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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정보

일본의 국민 건강 보험에 가입하기

by 스틸러스 2018.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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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워킹 홀리데이나 유학 등의 비자를 받아서 온 장기 체류자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국민 건강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대략 병원비 or 약 값의 70% 까지 보험으로 처리해준다고 한다. 입국하자마자 자동으로 가입되는 건 아니고, 전입 신고를 한 뒤 의료 보험 담당자에게 가입하겠다고 하면 2~3일 후 서류를 보내줄테니 그 걸 가지고 오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25일에 전입 신고를 했는데 29일에 서류가 도착해 있었다.


가입 안 한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데 나중에 보험료가 소급되어 청구될 수 있다. 안 내고 잘 버티다가 호다닥 도망간 뒤 '앞으로 일본 땅 다시는 안 밟는다!' 라고 한다면 뭐, 그것도 절약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괜히 그 질알하다가 나중에 일본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길게 일본에 머물려고 비자 신청했다가 빠꾸 먹을 수도 있고. 그러니 그냥 가입하고 내는 게 낫다.


날아온 서류는 온통 일본어 투성이라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구글 번역의 기능 중에 문서 파일을 번역해주는 게 있다. 그 기능을 써먹으려고 일단 서류를 전부 스캔했다. 한국에서 쓰던 오래된 HP의 복합기에 비하면 새로 산 Canon의 복합기는 정말 편리하고 빠르다. PDF 파일로 저장한 뒤 구글 번역기를 돌렸더니... 이상한 문자들의 배열로 나온다. 응?


몇 번을 해봐도 마찬가지. 인터넷에서 무료로 번역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글자가 다 깨진다. 혹시나 싶어 PDF 파일 원본을 긁어서 복사한 뒤 Word나 아래아 한글에 붙여도 같은 결과.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니터에 PDF 문서를 확대해서 띄워놓고 일일이 이미지 번역 기능으로 번역했다.



일단 맨 첫 장. 9월 25일에 보험 신청해서 이 서류를 보낸다며 번거롭겠지만 준비물을 챙겨서 구약소로 오라고 쓰여 있다. 그 다음은 준비물의 안내. 첫 번째는 통지서(번역하고 있는 문서)와 인감 도장이다. 이 때 인감 도장은 인주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오라 되어 있다. 주의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 한국에서 인주 없이도 잉크가 자동으로 충전되어 찍기만 하면 되는 도장을 두 개나 만들어 갔다. 일본에서 편하게 쓰려고. 그런데... 부동산 계약할 때 물어보니 그런 도장은 못 쓴단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잉크가 증발하면서 도장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도장만 믿고 인감 도장 안 들고 왔으면 도장 새로 만들어야 할 뻔 했다.


그 다음은 현금 카드와 통장. 나는 일본 통장이 없으니 '가기 전에 우체국 통장이라도 급하게 만들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검색해보니 자동 이체 할 거 아니면 굳이 통장은 없어도 된단다. 나는 편의점에 가서 낼 생각이라 현금 카드와 통장은 패스. 그 다음이 주민세 납세 통지서. 이건 없으니까 상관 없고. 연금 증서도 가지고 오라는데 마찬가지로 없으니 해당 사항 없다. 준비물 아래 쪽으로는 보험료의 책정에 대한 안내와 납부 기간을 안내하고 있고. 뭐라 뭐라 잔뜩 써 있지만 결국 참고할만한 것은 준비물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앞, 뒷면에 인쇄된 종이는 보험료의 책정과 납입 방법에 대한 상세한 안내인 것 같고, 자그마한 종이에 눈 감은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는 보험료 감면에 대한 안내다.


마지막 종이는 납입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이고 뒤에는 기입하는 예가 적혀 있다. 무조건 적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번역기 돌려보니 자동 이체 신청서인 모양이다. 일단은 도장이랑 통지서 챙겨들고 구약소 다시 가면 안내해주겠지.


私は10月3日から関西外語専門学校で日本語を学びます。まだ日本語をできません。所得がない留学生だから、安価に策定していただければ幸いです。

年金の加入も免除をお願いします。

저는 10월 3일부터 관서외어전문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웁니다. 아직 일본어를 못합니다. 소득이 없는 유학생이니까, 저렴하게 책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금의 가입도 면제를 부탁드립니다.


번역기 돌려서 인쇄를 했다. 검색해보니 연금을 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연금의 경우 아무 필요가 없는 쌩 돈 나가는 건데 그 금액이 상당히 크니까 반드시 빼야 한다. 멍~ 하고 있다가 하이, 하이, 하면 큰 일 난다. -_ㅡ;;;   전입 신고하러 간 날도 직원이 뭐라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넹킹 ×, 겐코호켕 ○ 이렇게 손으로 표시하고 그랬는데, 저 종이 보여주면 알아서 연금 가입은 안 시키겠지. 재류 카드랑 보험 관련 안내 종이 쪼가리, 도장은 꼭 가져가야 하고, 혹시 모르니까 입학 허가서도 들고 가기로 한다.



구약소가 아홉 시에 문을 여니까 집에서 아홉 시 10분 전 쯤에나 나가면 되는데 뮝기적거리다가 늦었다. 슬렁슬렁(이지만 남들이 보면 경보하는 줄 알거다) 걸어가서 구약소 도착. 1층의 안내하는 분이 다른 사람을 상대하고 있어서 그냥 1층에 물어보기로 하고 스윽~ 들어갔는데, 전입 신고 하러 왔을 때 계시던 안내하는 분이 안 보인다. 다시 복도로 나가서 안내하는 분 앞에 얼쩡거리고 있으니까 먼저 하던 안내를 마치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린다. 날아온 종이 쪼가리를 내밀면서 "켄코~ 호켕"이라 하니까 2층의 24번 창구로 가라고 안내해주신다. 지난 번과 같은 곳으로 바로 가면 되나보다.


2층에 올라가 번호표를 뽑았더니 대기 인원이 1명. 바로 호출하기에 쪼로로~ 가서 날아온 종이 쪼가리를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들고 뒤에서 뭔가 꺼내고 분주하시기에 기다렸다가, 집에서 번역기 돌려 인쇄해 간 종이를 스윽~ 내밀었다. 천천히 읽어보시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감 도장 있냐 하신다. 도장을 꺼내주니 뭔 문서에 도장을 찍고 다시 올려둔다. 다 썼나 싶어 도장을 챙기려는데 그냥 거기 두라고. 알고 보니 신용 카드 크기의 보험증 받으면서 거기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야 했다. 이름은 영어로 썼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끝났다. 내가 보험료 싸게 해달라고 했는데 저렴하게 책정됐음을 강조하시더라. ㅋㅋㅋ   그리고 25번 창구로 가라고 하신다. 감사하다 인사하고 25번 창구로 가서 번호표 뽑으니 또 바로 호출.


인상 좋아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뭐라 뭐라 하시는데 전혀 안 들린다. 일본 와서 가장 많이 한 일본 말, "니홍고가 하나세마셍.[각주:1]" 발사! 알겠다며 뒤 쪽 책상으로 가서 뭔가 분주하다. 그러더니 스마트 폰을 들고 오셔서는 구글 번역기를 실행하고는 일본어로 거기 대고 말을 한다. 한국어로 변환! 세상에나. ㅋㅋㅋ   내가 일본어 못한다니까 구글 번역기 돌려서 안내를 해주는 거다. 통장 있냐고 해서 아직 없다고 하니까 자동 이체 하지 않는 것으로 OK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내겠다고 했다. 보험료 청구서를 주면서 6개월 분량임을 일일이 확인시켜 주신다. 그리고는 우리 말로 "고맙습니다." 라고 하신다. 놀랐다. ㅋ   나도 고맙다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왔다. 끝.

  1. "일본어를 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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