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반성 】
어제 저녁에는 맥주 한 캔만 마시고 잤다. 잠들기 전까지 태블릿으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하도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쓰잘데기 없는 영상만 추천해줘서 계속 새로 고침 누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정이 되기 전에서야 잠이 들었는데... 한 시간 조금 더 지났나? 피자가 문제였는지, 버팔로 윙이 문제였는지 내장의 반란이 일어나 잠시 변기 위에서 반성하고 다시 잤다. 그러나 한 번의 반성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내장들이 또 화를 내서 결국 세 시 반에 또 변기에 올라탔다. 50,000원 가까이 주고 한 끼 먹었는데 반나절의 반도 지나지 않아 죄다 변기에 쏟아내고 말았다(혹시라도 식사 중에 보시는 분께 사과를 드립니다. 비루한 티스토리의 이모티콘에는 사과조차 없으니 이라도... -_ㅡ;;;).
원치 않게 가벼워진 몸으로 이불 속에 다시 들어갔는데 잠이 다 깨어버려서... 결국 다시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텔레비전 켜놓고 빈둥거리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 시. 슬슬 준비해야 한다.
대충 가지고 갈 것들을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샤워를 한 뒤 다시 한 번 짐을 체크했다. 딱히 빠진 건 없는 것 같다(보통 이런 느낌이 들 때에는 어김없이 뭔가 놓고 나간다. 100%다.). 자, 가자.
【 집 → 텐노지駅 】
집 밖으로 나와 달달달달~ 캐리어를 끌고 텐노지駅까지 가는데 바퀴 소리가 너무 요란하다. 바퀴에 고무 좀 더 쓰면 안 되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 본다. 일본 사람들이 남에게 무관심하다고? 원피스 캐릭터가 그려진 유니클로의 티셔츠 입고 돌아다녀봐라. 다 쳐다보더라. ㅋ
그 와중에 또 축지술(저는 축지할 수 있습니다. 진짜입니다. 레알! 참! 이ㅅ,... 다리가 긴 이유도 있지만 남들 30분 걷는 거리, 15분이면 갑니다. 대신 겨울에도 육수를 뿜어냅니다.) 썼더니 몸에 열이 나서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들었다. 텐노지駅에서 ICOCA에 10,000円 먹이고 바로 15번 플랫폼으로 갔더니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 텐노지駅 → 간사이 공항: 전철 잘못 타서 삽질 】
구글 지도를 통해 미리 알아본 건 12시 40분 전철이었는데 축지술 덕분에 빨리 도착해서 시간이 남는다. 커피나 하나 뽑아 마시려고 자판기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15번 플랫폼으로 전철이 들어오는데 옆에 간사이 공항이라 적혀 있다. 잽싸게 구글 지도에서 다시 검색해보니 12시 25분 전철이 있고. 이 때가 28분. 구글 지도와 맞지 않았지만 전철이나 기차가 연착될 경우 구글의 정보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전에 4분 지연 어쩌고를 분명 봤기에 저게 확실하겠거니~ 하고 냅다 올라탔다.
망테크를 탄 것이었다. -ㅅ-
그리고는 간도 크게 노래 들으면서 스도쿠 했다. 훗. 계속 스마트 폰 쳐다보면서 위치 확인하는 건 관광객들이나(?) 하는 짓이지. 이 몸은 자그마치 3개월째 오사카에서 살고 계신 몸이라고. 와따시와 오사카니 슨데 이마스(私は大阪に住んでいます。).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라 바깥 소리는 전혀 안 들리지, 스도쿠 한답시고 몰두했지, 엉뚱한 곳으로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가 뭔가 쎄~ 해서 정신을 차리고 현재 위치를 확인해보니... 히네노에서 확~ 꺾어 린쿠 타운으로 가야 하는데 그냥 직진했더라. 어라? 아까 분명히 간사이 공항 어쩌고라고 적혀 있는 거 봤는데? 왜 린쿠 타운 쪽으로 꺾지 않고 직진하는 거지? 전철은 나가타키駅에 멈춰 있었고 후다닥! 뛰어내린다면 내릴 수도 있었지만... 내릴 타이밍을 놓쳐 엉뚱한 역에 내렸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여유로운 척 다시 스마트 폰을 쳐다봤다. 그리고 속으로는 계속 열여덟, 열여덟, 열여덟,...
태연한 척 하다가 다음 역에서 내렸다. 역 이름이 신게? 지금 확인해보니 새로울 新, 집 家, 우리 식으로는 신가驛이네. 저 염병할 家는 가, 카, 케, 야,... 읽는 방법이 한, 둘이 아니어서 골치가 아프다. 아오, ㅆㅂ 아무튼... 텐노지에서 얼마 안 갔는데 완전 시골이다. 도쿄도 그렇고, 일본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전철 선로 바로 옆에서 농사 짓는 시골이 나와 버린다.
반대편 열차를 타야 한다.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뭐라 말해야 하나, 번역기 돌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몇 발짝 걷다보니 계단 등장. 밖으로 안 나가고 계단으로 건너가면 되는 역이다. 럭키(는 무슨)! 반대 편에서 몇 분 기다리다가 전철을 타고 왔던 길을 거꾸로 되돌아가서 히네노駅에 도착. 이번에도 계단을 이용해서 반대편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잠시 후 전철이 와야 하는데... 안 온다. 그 와중에 내가 내렸던 플랫폼 쪽에 도착한 열차는 행선지를 착, 착, 바꾸더니 간사이 공항이라 표시하고 출발한다. 어라? 뭐지? 나 잘못 온 건가? 학원 간다고 뻥 치고 PC방 다녀왔는데 엄마가 성 붙여서 이름 부를 때 만큼의 불안감이 온 몸을 감쌌다.
【 텐노지駅 → 간사이 공항: 일본에서 흔치 않은 전철의... 】
'잘못 왔나?' '다시 건너가야 하나?' '오징어가 분홍색 캐리어까지 끌고 그런 짓을 하면, 교복입고 수다 떨기 바쁜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틀림없이 찐따라고 생각할텐데...' '계속 니하오마~ 워따똥싸~ 중얼거리며 다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 위의 전광판을 봤는데... 무려 10분 지연!!! 세상에나!
집에서 나름 여유있게 출발한다고 나온 건데, 전철 잘못 타는 삽질 + 예상하지 못한 지연 때문에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10분 늦게 도착하는 전철을 타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는 건 13시 56분. 버스는 14시 05분.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9분만에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내 포기했다. 불가능이지. '전철에서 내리고, 버스 타는 곳까지 이동하고, 표 사고, 그걸 9분만에 다 하라고?' '버스 타는 곳도 모르는데?' 어림도 없다. 거기에다 몇 시까지 가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저 체크인 빨리 해서 1층 침대 확보하려는 것 뿐이었으니까. '공항에서 두 시간 멍 때리다가 버스 타지, 뭐...'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니까 14시다. 에휴... 혼자 한숨 쉬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카드 찍고 개찰구 밖으로 나갔는데... 나갔는데... 어라? 여기는? 이곳은?
간사이 공항에 갈 때마다 보는 JR / 난카이 티켓 오피스. 그렇다는 것은... 앞을 보니 반대 편 건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고 그 아래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그렇다! 버스 정류장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만날 지나다녔지만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다고 생각한 거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 간사이 공항 → 오카야마駅 】
뛰다시피 걸어서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뒤 바로 앞에 보이는 참한 처자에게 "오카야마에 갑니다!" 라고 숨 넘어갈 듯 말했는데, 너무나도 평온하게 버스 타는 곳에서 표 사라며 손으로 뒤쪽을 가리킨다. 낭떠러지에서 손가락 두 개로 간신히 버티고 있으면서 살려달라고 하는데도 침착하라며 웃을 처자 같으니라고. -_ㅡ;;;
"표는 저기에서 사는 것입니까?" 고 물으니까 그렇단다. 일본어 반말이 서툴러서 부모의 원수 앞에서도 공손하게 존댓말 할 나란 남자.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는 곰 인형의 눈알이 떨어져 나갈 것에 대비해 똥꼬에 여분의 눈알 하나를 심어둘 정도의 꼼꼼함을 장착한 나는, '11번 정류장 앞에서 오카야마에 가는 버스를 탄다' 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퀵보드 탄 초딩도 순식간에 제쳐버릴 엄청난 속도로 막 걸어가 11번 근처의 티켓 자판기에 도착했다. 건강해보이는 처자에게 "오카야마까지 왕복 티켓을 사고 싶습니다!" 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그 처자도 시간이 아슬아슬하다는 걸 아는지 서둘러서 도와준다. 그 와중에도 영수증 필요하냐고 묻는 과잉 친절. 처자의 도움으로 표랑 거스름 돈을 받은 뒤 버스 타는 곳까지 달려갔다. 미리 알아봐서 다행이었다.
11번 플랫폼 앞에는 주황색 버스가 서 있다. 이 때가 이미 5분. 누가 봐도 트렁크에 짐 넣어주는 일을 하는 걸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이 버스가 오카야마에 갑니까?" 라고 물어보니 코 앞에 갈 때까지도 먼 산 보면서 눈 앞에 사람 있는 걸 무시하던 냥반이, 아? 아! 하고 아는 척을 하더니 '어디까지 가냐' 고 한다. 마음이 급해서 오카야마라고 다시 말했는데 '오카야마 역까지 가냐'고 다시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까 캐리어에 번호가 적힌 띠를 둘러주고 나에게 종이 쪼가리를 준다. 그 종이 쪼가리는 나중에 짐을 찾을 때 필요하니 잘 챙겨둬야 한다.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에게 표를 드렸다. 간사이 공항에서 오카야마까지 가는 버스는 선착순이다. 빈 자리에 앉으면 된다. 버스 안에는 다섯 명 정도? 많지 않은 사람이라 빈 자리가 많았기에 뒤 쪽에 적당히 자리 잡았다. 앉자마자 버스가 출발한다. 6분.
늦어서 두 시간 까먹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타다니. 정말 다행이다. ㅋㅋㅋ 버스 타기 전에 화장실 가야 할 삘이었지만 괜찮다. 일본 버스에는 화장실이 있다. ㅋㅋㅋ 잠시 숨을 고른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버스 안을 둘러봤다.
버스 벽 쪽에 아니라 좌석 뒤에 하차 벨이 붙어 있다. 뭐, 처음 보는 게 아니라서 신기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ㅋ
누군지 모르지만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벨을 눌러버린 덕분에 계속 불이 들어와 있었다. ㅋㅋㅋ
좌석 옆에는 100V 콘센트가 있다. 그러나... 나는 충전기 앞에 꽂을 돼지코를 깜빡하는 바람에 써먹을 수 없었다. -_ㅡ;;;
뒷 자리에 아무도 없으니까 마음 놓고 시트를 뒤로 눕힐 수 있다. 확~ 눕히고 싶지만 조금 넘어가다가 만다. 살짝 뒤로 걸쳐 앉은 상태로 노래 듣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설친 덕분에 버스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 일본어로 꿈꾸고 잠꼬대(했다는 걸 스스로 아니까 괜히 헛기침하고)까지 해가며 자다가 깨서 지도를 보니 고베를 지나고 있더라. 간사이 여행 그렇게 다니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고베를 버스 타고 지나간다. ㅋㅋㅋ
출발한 뒤 잠시 숨을 고르고... 정신 차린 뒤 현재 위치를 보니 간사이 공항에서 다리 건너와 오사카 시내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하이패스가 있다면 일본에는 ETC가 있다. 기타 등등이 아니라, 자동 결제 시스템이다.
아침에는 좀 흐렸지만 다행히 점점 날씨가 좋아지고 있었다. 아예 파란 하늘보다는 적당히 구름이 있는 쪽이 예쁘지. ㅋ
한 시간 가면 고베, 고베에서 또 한 시간 가면 히메지,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히메지에서 한 시간 더 가야 오카야마.
교토는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을 갔는데 고베와 나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사슴도, 야경도, 딱히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ㅅ-
일본 버스는 한국의 일반 고속 버스랑 비슷하다. 우등 말고, 시트 둘 / 통로 / 시트 둘 있는 형태의 버스인데 뒤 쪽에 화장실이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다섯 자리 쪼로록 붙은 맨 뒷 좌석이 없다. 그거 말고는 뭐, 거의 비슷. 좀 안 좋은 냄새가 나긴 했다. 화장실 냄새는 아닌데 아무튼 '향기'보다는 '냄새'가 어울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찍은 버스. 기사가 문 열자마자 내려놓은 보조 계단이 눈에 띈다. 저런 작은 부분이 우리나라와의 차이랄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는 승용차가 훨씬 많은데 이번에 처음 본 휴게소는 온통 트럭이더라. 16시 10분 무렵에 도착했는데 20분에 출발한단다. 우리나라는 보통 15분 쉬지 않나? 최근에 고속 버스 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일본은 10분 쉬는 것 같다. 우동은 못 먹겠고만. ㅋ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그 흔한 자판기 한 대 안 보이네. 화장실만 들렀다가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잠시 후 다시 출발했고 이내 산요 IC에 도착. 다음은 오카야마 IC인데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오카야마駅으로 갔다.
산요 IC에는 예정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오카야마 시내로 가니 길이 막히는 바람에, 결국 예정 시간에 도착했다.
마사미 님과 대화하다보니 전에 축구 봤던 경기장을 지나간다고 하셔서, 지도를 봤더니 시티 라이트 스타디움 지나가더라.
【 오카야마에 도착! 】
버스 정류장은 아나 크라운 호텔이 있는 역의 서쪽. 오카덴을 타려면 동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처음 오카야마에 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분명 사람이 늘었다.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관광객이라면 JR 패스 사서 신칸센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을텐데... 나는 JR 패스를 이용할 수 없는 처지. ㅠ_ㅠ
역 건물을 빠르게 가로 질러 동쪽 광장으로 나갔더니 파란색 전구로 휘황찬란하다. 크리스마스 or 연말이니까 분위기 낸 모양이다. 처음이 아니라서 익숙한 길 가는 것처럼 여유있게 오카덴 타러 갔다. 네 시간 전에는 버스 놓칠까봐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히가시야마線 오카덴을 타고 가다가 겐초도리에서 내렸다. 바로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체크인.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전부 일본어로 했다.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들린다는 게 신기하더라. 공부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
침대를 배정받아 자리에 가서 홑이불을 펴고, 캐리어를 던져 놓은 뒤 바로 밖으로 나갔다. 돼지코를 깜빡하고 나왔기에 사러 가야 했는데 근처에 파는 곳이 없다 하더라고. 결국 오카덴 타고 왔던 길을 걸어서 되돌아간다. 이번에도 엄청난 속도로 축지! 순식간에 역 앞에 도착했다. 빅 카메라 2층에서 헤매다가 결국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뭐라 뭐라 한다. 들었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단순히 앞에 끼운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것 같다. 짜식이, 누구를 바보로 알고. 알고 있다고, 프리 볼트라고 했더니 3층에 있다고 한다. 3층에서 또 한참을 헤맸다. 플레이 스테이션이랑 스위치 타이틀이 있어서 혹~ 했다. 하마터면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갈 뻔 했다. 머리 밖으로 탈출을 감행하려는 정신을 단단히 부여잡고 돼지코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또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다 뒤져보고 유일하게 귀찮다고 안 갔던 곳에 있었다. -_ㅡ;;; 안내해준 직원은 어떤 제품 사려고 하는지까지 물어보고는 골라주기까지 하고 가더라. 이게 더 싸다면서. 잘 생긴 젊은이던데... 복 받으쇼~ ㅋ
그렇게 돼지코를 산 뒤 밖으로 나왔다. 12월 7일에 새로 오픈했다는 쇼핑몰이 있다기에 가봤는데 당최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 그냥 밖으로 나왔는데, 지난 번에 망설이다 그냥 지나친 회전 초밥 가게 발견!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들어갔다. 지난 번에도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과감히 돌진!
직원에게 한 명이라고 말했더니 아무 곳에나 앉으라기에 적당한 곳에 앉았다. 미소시루 어쩌고 하기에 달라고 "하이~" 했는데... 안 준다. 미소시루는 필요 없습니까? 라고 물어본 모양이다. 뭐, 고작 두 달 공부하고 일본어가 막 들리면 그게 이상한 거지. -ㅅ-
생선은 싫어하니까, 초딩 입맛에 맞는 녀석들만 먹었다. 게, 새우, 조개, 알,... 빵빵하게 배 부르지 않았지만 '숙소에서 맥주 마셔야 하니까 적당할 때 그만 먹자' 라 생각하고 멈췄더니 얼추 30,000원 돈 나왔다. 이래서 위험하다. 배 통통 두드리며 잘 잡쉈다~ 하려면 한 80,000원 들고 가야 한다. 에휴.
걷기 싫어서 다시 오카덴을 타고 겐초도리에서 내렸다. 드럭 스토어에 가서 리스테린 작은 거 사는 데 성공! 일본은 온통 큰 것만 팔고 작은 게 없더라고. 리스테린 작은 거 처음 봤다. 여행용 칫솔, 치약 세트도 하나 사고. 온 김에 우르오스 사야겠다 싶어 한참 헤매다가 겨우 찾았는데... 작은 게 없다. 망설이다가 그냥 큰 거 샀다. 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다니니까 다리에도 막 처발처발하지, 뭐.
그리고 나서 숙소로 와서 오카야마 한정 맥주를 딱! 마시려는데... 맥주가 없단다. 제기랄.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갔다. 오카야마니까 기린 맥주 먹어야지. ㅋㅋㅋ 기린 맥주 두 개 사고 안주로 치즈 먹으려고 봤더니 큰 거 밖에 없다. 이러면 술이 부족하겠다 싶어 맥주 한 캔 더 사고, 새벽에 마실 물 하나 사고.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리셉션 겸 식당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노트북 펼쳐놓고 대충 후기를 썼다(그 때 비공개로 대충 써놓고 집에 와서 고쳐 썼습니다.).
내일은 아홉 시에 마사미 님 만나기로 했다. 좀 멀리까지 가야 한다. 나야 조수석에 앉아 쫑알쫑알 떠드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지만, 마사미 님은 피곤하시지 않을까 싶다. 공부하겠답시고 한자랑 단어 정리한 거 인쇄해서 들고 왔는데 쳐다도 안 봤다. 마사미 님 드린다고 쓴 엽서는, 집에 두고 왔는지 잃어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ㅅ-
오늘의 맞춤법
젓다
처음에 '젖다'로 썼습니다.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받침을 모르겠더라고요. 검색해보니 '젓다'였습니다. 노를 젓다.
젖다는 물건이 물 등의 액체로 인해 축축해질 때 쓰는 거지요.제치다
'제끼다'로 많이 쓰는데 잘못된 표현입니다. '제치다'가 표준어입니다.휘황찬란(輝煌燦爛)
① 광채(光彩)가 나서 눈부시게 번쩍임
② 행동(行動)이 온당(穩當)하지 못하고 못된 꾀가 많아서 야단스럽기만 하고 믿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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