렁거리는데 당최 끌리는 음식이 없다. 그냥 밖으로 나와 길 건넌 뒤 시장 쪽으로 이동. 밥 먹을만한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끌리는 곳이 없다. 회전 초밥 가게가 보였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안 들어갔다. 발동 걸리면 못해도 한 ¥5,000은 깨질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다시 큰 길로 나와 이온 몰로 이동.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낑낑거리며 이온 몰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SEGA 오락실이 있어서 인형 뽑기 할만한 게 있나 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여행객으로 오면 당연하다는 듯 달려들어 돈을 마구 쓰는데, 지금은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예전에도 봤던 뷔페로 발이 가기에 들어갔다. 자리 잡고 앉으려다 가방에 매달린 맥주 모양 열쇠 고리로 유리를 치는 바람에 건너 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깜짝 놀라 나를 봤다. 컥!   바로 "고멘나사이~" 라고 사과하니 "아, 놀랐다~" 라며 친구와 하던 얘기 마저 한다. 죄송합니다. 실수였어요. ㅠ_ㅠ

자리 잡고 앉으니 점원이 일본어로 뭐라 뭐라 하기에 일본어 못 한다고 하니까 영어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하니까 영어로 설명. 드링크 포함하지 않겠다고 하니 초밥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봐서 포함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종이 주면서 갯수 쓰라고. 난 생선 안 먹으니까 오징어, 조개, 뭐 이런 걸로 열 개 주문했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음식 가지러 가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다. 피자랑 파스타, 볶음밥 같은 거 적당히 들고 와서 먹고 있으니까 초밥 가져다 주기에 그것도 냅다 먹고. 한 접시 더 떠다 먹고 있는데 마사미 님에게 연락이 왔다. 일이 일찍 끝났다고.

그래서 바로 만나기로. 뷔페는 ¥2,000 조금 넘게 나왔는데 돈 아깝다. 딱히 먹을 게 많지도 않았고 디저트 쪽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한 시간은 먹어야 본전 빠지는 건데 순식간에 먹고 나와버렸으니... ㅠ_ㅠ   계산하고 나가서 쫄랑쫄랑 걸어가는데 역 광장에 도착하니 약속 장소에 차 세워두고 기다리고 계신다고 메시지가 왔다. 헐레벌떡! 까지는 아니고 조금 뛰어 도착. 차 뒤에 짐을 싣고 마사미 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맥주 공장이 좋겠다 하여 그 쪽으로 이동.


오카야마에 기린 맥주 공장이 있다는 건 지난 여름에 처음 알았다. 마사미 님이 오카야마 공장에서 만든 지역 한정 기린 맥주를 주셔서. 이번에 그 공장을 가는 거다.

공장에 도착해서 예약하지 않았는데 괜찮냐고 하니까 14:30 코스는 사람이 꽉 찼으니 15:00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다 하여 입장. 교토의 산토리 맥주 공장은 예약이 필수인데 오카야마의 기린 맥주 공장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가 15:00 코스로 예약을 했다. 마사미 님이 이름 같은 걸 쓰고 나서 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어가 아니니까 일하는 처자가 의아해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 하더니 한국어로 된 안내 종이를 준다. ㅋ   대체 왜 일본에서 할로윈을 이렇게 즐기는 지 알 수 없지만, 할로윈 코스튬의 처자는... 귀... 엽... 다...



아직 시간이 있어서 주위를 천천히 산책하며 마사미 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지난 여름의 여행도 그랬지만 이렇게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에서 마사미 님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NHK 밖에 보지 않지만 앞으로 TBS 등도 많이 보겠다는 이야기 따위를 했다. ㅋㅋㅋ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뭐... 특별한 건 없는 공장이었다. 교토 산토리 맥주 공장처럼 홉과 맥아를 맛 보고 냄새 맡는 게 가장 먼저였고, 포장하는 공정 보여주고, 뭐 그랬다. 한 가지 특별했던 건 기린이 그렇게 강조하는 '이치방 시보리'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것. 작은 플라스틱 컵에 첫번째 추출(이치방 시보리)한 것, 두번째 추출(니방 시보리)한 것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각자 가져가서 냄새를 맡고 맛을 볼 수 있게 해놨다. 누가 봐도 첫번째 추출 쪽의 색깔이 훨씬 진하다. 향도 훨씬 좋고. 사람들이 홀짝거리며 마시기에 응? 먹어도 되는 건가? 하고 있는데 마사미 님이 두번째 추출한 것부터 먹는 거란다. 마셔봤는데 의외로 달다. 쓸 줄 알았는데 설탕물처럼 달다. 그런데... 첫번째는 더 하다. 향이 확~ 밀려오면서 단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와~ 엄청 맛있다. 요플레처럼 만들어도 잘 팔릴 것 같은데. 다들 뚜껑 핥아먹고. ㅋㅋㅋ


뭐... 적당히 구경 마치고, 하이라이트 코스인 시음장으로 갔다. 안주를 들고 따라주는 맥주 잔을 받아 정해진 자리에서 마시면 되는 거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맥주가 첫번째. 확실히 공장에서 마시는 건 전문가가 따라줘서인지 훨씬 맛있다. 금방 비워내고 두번째 잔 받으러 갔다. 두 번째는 흑맥주. 응? 기린에서 흑맥주도 나오네?   흑맥주도 나쁘지 않았다. 한 잔까지 더 마실 수 있는데 먹지 않았다. 저녁에 운동하러 갈 건데 술 마시고 가면 안 될 거 같아서.

시음도 시간 제한이 있어서 안내해준 처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박수친 뒤 해산. 꼬맹이들이 앞에서 설쳐대는 통에 힘들었을텐데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멋진 처자였어. 교토의 산토리 공장 처자들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뭔가 전문적인 사람이라 그럴까?

아무튼. 기념품 파는 곳에 가서 알콜이 1% 들어있다는 초콜릿을 샀다. 학교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마사미 님 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맥주를 시음할 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셨었거든. 수첩에 지역의 유명한 식당을 몇 군데 적어 오셔서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진짜... 한국에 이미 숫하게 오셔서 그렇지. 그렇지 않다면 매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라도 손녀가 한국 유학 온다고 하면 유학비 내가 다 내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새우 볶음밥을 골랐더니 그 식당으로 바로 가신다. 짭잘한 새우 볶음밥에 햄버그? 가 포함되어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음식을 남기면 맛이 없나? 라 생각해서 예의가 아니라고 하니, 꾸역꾸역 먹었다.

다 먹고 대형 마트에 입장. 마사미 님이 필요한 거 고르라고 하시는데, 매 번 밥 얻어먹고 어디 입장료도 대신 내주시고, 민폐도,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는데 뭘 자꾸 사주신다고. 그래서 필요한 거 없다고 극구 사양해서 운동하고 마실 음료수만 사들고 나왔다.


바로 학교 체육관에 갔는데 학교 문이 닫혀 있다. 키를 가진 사람이 잠시 후에 와서 문 열고 입장. 안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인사한 뒤 같이 배드민턴 쳤다. 1년 만인가? 거의 운동 안 하다가 오랜만에 운동하는 거니까... 엉망진창이다. 자세도 개판이고 스매싱은 하나도 안 들어간다. 라켓도 쓰던 게 아니라서 영 어색하고. 기술로 치는 게 아니라 꾸역꾸역 힘으로 친다. 하이 클리어조차 뻗어 나가지 못한다. 그래도 무척 재미있었다. 다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욕심내서 망친 경기가 여러 번이었지만 조금도 인상쓰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일본어 공부하고 있다니까 쉬운 단어로 말도 걸어주고. 사들고 간 오미야게 고맙게 먹겠다며 꼬박꼬박 다 인사 해주고.

재미있었다. 오카야마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낮에 본 오카야마 풍경. 그래, 이거야. 이게 내가 살고 싶은 동네의 모습이었어. 지금 사는 텐노지는... 일본어 간판만 보이지 않는다면 서울 어디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뻔한 풍경.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집 근처에 강이 흐르는, 푸른 논과 밭이 보이는, 나무가 잔뜩 있는, 그런 곳. 딱 오카야마가 좋은데. 아오... 어쩌다가... ㅠ_ㅠ   이럴 줄 알았으면 기를 쓰고 공부해서 미리 JLPT N5 합격하고 오카야마 이과 대학 외국인 별과 시험 보는 건데. ㅠ_ㅠ


아무튼...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숙소로 갔다. 마사미 님이 숙소 코 앞까지 태워주셨다. 숙소 체크인이 22시까지인데 21시가 넘었다. 부랴부랴  체크 인. 여권을 안 가지고 가서 재류 카드를 보여줬다. 예전에는 주소 란에 한국 주소 대충 적었는데 이제는 오사카 주소 쓰고. ㅋ

안내를 받은 뒤 침대에 올라가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호다닥 샤워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가 웰컴 드링크로 주는 일본 술 한 잔 마시고... 기린 맥주랑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든 맥주랑 ¥100 차이 밖에 안 나기에 수제 맥주 마셨다. 마침 친구들이 일본 놀러오겠다고 단톡방에서 수다 떨고 있어서 같이 수다 떨면서 맥주 홀짝였다. 두 병째 맥주를 거의 다 마실 무렵 라스트 오더라고 얘기해줘서 한 병 더 시켰고... 23시 되기 전에 다 마시고 방으로 들어갔다.


전 날 제대로 못 자서 피곤했기에 금방 잠 들었는데... 새벽에 추워서 깼다. 얇은 홑이불을 매트리스 위에 깔고, 또다른 홑이불을 덮은 뒤 그 위로 이불 덮는 시스템인데 잘 때까지만 해도 춥지 않았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타는지라... 홑이불만 덮고 잤는데, 새벽에 추운 거다. 자다 깨서 '왜 춥지?' '내가 추울 리가 없는데?' 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잤는데... 이내 깼다. 역시나 춥다. 그래서... 잠결에 부시럭거려 홑이불 위로 이불을 덮었다. 말도 안 되게 희한한 게, 그렇게 이불을 덮자마자 따뜻하다. -ㅅ-

푹 자고 일어났다. 너무 일찍 나가면 할 것도 없고 애매하니까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뒤 눈꼽만 떼어내고 짐을 쌌다. 방에는 2층 침대가 세 개 있는데 내 자리는 가운데 침대의 2층. 여섯 시 조금 넘어 부시럭거리더니 아침 일찍 나간 사람도 있고 그렇다. 내 침대 옆 아래 칸에 웬 처자가 자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커텐이 있긴 한데 한 쪽만 있어서 문 쪽은 커텐으로 가려지지만 반대 쪽에 있는 나는 2층에서 1층 침대가 고스란히 내려다 보인다. -ㅅ-   괜한 오해 살까 싶어 처자 쪽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짐을 꾸린 뒤 아래로 내려갔다.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커피를 주문했는데... 기계로 내려주는 게 아니라 커피 콩 갈아서 직접 내려준다. ㄷㄷㄷ



그래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파지아노 오카야마 유니폼 입고 있으니까 커피 내리면서 오늘 경기 있냐고 물어보고 그러더라. ㅋ   한국인 후기 중에 친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모든 스태프들이 다 친절하고 상냥했다(배우 하다가 유튜브로 먹고 산다는, 오사카 사람은 불친절하다고 짖어댔던 강 뭐시기는 오카야마의 사람들을 보고 친절하다고 할까?).


마사미 님이 기다리고 있는 우동 가게 주차장으로 가기 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빛이 돌아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신호등.

슬렁슬렁 걸어서 약속 장소로 가니 마사미 님이 이미 와 계신다. 아침 일찍이라 한국어 기어를 넣지 않으신 덕분에 폭풍 일본어 발사!!! ㅋㅋㅋ   적당히 알아듣고 오케이~ 오케이~ 한 뒤 출발. 첫 번째로 간 곳은 이름 모를 공원이다. 학생들이 소풍도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을 왼쪽으로 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경치는 구경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음은 역시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사. 일본에서는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 어린이의 복을 비는 행사가 11월에 있다고 한다. 오리지널(?)은 15일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11월 중 하루를 골라 신사에서 아이의 복을 빈다고. 내가 갔을 때에도 전통 의상을 입은 여자 아이 두 명과 함께 있는 가족이 있었다. 어찌나 예쁜지, 정말~ 정말~ 사진 찍고 싶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외국인이 '네 딸 예쁘니까 사진 좀 찍자' 라고 하면 썩 기분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눈에만 담았다.


일요일에도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한적한 신사. 라이큐지(http://pohangsteelers.tistory.com/1695) 같은 분위기.






세토 내해를 끼고 있는 곳에 위치한 신사라서 문어(타코 - たこ)가 모셔(?)지고 있다.



신발 안에 들어낮은 개와



토끼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고.



마사미 님이 15円을 주셔서 댕그랑~ 댕그랑~ 종을 치고 소원을 빌었다.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일본어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마사미 님 오래 오래 건강하시라고, 포항 고모 아프지 말고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좋은 인연과 발음이 같다고 5円(ご縁)을 넣고 소원 비는 일이 많다고 한다.



저 바닥의 글씨는 좋지 않은 뜻이라고. 잘 쓰이는 한자는 아니라고 한다. 나쁜 뜻이니까 밟고 지나가라고 만든 것 같다.




높~ 은 곳에 또다른 건물이 보인다. 가지 않으면 아쉬울 수 있으니까,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부동명왕이 모셔진 곳이었다. 마사미 님께 한국에서의 부동명왕에 대해 설명 드렸다. 일본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힌두교의 시바 신이 불교의 부동명왕이 됐다. 악인에게 벌을 준다는 속세의 믿음이 있다. 벼락 맞은 놈 이야기도 허다.





지붕을 보니 작지 않은 규모의 절? 신사? 아무튼, 그러하다.



일왕이 살이 있으면서 양위를 결심하여 실행하는 일이 결코 흔하지 않은데 그 흔하지 않은 일이 내년에 있다. 내년 5월 1일부터 지금 일왕(아키히토)의 아들이 일왕 자리를 물려 받는다고 한다. 당연히 연호도 바뀐다. 지금의 헤이세이(平成)는 2019년 4월 30일이 마지막이다. 다음 연호는 정해진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달력 제조 업체에서 연호를 넣지 않고 서기로 기록한다고. 아무튼...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질문하면서 구경을 했다. 높~ 은 곳에 위치한 곳에 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올랐더니, 부동명왕을 모신 곳이었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부동명왕에 대해서는 나름 호감을 갖고 있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다음으로 갈 곳은 와슈잔 하이랜드. 예전에 와슈잔 전망대(展望台 - てんぼうだい) 갈 때 봤는데 의외로 크더라고. 대관람차만 있는 줄 알았는데 롤러 코스터도 있고 그랬거든. 그래서 그 쪽으로 간 건데... 생각해보니 입장료 안 내고 들어갈 수 있나? 싶은 거라. 그래서 마사미 님에게 돈 내고 가는 거면 안 가도 된댔더니 놀이 기구 안 타고 입장만 하는 표는 싸니까 괜찮다고 하신다. ㅠ_ㅠ


롯○월드 자이로 드롭 처럼 떨어지는 어트랙션인데 한 번 떨어지고 마는 게 아니라 훅~ 떨어진 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와슈잔 하이랜드 앞에서 찍은 세토 대교의 일부. 이런 사진 찍을 때 카메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ㅋㅋㅋ



일본은 어쩌다 할로윈에 이렇게 환장(?)하게 된 걸까?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처럼 되어버린 일본의 할로윈이다.




10월이라 해도 제법 더운 날이었다. 놀이를 가장한 고문일지도 모르는 행위를 돈 주고 하는 사람들. ㅋㅋㅋ




저 롤러 코스터... 뒤로 가더라. 개무섭!!! 와슈잔 하이랜드는 흡사 월미도와 비슷한 분위기다. ㅋㅋㅋ


주차장 쪽에서 넓게 보면 대략 이런 뷰~


대관람차는 느~ 리~ ㅅ~ 느~ 리~ ㅅ~ 움직인다. 낡은 느낌이 확~ 든다.


비행운을 만들며 고도를 높이고 있는 비행기. 찍을 때에는 모르는데 확실히 최대 줌은 영 보기 안 좋게 찍히는고만.



ㅋㅋㅋ 곧 꺅~ 꺅~ 소리 지르고 난리일 거면서 밝은 척은...



그런데... 갔더니 입장만 되는 표는 없다. 다행이다. ㅋㅋㅋ   안 들어가도 된다고, 비싸다고, 입구에서 사진만 찍으면 된다고, 괜찮다는 마사미 님을 가까스로 설득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사진만 조금 더 찍고... 와슈잔 전망대로 이동. 나는 이미 와본 적이 있는데 마사미 님은 처음이라 하신다.


세토내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세토 대교. 13㎞ 남짓한 다리를 왕복하는 비용이 서울 ↔ 부산 보다 비싸다. ㄷㄷㄷ



제법 걸어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정상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 나는 예전에 가봤으니 이번에는 패스~



태풍 같은 걸 겪고 나면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게 되지만, 이런 거대 건축물을 보면 인간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령도 있을 때 장산곶 보는 것 같아서 찍어봤다. 인당수처럼 물살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



차와 열차가 같이 이용하는 철도도로병용다리(鉄道道路併用橋).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매점에 먹을 거 들고 밖에 나가면 공격 당한다고 경고문이 붙어 있다. 매가 계속 하늘에서 맴돌고 있었다. 한 마리가 아니다.








차 세워둔 뒤 전망대로 가서 사진 좀 찍고... 기념품 파는 곳으로 갔더니 아래 층에 식당이 있다. 밥을 먹지 않았기에 거기에서 밥 먹고... 위로 올라오니 마사미 님이 또 뭘 사주려고 하신다. ㅠ_ㅠ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오징어 안주랑 조개 된장국을 선물로 받았고... 슬슬 시간이 되어 운동장을 향해 출발. 경기는 16시부터지만 15시에 입장하려고 했는데 도착 예정 시간이 15시 넘는 걸로 나오니까 마사미 님이 굉장히 조바심을 낸다. 아니, 결코 늦은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ㅋ

차가 조금 막혔지만 금방 운동장에 도착했고... 마사미 님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헤어짐은 항상 아쉽다.

경기장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2부 리그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스물두 개 팀 중 13위 하고 있는 팀인데 이 정도라니... ㄷㄷㄷ


매표소가 있는데 어디가 홈 팀 쪽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잠깐 동안 잽싸게 좌석 배치도를 훑는데... SS석이라고, 우리로 치면 본부석 같은, 가장 비싼 자리가 ¥3,100 밖에 안 한다. 거기 표를 달라 했더니 회원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한 뒤 ¥3,100 내고 표 받았다. 어디로 들어가는지는 물어봤는데... 입구 쪽으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자리가 지정되어 있는지 안 물어봤네. 표를 스윽~ 봤더니... 좌석이 찍혀 있다. 지정석이고만.


안으로 들어가니... 맨 앞에서 두 번째 자리다. 나쁘지 않네. 경기 보고... 잽싸게 나와 역 쪽으로 걸었다. (축구 본 이야기는 따로.)


가다 보니 처자 한 명이 전구에 든 음료수 빨아먹고 있기에 응? 저건 한국에서 많이 보던 건데? 한국에서 베껴온 걸까? 아님, 한국이 일본을 베낀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길에 내놓은 간판에 Korean Food 라 적혀 있고 치킨이랑 뭐라 뭐라 막 써 있다. 배가 고파서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기차 시간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경기장에서 맥주도 못 마시고. ㅠ_ㅠ



역에 도착. 역무원에게 표 내는 방법을 물어봤다. 두 장을 겹쳐서 넣는 거란다. 아하!   두 장을 겹쳐서 넣으니 왼쪽 위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서 쏙~ 올라온다. 받아들고 플랫폼에 올라가니 편의점도 있고 식당도 있는데 사람이 제법 많다. 배 고픈데... 시간이 애매하다. 에키밴 살까? 하고 망설이는데 안에서 판매 끝났다는 판때기를 올려놓는다. 에휴~ ㅠ_ㅠ



오카야마 역에서 신칸센 노조미 기다리면서 반대 쪽에 서 있던 레일 스타 찍어봤다. 얘는 하카타 쪽으로 가는 녀석.



내가 탈 열차는 도쿄까지 가는 녀석. 열여섯 개의 열차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노조미!




여기 서 있다가 열차가 와서 올라탔다.



결국 아무 것도 못 먹고 그냥 기차 탔다. 이번에도 옆에는 사람이 없다. 편하다.   금방 신 오사카에 도착. 미도스지線 타고 텐노지駅까지 간 뒤 타박타박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 두 개랑 아이스크림, 콜라 사들고 36시간만에 집에 도착. 좁은 집이지만 가장 편한 곳이라 반갑다. ㅋ

짐 꾸역꾸역 꺼내고 빨랫감 세탁기에 던져 넣은 뒤 대충 정리하고 바로 퍼져버렸다.



P.S. 배가 너무 고파서 도시락 두 개 한 방에 해치우고 콜라랑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잤는데... 새벽 세 시에 배가 꾸륵거려서 깨고... 변기에 앉아 잤던 건 비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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