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학교에 가기 전에 공부할 책을 가방에 주섬주섬 넣는다. 수업이 끝나면 교류 센터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올 생각으로.
점심 시간이 되면 '공부하러 갈까? 귀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결국 5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집으로 돌아온다.
희한하게 금요일은 술 생각이 별로 안 나는지라 맨 정신으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내일은 공부하러 가야지!', '아침 일찍 가야지!', 하면서.
평소처럼 새벽에 여러 번 깨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 심지어 평소에는 자다 깨면 기를 쓰고 다시 자려 들지만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간 새벽에는 여유롭게 태블릿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들기도 한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일찌감치 교류 센터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컴퓨터를 켜는 것과 동시에 물거품이 된다. 컴퓨터로 딱히 하는 게 있는 건 아니고. 화면 절반을 차지한 크롬으로는 네일베에 올라온 뉴스를 보거나 블로그 질을 하고, 나머지 반을 차지한 파이어폭스로는 유튜브 방송을 이것저것 본다.
배가 고파지면 대충 이것저것 주워 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 덧 밖이 어두워져 있다. 허무하게 토요일을 날려먹은 것에 대한 후회가 극에 달한다. 내일은 꼭 공부하러 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그리고 일요일. 역시나 빈둥거리다가 하루를 날려 버린다. 대체 뭐하느라 주말이 순삭된 건지 알 수가 없다면서 후회를 한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하니까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이~ 상하게도 일요일 저녁에 술이 땡긴다. 결국 술 쳐먹고 잔다.
이게 지금까지의 주말이었다. 항상 같은 패턴은 아니지만 거의 저 패턴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빈둥거리느라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해지는 주말인 거지.
하지만 이번 주는 조금 다르다. 일단 12월 1일에 JLPT 시험이 끝나면서 긴장이 탁! 풀어져버렸다. 사실 시험이랍시고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다. N3는 당연히 붙을 거라는 자신감 따위가 있었기 때문에 건방 떨다가 청해 문제에서 멘붕이 와서 과락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이미 끝난 걸 어쩌랴.
그렇게 긴장이 풀어지니 학교 가는 것도 귀찮아지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기더라. 하지만 12월 4일에 1과 테스트가 있었으니까 준비는 해야 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시험을 앞두고도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1과 테스트 점수는 말도 못하게 처참할 걸로 예상되는 바 되시겠다.
아무튼. 1과 테스트까지 끝나니까 정말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됐다. 읽지 못하는 한자가 많기 때문에 미리 수업할 부분을 읽고, 뜻이라도 파악하고 갔었는데 그 최소한의 예습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이 된 거다.
방학 전에 남은 수업은 월요일 하루 뿐. 당연히 주말에 공부하러 가네 마네 할 필요도 없다. 예습이고 나발이고.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을 짜는 거다. 당장 다음 주가 여행인데, 도착하는 날과 떠나기 전 날의 숙소를 예약한 거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렌트 카 예약도 안 했고, 여행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가이드 북이 부실해서 참고할 자료가 없다는 핑계도 대고, 그래서 블로그나 까페 글을 참고하자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정작 집에서는 딴 짓 하느라 바쁘고.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그랬다가는 정말 아이슬란드에 가서 멍 때리다 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최소한의 계획이라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말한 거긴 한데, 이제는 정말로 더 미루면 안 된다.
빈둥거리다가 밥 먹고 정오 쯤에나 교류 센터에 가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맥도날드 들리거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대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전기 장판도 있고, 히터도 있으니까 그닥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방바닥을 뜨겁게 해서 열기가 오래 가는 한국에 비해 단순히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게 전부인 일본인지라 히터를 끄면 그 순간 추워진다. 거기에다 창 밖에서 냉기가 계속 들어온다. 어쩌면 여름보다 전기 요금을 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겨울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빈둥거리며 민더스트리나 한 판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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