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잠을 설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게 될지, 날마다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 바뀌는 삶을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처럼 잠을 설친다면 회사에서 엄청 피곤할 게 틀림없다.
아홉 시 땡! 하자마자 우체국에 도착하게끔 움직일 계획이었지만 역시나 계획으로 끝났다. 꼼짝도 하기 싫더라. 결국 뮝기적거리다가 정오가 지나서야 씻고 나갔다. 학교 근처의 우체국에 도착해서 가지고 간 편지 봉투에 미리 인쇄해서 잘라둔 주소를 붙였다. 27일에 오사카 항으로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바로 USIM 카드를 넣은 뒤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거다.
그리고 나서 쓰레기 폐기용 스티커를 구입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우체국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는데 스티커를 파는 편의점에는 따로 표시가 붙어 있다 하더라고. 그런데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우체국에서 사기로 한 거지. 오전에 집에서 미리 신청한대로 스티커를 구입했다. 1,000円 짜리 한 장, 400円 짜리 두 장, 200円짜리 여섯 장. 28일에 가지러 온다고 했으니 27일 오전에 미리 내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티커를 구입한 후 우표도 한 장 샀다. 그러고 있는데 뒤에 사람들이 막 늘어서기 시작한다. 내가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는 사이에 우편 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밀리기 시작한 거다. 하필 그 때 오셔가지고들. -ㅅ-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게 아니다. 택배 상자도 사야 한다. 가장 큰 걸로 두 개 달라고 했다. 뒤로 사람이 늘어서는 게 보이니까 착한 여직원 분이 뒤에 있는 할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하더라. 아무튼, 우체국에서 볼 일 다 처리하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바로 상자를 조립하고, 필요하지만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을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사실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서 굳이 EMS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데 그렇다고 배로 보내자니 한 달이나 걸리는지라, 그렇게 되면 포항에 또 내려가야 한다.
상자 두 개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다. 피규어도 그대로, 주방 용품과 화장실에 있는 것들도 그대로다. 어지간하면 버리고 가겠는데 버릴 수가 없는 것들 뿐. 게다가 24인치, 20인치 캐리어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32인치 모니터까지 들고 가야 하니까 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20인치 캐리어에 짐을 넣고, 그걸 24인치 캐리어에 넣은 뒤 모니터 상자를 올려 끌고 다니려 한다. 상상만으로도 피곤한 일이다. 32인치 모니터 상자가 생각보다 커서 부담스럽다. 에휴...
아무래도 상자 하나를 더 사야 할 것 같다. 27일 오전 10시에 터치아이하기로 했는데 27일로 예약을 하면 안 될 것 같으니 늦어도 25일에는 상자를 사서 26일로 예약을 해서 보내야 할 것 같다.내일은 가습기와 프린터를 팔기로 했다. 가습기도, 프린터도, 참 맘에 들어서 가능하다면 한국에 가져가서 계속 쓰고 싶은데. 안타깝다.
후나빙으로 상자 일곱 개를 보낸 뒤 가까스로 집을 좀 정리해뒀는데 오늘 또 난장판이 됐다. 어쩔 수 없지, 뭐. 32인치 모니터 포장하고, 버릴 거 버리고, 재활용 센터에서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걷어 가면 휑~ 할 것 같다.
일본에서의 시간. 정말 빨리 갔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부하는 즐거움도 알 수 있었고, 스트레스 받는 일 없이 여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나이 반토막도 안 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잔뜩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곧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하다. 어디로 가야하는지조차 정해지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도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뒤숭숭하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차가 나온 뒤의 일이 되겠지만 차박 여행을 다니고 싶다. 그리고 해랑 열차를 타고 여행도 해보고 싶다. 해랑 열차는 인기도 인기지만 비용이 엄청나서 부담스러운데, 부지런히 돈 모아서 도전해봐야겠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는데, 이제 다시 돌아간다. 하아... 가고 싶지 않다, 진짜. 그냥 오카야마의 한적한 집 하나 얻어서 산책이나 다니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세금 떼고 20억 넘는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은 어림도 없겠지만서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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