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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7월 21일 일요일 흐림 (교류 센터 / 홋카이도 여행 계획 / 쉐어 바이크)

by 스틸러스 201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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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는 토요일에 교류 센터에서 공부를 좀 하고, 일요일은 쉴 생각이었다. 하지만 토요일에 '슬슬 씻고 나가야 하는데...' '이제는 진짜 가야 하는데...' 이러면서 게으름 피우다가 결국 집 밖으로 못(?) 나갔다.



  • 일요일도 똑같은 꼴이 날 뻔 했지만 무거운 몸을 간신히 움직여 교류 센터에 갔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터라 '교류 센터에 갔다가 미친 ×이 외국인 상대로 하는 범죄에라도 휩쓸리면...' 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 아무튼, 집에 있으면 책 한 번을 안 보기 때문에 예습이라도 하려면 교류 센터에 가지 않을 수 없다.
  • 날씨가 잔뜩 흐려 그다지 덥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는 같잖게 무너졌다. 햇볕은 없지만 공기 자체가 후끈후끈하다. 사우나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그 뜨거운 공기를 가르며 코난 앞의 자전거 빌리는 곳에 도착. 'ICOCA 카드를 등록하면 빌릴 때 카드 찍는 걸로 OK!' 라 하기에 그거 하려고.
    웹 사이트의 설명대로 했더니 금방 끝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카드 등록됐나 확인해봤더니 곧장 반영되어 있더라. 일본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오묘하게 뒤섞여 있다.
  • 마저 걸어서 교류 센터에 도착하니 등과 가슴께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검은 색 면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땀 때문에 젖은 부분의 색깔이 진해지니까 누가 봐도 땀으로 샤워한 티가 난다. 다행히 교류 센터 안은 시원했다.



  • 후지산에서 새카맣게 타서 왔기 때문에 팔뚝과 다리가 밤에는 클로킹이 가능한 지경이 되었는데, 슬슬 벗겨지기 시작한다. 나는 '껍데기 까진다.' 고 표현하는데, 타고 나면 피부가 벗겨지는 거다. 그런데 이제 막 벗겨지려 하는 찰라인데 팔뚝에서 땀이 나니까 마치 화상 입어 수포가 생긴 것처럼 미처 벗겨지지 않은 피부 껍질 속으로 땀이 고인다. 화상 입은 것 같기도 하고 액정 보호 필름 붙이다가 기포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누가 보면 무슨 전염병 같은 걸로 오해하고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더라.
  • 앉아서 월요일에 수업할 부분을 예습하고, 편지 쓰는 게 있기에 미리 쓸까 하다가 그냥 수업 시간에 쓰기로 했다. 예습은 금방 끝냈다. 다음은 교과서의 문장들을 엑셀로 옮기는 작업. 이게 쓸 데 없는 짓이라는 걸 아는데도 붙잡고 있다. 집에서 하면 훨씬 편하지만 자꾸 딴 짓 하느라 능률이 떨어져서 노트북 들고 교류 센터에 간 거다.
  • 일본어 입력이 느리니까 더듬더듬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축제 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잠시 후 조용해졌다 싶어 다행이다 싶더라니, 노란 티 입은 사내 녀석이 내 옆 자리에 와서 앉는다. 그리고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하고 자빠졌다.



  • 버릇인지 뭔지, 왼손으로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계속 머리를 쓸어올리는데 한, 두 번이라야 말이지. 쉬지 않고 계속 한다. 2초에 한 번씩은 그러는 거 같다. 그러고는 책상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고 또 같은 짓을 반복. 그러다가 코를 후비는데 손가락이 코를 뚫고 나와 눈을 찌를 기세로 후벼댄다. 공공 장소에서 저렇게 맹렬하게, 열심히 후벼대는 사람은 처음 봤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더러워서 나도 모르게 몸이 반대 쪽으로 쏠린다.
  • 공부는 물 건너 갔고... 홋카이도까지 가는 거 검색하다가 일기 썼다.
  • 옆에 있는 더러운 ㅺ 때문에 도저히 더는 못 앉아 있겠다 싶어 짐 싸들고 나왔다. 나오면서 손전화로 쉐어 바이크(공유 자전거)를 예약했다. 오사카부인지, 오사카시인지, 아무튼 지역에서 자전거 문제와 노숙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거라고 한다. 텐노지 역 근처의 코난 앞에 잔뜩 세워져 있는 거 보고 예~ 전에 회원 가입을 했었더랬다.
  • 20분 어쩌고 하는 걸 본 기억이 있는지라 이용하기 20분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손전화로 예약하고 나서 20분 내에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는 거였다. 아까  교류 센터에 가면서 ICOCA 카드를 등록했었는데, 그걸 쓸 경우에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냥 카드 찍고 바로 자전거 타면 된단다. 인기가 있어서 자전거가 안 남아나면 예약하는 게 좋겠지만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자전거는 넉넉하게 세워져 있었으니까.
  • '교류 센터에서 코난까지 20분 안에 못 갈라고?' 라 생각했는데, 못 갔다. -_ㅡ;;;   평소의 걷는 속도였다면 충분했겠지만 땀 흘리기 싫어서 천천히 걸었더니...
    바로 코 앞에서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는 사이에 20분이 되어버렸다. 20분이 되니까 칼같이 예약이 취소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대충 만만해 보이는 자전거 앞에 가서 카드 찍었더니 자물쇠가 열리고 바로 사용이 시작된다.



  • 집까지 타고 가서 일단 세운 뒤 안장을 좀 높였다. 그리고 호다닥 올라와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챙긴 뒤 다시 내려갔다. 자전거를 타고 농구장으로 출발. 2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5.6㎞라 나오는데.
  • 안으로 들어가니 여덟 명이 편을 갈라 시합을 하고 있더라. 잠시 지켜보다가 번갈아가며 게임을 뛰었다. 예전에도 봤던, 정말 잘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걔보다 더 붕붕 날아다니는 애가 있더라. 개인기 좋더만. '내가 쫌만 젊었어도...' 가 아니라 20대 초반의 한창 때의 내가 와도 상대가 안 될 거 같더라.
  • 커리 유니폼 입고 있는 녀석이 이번에도 왔는데 드리블도 안 되고 패스도 안 좋은데 왜 자꾸 본인이 볼 운반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드 보면 안 되는 스타일인데 꾸역꾸역 본인이 가드 보려고 하더만. 뭐, 죽자사자 이기려고 하는 게임이 아니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늦게 도착해서 슛 연습도 못했고, 힘들기도 했고, 영점이 안 맞아서 영 안 들어가는 것 같기에 슛도 거의 안 던졌다.
  • 키가 제일 큰 녀석이 있는데 리어 포스트로 안 들어가고 자꾸 밖으로 돌더라. 센터 봐야 하는데 스몰 포워드처럼 움직여.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자기 친구들끼리 뛸 때에는 가드나 스몰 포워드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랑 게임하면서 키가 가장 크다고 센터 보라 하면 갑자기 보겠냐고. 어쩌다보니 나보다 5~10㎝ 정도 작은 중학생들이랑 농구하게 됐을 때 나보고 갑자기 센터 보라 하면 나도 제대로 자리 못 잡을 거니까.
  • 뭐... 승부보다는 재미있게 즐기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게임 뛰었다. 여덟 명이 풀 코트로 여러 게임을 뛰니까 막판에는 다들 지쳐서 백 코트도 안 되고. ㅋ   최소 열다섯 명은 나와서 세 팀 짜고 돌아가면서 게임해야 재미도 있고 그럴텐데, 단톡방에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말 어이 없는 건 메시지 올려도 안 보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는 거. 그래서 G군이 언제 같이 운동하자고 공지 해놓고도 직접 사람들 찾아다니며 시간 되는지 물어보고 다닌다. 이게 무슨 짓인지. 에휴...



  • 운동을 마치고 자전거 타고 돌아왔다. 돌아올 때 생각해보니 자전거를 두 시간 동안 그저 세워놓기만 했는데도 돈은 400円이 나간다. 근처에 자전거 세우는 곳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거기 세웠으면 돈 아낄 수 있었을텐데.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야겠다.
  • 전기 자전거라 조금만 밟아도 쭉쭉 나간다. 1박 2일 예약해서 고베까지 타고 갔다 와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30분 타는 걸로도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극장에서도 그랬고, 조금만 앉아 있음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살쪄서 그런 걸까?
  • 코난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Enter 버튼 눌렀더니 뭐라 뭐라 뜬다. 반납된 줄 알고 집 쪽으로 걸어 가는데 뭔가 쎄~ 하다. 확인해보니 반납이 아니라 잠금으로 처리됐다. 반납하는 방법을 알아보니 자물쇠를 수동으로 채우고 Enter 누르는 거란다. 다시 돌아가서 자물쇠 내리고 Enter를 눌렀더니 뭐라 뭐라 뜬다. '이제는 진짜 됐겠지.' 하고 집 쪽으로 꽤 걸었는데 확인해보니 반납 처리 되었다는 메일이 안 왔다. 홈페이지에서도 계속 사용 중으로 뜬다. 결국 다시 돌아갔다. Enter 한 번 더 눌렀더니 그제서야 반납이라고 뜬다. 메일도 오고. 반납 때문에 삽질을 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라면이랑 먹을 거 사고 있는데 같이 농구했던, 커리 유니폼 입고 있는 녀석이 있더라. 근처에 산단다. 호오?
  • 집에 와서 바로 세탁기 돌리려고 했는데 내일 비 온다는 예보도 있고, 시간도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샤워만 했다. 씻고 나와 라면이랑 샌드위치 먹고, 콜라도 두 컵이나 마셨다. 운동한 거 다 날아갔다. ㅋ
  • 컴퓨터 켜서 일기 마저 쓰니 22시 30분. 누워서 한 시간 정도만 빈둥거리다 자야겠다. 내일은 학교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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