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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니까 일찍 자야 하는데 어영부영 하다가 자정을 넘겨 버렸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열어놓은 창문 밖으로 엄청난 빗소리가! 그 잠결에도 '빨래 걷어야 한다!' 는 생각이 들어 어그적~ 어그적~ 베란다로 나가 빨래를 걷었다. 개구리 왕눈이 눈알만한 빗방울이 미친 듯 쏟아지고 있었다.
- 자다가 일어나 시계를 보니 세 시 반. 바로 자야하는데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건드리지 말라는 물레 건드리듯 태블릿을 손에 잡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네 시 반.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알람을 맞춰 놓고 다시 잤다.
-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긴 했는데 몸이 엄청 무겁다.
- 만날 라인에 뜨는 할인 쿠폰을 보느라 맥도날드 앱에 뜨는 신상품 공지 같은 걸 제대로 안 봤는데 오늘부터 맥너겟 열다섯 조각이 또 370円이다. 기간도 오질라게 길다. 9월 며칠까지던데? 당분간은 햄버거 먹지 말고 맥너겟이랑 음료수 마시는 게 좋겠다. ㅋ
- 교실에 남아 공부하려고 했는데 내일 수업할 부분에 대한 예습은 이미 마친 상태. 모레 수업할 부분을 공부해도 되겠지만 될 수 있으면 하루 전에 예습하자고 마음 먹은 터라 바로 선택 과목 교과서를 펼쳤다. 그런데... 이것도 미리 공부를 한 것 같다. 응?
- 이렇게 되면 딱히 남아서 공부할 게 없는데? 그래서 짐 싸들고 돌아왔다.
-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하지만 나는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데 냉장고가 주황색인 거야. 응? 뭐야? 설마! 하고 봤더니... 맞다. 냉장고 문이 열려 있었다. 안 쪽을 보니 물방울이 조롱조롱 맺혀 있다. 맥주는 미지근한 상태. 아침부터 열려 있었다는 얘기다. 일정 시간 동안 문이 닫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 같은 건 전혀 없고, 문 안 닫히면 가동을 중지하는 기능 같은 건 더더욱 없다. 다음 달에 전기 요금 폭탄 터지게 생겼다. 하아... 없는 살림에 이게 뭐야...
- 냉장고 때문에 망연자실. 그렇게 넋 놓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불과 요를 욕조에 던져놓고 물을 받고 있었다. 아아악!!!
- 이불 빨래 하자고 마음 먹은 건 두 달도 더 된 것 같다. 지난 해 11월에 집 근처 동전 세탁방에서 이불과 요, 베개를 세탁한 적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세탁기로 빠는 게 가능했으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불 빨래를 했지만 지금은 세탁기가 워낙 작아서 불가능. 6개월에 한 번은 빨자고 생각했지만 말처럼 되지 않는다. 아무튼, 동전 빨래방에 가려고 동전도 일부러 잔뜩 쌓아두고 있었는데... 동전 빨래방에 가지고 가야 할 이불을 욕조에 던져 넣어버린 거다.
- 이미 저지른 일, 어쩌겠어. 세제 볼 던져 놓고 물이 어느 정도 차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들어가서 밟았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이불 빨래 밟아가며 한 뒤로 20년만에 처음으로 밟는 빨래 해본다.
- 밟을 때마다 시~ 커먼 물이 나온다. 이런 걸 깔고, 덮고 있었으니... 부지런히 밟고 있자니 땀이 줄줄 흐른다. 말 그대로 비 오듯 흐른다. 상체를 숙였더니 땀이 욕조로 뚝뚝 떨어진다. 한 달만 이불 빨래 하면 40㎏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 새까만 물을 버리려고 이불을 들어올리려는데 더럽게 무겁다. 물을 잔뜩 머금어서 들 수가 없다. 낑낑거리며 겨우 든 뒤 물을 빼냈다. 다시 물을 받고, 세제를 또 풀고 다시 밟았다. 물을 버리고, 헹구고, 또 물을 받은 뒤 섬유 유연제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만사 귀찮은데 섬유 유연제를 넣어야 하나. 이불에서 향기 나면 뭐할 거야. 며칠 가지도 않을 건데. 그냥 헹구자. 생각은 그런데 미친 왼 손은 섬유 유연제의 뚜껑을 열고 있다. 결국 섬유 유연제를 넣어버린 덕분에 두 번을 더 헹궈야 했다.
- 이제 탈수를 해야 하는데... 요는 기를 쓰고 접어도 안 들어간다. 하긴... 이 걸 3.8㎏ 짜리 세탁기에 넣을 수 있음 내가 여기서 이러고 안 있지. 어디 가서 비싼 돈 받으면서 마술 공연하고 있지.
- 요는 포기하고 이불을 시도했다. 다행히 이불은 간신히 들어간다. 이불을 넣고 탈수한 뒤 일단 밖에 널었다. 해가 쨍쨍하니까 금방 마를 것 같았다. 요는... 도저히 무리다. 결국 요는 손으로 물을 짜낸 뒤 욕실에 널고 건조기를 돌렸다.
- 그러고나니 18시가 다 되어 간다. 너무 피곤했다. 맨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 한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서 밖에 널어놓은 이불을 만져보니 겉은 대충 말랐다. 속까지는 무리겠지만. 욕실에 널어놓은 요를 만져봤더니 이건 반 정도만 말랐다. 탈수 했으면 다 말랐을텐데. 일단 이불은 방으로 가지고 들어오고, 요는 밖에 널었다. 하늘을 보니 구름도 별로 없고, 비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어제처럼 밤 늦게나 새벽에 비라도 오면 대참사다.
- 일기 예보 어플로 확인해보니 0-6 70%다. 제기랄... 하지만 오늘도 12-18 60% 였는데 한 방울도 안 왔었다. 비는 무슨. 해가 쨍쨍했는데. 덕분에 우산 들고 간 스스로를 바보라 생각해야 했다. 일단 자기 전에 날씨 좀 보고... 비 오겠다 싶으면 방 안에 널어놔야지. 집도 좁아서 그렇게 널어 놓으면 발 디딜 곳도 없는데.
- 이불 빨래 한다고 진이 다 빠져버렸다.
- 19-21 사이에 온다는 택배가 도착하지 않기에 '설마 자는 사이에 왔다 갔나?' 하고 걱정했다. 벨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깊이 잠들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제는 19시 넘자마자 왔는데 오늘은 20시가 넘어도 안 온다. 하필 오늘 올 게 맥주라서 끙끙거리며 들고 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21시가 거의 다 되어서 벨이 울린다. 다행이다.
- 맥주랑 음료수 받아서 신발장 위에 대충 정리해두고, 박스 다 펼쳐서 끈으로 묶었다. 내일 아침에 나가면서 버리면 된다. 아마존 할인 한다고 마구 질러대서 이번 달도 위기다. 전기 요금 폭탄에 카드 값까지... 긴축 경제 모드로 들어가야한다.
- 모레 3과 테스트가 있으니까 내일은 수업 마치고 남아서 공부 좀 하고 와야 한다. 원래는 오늘 집에 일찍 온 김에 공부할 자료 좀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불 빨래 하느라 손도 못 댔다. 토요일 아침 일찍 교류 센터에 노트북 가지고 가서 할까 싶다. 항상 마음은 그런데, 몸이 안 따라주니 문제다.
- 그래도, 후지산 다녀오는 미션(?) 해결하니 마음이 좀 홀가분하다. 이제 청춘 18 티켓으로 5일 동안 홋카이도 가는 일이 남았다. 돌아올 때에는 비행기 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도 틈나는대로 준비해서 바보 짓 안 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노는 것도 일이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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