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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장거리 도보 여행 (오사카 → 오카야마) ① 계획

by 스틸러스 201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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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글 못 쓰는 사람이 서론이 길어 』

국민학교 5학년 때였던가? 자전거를 타고 경주에 간 적이 있다. 가려고 간 게 아니라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가게 된  것이었다. '갈만 한데?'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인가, 자전거 타고 대구까지 갔던 적이 있다. 역시나 재미있었다. 나이를 먹어 합법적으로 술 처먹어도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여행해보고 싶다' 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세 발짝 이상 걸을 때에는 당연히 차로!' 개념이 머리 속에 자리 잡은 덕분이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되었다. 아니, 욕심은 있었지만 당최 시간이 없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여행하기 위해 2주일 동안 휴가 낸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휴가를 내줄 리도 만무했고.


그런데 일본에 와서 학생으로 살다보니 직장인 시절 그렇게 바라던 방학이라는 게 있더라. 겨울 방학 같은 경우 한 달이나 됐지만 실로 오랜만의 길고 긴 자유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방구석을 뒹굴다 보내고 말았다. 달랑 2주 짜리 봄방학 만큼은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오키나와에 갈 생각이었는데 '급한 거 아니니 다음에 가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장거리 도보 여행' 이 머리 속에 팍! 떠올랐다.

만날 시간 핑계 댔는데 이제 시간이 생겼잖아? 그러면... 뭘, 그러면이야. 가야지. 한 살이라도 덜 먹어서 뼈마디 덜 삐걱거릴 때.




원래는 이네에 가려고 했다. 이네는 교토에서 두 시간 걸리는 하코다테에서도 기차로 한 시간을 더 가야 하는, 멀고 먼 동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한테 이네까지 걸어서 간다고 하니까 이네가 어디 붙었는지 모르는 거다. '매 번 설명하기도 귀찮은데, 일단 아는 동네로 갈까?' 하는 마음이 들어 결국 오카야마로 경로를 변경했다.



방학 첫 주에는 오키나와에 다녀오고, 둘쨋 주에 걸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충 따져보니 그렇게는 일정을 짤 수가 없더라고. 결국 방학 하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 숙소 위주로 대충 짠 일정 』

첫 날, 집에서 고베의 갈로 호스텔까지 걸어 간다.

전철로 가면 600円 정도의 요금으로 한 시간 걸리는 게 고작. 하지만 걸으면 일곱 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갈로 호스텔은 이용한 적이 있으니까, 일단 신코베 근처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둘쨋 날, 일단 걸어서 노에비아 스타디움까지 갈 예정이다.

노에비아 스타디움은 빗셀 고베가 홈 구장으로 쓰는 경기장이다. 이니에스타 보러 가냐고? 아니다. 이 날 이민아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고베 아이낙의 시즌 개막 경기가 있다. 이민아 선수 보러 간다. ㅋㅋㅋ



경기를 보고 나서 다음 숙소로 걸어서 이동. 세 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바닷가에 위치해서 경치가 끝내준다는 후기를 봤다. 기대가 크다. ㅋ



셋쨋 날 걸어야 하는 거리가 꽤 된다. 히메지 성 근처까지 가야 한다.

거리가 꽤 되니까, 도착하면 바로 퍼져 쉬어야 할 것 같다. 이젠 나이도 있고 하니까 무리하면 안 된다. 다음 날은 히메지 성과 일대를 구경하며 쉬기로 했다. 그리하여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더 숙박.



다섯 째 날은 호텔에서 잔다. 호텔이지만 50,000원도 안 하는 저렴한 곳이다.

호텔스닷컴 이용하면서 만든 무료 이용권 사용한 덕분에 아침 식사 포함하고도 4,000원으로 예약 끝. ㅋㅋㅋ   문제는... 다음 날이다. 여기서 오카야마의 숙소까지 50㎞가 훨씬 넘는데, 당최 중간에 쉴만한 곳이 없다. 비젠 근처에 숙소가 있으면 거기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오카야마로 가려고 했는데 비젠 쪽은 호텔이고 뭐고 아예 없는 거다. 하긴... 숙소가 있을만한 동네가 아니었지. 정말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으니까.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해서든 중간에 하루 쉬고 가려 했지만 억지로 숙소 있는 동네로 가면 빙~ 둘러 가야 한다. 돈도, 시간도, 노력도, 더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무리하더라도 한 방에 오카야마까지 걷기로 했다.


지금은 계획일 뿐이니까... 중간에 뭔가 바뀌거나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숙소는 전부 예약을 끝냈다.


걷는 건 잘 하는데... 단거리만 걸어봐서 장거리는 어떨지 알 수가 없네. 남들보다 걸음이 한참 빠른 편이지만 장거리니까 10분에 1㎞ 가는 걸로 잡긴 했는데, 그것도 처음에나 가능하지 피로가 쌓이면 어려울 수 있다. 일단 가기 전에 구글 지도로 대충 시뮬레이션 한 번 해 보고 출발해야지.

카메라는 무조건 챙겨야 할 거 같은데, 그럼 벌써 1㎏이 넘어간다. 최소한의 옷만 가지고 가 숙소에서 빨아 입는다 해도 5㎏ 정도 되는 가방을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할 거 같은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장거리 도보 여행이다. 사고 없이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여행 2주일 정도 남긴 현재, 일단 숙소 예약까지만 완료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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