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맑은 날씨. 일본의 경우 구름이 많지 않은데다 간혹 구름이 많은 날이라고 해도 엄청 낮게 떠 있는 듯 해서 한국보다 뭔가 있어보이는 풍경이다. 오늘은 입학식이 있는 날.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고대 국가의 시조가 하늘을 연 날, 일본에서의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일어나서 뮝기적거리다가 씻고 나갔다. 그냥 티셔츠 입을까 하다가 그래도 입학식인데 격식을 갖춰야 하나? 싶어서 옷깃이 있는 반팔 티셔츠를 찾아봤더니... 한 번도 안 들고 왔나보다. 없다.
별 수 없이 몇 년 전에 유니클로에서 산 두꺼운 긴 팔 남방을 꺼내 팔 부분을 접어올린 뒤 입었다. 밖으로 나가니 시원한 날씨이긴 한데, 평소 속도대로 걸으면 100% 땀 폭포 개방이다. 천~ 천~ 히 걸었다.
일본 와서 한 번 가 보고, 반 편성 시험 볼 때 가보고, 어제 우체국 다녀오면서 또 가보고, 세 번이나 가봤으니 이제 학교까지 헤매지 않고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두 번째 갔을 때 헤맸던 길 그대로 가서 또 헤맸다. -_ㅡ;;; 나 길 잘 찾는데 왜 이럴까. 학교라서 나도 모르게 거부하는 모양이다. ㅋ
신관 앞에 가니 신입생이냐고 물어보는 아저씨가 있다. 그렇다고 했더니 본관 2층으로 가라고 한다. 본관에 들어서니 로비에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고 그 앞에 중국, 한국 등으로 써붙여 놨더라. 한국 쪽에 가니 담당하시는 분이 이름을 기억하시고는 바로 체크. 재류 카드와 여권을 내고 학교에서 주는 봉투 하나 받아든 뒤 2층으로 올라갔다.
강당 같은 곳에 들어가니 와~ 사람들이 제법 많다. 뒷 쪽은 이미 꽉 찼기에 적당히 앞 쪽으로 가서 자리 잡고 앉았다. 아홉 시 반부터 시작인데 정확히 그 때 시작하더라. 행사는 일본어로만 진행이 됐다. 뭔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엄청 집중해서 듯는 척(?) 했고 아는 단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다 알아들었다는 듯 연기를 했다. -_ㅡ;;;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전형적인 일본의 행사였던 것 같다. 뭔가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학생의 환영사 같은 게 있었는데 잘 생긴 이탈리아 총각이 능숙한 일본어로 인사를 했고, 신입생의 인사도 있었는데 한국의 처자가 대표로 뽑힌 모양이다. 일본어 잘 하던데 대체 뭘 배우러 온 걸까?
교가까지 부르는데 보통은 3절까지 있다고 해도 1절만 부르지 않나? 2절까지 부르더라. 거기에다 교가 치고 음이 좀 높아. ㅋㅋㅋ 아무튼... 금방 끝났다. 각국 담당 선생님들이 와서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안내를 하는데 다른 건 못 알아듣고 신관, 10시 10분부터 정도만 알아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몇 몇 일어나더라.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어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신관 76호 교실로 가라고 안내해준다.
옆 건물로 옮겨가니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택했다. 여름에 숨만 쉬면 땀 날 날씨가 아니라면 계단으로 다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7층에 도착해 교실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10시 10분이 지나자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는데 전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본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한 번 더 말하는 과정으로 진행하더라. 어찌 보면 융통성이 없는 거고, 어찌 보면 규정대로 하는 거고. 주어진 서류를 미리 다 읽어봐서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딴 짓 하게 되더라. 역시... 공부하는 머리는 아닌가 보다. 집중력도 형편 없고. 장학금 같은 거 노리지도 않는다. 출석 100%에 평균 B 정도면 만족할 것 같다.
책자는 하나, 하나 세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지만 일일이 읽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집에 가도 된단다.
대학처럼 선택 과목이 있는 모양인데 입학 후 3개월이 지나면 선택하게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입학하자마자 선택 과목 고른 뒤 그 수업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봉투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것 중 하늘색 종이가 있던데 나는 없어서 빠졌나? 싶었는데 그게 아마 선택 과목 신청하는 종이인 모양이다. 나가면서 보니까 절반 이상은 남아있는 것 같던데... 나처럼 일본어 일자 무식인 사람이 더 적은가보다.
하긴... 인터넷 검색해보면 워킹 홀리데이로 1년 생활하다가 유학 선택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고 그러니까. 아무튼... 나는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 안내하는 것 중 이해가 안 되는 건 바이크, 자동차로 학교 오는 거 엄금(!) 한다는 것과 모자 쓰고 수업 들을 수 없다는 거. 그 외에도 안내문의 곳곳에서 상당히 꼰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긴 했다. 아무튼... 모자로 대충 가리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수시로 머리 밀고 다녀야겠고만. 귀찮게시리.
집에 와서 어제 먹다 남은 부타만을 전자 레인지에 돌렸다. 2분 돌렸는데 약간 온기만 느껴지고 별 거 없다. 더 돌릴까 하다가 그냥 먹었다. 칼피스 소다랑 같이 세 개 먹으니까 배가 빵빵하다.
학교에서 받아온 서류 같은 거 대충 정리해놓고 편의점 가서 라인 페이 충전하고, 전기 요금 내고, 보험료 내고,... 코난 가서 컵이랑 전자 레인지에서 쓸 접시 하나 사들고 와야지. 그거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오후에는 컴퓨터 끄고 텔레비전 켜놓은 채 일본어 공부라도 할까 싶다. 가타가나는 거의 다 날아갔고 히라가나도 머리 속에서 날아갈 지경이다. 기본 단어라도 부지런히 외워야겠다.
저기까지 써놓고 누워있다가... 잠이 마구 몰려와서 깜빡 잠 들었다. 잠깐 자고 일어나서 편의점 가 라인 페이 충전하고 건강 보험료랑 전기 요금 냈다. 라인 페이 충전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컵이랑 접시 사러 안 나갔다. -ㅅ-
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내일은 반 배정 결과 확인하고 반에서 간단한 인사 정도 나누는 걸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5교시까지 수업하는 건 금요일이 처음이 될 것 같고... 일본은 월요일도 휴일이니까 다음 주 화요일에 수업이 이어질 것이다.
토요일에 축구 보러 가고, 일요일에 날씨 괜찮으면 조기 축구회 참가해볼까 한다. 태풍 올라오는 것 때문에 비 올 것 같긴 하지만.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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