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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공부

가다(行く)와 오다(来る)

by 스틸러스 201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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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학교에는 대만에서 온 애들이 가장 많다. 대만은 사회적으로 친일파가 많은 나라. 과거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 우리나라가 저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아무튼. 대만 애들은 중국어를 쓰기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한자 때문에 헤맬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읽는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대략 무슨 뜻인지 알기 때문에 읽고 말할 수 없어도 의미를 이해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하더라. 우리나라 애들은? 내 또래는 중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한자를 배웠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한자 수업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요즘 젊은 애들은 자기 이름 말고는 거의 모르더라.
  •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만 애들에 비해 일본어 배우는 게 어렵냐?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문법에서 먹고 들어간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법이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문법 쪽으로 가면 한국 사람들이 대만 애들 정도(?)는 가볍게 누른다.



  • 이게 그저 어순이 같다는 정도가 아니라 표현 자체가 비슷하다. 예를 들어 '먹어 볼까?' 같은 경우 '먹다'와 '보다'를 같이 쓰는 표현이다. 물론 이 때의 보다는 눈으로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도한다는 의미이고.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食べてみるか(타베테미루까)' 라고 하는데 먹다(食べる - 타베루)가 먹어(食べて - 타베테)로 변형되고 보다는 見る(미루)인데 한자로 쓰면 본다는 뜻이 되서 한자로 쓰지 않고 히라가나로 みる(미루)라고 쓴다. 거기에 질문을 뜻하는 か(까)가 붙어서 완성. 이 외에도 비슷한 표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공부하다 보면 '이렇게까지 비슷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 거기에다 조사의 사용법도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에서' 는 일본어로 'で' 라고 쓴다. '~은(는)' 은 'は(히라가나의 '하'지만 조사로 사용될 때에는 '와'로 읽어야 한다.)' 로 쓴다. 명사 뒤에 두 가지 조사가 합쳐져서 '학교 에서 는' 이라고 쓸 경우 일본어도 '学校(학교) で(에서) (는)' 이라고 쓴다. 이 외에도 문법은 비슷한 게 상당히 많다. '~할 지도 모르겠다', '~임에 틀림없다', 이런 표현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래서 국어 잘 하는 애들이 일본어 문법도 금방 배운다.



  • 그렇다고 다 같은 건 아닌 게, 우리는 '사과 좋아합니다.' 라고 하지만 일본어로 쓸 때에는 'リンゴ好きです(링고가 스키데스)。'라고 쓴다. 조사가 을(를)의 의미를 가진 を(오)가 아니라 이(가)의 의미를 가진 が(가)가 사용된다. 이 경우 좋아한다는 의미의 好き앞에는 무조건 조사 が가 온다고 머리 속에 넣으면 편하다. 교통 수단 등에 탄다는 의미의 乗る(노루) 앞에는 무조건 に(니), 내린다는 의미의 降りる(오리루) 앞에는 무조건 を(오)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 뭔 얘기하다가... 아!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고. '가다'와 '오다'.
  •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사용하는 게 같다. 예를 들어 '만나러 가다.' 의 경우 '만나다' 는 의미의 '会う(아우)'가 변형되어 '会いに(아이니)'가 되고, 가다는 그대로 '行く(이쿠)' 를 쓰면 된다. 다른 나라에서 온 애들 같은 경우는 가다와 오다를 굉장히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그냥 우리나라 말과 똑같이 쓰면 된다. 우리 말로 '갔다 와서' 라고 한다면 일본어로도 '行って来て(잇테키테)'로 쓰면 된다. 순서도 안 바꾸고 그대로다.
  • 하지만 무조건 이렇게 된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을 필요가 없지. ㅋ   위에서 우리는 조사 '을(를)' 을 쓰는데 일본어로는 '이(가)' 를 쓰는 경우를 소개했듯이, 우리는 간다고 하는데 일본어로는 온다고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 예를 들어 보자. 역 앞에서 두 사람이 싸운다. 누가 그걸 보고 신고를 했다. 근처의 파출소에서 경찰이 급하게 출동! 두 사람에게 다가가 일단 싸움을 말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며 쒸익~ 쒸익~ 거리고 있는 거다. 길바닥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일단 파출소로 가라고 한다. 뭐라고? 어떻게 말한다고? '일단. 파출소로. 가라.' 라고 한다. 맞지? 우리는 '가다' 지?
    하지만 일본어로는 오다의 의미를 가진 '来る' 를 쓴다. 대체 왜 그런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데 방금 설명을 들었다. 집이 되었든, 직장이 되었든, 본인의 생활 기반이 되는 공간으로 이동할 경우 가자고 하지 않는단다. 이 경우에는 온다고 한단다.



  •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학교 친구에게 '수업 마치고 우리 집에 같이 가서 한 잔 마시자.' 고 한다 치자. 이 때에는 뭐라고 말할까? 같이 오자? 이상하지 않나? 맞다. 이 때에는 그냥 '같이 가자(一緒に行こう。 - 잇쇼니 이코~)' 고 하면 된다. 하지만! 같이 가는 게 아닐 경우에는? 예를 들어,
    A: 오늘 수업 마치고 뭐해?
    B: 딱히 약속 없는데? 왜?
    A: 우리 집에 가서 한 잔 할래? 그 날 C도 온댔는데.
    B: 그럴까?
    한국어로는 '가서'를 썼다. 하지만 이 경우 일본어로 '行って(잇테)' 를 쓰면 안 된다. 온다는 의미의 '来て(키테)' 를 써야 한다. 집은 내가 살고 있는, 내 생활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을 내가 살고 있는 집이나 일하고 있는 직장으로 움직이게 할 때 '来る' 를 쓰지 않고 '行く' 를 쓰면 일본인들은 '우리 집에 와주세요' 가 아니라 '우리 집에 가주세요' 로 받아들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우리 말로는 가다가 맞는 경우라 行く 썼다가 틀려서 선생님에게 물어본 결과를 고스란히 블로그에 옮겨 봤다. 혹시나 틀렸거나 잘못된 내용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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