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올리려고 했는데, 나 같아도 끝까지 안 보겠다 싶어 결국 쪼개서 올립니다. -_ㅡ;;;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고베에 괜찮아보이는 게스트 하우스가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는 많지 않은 편. ANA 호텔도 있고 APA 호텔(은 객실 내부에 위안부라 일컬어지는 전쟁 성 노예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서적을 비치하는 것들입니다. 제 정신 박힌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싸더라도 안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PA 호텔에 묵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도 있는데다 그 외의 저렴한 호텔이 꽤 있어서 그런지 한국인의 게스트 하우스 이용 후기는 별로 없더라. 그래서 선택이 조금 어려웠다. 다행히 전부 안 좋아서 '어디가 제일 좋을까' 로 고민한 게 아니라 '다 괜찮은 것 같아서 어디가 더 좋을까' 로 고민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갈로 게스트 하우스로 예약을 했다. 혼성 도미토리가 세금 포함해서 25,000원 쬐~ 끔 넘는 수준. 호텔스닷컴에서 예약했다.
하버 랜드 쪽을 보고 난 후 전철을 타고 숙소 쪽으로 가던 중 삽질을 했다. 신 고베에서 내려야 하는데 바로 앞의 산노미야에서 내려버린 거다. 내리자마자 잘못 내린 걸 알았지만 다시 전철에 올라타는 쪽팔림을 감당할 수 없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친구 기다리고 있다는 듯, 근처의 벤치로 가서 앉았다. ㅋㅋㅋ
그렇게 다음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일본에서 손전화 개통한 이후 전화가 걸려온 건 두 번째. ㄷㄷㄷ "모시모시~" 하고 받았더니 영어로 얘기를 한다. 역시. 게스트 하우스였다. 늦는다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20시까지는 체크 인을 해야 하는데 연락도 없이 안 오니까 전화를 한 거였다.
일본어 할 수 있냐고 해서 조금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어디냐고 묻기에 산노미야 역이라고 했는데, 신코베냐고 물어본다. 응? 분명 산노미야라고 했는데? ㅋㅋㅋ
뭐, 거기서 거기니까... 그냥 그렇다고 했다. 곧 가겠다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역에서 내려 구글 지도 보면서 부지런히 걸어 갔다.
뭔 신사가 보이기에 일단 사진부터 찍고,
一자로 반듯하게 뻗은 도로가 보여 사진을 찍었는데 걸으면서 찍어서 포커스가 또 날아갔다. -_ㅡ;;;
꽤 걸어가다보니 신 고베駅이 나왔다. 그리고 근처에서 헤맸다. 한국이라면 절대 사람이 가지 못하게 만들었을 길인데,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그 쪽으로 가야 한다. -_ㅡ;;; 신 고베駅 근처에서 잠시 헤매다가 구글 지도의 도움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고 약간의 오르막을 걸어 올라갔다.
꽤 걸은 끝에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입구의 벨을 누르니까 안에서 문을 열어 주신다.
호스트는 젊은 남자 분. 그냥 딱 봐도 착. 한. 사. 람. 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다. 인상이 엄청 좋으신 분이다. 자그마한 주방 겸 리셉션에 앉아 숙박 카드를 썼다. 여권은 안 가지고 갔으니까 신분증으로 재류 카드 보여줬다. 4개월 전부터 일본어 공부하고 있다니까 놀라신다. ㅋ
근처의 관광지나 교통 편 등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출입 방법을 소개 받고, 방까지 안내를 받았다. 침대는 1층에 빈 곳이 없어서 2층을 써야 했다. 다행인 건 삐그덩대는 침대가 아니었다는 것. 튼튼하게 나무로 짠 프레임의 침대였기에 뒤척임으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침대에 가방을 던져두고 샤워하러 갔다. 갈로 게스트 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뿐이라는 것. 1층에 두 군데 있긴 한데 한 곳은 여성 전용이라서 남자가 쓸 수 있는 곳은 하나 뿐이다. 아침이나 저녁에 사람이 몰리면 골치 아플 것 같더라. 다행히 쓰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반바지 차림으로 나가려는데 호스트께서 어디 가냐고, 뛰러 가냐고 묻더라. 잘 때 불편하니까 반바지 입은 것 뿐인데 일본에서는 얼마나 뜀박질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겨울에 반바지 입고 있으면 보는 사람마다 달리러 가냐고 물어보더만. ㅋㅋㅋ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간다고 얘기한 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사왔다. 욕심낼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 싶어 500㎖ 세 캔만 샀다.
리셉션에서 스마트 폰 보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다음 날 일정이 전혀 없으니 스마트 폰도 보고, 숙소에 비치된 여행 책자도 참고했다. 그렇게 다음 날의 일정을 대충 짠 뒤 멍 때리며 맥주 마시고 있는데 호스트가 와서 말 상대가 되어 주었다. 한~ 참을 일본어로 대화했다. 자동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 드래곤 볼 』, 『 슬램덩크 』 를 비롯한 만화 이야기까지. 주제가 미친 × 널뛰듯 난리도 아니다. ㅋㅋㅋ
미군 애들이랑 일할 때에도 걔네들은 내가 영어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내 영어 실력은 중학생보다 못한데 말이다. 한국인들이랑 얘기하다가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미군이 앞장 서서 한국인을 끌고 나한테 왔다. 그러고는 내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마구 영어를 쏟아냈다. 당연히 못 알아듣지. ㅋㅋㅋ
그런데 희한하게도 길고 긴 대화 도중 포인트가 되는 단어 한, 두 개가 들린다. 한국인으로부터 상황을 설명 듣고, 미군이 한 말 중 알아들은 단어를 대충 끼워 맞춰 적당히 조합하면 '아, 이런 상황이고만?' 하고 짐작이 되는 거다. 진짜... 자뻑이 아니라, 나는 조금만 더 뻔뻔하면 절에서 새우 튀김도 얻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ㅋ 적당히 듣고 눈치로 짐작해서 대응하는 건데, 이게 일본어도 된다. ㅋㅋㅋ
일본의 다섯 살 애들만도 못한 수준의 일본어를 호스트가 어떻게든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주시니, 그나마 대화가 된다. 거기에다 호스트가 하는 얘기도 대충 알 거 같다. 물론 디테일하게 다는 못 알아 듣지만 대충 말하려는 맥락이 뭔지는 알겠는 거다. 그러니 대화가 이어진다.
학교 선생님들은 우리한테 최대한 맞춰주지만 보통의 일본인이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래서 여행 다니며 쌩 일본어로 대화하는 게 공부가 되는 거다. 여행 오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22시 넘어서까지 술 마시며 수다 떨다가 자러 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갔더니 참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벽에 붙어 있었다. 우리 집 화장실에도 붙여 놓고 싶더라. ㅋㅋㅋ
아침에 샤워하러 갈 때 호스트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했다. 잘 잤냐고 해서 편하게 잘 잤다고 하니까 다행이라 하신다. 진짜 친절하고 다정한 분. 다음에 고베 가도 저 숙소 이용할 거다.
씻고 나오니 리셉션에는 아무도 없다. 괜히 호스트 불러내서 번거롭게 하는 게 미안해서, 체크 인 할 때 받은 출입문 비밀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쪼가리를 가만히 내려두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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