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장일기

2020년 03월 26일 목요일 맑음 (最後の日)

by 스틸러스 2020. 3. 26.
반응형
  • 어제는 하늘이 새파랬는데 오늘은 구름이 조금 보인다. 한국은 오늘 비 오는 지역이 많다는데, 역시 일본은 내일 비가 오는 모양이다. 24인치 캐리어에, 32인치 모니터 상자까지 들고 움직여야 하는데 번거로울 것 같다.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 사야 하나. 하아...

  • 시나브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유학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는 일본 땅 안 밟을 건 아니니까 마지막이라고 하기가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1년 6개월의 유학이 끝나는 날이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 잠들 무렵에는 더 이상할 것 같다.

  • 오늘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을 헐 값에 가져가겠다고 한 업체 쪽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언제쯤 오는 걸까?

  • 다음 까페에 100円에 쓰던 거 가져가라고 글을 남겼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전혀 없다. 다만, 무선 공유기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어서 주기로 했다. 라인으로 대화 나눠서 오늘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 가전 제품 수거 업체에서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정오 무렵에 모니터 포장하고, 캐리어도 대충 꾸려야겠다.

  • 3월은 한 달 내내 빈둥거리다 보냈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 출입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게 전부였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규슈 여행도 하고, 이즈미 사카이さん의 묘에도 한 번 더 다녀오고,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 미루고 미뤘지만 오늘은 가스, 전기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마지막 요금 납부 방법을 물어봐야 한다. 귀국해서 처리하려면 피곤하다. 그리고 짐이 다 빠진 후에는 대청소도 해야 한다. 아... 진짜... 기분이 이상하다.

  • 한국에 돌아가면 엑스페리아의 배터리를 교체 받으려고 했는데, 강남 서비스 센터의 영업을 종료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27일부로 종료한다는 걸 26일에 알려왔다. 양아치도 아니고. -ㅅ-   하는 꼬라지 보면 소니 코리아는 확실히 한국에서 모바일 사업 접는 분위기다.
    http://store.sony.co.kr/handler/SonyStoreNotice-Detail?bbsNo=30049

  • 비행기가 없어져 배로 사람이 몰리면서 혹시나 예매한 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500명 넘게 타는 배에 한 명 타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까. 문제는 배 타러 가는 것까지가 피곤하다는 거다. 덴포잔 지나서 금방인 것 같긴 한데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짐이 많아 다니는 게 번거로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열일곱 시간 반이라니. 대체 뭘 해야 할지.

  • 내일 터치 아이가 끝나면 바로 봉투에 USIM 넣은 뒤 우체통에 넣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를 아예 못 쓰게 되는데 하루 로밍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오전 중으로 이걸 다 결정해야 한다. 자꾸 미뤘던 일들인데,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게 됐다. 빨리 처리해야지. 하아... 진짜... 아... 이상해... ㅠ_ㅠ



  • 정오 무렵 대충 씻고 나가서 난바에 다녀왔다. 며칠 전에 피규어 파는 걸 봤기에 친구 아들내미 선물을 살까 해서 간 거였다. 여차하면 스위치 라이트 질러버리고. 그런데 친구 아들내미가 원하는 군인 피규어는 없더라. 그나마 비슷한 게 포트나이트 피규어였는데 맘에 들어할지 확신이 안 섰다. 건담을 살까 고민하다가 원피스에 나오는 배를 두 개 샀다. 고잉 메리호랑 싸우전드 써니호랑. 부디 맘에 들어했음 좋겠지만, 안 든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 집에 오면서 우체국에 들러 상자를 하나 더 샀다. 캐리어에 남은 짐을 때려넣어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결국 또 EMS 한 상자 보내야 한다. 상자 사들고 와서 옷걸이랑 옷, 피규어 정도만 넣었는데 상자가 꽉 찬다. 일단 그대로 포장. 오늘 17~19시 사이에 가지러 온다고 했다.

  • 17시에는 인터넷 공유기 달라는 분이 오기로 했다. 코보레구치 역에서 만나기로.

  • 가전 제품 수거하는 곳에서는 15시가 조금 넘어 두 명이 왔더라. 한국인 남자 한 명, 일본인 여자 한 명. 텔레비전 8,000円, 냉장고 3,000円인데 세탁기 처리 비용을 6,000円 받더라. 현금 5,000円 받는 걸로 끝났다. 살 때에는 50만원 넘게 들었던 것 같은데, 1/10도 못 건지는고나.

  • 책상이랑 책장은 쓰레기 수거 스티커 사서 붙인 뒤 버렸다. 책장 같은 경우 직접 버리면 400円인데 업체에서 처리해주면 1,000円이란다. 직접 버리겠다 하고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신청하니 수거일이 4월 2일이다. 며칠 전에 신청한 건 3월 28일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 날짜로 신청하고, 우체국에 가서 스티커 사들고 왔다. 전 날 내놓거나 당일 아침 아홉 시에 내놓아야 한다는데 내일 출국이니 그럴 수가 없다. 한국인 욕 먹이는 짓이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누가 남아서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어글리 코리언이 되는 건가.

  • 아직도 버려야 할 것들이 좀 남았다. 일단 책상과 의자를 버려야 하고, 세탁봉과 이불도 버려야 한다. 오늘 잘 때 필요하니까 이불만 내일 아침에 버리고 나머지는 미리 버리기로. 아직 멀쩡한데, 한국에 가지고 갈 수만 있으면 가지고 가서 쓰고 싶은데, 그냥 버려야 한다. 너무 아깝다.

  • 손전화 문자가 왔는데 장문이라서 확인할 수가 없다. 내일 로밍 신청해서 읽어보자고 생각했는데 051로 시작하는 전화가 왔더라. 뭔가 싶어 받아보니 예약한 선박 회사다. 수속 시간이 당겨졌단다. 13시 30분까지 오라고 하네. 출항은 몇 시냐니까 15시란다. 두 시간 빨라졌다. 나야, 뭐... 빨리 가면 좋긴 한데, 뭔가 갑작스러워서.

  • 일단 내일 아침에 이불 버리고, 우체통에 심카드 넣은 봉투 넣고, 터치 아이 끝나면 짐 바리바리 싸들고 항구로 가야겠다. 달리 할 것도 없는데 일찌감치 가야지. 진짜 마지막이다. 빨리 짐 정리해놓고 인생 술집 가서 마지막으로 한 잔 할까 싶기도 한데 캐리어 정리가 전혀 안 됐다. 테트리스 해야 한다. 캐리어가 터져 나갈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