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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7월 18일 목요일 비옴 (스무 살 어린 년한테 개새끼 소리 들은 날)

by 스틸러스 201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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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있을 때에는 없었는데 일본에 와서 생긴 것 중 하나가 대만 혐오. 한국에서 살 때에는 딱히 대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중국어를 쓰면 다 중국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중국어를 쓰는 몰지각한 것들을 보면 '역시 중국 것들...' 이라 생각했지, 대만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다.
  • 이 학교는 대만에서 온 녀석들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어느 반을 가더라도 대만 것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처음 배정된 반에서는 더럽게 떠드는 ㅺ 때문에 힘들었다. 적당히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데도 떠들어대서 굉장히 짜증스러웠다. 그 때 썼던 일기를 보면 온통 짜증에, 욕에, 난리도 아닐 거다.



  • 다행히 지금 반은 좀 조용하고 괜찮은가 싶었는데, 역시나 맘에 안 드는 대만 것들 때문에 짜증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스물여섯 인가 스물여덟 인가 먹었다는데 하는 짓 보면 중학생 같아서 한심스러운 ㄴ에, 수업 중에 뭐 읽으라고 하면 개미 목소리로 옹알옹알거리다가 쉬는 시간에 미친 듯 처 떠드는 ㄴ에, 오전 수업은 일단 대가리 꼴아박고 자는 ㄴ(쉬는 시간에는 수영장 가르고 나오는 마징가처럼 살아난다.)에,... 특히나 대가리 꼴아박고 자는 ㄴ은 내 옆 자리인지라 이런저런 대화를 할 때가 있는데 그 와중에 장난 치다가 내 머리를 타악~ 때리더라고. 이 ㄴ이 미쳤나 싶긴 한데, 말로만 친구, 친구 하면서 이럴 때에 나이 앞세워 꼰대 짓 해서야 되겠나 싶어 그냥 웃으며 넘어 갔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참 예의 없는 족속들이고나.' 하고 생각했다.



  • 오늘, 앞 자리 앉은 ㄴ이 스마트 폰을 홱~ 채어가서 안 돌려주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저런 장난에는 반응 안 하면 재미 없어서 금방 끝나니까. 그런데 수업 중에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데도 안 주더라고. 쉬는 시간에 도로 뺏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꽉 쥐고 있는지 못 뺏겠더라. 게다가 여자 애라 함부로 하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빈 틈을 노려 그 ㄴ 스마트 폰을 뺏어 왔다.
  • 그랬더니 돌려달라고 징징징. 그래서 '먼저 내려 놔라.' 그랬더니 교환하자고 한다. 나도 한 고집 하니까, 싫다고 했다. 무조건 먼저 내려 놓으라고.
    그 ㄴ도 꽤 고집 있더라고. 끝까지 안 내려 놓더라.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 하는데 힘으로 뺏으려 들기에 감추고 안 줬지. 그랬더니 "야!" "이 씨!" 어쩌고 하면서 아는 한국어를 동원하더니 급기야 "개새끼야!" 까지 나왔다. 얼척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이 씨발년이 뒈질라고, 어디다 대고 개새끼야! 아가리를 확 찢어벌라." 하고 맞받아 욕을 해버렸다. 젠장... 그래봐야 뭔 뜻인지 아는 한국 친구들 기분만 나빠질텐데. 정작 욕 처먹을 대만 ㄴ은 알아듣지도 못할텐데.



  • 적당히 하고 그만뒀음 좋겠는데 계속 저러고 있기에 짜증나서 던지듯 스마트 폰을 넘겼더니 내 책상에 탁! 내려놓더라. 하아... 마음 같아서는 머리 끄댕이를 잡고 창 밖으로 집어던져버리고 싶은데, 일본까지 와서 범죄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속으로 계속 , , 하면서 참고 있었다.
  • 수업 중에 선생님이 문제지 나눠주는데 뭔 쪽지가 붙어서 오기에 봤더니 미안하다고, 자기가 나빴다고 썼더라.
  • 하아... 이게... 참... 예전의 나 같으면 이러고 저러고 그냥 앞으로는 개무시, 사람 취급 안 하고 사는데... 나이도 한참 어린데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그렇게 행동하는 건 참으로 쪼잔해보일 것 같아서(나는 쪼잔한 놈 맞는데) 결국 어영부영 넘어가기로 했다. 얼마 전의 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아니, 한국에서 같은 경우를 겪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모르는데...



  • 제 딴에도 어색했는지 그 뒤로는 눈도 안 마주치고 모른 척 하던데, 내일도 꽤 어색하겠지. 그래도 혹시나 장난 치거나 말 걸거나 하면 모른 척 하고 받아줄 생각이다. 첫사랑이랑 사고 쳤음 딸보다 어렸을 ㄴ한테 개새끼 소리를 다 듣고, 유학 온 덕분에 별 경험을 다 한다.
  • 수업 마치고는 교실에 남아 공부를 했다. 내일이 3과 테스트라서. 뭔가 공부할 게 꽤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잠도 밀려 온다. 그래서 적당히 보다가 그냥 나왔다.
  • 1층에 도착해서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오후부터 비 온다더니 간만에 일기 예보 맞았네. 내일도 비 온다는데. 오늘은 적당히 빈둥거리다가 맥주나 일 잔 하고 자야겠다.
  • 내일 시험 보고 나면 주말. 토요일에 같이 한 잔 먹자고 했는데 일단 봐야겠다고 했다. 보긴 뭘 봐. 내가 약속 따위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가고 싶지 않다. H군이 안 가냐고 묻기에 축구 보러 갈 거라고 했다. 선착순 10,000명에게 농구 유니폼 준다는데 비나 안 왔음 좋겠다.
  • 일주일 전에 후지노미야에서 후지산에 올라갈 일 걱정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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