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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에서 바이크 구입 ①

by 스틸러스 2019.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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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차고지를 증명하지 못하면 탈 것을 구입할 수 없다. 고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증명을 해야 탈 것을 구입할 수 있는 거다. '자전거도 그러하냐?' 라고 묻는다면, '자전거도 그러하다!' 되시겠다. 자전거는 차나 바이크처럼 증명 서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아무데나 세웠다가는 견인 당한다. 거주하는 맨션에서도 스티커를 발부하기 때문에 스티커가 없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면 견인 시킨다. 난바 같은 곳 가면 사방팔방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거기에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데 은근 슬쩍 끼워 세워놨다가는 견인 당한다. 정기 주륜장(자전거 세우는 곳)에는 등록 안 된 자전거 세우면 안 된다. 자전거의 주차를 저렇게 지독하게 관리한다. 차나 바이크는 말 할 것도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맨션에는 바이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세 면 있다. 아니, 자전거와 바이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꽤 많다. 다만, 그 중 대형 바이크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세 면 뿐이다. 단순히 크기로 대형/중형/소형을 나누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배기량 기준이다. 250cc 넘으면 대형 바이크라고 한다. 혼다 CBR 250RR 같은 경우 크기도 그닥 크지 않고 배기량도 249cc인데 대형으로 분류해서 돈 받는 것 같다. 매 월 3,000円이다. 그나마도 이건 싼 편이다. 바깥의 유료 주차장에 월 정기 주차 끊으면 더 비싸다.


처음에는 일본에 오자마자 바로 일본 면허를 발급 받아 바이크를 구입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일본어가 전혀 안 되니까 한국 면허로 일본 면허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 면허 받을 때 이것저것 물어본단다.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 학생을 돈 주고라도 섭외해서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당장 집 구해서 살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게 됐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발급 받은 서류는 무용 지물이 되어 버렸다. 운전 경력 증명서를 발급 받아서 와야 하는데 최근 2주 이내에 발급 받은 서류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더라고. 영사관 가서 발급 받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 달 일본어 배웠으니 그거 믿고 올 여름에 일본 면허 발급에 도전해볼까 한다. 면허를 받으면 맨션의 관리 업체에 매 달 3,000円씩 내고 바이크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 후 바이크를 살 수 있다.


나는 전자 제품과 탈 것은 중고를 사지 않는다는 원칙 따위를 세워놓은 사람이라서, 일본에서도 바이크를 중고로 살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 새 바이크는 비싸다. 이건 당연하다. 내가 노리고 있는 건 혼다의 CBR 400R 모델인데, 이게 800만원 가까이 한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보험도 들어야 한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같으면 안 들어갈 돈이 들어간다. 탁송료와 조립비다. 최근에는 홋카이도나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9,800円에 전국 어디든 배송해준다고 하는 곳이 생기긴 했지만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 되는 큰 돈이다. 거기에다 바이크 조립 비용이 따로 들어간다. 스마트 폰 거치대 같은 것도 따로 사야 한다.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에 해당하는 ETC를 장착하려면 또 돈이 들어간다. 골치 아프다.


그렇게 큰 돈 들여 새 바이크를 샀다 한들, 한국으로 돌아올 때 또 문제가 된다. 과정이 간단하거나 참고할만한 경험담이 많다면 어떻게든 도전해보겠는데, 일본에서 산 바이크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간 이야기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거의 없다 봐도 무방하다. 거기에다 시간과 노력이 엄청 많이 든단다. 유학 마치고 한국 돌아갔을 때 시간이 널널하다면 모를까, 바로 출근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이건 일본에서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하고, 일정 기간 이상 바이크를 소지했다는 걸 증명한 후 이삿짐으로 처리해도 마찬가지다. 절차도 너무 복잡하고 돈도 너무 많이 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중고를 사서 1년 조금 넘게 타고 귀국 전에 되파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침 집에서 코리아 타운 가는 길에 중고 바이크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서 유심히 보고 있다. 꼭 CBR이 아니더라도 주행 거리 얼마 안 되고 ABS 장착되어 있다면 야마하의 YZF-3R도 괜찮고, 가와사키의 닌자 300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대충 검색해보니 CBR 250RR이 너무 비싸다. 아무튼... 아직은 중고로 사서 타다가 중고로 팔자 정도만 결정한 상태. 바이크 구입하는 과정은 진행되는대로 차근차근 끄적거려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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