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도 참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아침 일~ 찍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정오 무렵 밖으로 나갔다. 일단 아베노 구청이 어디인지 위치부터 파악하고, 그 다음에 오사카 성에 가는 것이 오늘의 일정.
어제는 덴덴 타운에 갔었더랬지. 특히 처음 일본 여행 때 갔었던 타코야키 가게에 다시 간 게 기억에 남는다. 오늘 갈 오사카 성 역시 처음 일본 여행을 왔을 때 갔던 곳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2014년의 일정을 쪼개어 되풀이하고 있다.
일단 아베노 구청부터 가야 한다. 문제는, 오늘 자정부터 한국의 휴대 전화가 정지되어 로밍이 끊어졌다는 것. 입국하자마자 일본 휴대 전화를 개통할 예정이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직까지 일본 휴대 전화를 개통하지 못해서 결국 밖에 나가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 정지를 뒤로 미루고 며칠 더 로밍을 할까 하다가... 하루, 이틀 밖에서 인터넷 못한다고 죽겠나 싶어 그냥 뒀다.
그런데... 밖에 나가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미리 준비한답시고 집 → 아베노 구청, 집 → 오사카 성 가는 길을 지도로 검색한 뒤 저장을 했는데... 웹 하드에 한 거다. 그걸 집에서 미리 휴대 전화에 다운 받았어야 했는데 그냥 나가버린 것. 건물 밖으로 나간 뒤에야 알게 됐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휴대 전화에 지도 다운로드 받으려니까 어찌나 귀찮은지. 그래서 그냥 갔다.
코보레구치駅까지는 걸어서 1분이면 간다. 역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다음이 문제. 휴대 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니 바보가 되어 버렸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철 역에 가면 공용 와이파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잡히는 와이파이가 없다. 지도를 한~ 참 쳐다보는데 구약소(구청)가 안 보인다.
제복 입은 분이 계시기에 쫄랑쫄랑 가서 "스미마셍~ 구약소가 도꼬니 아리마스까?" 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무슨 구청이냔다. 응? 근처에 다른 구청도 있나? 아베노 구약소라고 하니까 안으로 슥~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와서 내가 보던 지도를 보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여기 있던 지도 어디 갔냐며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안에서 뚱뚱한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지도를 건네주니 그걸 내게 보여주면서 어디 앞이라고 설명을 한다. 그래, 지도 보면서 어디 맞은 편에 있는 것 정도는 나도 알겠다. 그 어디는 또 어디에 있냔 말이다. -ㅅ- 못 알아듣는 눈치니까 옆에 있던 뚱뚱한 아저씨가 스마트 폰으로 보면 된단다. 하아~ 아저씨~ 스마트 폰이 되면 내가 아저씨들한테 묻고 있겠습니까요. ㅠ_ㅠ 말도 안 통하는데 계속 듣고 있어봤자다 싶어 고맙다 하고 그냥 나왔다. 일본에서 만난 가장 한국스러운 사람들이다, 현재까지는. 1
아무튼... 다시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 쪽인지 저 쪽인지 조차도 모르겠다. 내키는대로 갔다가 반대로 가면 골치 아프잖아. 스마트 폰 데이터는 쓸 수 없어도 GPS는 될테니까 내 위치 참고해서 보면 안 될까 싶어 구글 지도 켜고... 아베노 구청 검색하니까 오프 라인 모드에서는 검색이 안 된단다. 제기랄...
그런데 지도를 조금 확대해보니 구약소가 보인다!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과 반대 쪽이다. 발길을 돌려 구약소 쪽으로 전진. 다행히 GPS로 내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으니까 거기 의지해서 쭉쭉 걸어간다. 지도로 보니 꽤 멀어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얼마 안 걸린다.
무슨 학교 건물처럼 생겼다. 오늘은 휴일이라 앞이 휑~ 하다.
내일 아침 일찌감치 가서 전입 신고하고 주민표 뽑은 다음 난바 가서 스마트 폰 개통해야지. -ㅅ-
구약소 앞에 딱 도착하니까 그제서야 대략 이런 저런 곳에 뭐가 있고 뭐가 있고만? 하고 파악이 된다. 3일 내내 갔던 코난에서 큰 길 따라 쭈욱 내려오면 되는 거였다. 구약소 위치는 확실하게 알았으니 오사카 성 가기 위해 코난 쪽으로 걸어간다.
세탁기 오기 전에 빨래하려고 코인 빨래방 그렇게 찾을 때에는 안 보이더니, 지나면서 보니까 딱 보인다. 하~
가로등에 철망을 씌워놓은 건 지진 때 깨지는 걸 막기 위해서일까?
전형적인 일본의 자그마한 동네 길을 걸어 데라다초駅까지 갔다. 가면서 또 코인 빨래방 보고... 우체국도 보고...
마침 전철이 지나간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지나가는 전철 본 적이 있었던가? 뭔가 생소한 분위기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데라다초駅. 코보레구치駅에 갈 일이 있을까 싶지만 데라다초는 종종 이용할 것 같다.
전철 안은 한산하다. 빈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다가 문득 전철 내부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한 장 찍었다.
금방 모리노미야駅에 도착. 역 하나 더 가서 오사카조코엔駅에서 내리면 오히려 더 걸어야 한다. 여기 내리는 게 덜 걷는다.
비행기가 계속 날아들더라. 마침 ANA 항공기 지나가기에 잽싸게 줌으로 당겨 찍었는데... 응? 저기 가는 비행기는 뭐야?
일부러 피스 오사카 쪽 계단 있는 길로 갔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 걸었던 길이 그 길이어서. ㅋ
4년 전에 오사카 성 갔을 때 찍었던 쇳덩어리 참새도 그 자리에 그대로.
└ 2014년, 오사카 성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993
예전에는 없었는데 해자 위에 배 띄워 노는 상품이 생겼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팠던 해자가 물놀이 장소가 되다니...
예전에는 왜 못 보고 지나쳤을 싶을 정도로 거대한 석조 도리이를 발견. 그 앞에 호국 신사라고 쓰여 있다.
제가 착각한 부분이 있어서 부랴부랴 수정합니다.
오사카 성 내부에 있는 신사는 도요쿠니 신사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풍신수길이 되는데, 거기에서 풍년 풍(豊)을 따오고 나라 국(國)을 붙여서 도요쿠니 신사가 된 겁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아들 히데요리를 신으로 섬기는 신사입니다.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전쟁의 주범이지만 일본에서는 평범한 하층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나라를 거머쥔 출세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에 신격화하고 있는 겁니다. 교토 쪽에 가도 도요쿠니 신사가 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조상을 가진 우리는 절대로 여기 가서 참배하거나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한글로는 호고쿠 신사라고 쓰여 있습니다(왜 한글 표기를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ㅅ-). 저는 지나가다가 그걸 보고 고코쿠 신사를 잘못 적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라 국(國)만 보고는 흥분해서 호국 신사라 착각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래 빨간 상자 안에서 흥분해서 주절주절 떠들어댄 거고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아들을 신격화한 신사든, 전쟁 범죄자들을 신격화한 신사든, 우리 입장에서는 갈 필요가 전혀 없는 신사가 되겠습니다만, 며칠 동안 잘못된 정보를 올려둔 것을 사과드립니다. 하루 방문객 100명도 안 될 때인데다 '오사카 성'으로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은 열 명도 채 안 되니 잘못된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분이 계실까 싶기도 하지만, 분명히 제 무지 때문에 잘못 올린 거니까... 그저 제 잘못입니다. 아래 빨간 상자 안의 내용은 지우지 않고 남겨두겠습니다. 혹시라도 일본 여행 중 호국 신사를 보고 참배하거나 기쁜 마음으로 구경하실 분들을 위해서요.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한국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기도하거나 소원을 비는 골 빈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호국 신사라는 건 말 그대로 나라를 보호한 이들을 기리는 신사입니다. 일본어로는 고코쿠 진쟈라고 읽습니다. 일본 입장에서 나라를 보호하다 죽은 사람이라면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웠던 군인들입니다. 조선 침략 전쟁 때 죽은 이들의 영혼도 일본 입장에서는 호국 영령인 겁니다. 물론 군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나쁜 사람이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든 일본군은 전 세계를 상대로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고 특히 우리나라를 상대로 인체 실험, 성 노예 동원 등의 파렴치한 범죄를 수없이 저질렀습니다. 그런 이들을 신으로 숭배하는 곳이 이 곳입니다. 일본 총리가 바뀔 때마다 참배를 하네 마네 말이 많은 야스쿠니 신사도 호국 신사에 속합니다.
호국 신사는 일본 전역에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방마다 하나씩은 다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 때 신사 참배를 강요 당한 경험이 있고 직접 체험하지 않았더라도 역사 교육을 통해 그것을 알고 있어서 신사에 일단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거나 에마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는데요. 이나리 신사(새빨간 도리이 수백 개가 이어져 있는 교토의 후시미이나리가 대표적입니다.)에 가서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빌거나 학문의 신을 모신 텐만궁에 가서 대학 붙게 해달라고 비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은, 호국 신사에서만큼은 고개 숙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 부끄럽지만 저는 호국 신사에서 에마를 쓴 적이 있습니다. 히로시마 성 안에 있는 신사였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가서 ¥500 내고 에마를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국 신사였습니다. 무식하면 이렇게 됩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 분들은 저처럼 바보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변 국가를 짓밟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면서까지 해야 하는 출세라면, 안 하는 게 낫다.
저 도리이 건너에 있는 동상이 누구인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일본인 Best 3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인물, 한자로 豊臣秀吉(풍신수길). 그렇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없던 오사카 성을 맨 처음 지은 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국 재패 후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거대한 규모의 오사카 성을 지은 ×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엄청난 피해를 준 왜놈일 뿐이지만, 일본인에게는 자수성가의 대명사입니다. 특히나 나이가 지긋한 분들에게는 아무 것도 없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일본을 차지한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위트도 있으면서 가끔 권위 의식 같은 거 벗어던진 채 허물없이 구는 인물이라는 평가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가 후해진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오사카 성은 오사카 관광에서 빠지지 않는 곳인데 적어도 역사적인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사카 성 주변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지만 천수각에 올라가려면 ¥600의 요금을 내야 합니다.
오사카 주유 패스가 있으면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천수각은 8층 높이의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겉만 저렇고 내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 가보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예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 찍 가던가, 점심 때 지나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에 쓸려 다니게 될 겁니다.
입장권 확인하는 곳을 지나자마자 줄을 서게 됩니다. 줄은 두 개로 갈라지는데요. 왼쪽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전망대로 올라가는 줄이고, 오른쪽 줄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줄입니다. 당연히 전부 왼쪽에 서고 오른쪽은 휑~ 합니다. 기다리는 게 싫다면 오른쪽 줄로 쭉쭉 걸어가서 계단으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계단 싫어하는 분은 그냥 왼쪽에 서시면 됩니다. ㅋ
예전에도 ¥600이었는에 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검표를 하고 들어가자마자 줄이 두 개로 나뉘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줄과 걸어 올라가는 줄이다. 고민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은 너무 사람이 많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로 간 뒤 음성 안내기를 빌렸다. 안내하시는 분이 한국어를 잘 하니까 일본어 못 한다고 쫄 필요가 없다. 종이를 하나 내어주면서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음성 안내기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써달라고 한다.
이름은 영어로 쓰고, 전화번호는 한국에서 쓰던 손전화 번호를 썼는데... 주소가 문제다. 대부분 관광객이라서 그냥 호텔 이름만 쓰면 되는데 나는 호텔에 묵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영어로 Tennoji Minami라고만 썼더니 주소가 이게 맞냐고 되묻는다. 아직 전입 신고를 안 해서 신분증 보여달라고 했을 때 냈던 재류 카드에는 주소가 없는 상황. 부랴부랴 스마트 폰 꺼내어 웹 하드에 저장된 주소를 보려고 하는데... 하는데... 아뿔싸! 와이파이가 안 된다. 천만 다행으로 열어놓은 엑셀 파일에 주소가 있어서 그걸 보여줬더니 부리나케 옮겨 적는다. 살고 있는 맨션의 호 수까지 다 적더라. ㅋ
걸어서 전망대까지 올라가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저 앞에 아베노 하루카스가 희미하게 보인다. 엄청 멀다. 직선 거리로 6㎞ 넘을 거다.
줌으로 당겼더니 어느 정도 보이긴 한다. ㅋ
오사카에서 한국 아이돌 공연한다 하면 대부분 저 돔 공연장에서 한다고 들었다.
저 넓은 잔디밭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을 올리기 위해 만든 터라고 한다.
업신여김 당하며 보잘 것 없는 일 하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들어 출세 길로 들어선 계기는 기요스城 공사 때였다.
└ 기노시타 도키치로 → 하시바 히데요시 → 다이라 히데요시 → 후지와라 히데요시 →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성과 이름을 바꿔댐.
올 해 6월에 갔었던 빗추 타카마쓰 성(http://pohangsteelers.tistory.com/1690)의 수공도 히데요시의 업적으로 인정된다.
고정된 배경 위로 홀로그램 같은 그래픽이 펼쳐진다. 히데요시의 일생을 나눠 재현한 것이다. 모든 파트를 다 보려면 20분 걸린다.
4년 전에도 찍은 부분인데 내용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네. 한국 관광객이 많으니 저렇게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つ' 같은 경우 '츠'로 쓰고 읽을 수도 있고 '쓰'로 쓰고 읽을 수도 있다지만, 히데'여'리는 너무 한 거 아닙니까. -ㅅ-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늙그막까지 아들이 없었습니다. 기타노만도코로는 현명한 부인이었지만 자식을 낳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수명이 지금처럼 길지 않았기 때문에 40, 50살만 되어도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였지요. 히데요시는 다른 집에 양자로 보냈던 조카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불러 간바쿠(關白) 자리에 앉힙니다. 사실 상 후계자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런데 환갑이 거의 다 되어 측실인 요도 도노가 아들을 낳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리입니다. 당연히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었던 히데요시는 간바쿠 자리에 있던 히데요리에게 반란 혐의를 뒤집어 씌워 쫓아냈다가 자결을 강요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편으로 갈라져 싸웠던 수많은 무장들의 깃발.
예전에는 뭣도 모르니까 그냥 지나쳤지만 관련 소설을 읽고 나니 익숙한 이름이 많아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깃발은 아무 무늬 없이 그냥 흰 색. 지금으로 따지면 항복의 상징인 백기인 셈인데. -_ㅡ;;;
바로 위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검은 바탕에 흰 십자가 모양은 가토 요시아키의 깃발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집안의 가신인 가토 노리아키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실패하는 반란에 가담하는 바람에 집안이 모두 떠돌이 신세가 된다. 그러다가 히데요시 밑으로 들어간다.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출병했지만 이순신에게 번번히 박살났고, 원균이 조선 해군을 맡았을 때 칠천량에서 승리했다. 히데요시 사망 후에 귀국하여 이에야스 편에 서서 공을 세웠다. 참고로 『 명량 』에도 나오는데 김강일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다.
4년 전에도 무척 재미있게 봤던 해설인데 내용에 변화 없이 그대로 상영하고 있었다. 일본어, 중국어, 한글, 영어 자막이 뜬다.
└ 따로 의자가 없으니 바닥에 앉아서 보는 게 가장 편하다. 가로로 긴 그림을 부분, 부분 확대하여 해설해준다.
오른쪽이 도쿠가와 이에야스, 왼쪽은 아들인 도쿠가와 히데타다.
위 사진 속의 두 무장은 모두 본인 보다는 아버지가 훨~ 씬 유명하다. 아버지의 후광이 너무 밝아 아무리 설쳐도 빛을 못 냈다.
왼쪽부터 설명하자면, 혼다 타다토모는 혼다 타다카쓰의 아들이다. 혼다 타다카쓰는 어릴 때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기며 같이 자란 무장. 6m에 달하는 긴 창이 주로 쓰는 무기인데 잠자리가 와서 앉았다가 바로 두 동강 났다고 돈보기리라 불렀단다. 수많은 전투에서 용맹하게 싸우면서도 단 한 번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며 사슴뿔 투구가 멀리서 보이면 적군이 겁부터 먹었다고 한다. 그런 타다카쓰의 엄청난 활약을 뛰어넘지 못했는지 타다토모 쪽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오른쪽은 이이 나오마사의 아들인 이이 나오타카. 이이 나오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쥐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다. 그런 거물의 아들이다 보니 어지간한 공으로는 아버지 근처에도 못 갔을 터. 역시나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오사카 성에서 가장 복작거리는 곳은 입구의 엘리베이터 줄이다. 그 다음은 맨 꼭대기인 전망대. 그 다음이 7층이다. 뭔 소리냐고? 많은 사람들이 오사카 성에 간다. 천수각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는 정원이 있기 때문에 차례로 타다 보면 줄이 길어진다. 그렇게 한참 기다렸다가 1층에서 8층까지 바로 간다. 전망대를 한 바퀴 빙~ 둘러보면서 저 쪽이 우리 숙소일걸? 뭐, 그런 얘기하면서 인파에 밀려가며 구경한다. 그리고 계단 타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간다. 당최 관심도 없는 전시물이 있을 뿐. 재미 없다. 그러니 그냥 막 내려가서 나간다. 돈 아깝다 하면서.
그래서 5층(6층은 없다)부터는 한산하다.
천수각 입구 반대 쪽으로 나가다 보면 외진 곳에 비석 같은 게 하나 서 있다. 히데요리가 자결한 곳을 알리는 이정표 같은 거다.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그의 엄마 요도 도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맹공에 버티지 못하고 구석에 숨어 있다가 자결했다.
└ 할복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라고 한 뒤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뭐가 맞는지 모른다.
뜬금없는 곳에, 뜬금없는 모양으로, 뜬금없이 편의점이 있다. 로손... -ㅅ-
위험! 명사라서 키켕! 아부나이!는 위험해! 음... 그렇고만.
영어 안내가 없으면 뭔지 감도 못 잡겠다.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또 와야지. ㅋ
개인적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등장하는 전국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사카 성 여름/겨울 전투와 세키가하라 전투도. 관심이 있다 보니 오사카 성에 가면 이것저것 볼 것이 많아 재미있다. 그러나 한글 음성 가이드는 한계가 있다. 영어 안내 역시 마찬가지고.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서 일본어 안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실례합니다~ 구청이 어디에 있습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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