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올리려고 했는데, 나 같아도 끝까지 안 보겠다 싶어 결국 쪼개서 올립니다. -_ㅡ;;;
다 보고 나오면서도 뭔가 아쉬웠다. 좀 더 느긋하게 보는 쪽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지진을 대비한 체크 리스트 같은 것도 챙기고, 나름 괜찮았다.
아까 지나쳤던 건물에 타이토 스테이션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나는 피규어 박스 위에 있는 구멍에 집게의 다리를 넣어 끌어당기면서 뽑는 쪽이 그나마 나은데 그런 게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타이토 스테이션에서도 당최 뽑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게 없더라. 여행 왔을 때에야 생각없이 돈을 넣어댔지만, 지금은 가난한 유학생인지라... 결국 10円 한 푼 안 쓰고 그냥 나갔다.
근처에 효고 현립 미술관이 있었는데 보러 가지 않았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미술 쪽은 완전 문외한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본다고 뭘 알겠냐' 싶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에 아까의 운동장을 다시 지나쳤는데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더라. 아까는 없었던 아저씨 한 분이 철조망 뒤에서 캠코더를 들고 촬영 중. 선수의 부모나 친척일까? 아무튼, 두 팀 모두 흰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에 가슴팍에 쓰여 있는 글씨를 보고 팀을 구분해야 했다. 아까 던지던 팀이 아닌, 상대 팀의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있었기에 잠시 서서 지켜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의 이와야駅은 한신線이 다니는 곳이라서 그냥 지나쳤다. 한신線 타도 되긴 하는데, JR 타는 쪽이 환승 안 해도 되는 편한 방법이라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JR이 다니는 나다駅에 갈 수 있다. 나다에서 JR 타면 오사카駅까지는 금방. 오사카駅에서 내리니 마침 텐노지 쪽으로 가는 열차가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많다.
사람들 뒤로 줄을 섰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치마를 잔뜩 끌어올려 입은 여고생. 쓸데없는 오해 사지 않으려고 약간 떨어져 섰다(아니, 내가 섰다고.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 길에 멈췄다고. 스톱! 스톱했다고! -ㅅ-). 전철 안에 타고 나서 보니 내가 서 있는 옆 쪽에 자리 잡고 앉았던데,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있음에도 엄청난 미모가 느껴진다. 예쁜 처자로다. 딸 뻘이지만.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왜! 뭐! -_ㅡ;;;
전철 안이 복작거려서 혹시나 폐가 될까 싶어 잽싸게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멨다(아오... '매다' 랑 '메다' 랑 쓸 때마다 헷갈리네. -_ㅡ;;;). 다행히 교바시에서 우르르~ 내리기에 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전철 안에서 간만에 인생 술집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카구라 다녀온 뒤라 일본 사케 생각이 좀 들긴 했다. 하지만... 이 날 20,000 걸음 이상 걸었기에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집 근처 역에서 내렸다(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T^T). ICOCA 카드에 10,000円 충전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 산 뒤 집으로 왔다.
우편함 앞에 찌라시 회수용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월세 71만원 짜리 집이면 결코 싼 집이 아닌데, 사는 것들 수준은 왜 이 따위인지 우편함 앞에 찌라시 버려 놓은 걸로 엄청 지저분했다. 나는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와 다른 쓰레기와 같이 버리는데, 그게 귀찮아서 우편함 앞에 내동댕이 쳐버리는 거다. 그 꼴이 하도 보기 싫어서 '내 돈 주고 사서라도 종이 버릴만한 상자 같은 거 하나 갖다 둘까?' 라 생각했었는데, 관리 회사에서 제대로 된 걸 가져다 뒀네.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타려고 하니 앞에 이런 게 붙어 있다. 소음에 대한 항의가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나 같은 경우 제일 꼭대기 사는지라 다행히 위 층에서 쿵쾅거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초기에 옆 집에서 하도 떠들어서 좀 짜증스러웠는데 그것도 요즘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잘 붙였다는 생각보다는 혹시 내가 소음으로 옆 집이나 아랫 집에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나 걱정하는 게 먼저였다. 한국의 빌라도 방음 지독하게 안 되지만 일본 집은 더 심하다. 옆 집에서 말하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니까. 여자 친구 생기면 집에 데려와 응응도 못할 정도다. 옆 집에 다 들릴 거니까. 아무튼... 뒤꿈치 들고 다니면서 나름 조심하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안 끼치게 조심해서 살아야지.
일요일은 배웠던 내용 복습할 겸 숙제하러 교류 센터에 가려고 한다. 배운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베에서 돌아오면서 라인으로 담임 선생님한테 찡찡거렸다. 담임 선생님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시는데... 우리 담임 선생님은 나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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