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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⑤ 다카마쓰 여행 (다카마쓰 성, 리쓰린 공원,...)

by 스틸러스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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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 】

뜨거운 물에 푸욱~ 담궜다 나와서 슬슬 자볼까~ 하고 누웠는데 꽤 덥게 느껴진다. 온도 설정을 보니 23℃. 냉큼 18℃로 낮춰 놓고 잤다. 자다가 새벽에 깼는데 살짝 춥더라. 하지만 이불 안에 있으면 따끈따끈. 그, 여름 살짝 지난 환절기에 에어컨 켜고 이불 덮고 있을 때의 기분? ㅋㅋㅋ   그런 걸 느끼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슬슬 밝아온다 싶어 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흐리다. 하지만 일곱 시가 지나면서부터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마사미 님과 여덟 시 반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슬슬 준비를 해야 했다. 전기 면도기 사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 따위를 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짐을 정리한 뒤 밖으로 나갔다. 캐리어를 마사미 님의 차에 던져두고 근처에 있는 성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 다카마쓰 성 】 사진 8장

한글도 그렇지만 일본어에도 같은 이름 or 발음인데 뜻이 다른 경우가 있다. 한글도 '배' 라고 하면 교통 수단으로서의 배(), 신체 부위 중 허리 앞 쪽을 말하는 배(腹), ×2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배(倍), 과일의 하나인 배()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잖아.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이유로 같은 지명도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대학로' 나 '중앙로' 가 전국 여기저기 다 있는 것과 마찬가지.


다카마쓰 성 역시 마찬가지다. 한자까지 같은 다카마쓰 성이 또 하나 존재한다. 나는 지난 6월에, 카가와가 아니라 오카야마의 다카마쓰 성을 먼저 봤었다(http://pohangsteelers.tistory.com/1690). 일본에서는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쟁의 원흉으로 철저히 미움받고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관련되어 있는 곳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직 하시바라는 성을 쓰면서 오다 노부나의 밑에 있을 때, 다카마쓰 성을 함락하기 위해 출정했지만 정복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이에 히데요시는 구로다 요시타카의 조언으로 수공을 결정한다. 물을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려 농성하던 5,000명을 수몰시켜 버린 거다. 그렇게 마무리되었다면 오다 노부나가에게 '네 놈도 제법 머리라는 걸 쓸 줄 아는구나, 원숭이!' 정도의 칭찬을 받고 끝날 일이었을텐데, 이 무렵 아케치 미쓰히데가 반란을 일으켜 오다 노부나가가 자결하는, '혼노지의 변'이라 부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소식을 들은 히데요시가 급하게 싸움을 마무리하고 부랴부랴 회군했기에 나름 역사의 큰 흐름에 연관된 곳이다. 지금은 아~ 무 것도 없이 그저 휑~ 한 공원일 뿐이지만.


카가와의 다카마쓰 성은 그러한 메인 역사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이 동네에서 짱 먹던 마쓰다이라 가문의 성이긴 하지만, 3대 어쩌고~ 5대 어쩌고~ 하는 걸 좋아하는 일본에서 3대 수성(水城 = 물 위의 성)으로 꼽히는 성이긴 하지만, 역사적 가치는 오카야마의 다카마쓰 성보다 뒤쳐진다 하겠다(참고로 오카야마의 다카마쓰 성을 비추 다카마쓰 성이라 부른다. 헷갈리지 않기 위해 이 쪽이 나은 것 같다.).


돈 내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좀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마사미 님은 간단히 산책하는 정도로 만족하시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크게 욕심내지 않았다.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나는 카가와의 다카마쓰라는 곳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인 것 같더라. 아마 한국의 일부 저가 항공사에서 지방의 작은 공항으로 취항하는 이벤트 같은 게 많으니까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방구석 워리어들이 아가리 애국으로 일본에 가지 마라고 질알해봐야... -_ㅡ;;;


공원을 가볍게 산책하고 나서 호텔로 돌아갔다. 체크 아웃 하는데... 1,000円 받더라. 주차 요금이었다. 우리는 35,000원 하는 모텔에 들어가도 숙박하면 주차 요금 안 받는데, 하루에 10만원 가까이 하는 호텔에서 주차했다고 10,000원을 추가로 뜯어간다. 이런 것 때문에 일본의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 리쓰린 공원 】 사진 29장

다음 목적지는 리츠린 공원. 아니, 다카마쓰와 같은 표기라면 리쓰린 공원이라 쓰는 게 맞겠네. 아무튼, 거기다. 마사미 님의 도시 운전은... 아, 무서워. ㅠ_ㅠ   내비가 헤매는 이유도 있지만, 조금 불안하긴 하다. 마사미 님 덕분에 대중 교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을 여행하는 입장에서 뻔뻔하긴 하지만. -ㅅ-


아무튼, 조금 헤매다가 리쓰린 공원에 도착했다. 마사미 님이 표를 구입하는 동안 뒤에 멀뚱멀뚱 서 있었는데 일 하시는 할머니께서 스윽~ 다가오시더니 일본어 브로셔를 두 개 주신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아~쓰" 하고 인사를 했는데... 발음이 거지 같았는지 바로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 챘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같은 기본적인 표현은 일본인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충격 먹었다.


아무튼...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두 개의 브로셔 중 하나를 한국어 버전으로 바꿔주시더라. 기쁘다기보다 조금 슬펐다. 말하기 연습을 한~ 참 더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 와중에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봤을 때 '강코쿠까라 키마시타." 라 하지 못하고 그저 "강코쿠" 라고 대답한 걸 후회했고. ㅠ_ㅠ



마쓰다이라 가문의 별장이었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 국가에 넘어갔다가 현립 공원이 되었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소설 『 대망 』 에서 자주 언급되는 마쓰다이라 가문의 별장인 만큼, 보통 크기가 아니다. 고라쿠엔보다 훨씬 큰 것 같다.

└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 때리는 바람에 더 유명해졌다. 일본에서 별 세 개 받은 정원은 여기와 고라쿠엔, 둘 뿐.



일왕의 친척들에 의해 식수되었다는 나무들.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일왕은 신경 안 쓰고 살지만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돌 위에 올라탄 소나무. 자연적인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더 놀랍다. 자연도 가공해서 인공의 미를 추구한다.



이 곳 역시 인위적으로 만든 곳. 나무를 상자에 넣어 가지와 잎이 네모낳게 각을 맞춘 게 특징이다.

└ 자연스럽게 네모 수박 이야기가 나왔고, 한국에서는 네모 사과도 판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찍으면서 혹시 인생 샷이 될지도? 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만족스러운 사진이다. ㅋ



이렇게 측면에서 보면 나무가 각진 게 눈에 띈다. 그렇게 자란 게 아니라 상자에 넣어 키웠다는 게 중요.



여기저기에서 한국어가 들려온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한 곳이다. 하긴, 가이드 북마다 소개하고 있겠지.





적벽대전의 그 적벽을 흉내낸 곳이다. 일본은 타국을 모방하고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자국화 하는 것이 뛰어난 나라.



기념품 가게가 제법 크다.



여기저기 구경하던 중 마사미 님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물었다.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라고 말씀 드렸다. 일본에서는 반일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이전의 쥐새끼, 닭대가리가 매국하는 벌레 AH 77I였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다만, 일본에서 아베가 꾸준히 총리가 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위안부 이야기까지 해봐야 같은 여자로의 연대보다는 국가가 우선 시 될 것 같아 깊게 얘기하지 못했다. 그럴 실력도 안 되고. 다만... 방구석에서 키보드로 애국하는 ㅄ들은 그저 쪼다, 낙오자일 뿐이라는 얘기는 확실하게 했다.



【 우동 가게 야마다야 본점 】

다음으로 간 곳은 우동 가게. 가게 이름은 야마다야. 여기가 본점이라는 걸 보니 분점도 있는 모양이다. 야마(やま)는 山(산)이라는 뜻인데 그냥 한자로 쓰지 않고 산 모양의 그림으로 쓴 게 특이하다. 가는 길 내내 전봇대에 주황색으로 몇 m 남았다고 표시해놨더라.

주차장이 엄청 넓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나보다' 하고 생각하긴 했는데 나와 마사미 님이 갔을 때에는 한적했다. 현지인들도 가게 앞에서 사진 찍고 그러는 거 보니 유명하긴 유명한 모양. 그러고보니 버스 세우는 곳도 있네. 검색해보니 걸어서 간 사람도 있던데 걸어가기에는 조금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마사미 님 덕분에 편하게 갔지만.   대기가 엄청나다는데 나는 운이 좋은 건지 바로 입장. 아마도 아침 일찍이라 한가한 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 먹고 나왔을 때에는 주차장이 꽉 차 있었으니까. 가게가 무척 예뻤는데 먹느라 정신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_ㅡ;;;


텐동 정식을 시켰는데 메뉴에는 세트로 나오는 우동이 냉 우동 밖에 없더라고. 마사미 님이 어느 쪽이 좋냐고 해서 뜨거운 게 좋다고 하니까 종업원에게 뜨거운 거 없냐고 물어보면서 바꿔주셔서 우동도, 텐동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카무라보다 여기가 낫더라.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 다 먹으려고 했는데 조금 남았을 때 치우러 와서... -_ㅡ;;;   아무튼 여기서 든든하게 잘 먹었다. 주문을 받고 계산하는 남자가 엄청 잘 생겼더라. 키도 훤~ 칠하니 컸고 얼굴도 하~ 얗고. 이목구비도 또렷해서 젊은 여자들에게 굉장히 인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사미 님이 계산하고 나오면서 남자가 화장했다고 놀라시더라. 눈 화장까지 했다면서. ㅋㅋㅋ   남자가 화장하는 게 마사미 님에게는 이상한 일.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가 화장한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이. 요즘 애들이야, 뭐... 많이들 한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자기 돈, 시간 들여 예쁘게 꾸미겠다는데, 뭐.



【 카가와 현 북부를 방황하다 】

우연히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라는 영화와 드라마를 녹화한 곳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촬영 장소가  여러 곳이다. 지역의 여기저기에서 촬영했기에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거기에다 드라마와 영화는 2004년에 인기를 끌었었는데 나는 본 기억조차 안 나는지라... 꼭 어딘가를 찾아가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고갯질에서 차 세우고 사진 찍으려다가 뒷 차 들이받을 뻔 하기도 하고. 나름 파란만장했다.




다행히 사고는 아니었고. 유명한 절 찾아 가려고 했지만 내비가 어찌나 헤매는지, 결국 못 갔다. 하지만 경치 구경은 제대로 했다. 예쁜 동네였다. 다음에 바이크 타고 다시 갔음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 리턴 투 오카야마 】

슬슬 어두워지고 있어서 다시 세토 대교를 건너 돌아왔다. 토요일 오후라서 오카야마 시내에 들어가니까 꽤 막힌다. 숙소 근처에 내리니 마사미 님이 선물이라고 또 먹을 것을 잔뜩 챙겨 주셨다. 나는 빈 손으로 갔는데. ㅠ_ㅠ


잠시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숙소에 가니 1층 카페 안에 사람들이 보여서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체크인하는 것 같았는데 나까지 들어가서 복작거리는 풍경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밖에서 사람들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젊은 남자가 들어와 뭐라뭐라 한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다고 하니까 들어오라네?


못 이긴 척 따라들어가 체크인 했다. 여권이 가방에 있어서 그냥 지갑의 재류 카드 보여주고 주소도 일본 주소 썼더니 짐 들어준다고 따라오면서 워킹 홀리데이 중이냐고 물어보더라. 아니라고, 유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수준의 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영어보다 일본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도 그렇고, 고작 두 달 뿐이지만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




다행히 1층 침대. 하루 전에는 8번 침대였지만 이번에는 10번 침대다. 입구 바로 앞. 조금만 늦었다면 2층으로 올라갈 뻔 했다. ㅋ



로비에서 짐 정리하고 있는데 캐리어에 달린 네임 택에 한국 이름이 보인다. 한국 사람이 최소한 두 명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목요일에 얼핏 봤던 처자는 아직도 거기 머물고 있는 듯 했고.


마사미 님이 주신 선물 때문에 캐리어가 터져 나갈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음 큰 걸 가지고 가는 건데. 작은 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침을 퉤! -_ㅡ;;;   잠시 시간이 있어서 짐만 호다닥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여기에서만 파는 맥주 마시는데... 642엔이나 한다. 오질라게 비싸다. 홀짝거리면서 사진 옮기고, 블로그에 대충 끄적거리고... 그러면서 세토 대교 건널 때 찍은 동영상은 컴퓨터에 옮기지도 않은 채 포맷해버렸다. 제기랄... ㅠ_ㅠ




맥주 하나 더 시켜 먹은 뒤 위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길가에 차 세우기 곤란한 곳이라서 일찌감치 나갔는데 마사미 님에게 차가 막혀 가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마사미 님 집에서는 '캄프 호우칸초'가 접근하기 좋다고 하시더라. 다음부터는 그 쪽으로 가야겠다.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답장한 뒤 멍 때리고 있는데 잠시 후 "진성상!" 하고 부르기에 봤더니 마사미 님.



【 오카야마에서 배드민턴 】

쫄랑쫄랑 가서 차에 올라탔다. 배드민턴을 치는 초등학교까지 가는데 군데군데 차가 막힌다. 그나마 가는 길은 덜 막히는 편. 반대 쪽은 그야말로 꼼짝도 못할 정도로 차가 많다. 초등학교에 가니 이미 운동을 하고 계셨다. 이번이 세 번째라서 어색하지는 않다.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몸을 풀고, 시합도 몇 번 했다. 몇 달에 한 번 하는 운동인데다 라켓도 내 것이 아니니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빨리 오사카에서 맘에 드는 클럽 찾아 매일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게임 뛰고 나와 쉬는 동안 후지 상이 말도 걸어주고. 친절한데다 잘 생기기까지 한 후지 상은 나와 동갑인데다 솔로다. 훌륭한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ㅋㅋㅋ




【 히바리 게스트하우스 】

운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마사미 님이 묻기에, 느지막히 역으로 가서 쉬다가 돌아가겠다고 했다. 마사미 님은 근처의 신사라도 가자고 하셨지만 조금 피곤했으니까. 그렇게 마사미 님께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왔다. 노트북 보면서 혼자 홀짝거리는데 두 캔 마시고 나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남은 한 캔은 가방에 던져 넣은 뒤 자러 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에서)(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가 여럿이다. 새벽부터 준비한답시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뒤꿈치로 바닥 찍고 다니니 쿵쿵쿵쿵 난리도 아니다. 분명 본인도 바닥 울리는 게 느껴질텐데, 자고 있는 사람들 있는 거 뻔히 알텐데, 뒤꿈치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게 더 신기하다. 거기에다 드라이까지 동원한다. 하아~

그래. 해외 여행 와서 예쁘게 해서 다니고 싶겠지. 한껏 꾸미고 싶겠지. 그래도 말이다. 자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너무 한다, 진짜.


쿵쿵거리는 진동에, 드라이어 소리에,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깊게 못 자는데. 그렇게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씻고 나왔다. 짐을 정리한 뒤 사용한 침구를 정리하고 아래로 내려가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 식사. 그리고나서 오카덴을 타고 역 쪽으로 갔다. 역 앞에서 내리는데 승무원이 뭐라 뭐라 하기에 헤드폰을 벗었더니 겐초도리에서 탔냐고 확인한다(겐초도리부터 100円, 그 바로 전 역에서 탔다면 140円인가 그렇다.). 짜식이 사람을 뭘로 보고.



【 오카야마 → 텐노지駅 】

역 서쪽으로 넘어가 버스 터미널을 찾아 잠시 헤맸다. 간사이 공항에서 산 표를 매표소에 계신 분께 보여드리며 "간사이 공항에서 왕복 표를 구입했습니다. 이 표로 버스에 타면 됩니까?" 라고 물어봤다. '간사이 공항 → 오카야마' 는 빈 자리에 올라타면 되지만 '오카야마 → 간사이 공항' 은 좌석 지정제라고 되어 있던 걸 홈페이지에서 봤기 때문이다. 역시나... 홈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그냥 타면 안 되는 거였다. 이름과 전화 번호를 물어본 뒤 좌석을 정해주더라. 이름을 다 말했더니 "츄상?" 이라고 해서 그냥 맞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제 '쥬' 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는 여전히 '츄' 로 발음하는 게 쉬운가보다. 전화 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일본어로 불러줬는데 학교에서 연습한 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 티는 안 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분명히. ㅋ


좌석 번호가 5D라서 왜 이렇게 앞 쪽으로 줬냐고 궁시렁댔는데... 막상 타보니 그렇게 앞 쪽도 아니네. 버스에 나까지 세 명 타고 출발. 산요 IC에서 두 명 더 타서 승객은 전부 다섯 명. 주말이라 자리 없을까봐 걱정했던 건 헛 일이었다. ㅋㅋㅋ



이번에도 고베를 지나간다. 저 빨간 건물이 고베의 야경 명소 중 한 곳인 포트 타워. 다음에 한 번 가봐야겠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오카야마는 이 때 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갈 때 탔던 버스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시트. 하지만 뒤로 눕혀지는 정도나 전반적인 수준은 비슷하다.



고베는 야경 명소라 숙소 잡지 않으면 보는 게 쉽지 않다. 다음에 이민아 선수 경기 있는 날 여행 겸 한 번 가봐야겠다.




한 시간 후에 휴게소에 들렸다. 이번에 들린 휴게소에는 자판기 있기에 동전 털어 커피 하나 샀다. 차에서 빈둥거리다가 슬슬 도착할 때가 됐다 싶어 지도를 보니... 어라? 이상한 데로 간다. '왜 오사카 시내로 안 가고?' 라 생각했는데... 아, 나 간사이 공항에 내리지... -_ㅡ;;;




간사이 공항에서 텐노지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편한 건 당연히 하루카. 하지만 비싸다(20,000원 넘는다.). 한와線 없나 싶어 찾아보는데 구글에서 검색이 안 된다. 희한하네. 텐노지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갈 때에는 한와線이 검색되는데 반대는 왜 안 나올꼬. 버스도 있긴 한데 타려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요금이 싸지도 않고. 그래서 좀 더 알아보니 난카이線 타고 가서 신이마미야에 내린 뒤 JR 타고 한 정거정만 가는 방법이 가장 싸다. 생각해보니 여행 왔을 때 난카이線으로 난바까지 간 적이 있었더랬지. 난바 바로 전 역이 신이마미야다. 거기서 역 하나만 더 가면 텐노지고. 난카이線이 서 있었기에 냉큼 올라탔고, 스도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신이마미야駅에서 내렸다. 달랑 몸만 있다면 거기서 집까지 걸어서 갔을텐데 캐리어 때문에 엄두도 안 난다. JR 타야 하는데 또 지연! 아오...


잠시 후 전철이 들어와서 이거 타면 되겠다 싶어 올라탔는데 잠시 후 건너편 플랫폼에 다른 열차가 들어온다. 그런데 텐노지 갈 사람들은 지금 들어오는 열차 타라는 안내 방송이 들린다.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싶어 망설이다가... 내려서 건너편의 열차에 탔다.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그렇게 옮겨 타더라. 생각해보니 원래 타고 있었던 전철도 텐노지에 가긴 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서 옮겨 타라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아님 말고. -ㅅ-


아무튼. '신이마미야에 섰는데 텐노지에 안 설라고...' 하는 생각하면서 타고 있자니 다음 역은 텐노지라며 안내 방송이 나온다. 다행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 근처에 내렸기에 곧장 거기로 나가서 집까지 걸어갔다. 우편함에 가득한 찌라시 꺼내고, 없는 동안 온 택배 챙기고, 집에 와서 가방 뒤집어 짐을 쏟아냈다.


그냥 퍼지고 싶었지만 빨랫감 꺼내어 세탁기 돌리고... 청소도 좀 하고... 그렇게 2018년의 마지막 오카야마 여행 마무리. 하아~ 힘들었다. 물론 재미있었고. ㅋ




일본의 대중 교통은... 더럽게 비싸다. 전철 뿐만 아니라 버스도 비싸다. 도쿄 ↔ 지방, 지방 ↔ 지방 버스도 여러 회사가 있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내가 이용한 오사카 ↔ 오카야마 왕복 7,700円 버스는 다소 비싼 축에 속하는 거였다. 일본 홈페이지에서 좀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네이버에서 대충 검색하고 말아서.
오카야마 ↔ 교토 버스가 6,000円대였다고 하니까... 다음부터는 잘 알아보고 좀 더 싼 걸로 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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