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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24시간(1박 2일)의 고베 여행 ⑧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

by 스틸러스 2019.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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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올리려고 했는데, 나 같아도 끝까지 안 보겠다 싶어 결국 쪼개서 올립니다. -_ㅡ;;;


다음으로 갈 곳은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 지진의 강도로만 따진다면 2011년의 후쿠시마 지진이 최고다. 그러나 이 지진은 진원지가 바다였다. 워낙 강한 지진이라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가 박살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골치 아픈 문제를 여럿 일으키고 있지만.


1995년에 있었던 지진은 진원지가 고베였다. 일본 열도 밑에서 쾅! 하고 터진 거다. 진원지가 본토였기에 피해가 엄청났다. 그와 관련한 여러 자료를 전시한 곳이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의 공식 명칭)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지진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고베에는 메모리얼 파크라고 해서 실제 지진으로 망가진 현장을 보존한 곳도 있긴 한데 가봐야 그닥 볼 게 없다는 평이 많아서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에 가기로 했다.


기쿠마사무네 사케 기념관에서 약 650m 떨어진 곳에 우오자키駅이 있다. 거기에서 한신線을 타고 이와야駅에 내리면 된다.



우오자키 역은 자그마한 역. 역 안에는 사람이 그닥 많지 않았다.



이와야駅에서 내려 구글 지도를 보고 걸어갔다. 가다 보니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 경기가 진행 중이었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나도 잠시 서서 지켜봤는데, 1루 주자가 빠른 선수인지 투수가 계속 견제했다. 타자는 두 번이나 번트를 시도했지만 모두 파울. 결국 타격했는데 병살타였다. 감독한테 혼나려나? 수비하는 팀이 잘한 것도 있었다. 2루수가 유격수한테 하이 파이브하러 갔는데 유격수가 하는 척 하다가 손 내리면서 도망가는 게 딱 중학생 같더라. ㅋㅋㅋ   다음 타자가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되어 공수 교대되는 것까지 보고 가던 길 마저 갔다.


조금 더 걸어가니 왼쪽에 건물이 있는데 거기로 가라고 나온다. 응? 건물을 뚫고 가라는 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대형 쇼핑몰이다. 반대 쪽으로 건너 가니 눈 앞에 내가 가야 할 건물이 딱 보인다.


동관과 서관이 있는데 티켓은 서관에서 사야 한다. 유료 시설이었네.



성인 기준으로 600円이다. 간단히 설명을 해주기에 듣고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시간 날 때마다 여행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살아있는 일본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기회니까. 아무튼, 역시나 일본어 가이드를 주기에 한국어 없냐고 하니까 화들짝 놀란다. 뭐,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오해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ㅋ




바로 들어가서 보는 게 아니라 차례를 기다렸다가 같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4층에서 영상을 관람하는 걸로 시작하는데 상영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몇 시 몇 분 하는 식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7분 짜리 영상이다보니 최대한 여러 명이 볼 수 있게 조절하는 것 같았다.). 나랑 아버지 & 아들, 할아버지 한 분, 이렇게 네 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올라갔는데 나중에 아저씨들이 떼로 들어왔다.


영상을 보는 곳에 들어가니 안내해주는 처자가 와서는 한국어로 된 설명서를 보여 준다. 자그마한 종이가 코팅되어 있었다. 관람 중 불편하면 언제든 손을 들고 말하라는 내용. 알겠다고 하니 종이를 다시 가져갔다. 아마 불빛이 번쩍 번쩍 하고 그러니까, 예전에 포켓몬 쇼크, 뭐 그런 것처럼 발작을 일으킨다거나 멀미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건 그거고. '입구에서 한국 사람인 거 티 안 냈으면 이런 것도 없었겠고나' 싶더라. '일본인으로 오해 받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일본인인 것처럼 행동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나는 보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육체적인 부담이 없다는 거지, 내용은... 참담했다. '인간이 자연 재해 앞에서 이렇게 하찮은 존재고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리가 깨어지고 여기저기 터지면서 무너지는 거 보니 섬뜩하더라. 그런데 나중에 들어온 아저씨들은 그 와중에 킥킥거리고 떠들고 있더만.



장소를 옮겨 다른 상영관에 들어갔다. 여기는 좀 더 극장 같다. 입구에서 안내하는 처자가 한국어 가이드를 줬다. 영상이 시작됐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기에 볼륨을 올렸더니 그제서야 소리가 들린다.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고, 자동으로 영상과 싱크를 맞춰 음성이 나온다. 음성이 조금 빠르긴 했다. 최대한 일본어를 들어보려고 노력하면서 봤다.


내용은 지진을 겪은 여학생이 성장해서 쓴 글이다. 지진 당시 무서웠다는 내용,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내용, 성인이 된 지금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면서 열심히 살겠다는 내용, 뭐 그랬다. 그 와중에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킥킥거리던 아저씨 패거리였다. 일본도 우리처럼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 같은 게 있어서 어디 회사에서 억지로 시간 때우러 온 건가 싶더라.



이후 자리를 옮겨 전시된 자료를 봤다. 대부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서관 관람이 끝나면 구름 다리를 통해 동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



서관이 지진의 피해와 복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동관은 지진에 대한 경고와 앞으로의 대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진 촬영이 허가된 곳이 많지 않아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ㅅ-



밖으로 나와 서관 사진을 찍었다. 뭔가 개보수 중인 건지, 일부러 저런 디자인으로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바깥 쪽에는 이렇게 물이 찰랑찰랑~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옆으로 막 넘치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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