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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3월 28일 일요일 흐림 (ついに、入国)

by 스틸러스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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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도 제대로 못 잤는데 배 안에서도 잠이 잘 안 온다. 한 시간 자면 어김없이 깬다. 그럼 또 뒤척거리다 간신히 잠이 들고, 한 시간 있다 또 깨고.

  • 배가 엄청 흔들린다. 위치를 보니 일본 내해를 벗어나 쓰시마를 향하고 있더라. 백령도 가는 배에서도 멀미를 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 큰 배가 흔들리지 속이 울렁울렁. ㅠ_ㅠ

  •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 외에도 영화 두 편을 더 봤다. 『 6 언더그라운드 』 랑 『 루시 』. 『 6 언더그라운드 』 는 정신없이 터뜨려대더라니, 역시나 감독이 마이클 베이였다. 폭발 성애자 아니랄까봐 미친 듯 터뜨려 댄다. 그럭저럭 볼만 했다. 『 루시 』 는 크게 실망.

  • 쓰시마보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갑자기 손전화에 미인증 폰이라고 뜬다. 껐다가 켜니까 SKT로 접속이 되더라. 이동통신 터지는 것만 보면 쓰시마는 한국 땅이라 우겨도 될 것 같다. 그 뒤로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긴 했지만 아무튼 일본에서 로밍하는 것보다는 속도가 빨랐다.

  • 일곱 시 반에 아침 밥 준다고 되어 있었는데 일곱 시가 채 안 된 시각에 노크를 하더라. 비몽사몽 간에 문 열고 받았더니 빵식. 배가 미친 듯 흔들려서 도시락 받으러 가는 그 잠깐 동안에도 멀미를 했다. 먹는 건 당연히 불가능. 옆으로 밀어뒀다.

  • 한국에 가까워지니 한국 방송은 깨~ 끗하게 잘 잡히고, 일본 방송은 먹통이 된다. 17시간 30분 걸린다고 했는데 예상 도착 시간이 열한 시 45분이라는 방송이 나오더라. 어제 16시에 출발했다고 치면 얼추 스무 시간 가까이 걸린 셈. ㄷㄷㄷ

  • 도착은 열한 시 45분인데 키 반납을 열한 시까지 해달라고 한다. 키를 가지고 가서 반납하고 문진표를 쓰고 있자니 다른 사람들이 와서 키 반납하고 방에 계속 있어도 되냐고 물어보더라. 키 반납하고 방에 남아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지만 당연하다는 듯 된다고 대답하는 스태프. ㅋ

  • 부산이 저 멀리 보일 때 쯤 도시락을 열었다. 멋지게 반숙된 계란 후라이 두 개가 있기에 다 먹고, 베이컨도 주워 먹었다. 바나나도 먹고. 빵이랑 소시지는 엄두가 안 나서 안 먹었다.

  •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밖으로 나갔다. 잠시 기다리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선. 나가는 길이 엄청 긴데 그 와중에 캐리어 바퀴에서 이상한 고주파 음이 계속 난다. 맛이 간 모양이다.

  • '자가 진단' 어플로 체크한 거 보여주고, 문진표 내고, 체온 측정하고. 나 같은 경우는 며칠 전부터 콧물이 찔찔 났기에 체크했더니 그 외의 증상은 없냐고 묻더라.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쟀는데 정상. 내가 코로나에 걸려 죽는 거야 상관 없는데, 혹시라도 고령의 고모한테 옮기면 큰 일이니까 검사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본인 의사가 있으면 검사 받을 수 있냐니까 안 된단다. -_ㅡ;;;

  • 밖에 나오니 택시 한 대 없이 휑~ 하다. 고모와 친척 누나한테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한 뒤 콜 택시를 불렀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부른 택시가 먼저 오는 것을 보면서 카카오 택시 부를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와중에 택시가 도착.
    포항까지 얼마 정도 나오냐고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미터기 찍어봐야 안다면서. 보통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나?

  • 짐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부산 → 포항, 100㎞ 넘는 거리를 택시로 이동했다. 요금은 11만원 조금 넘게 나왔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포함하니 12만원이 넘어간다. 13만원 내고 거스름 돈은 받지 않았다. 일본에서 30㎞도 안 되는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고 6만원 가까이 낸 걸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지만, 태어나서 택시 요금으로 10만원 넘게 낸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인데, 나이 먹으니 몸이 힘들 것 같으면 돈으로 때우려 든다. -ㅅ-

  • 포항 고모 댁 바로 앞에 도착했기에 짐 내리고, 고모한테 인사하고, 저녁에 친척 누나 와서 치킨에 소주 마시고, 그렇게 도착한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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