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배우려고 일본에서 살았던 시기는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다. 정말 중요한 볼 일이 아니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일본에서 체류했고, 자리를 비운 시간을 제외하면 1년 7개월 정도는 일본에서 보냈던 것 같다. 그 어떤 경제 활동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쓰기만 했던 시간이었기에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일 모레면 50년을 채울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2018년이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데, 강산이 거의 다 변할 정도로 오래 전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흔이었다. 나와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20대였고. 여긴 한국도 아니고, 나는 뭣도 아니니까 꼰대짓 하지 말자고 다짐한 게 셀 수 없이 많다.
어느 나라를 가도 중국인이 가장 많고, 그 때문에 중국인이 설쳐대는 꼴을 봐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는 대만 사람이 많았다. 중국 사람이나 대만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하겠지만, 대만 애들이 한 반의 70% 정도를 차지하니까 몇 명 안 되는 중국 애들이 기를 못 펴더라. 실제로 수업 중에 시끄럽게 떠들고 설치는 건 죄다 대만 애들이었고, 중국 애들은 짜져 있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에서 다른 반의 중국 애들을 만나 펼치지 못한 ㅄ력을 내보이곤 했다.
나는 더러운 성격을 감추고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입학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9년 7월 18일에 대만의 어린 처자에게 7H AH 77I 소리를 들어야 했다. 뭐가 발단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별 것 아닌 걸로 장난치다가 20대 초반의 대만 처자가 내 손전화를 빼앗아 갔고, 나도 그 처자의 손전화를 빼앗는 복수가 시작됐다. 그리고 돌려 달라, 네가 먼저 내놔라, 같잖은 공방이 이어지다가 한국 문화(?)에 나름 익숙한 대만 처자로부터 7H AH 77I OF ! 를 듣게 된거다.
마구 짓밟는 상상을 할 정도로 화가 났는데...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지금은 그 처자가 무척이나 고마운 친구로 자리하고 있다. (#°Д°)
저 일이 있고 나서 데면데면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서로 사과하며 유야무야 됐고, 그 후에는 나름 친한 관계가 됐다. 마흔 먹은 아저씨와 20대 초반의 젊은 처자가 어울려 다니다 눈 맞는, 말 같잖은 러브 스토리 따위는 당연히 없었지만,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다. 특히나 기억나는 게 생일인데, 누군가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삶을 살았던 나에게, 케이크와 함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줬다. 다들 빠듯한 살림에 유학 중인지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가 끝난 늦은 시각에 사람을 모아 생일을 축하해줬다. 어찌나 고마운지, 절대 잊지 말자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져서, 고마운 맘도 사그라들 때 쯤... 다른 고마운 친구와 함께 한국에 놀러 왔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다 해주고 싶은데, 나도 독에서 돈을 막 퍼서 쓰는 게 아닌지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늘 미안했다.
얼마 전에 깜짝 놀랄 선물을 주겠다고 주소를 묻기에, 설마 결혼 청첩장이냐고 농담을 했다. 일본 유학 시절에도 남자 친구가 있었기에, 유학 중에도, 유학을 마친 후에도, 계속 만나고 있다는 걸 아니까, 결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결혼을 했다!!! 중화권에서는 결혼을 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과자를 돌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한테 국제 우편으로 과자를 보내려고 주소를 물었던 거다.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엄청나게 빨리 도착했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과자 상자 옆을, 꾸역꾸역 평범한 과자로 채워놨다. 과자도 과자지만, 손으로 꽉 꽉 눌러 쓴 편지에 감동했다. 직접 축하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범벅이 됐다. 명치 께가 저릿저릿했다.


그리하여, 이 글을 쓴다. 사실 이 블로그는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일본에서 보냈던 시간을 고스란히 적어서 나중에 읽으면서 궁상이나 떨려고 만든 거다.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는 중이고. 하루 방문자가 100명이 채 안 되지만, 메인 블로그와 달리 방문객에 신경쓰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저, 자기 만족용으로 만들어서 유지하고 있는 블로그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AI가 말하기를, 마지막 업데이트가 오래 전이라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야! 날마다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데!
유학 시절의 고마웠던 분들 대부분과 연락이 끊겼고, 마사미 님과도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 상황이지만, 내 인생의 황금기를 기록한 블로그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메이 짱과 쉐리 짱이랑은 가뭄에 콩날 정도이긴 해도 여전히 소식을 주고 받는 중이고. 그래서,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여기에 주절주절 써본다.
제법 마시고 끄적거리는 거라서 글이 중구난방인데, 고마운 내 친구 메이 짱에게 결혼 축하한다 말하고 싶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와서 신나게 놀고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맙고, 축하한다. 행복해라, 메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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