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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비도 오고 그러니까 천천히 걸어서 가려고.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가려 한들, 이미 촥~ 촥~ 촥~ 촥~ 뻗어 나가는 게 몸에 익어버린지라 나도 모르게 스피드 업! 오늘 입은 옷은 위에도, 아래에도, 내 기준에는 겨울에 입어도 될 정도로 두꺼운 옷. 덕분에 가슴과 등으로 땀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진다. 젠장!
- 엘리베이터에서 미사키 선생님을 만났다.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니 연휴 동안 바빴냐고 물어보시기에 늘 한가하다고 말을 했는데, 과거형으로 말해야 하는 건 현재형으로 말하고, 현재형으로 말해야 하는 건 과거형으로 말했다. 항상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머리 속으로 미리 생각하고 말하는데 그 과정 없이 갑자기 말을 하게 되면 어버버버~ 난리도 아니다. 아, 쪽팔려... -ㅅ-
- 정말 너무 간단하게 복습을 하고 시험을 봤다. 시험은 걱정한 것 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초반에 글씨 예쁘게 쓴답시고 시간 까먹는 바람에 뒷 부분은 괴발개발 엉망진창으로 휘갈겨 썼다. 에휴.
- 점심 먹고 교실로 돌아가서 잠시 앉아 있다가 슬슬 선생님 들어오실 시간이 됐다 싶어 7층으로 올라갔다. K군이랑 잠시 노가리를 까다가 나카모토 선생님에게 열쇠 고리를 드리고 왔다. 오카야마에서 사온 와인이 맛있다고 하셔서 기뻤다. 직접 술 가지고 가서 먹는 가게 같은 데 있음 다음에 같이 일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ㅋ
- 오후 수업을 들어오신 모토조노 선생님께도 후지산에서 사들고 온 기념품을 드리고. 수업을 받고. 모든 수업이 끝난 후 잠시 엎드려서 빈둥거렸다. 영화 보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꽤 남아서였다.
- 원래는 영화 볼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 1교시가 끝나고 뭔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 天気の子 』를 검색했는데 개봉이 오늘이었다. 영화관 관련 앱이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대충 다운로드 많은 걸로 선택했다. 영화 정보도 볼 수 있고 극장별로 시간 확인도 가능했는데, 지역을 텐노지로 설정하면서도 난바로 가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역 근처에 멀티플렉스가 있다. 응?
- 영화관 홈페이지로 링크가 걸려 있기에 누르고 들어갔더니 회원 가입하면 평일 1,100円이라는 배너가 보인다. 에? 정말?
- 잽싸게 가입을 했다. 그리고 나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15시에 시작하는 게 있네. 하지만 너무 촉박하다. 수업 끝나고 잽싸게 가면 도착은 어찌 하겠지만 땀범벅이 될 거야. 다음 시간이... 16시 15분이다. 이게 낫겠다 싶어 예약을 하려는데 가운데 쪽 좋은 자리는 전멸.
-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걸로 미리 예매를 할까 했지만, 우리 집은 개미 지옥.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 나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바로 포기. ㅋ
그렇다고 안 보는 건 아쉬워서 결국 오늘 16시 15분, 오른쪽 측면 자리로 예매했다.
- 가는 길에 텐노지駅이 있어서 ICOCA 카드에 10,000円을 충전하고 바로 극장으로 갔다. 압구정이나 수원 CGV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뭔가 복잡하다.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하는지라 그걸 이용하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4층에서 내려 예매한 사람들 쪽으로 줄을 섰다. 자동화 기기가 비어 있었지만 쫄아서 이용할 생각을 안 했다.
- 내 차례가 되어 일하는 처자에게 인터넷으로 예약했다고 하니까 이름을 물어 본다. 이름을 말하니까 16시 15분, 『 天気の子 』 맞냐고 확인을 한다. 한 장 맞냐고 혼자 영화 보러 간 거 확인 사살까지 마치고 표를 내어 준다.
- 전반적으로 극장 자체가 뭔가 아날로그 분위기다. 제대로 된 벤치 같은 것도 없고 싸구려 1인용 의자 같은 걸 여러 개 가져다 놨다. 우리나라 극장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라서 영화 보기 전에 워밍업 하는 분위기인데 여기는 엄청 밝다. 대략 우리나라 10년 전 분위기 같다라고 할까?
-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할 게 없다. 마침 같은 층에 타이토 스테이션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요즘은 거의 없어진, 고리에 기계의 팔을 걸어 뽑는 게 두 개인가 있더라. 저게 내 전문인데 상품이 맘에 들지 않았다. 다른 UFO 크래인은 별로. 그 와중에 쇠로 된 긴 봉으로 상품을 밀어서 떨어뜨리는 게 눈에 띄었는데, 딱히 막고 있는 것도 없고 엄청 쉬워 보였다. 그냥 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한 판에 500円 짜리였다. 뭐, 대형 피규어가 들어 있어서 네 판 안 쪽으로 뽑으면 본전 뽑고도 남음인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거 같은데... 하지만 대부분의 UFO 크래인이 볼 때에는 쉽지.
게다가 다른 건 영화 표 가지고 있으면 50% 할인해주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더라.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말았다. 여행 다닐 때에는 UFO 크래인으로 인형 참 부지런히 뽑았는데 지금은 가난한 유학생이라.
- 평일 낮이라 그런지 중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중학생 어린 처자들의 치마 길이에 대한 미스테리가 풀렸다. 그동안 참으로 궁금했었다. 일본의 여중생들은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다니는데 고등학교 가자마자 똥꼬 치마로 줄여 입는다. 대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1~2개월 동안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
- 이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중학교까지는 의무 교육이라고 한다. 그래서 퇴학 같은 게 없단다. 그 때문인지 교칙이 엄청 빡빡하단다. 학교에 손전화도 못 가지고 간대. 전원 꺼서 가방에 넣는 것도 안 된단다. 그러니 교복에 대한 규칙은 오죽하겠냐고. 치마 길이에 대한 규정도 당연히 빡빡할 거다. 그러니 그 규정 지키느라 긴 치마 펄럭거리고 다니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칙이 널널해지니까 똥꼬 치마로 만들어 입는 거지. 여중생 중에서도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치마 허리 께를 접어서 짧게 입는 처자를 가뭄에 콩나듯 보긴 했지만서도.
- 아무튼...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른다. 그 와중에 15시 54분이 되니까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온다. CGV처럼 고정 쓰레기통이 있는 게 아니라 바퀴 달린 끌차에 쓰레기통을 놓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버리도록 하더라. 이것마저도 뭔가 옛날 느낌.
- 16시가 되면 들어가자고 생각했는데 안을 청소하고 있는 건지 못 들어가게 하고 있더라. 그러다가 16시 3분이 되어서야 입장. 내부는... 좀 어이 없었다. 일단 스크린은 엄청나게 작았고, 좌석과 좌석 사이는 넓었지만 단차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앞 좌석과 뒷 좌석의 높낮이 차이가 좀 나는데 이번에 간 극장은 약~ 간 높은 정도였다. 덕분에 앞 사람 머리통이 스크린 아래를 계속 가리고 있었다. 그냥 넓은 방에 사람들 백 명 이상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는 분위기였다.
- 좌석 뒤 쪽에는 가방을 거는 고리가 있었고 우산 꽂이도 있는 게 특이했다. 우리나라처럼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여기도 상영 시간 지나서까지 광고질하는지 궁금했다. 과연 그 결과는...
똑같더라.
- 15분에 시작인데 10분 동안 광고하더라. 희한한 건 그 광고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엄청 떠들더라는 거. 우리나라는 상영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조용해지는데 여기는 굉장히 떠들더라고. 그런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조용~ 해지는 게 신기했다.
- L군이 일본에서 영화 봤다고 하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엄두도 못 내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보니까 어영부영 알아는 먹겠더라. 뭐, 일본어를 알아듣는다기보다는 글자도 모르는 아이가 그림 책 보며 대충 내용 때려 맞추는 거랑 비슷한 거였지만.
- 다 본 후의 소감만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다. 뭐, 초압축 정리하자면 중 2 병 걸린 열여섯 먹은 사내 아이가 우연히 주운 권총을 하늘에 두 방 쏴서 애먼 사람들한테 싸그리 민폐 끼친 이야기 정도 되시겠다.
- 아무튼,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 별의 목소리 』인데, 매 번 비슷한 스타일로 가니까 이제는 좀 식상하다 싶기도 하다. 『 너의 이름은 』을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이번 작품도 어쩐지 비슷하게 가서.
- 『 날씨의 아이 』는 내용 때문인지 관련 굿즈가 죄다 테루테루보즈. 뭔가 하나 사들고 올까 하다가 일단 좀 기다려보기로 했다. 점점 더 많이 나올테니까.
- 일본에서는 오늘 개봉했는데 타이밍을 일부러 맞춘 것 같다. 오봉 얘기 나오기도 하고, 장마 시즌에 딱 맞춰서. 하지만 한국 개봉은 10월이라고 한다. 뭔가... 타이밍이 구리다. 작품 속에서 계속 비 내리는데 10월에 개봉하면 좀...
- 뭐, 지금 개봉하는 것도 반일 분위기 때문에 타이밍이 좋다 할 수 없긴 한데. 아무튼...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좀 그랬다. 나쁜 건 아닌데 환장해서 물고 빨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굿즈는 귀여우니 꽤 팔리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지금의 반일 분위기에서는 일본 색이 짙은 테루테루보즈는 쪽박 찰 가능성도...
- 돌아오는 길에 오아시스에 들러 먹을 걸 사들고 왔다. 수박 팔던데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대신 수박 음료수 샀다. 하아... 왜 이렇게 불쌍하게 사는지. 맥주 마실 돈이면 과일 실컷 먹을텐데. -ㅅ-
- 샤워하고 나오니 19시 10분. 라면 하나 먹고, 계란 삶고, 세탁기 돌리고, 그러니 21시가 다 되어 간다. 시간이 참...
- 내일은 공부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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