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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8년 10월 02일 화요일 맑음 (집에만 있기 싫은 날씨, 우체국 통장 개설, 호라이 부타만)

by 스틸러스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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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21시도 안 되어 자려고 누웠다. 사실은 공부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집에서 혼자 빈둥거리고 있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든다. 일본 오면 온통 일본 말만 들리고 할 테니까 하기 싫어도 일본어 공부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집에서는 만날 한국 예능이나 보고 있지, 밖에 나가도 편의점에서 "전자 레인지에 돌려줄까요?" 물어보면 "괜찮습니다"만 하고 있지, 일본어 공부한답시고 가져온 책은 쳐다도 안 보지, JLPT N5 공부하면서 외운 단어 500여 개 중 100개도 머리 속에 안 남아 있다. 에휴~


아무튼... 일찌감치 잔다고 누웠지만 유튜브 보면서 또 두 시간 까먹고... 태블릿 떨어뜨리기 시작해서 이제 자야겠다 싶어 그대로 혼절. 새벽에 또 깨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에 눈 뜨면 공부나 해야지~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귀찮고. 어디든 다녀오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교토에 다녀올까? 하는 생각하면서 태블릿으로 경로 검색하는데,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는 경로로 안내를 한다. 아니, 여기서 하루카 타면 한 방인데 왜?




...... 요금이 두 배였다. 역시. 하루카는 비싸고만. JR Pass를 이용할 수 없는 유학생의 비애다. 방학 때라도 JR Pass 구입할 수 있다면 실컷 돌아다닐텐데. ㅠ_ㅠ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학생 할인 같은 거 안 되는지라도 알아봐야겠다. 아무튼... 교토까지는 가는데만 ¥920 든다고 나온다. 왕복하면 얼추 2만원 돈. 먹고 놀러다니면 5만원은 깨질 거 같다.


방세 내고 나면 달랑 30만원 남는데 그걸로 손전화 요금 내고, 전기랑 가스 요금 내고 그러면... 하루에 10,000원도 못 쓴다. 결국 저축해 둔 돈 까먹는 수밖에 없는데... 그걸 최대한 안 까먹으면서 버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지금 당장은 말도 안 통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가지고 온 돈이 다 떨어지면 그대로 끝이다. 한국에 손 빌릴 데도 없다. 한국에 잠시 들어가서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랑가 고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어디 돌아다니고 할 엄두가 안 난다. 어제 불과 한 시간만에 30만원 넘게 까먹어놓고 이런 말 잘도 하네. -ㅅ-   아무튼... 돈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 어디 놀러다닐 마음을 먹는 게 힘들다. 그런데... 내가 유학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여기저기를 여행하자는 것도 있었는데...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 못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해서 될 일인가 싶기도 하다. 2년의 유학 기간 중 1년 정도는 좀 자유롭게 놀러다니면서 지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두 가지 반대되는 생각이 자꾸 부딪치는데 확! 결정하는 게 어렵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과 일본에 유학을 결정한 이유 중 여행도 있으니 1년 정도는 마음껏 다니자.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일단은 교토 가서 에이칸도에라도 들릴까? 싶어 경로를 검색하니 근처에서 오사카 칸조線 타고 간 뒤 케이한線 갈아타라고 나온다. 그렇게 해도 또 버스 타야 한다. 그냥 바로 교토駅 가서 버스 타는 게 낫지 않나? 싶어 교토駅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데라다초에서 오사카까지 간 뒤 거기에서 교토 가면 된다고 하네. 어찌 할까... 갈까 말까. 막상 에이칸도 가자니 자주 가서 그닥 끌리지도 않고.


일단 가지고 있는 4년 전의 가이드 북 보고 교토에 갈만한 곳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오사카도 한 번 보고. 끌리는 곳 있으면 잽싸게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방콕해야지.




저기까지 써놓고 결국 밖에 나갔다. 10월 방세는 부동산 계약할 때 냈지만 11월 방세는 직접 내야 하는데 방세 내려면 우체국 통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리 검색해서 재류 카드, 여권, 도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갔다. 주민표 필요하다는 글도 있던데 주민표 달라는 말은 안 하더라.


내가 알아본 우체국은 데라다초駅 가는 길에 있는 자그마한 곳이었는데,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니까 집 주변에 우체국이 엄청 많이 나온다. 우체국 통장 만들고 나서 Q's 몰 가려고 했는데 지도에서 보니 학교 바로 앞에 우체국이 하나 있다. 그러고보니 본 기억이 난다. 거기에서 만들고 Q's 몰 가면 되겠다 싶어 그 쪽으로 완~ 전 천천히 걸어갔다. 이 날 위에는 후드 티셔츠 입고 아래에는 반바지 입었는데... 날씨가 엄청 더웠다. 평소 속도로 걸었으면 육수 대폭발이었을 건데 ¼로 속도 줄여서 걸은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등으로 땀이 줄줄 흐른다.


우체국에 도착하기 전에, 외국인이랑 유학생은 일본어로 뭐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거기까지는 두고 '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까?'를 번역기 돌려서 연습을 했다. 우체국 안에 들어가서 앉아 계신 여자 분께 "스미마셍~ 가이코쿠진 유우가쿠세가 츄쵸 오 츠쿠루 코가 데키마스까?[각주:1]" 하고 물어보니까 재류 카드랑 여권이랑 인감이 있냐고 물어본다. 있다고 하며 주섬주섬 꺼내니까 옆에서 도와줄 거라면서 안내를 해준다.


옆에 옆으로 가니 순박해보이는 남자 직원이 서류를 주며 어떤 걸 써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름은 영어로 쓰고, 주소는 한자로 쓰고. 전화 번호는 일본 전화 번호 쓰고. 헤매고 있으면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어려운 일은 없었다. 학교 바로 앞이라 그동안 나 같은 사람을 숫하게 겪어왔는지 차분하게 친절하게 하나, 하나 잘 알려주시더라. 오래 걸린다는 글도 많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아 금방 통장이 나왔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세 종류의 디자인 중 하나를 고르는 거였는데 망설임 없이 까만색 골랐다. 다른 두 종류는 너무 촌스러워... -_ㅡ;;;


이것도 그다지 쌈빡한 디자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하나는 완전 유아용, 또 다른 하나는 새마을 운동 버전이었다. -ㅅ-



    



카드는 나중에 집으로 온단다. 고맙다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Q's 몰 쪽으로 걸어서 이동. 그동안 만날 텐노지駅이랑 킨테츠 백화점에서만 어슬렁거렸지 Q's 몰 쪽은 처음이다. 가다보니 엄청 큰 오락실 등장. 뽑기 인형에 혹~ 해서 들어갔다. 할만한 거 없나 천천히 기계 하나, 하나 다 둘러보다가 그냥 나와서 길 건넌 뒤 Q's 몰 안으로 들어갔다. 이 동네에도 노면 전차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네. -ㅅ-


Q's 몰은... 나중에 한국에서 친구들이나 손님들 오면 안내해줘야겠다 싶더라. 통로가 엄청 넓은데다 유명 캐릭터 관련 매장이 잔뜩인지라 관광객들이 좋아할만 하겠더라. 3층에 SEGA 있다는 안내 보자마자 올라가서 들어갔는데... 딱히 끌리는 기계가 없다. 예전 같으면 그냥 돈 막 넣어서 뽑을 때까지 덤볐을텐데, 이제는 부유한 관광객이 아니라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날로 먹을만한 게 있나 살펴보게 된다. 나는 구멍에 팔 끼워넣어 끌어당기면서 뽑는 게 그나마 쉬운데 그건 없고 전부 틈 사이로 떨어뜨리는 거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개인지 곰인지 캐릭터 모양의 컵 같은 게 있어서 도전했다.


ICOCA 카드로 찍어서 다섯 번 했는데... 맨 처음에 찔끔 움직이고 그 다음은 다 헛방. 뭔가 아까워서 한 번 더 찍어서 다섯 번을 더 도전했지만 마찬가지다. 이건 뽑으려면 최소한 5만원은 써야겠다 싶어서 바로 포기했다. 피 같은 ¥1,000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밖으로 나와 식당 근처를 어슬렁거리는데 딱히 끌리는 집이 없다. 뷔페가 있기에 들어갈까 하다가 혼자 가기 뻘쭘해서... 나중에 친구들 오면 그 때 가자고 생각한 뒤 그냥 지나쳤다.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 건 주말 or 휴일에만! 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집 밖에서 먹는 건 굳이 주말이나 휴일 아니어도 괜찮다고 관대한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에 밥 먹으면서 맥주 일 잔 하고 싶었다. 그런데 끌리는 가게가 없으니 맥주만 먹기도 애매하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여기다 싶은 가게가 없어서 결국 텐노지駅 쪽으로 걸어갔다.


이 날 Q's 몰에 붙어 있는 안내 판때기 같은 거 보니까 마마무 콜라보레이션 어쩌고 하는 게 있더라고. 오늘부터던데. 마마무가 여기 와서 뭐 하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인터넷 보니 내일 일본 데뷔라네? 데뷔 전야제는 오늘 19시에 시부야의 타워 레코드에서 하고, 오사카 콘서트가 5일, 도쿄 콘서트가 7일이란다. 뭔 일정을 저렇게 잡았다냐. 도쿄 갔다가 오사카 왔다가 또 도쿄 갔다가. 정신 없네. 아무튼.



텐노지駅 1층으로 가면서 밖에서 뭐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551 호라이 만두 가게가 보인다. 응? 저런 게 있었어?


그동안 일본 숫하게 들락거렸는데 551 호라이 만두를 비롯해서 파블로 치즈 케이크, 도지마 롤 케이크, 바움쿠엔,... 유명한 먹거리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입이 저질이라 마구 돌아다니다가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먹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호라이 만두 먹어본 적이 없는데 간판 보고 혹~ 했다. 마침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잠시 망설이다 줄 서서 고기 만두 여섯 개 들어있는 것과 교자 구입.


덜렁덜렁 들고 집으로 왔다. 맥주 사고 싶었지만 스스로 한 다짐을 지키자고 마음 고쳐 먹으며 겨우 참았다. 집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칼피스 소다 하나 사들고 복귀. 짐 다 던지고 바로 만두부터 꺼냈다.


보통은 고기를 뜻하는 니쿠(肉)를 써서 肉饅頭(にくまんじゅう - 니쿠만쥬우 - 고기 만두)라 하는데 그걸 줄여서 니쿠만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단다. 그런데 간사이 지방에서는 돼지(豚) 만두라는 뜻의 豚饅(ぶたまん - 부타만)이라고 부른단다. 일부러 사투리 배우겠다고 오사카로 왔으니 나도 부타만이라 해야지. ㅋ   주문할 때 부타만 달라고 했다.



두 개 넣어준 간장을 그릇에 부었는데 매콤한 향이 올라온다. 간장에 기름이 떠 있어서 뭔가 싶어 봤더니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가 섞여 있어서 그런 것 같더라. 찍어 먹어보니 짠 맛은 거의 없고 기름의 고소함과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진다. 여러 개 넣어준 겨자는 제대로 걸리면 켁켁거리고 난리날 정도. 허겁지겁 교자를 먹고 부타만 세 개를 먹으니 배가 부르다.


땀 흘려서 씻어서 하는데... 배 부르니 잠이 솔솔 온다. 오늘 제대로 못 자기도 했다. 그래서 그대로 퍼졌다. 한 시간 정도를 곤히 잔 것 같다. 조금 더 자고 싶었는데 깨버려서... 세탁기 돌리고 짐 정리한 뒤 일기 마저 쓰고 있다.



우편함에 뭔가 들어 있는데... 크기가 무게로 봐서 어제 이미 받은 엑스페리아 XZP 케이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설마 같은 걸 또 보낸 건가? 한국에서도 그런 적이 몇 번 있긴 했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반품 어떻게 하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마존 들어가서 주문 번호 같은 걸로 내용물 볼 수 없나? 싶어 확인하려고 했지만 알 수가 없네.




그러던 중 배송 일자에 18-20 어쩌고 하는 게 보인다. 응? 내가 저 시간에 배송해달라고 한 게 있긴 한데... 설마 그건가 싶어 뜯어보니... 맞다. 같은 브랜드의 홍차 두 종류를 주문했는데 하나는 마사미 님 드리려고 두 상자 사고 다른 종류는 하나만 샀다. 그 하나 산 게 우편함에 들어 있는 거다. 18-20시 사이에 배송해달라고 했는데 관계없이 그냥 일찌감치 우편함에 넣어버렸나보다. 일본 애들 배송 시간 칼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기도 한 모양이다.



    

    


그거 말고 같이 들어 있던 건 전기 요금 내라는 종이였다. 9월 20일부터 열흘 동안 쓴 게 8,000원 조금 넘는다. 에어컨도 수시로 껐다 켰다 했고 화장실 환기랑 건조 기능도 종종 썼는데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만날 집에 있었으니 좀 많이 나온 게 아닌가 싶고...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한 달에 20,000원 정도 나올 것 같다. 겨울에 난방하거나 여름에 냉방하면 두 배 정도는 나오겠지.




배송되어 온 홍차 마셔봤는데... 지난 달에 분당에서 먹었던 건 이게 아니다. 향만으로도 알겠다. 홍차에서 뭔가 밀크 티 같은 향이 난다 싶더라니... 뜨거운 물을 붓고 난 후에도 우유를 섞은 듯한 향이 느껴진다. 맛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나는데 처음 마실 때 뿐이고 목으로 넘길 때에는 얼 그레이 옅은 맛이 느껴진다. 입이 저질이라 뭐라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 제대로 마시려면 일단 괜찮은 유리 컵부터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학교 갔다 오면서 홍차용 컵 하나 사들고 와야겠다.



    



내일은 학교 입학식이 있는 날. 입학식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 한 시쯤 되지 않을까 싶다. 수업은 없고 그냥 학교 가서 사람들 만나고 하는 게 전부이지 않을까 싶네. 배 불러서 부타만 남은 건 못 먹을 것 같으니 일단 두고... 20시 넘으면 홍차 왔나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있으면 들고 와야겠다. 하나만 마셔봐야지. 내일 전자레인지用 접시 하나랑 홍차用 컵 하나 사들고 와야겠다.

  1. "실례합니다. 외국인 유학생이 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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