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서 일기 진짜 열심히 쓴다. 군대 가서 훈련소 때 제외하면 처음인 것 같다. 손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중에 읽어보면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부동산에 다녀왔다. 처음 계약할 때 필요한 것이 재류 카드, 도장, 사진 한 장인데 캐리어에 든 사진을 못 찾아서 나중에 주기로 했다.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게 더 번거로워서 그냥 직접 찾아갔다. 집에서 텐노지駅까지 걸어간 뒤 미도스지線 타고 다이코쿠초駅에서 내린 뒤 요쓰바시線으로 갈아타고 히고바시駅에 내려 걸어가면 된다. 열한 시에서 열 두 시 사이에 방문하겠다고 메시지 보내놨는데 뮝기적거리다가 조금 늦었다. 대충 씻고 나가 텐노지駅까지 걸어갔다. 일본에 온 뒤 거의 매일이다시피 다닌 길이라 익숙하다. 역에서 미도스지線 타는 곳을 한 방에 못 찾아서 조금 헤매고... 잠시 후 별 일 없이 잘 탔다. 내렸더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요쓰바시線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통로가 양 쪽으로 갈라지는데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 왼쪽에는 미도스지線, 오른쪽에는 요쓰바시線이 오는 형태다. 중앙의 기둥 건너편으로 반대쪽으로 가는 열차가 같은 식으로 도착하고. 그래서 요금이 ¥230이라고만 나왔고나. 일본은 환승이 안 되니까 보통 열차를 갈아타면 그 때마다 ¥160씩 들어가는데 말이지.
처음 내려갔던 곳이 반대로 가는 방향이어서 다시 계단 올라간 뒤 반대쪽 통로로 내려갔다. 금방 전철 탔고, 빈 자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서 갔다. 히고바시駅에 내려 인터넷에 올라온 가는 방법 참고해서 부동산에 도착. 딱 일주일 전에 갔던 곳인데 그 날은 비가 왔고 오늘은 비가 안 와서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부동산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노크를 했는데 미동도 없다. 조금 더 세게 노크를 했더니 안에서 쿵쿵쿵 하고 맞받아치는 소리가 들린다. 응? 화장실도 아니고, 노크하는데 같이 노크를 해? 긴가 민가 싶어 문을 열었더니... 열린다. 그런데... 안에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나쁜 짓 하러 간 것도 아니니까 그냥 들어갔다. 일단 사진 한 장 꺼내고, 옆에 있는 책상에서 메모지 하나 꺼내서 왔다 간다는 내용과 전화 번호 남겼다. 그리고 담당자한테 톡 보내서 이러저러해서 놓고 간다고 얘기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냥 돌아가야겠다 싶은데 방금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가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7㎞ 조금 넘는 거리를 한 시간 반 걸으면 된다고 나온다. 한 시간 반? 걷지, 뭐. 한국 있을 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3보 이상은 무조건 승차였는데. ㅋㅋㅋ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걷는다. 그냥 걷기 심심하니까 노래 들으면서 가는데 자전거들이 인도로 워낙 달려대니 위험하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데 사이에 조금의 틈만 있으면 그 사이로 쌩~ 하고 지나간다. 젊은 남자가 아니라 아기 태운 아줌마들도 저러고 지나간다. 이제는 위험한 걸 아니까 걷다가 직선 방향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옆으로 가야겠다 싶으면 뒤부터 보게 된다. 그래도 아직 횡단보도 건널 때 왼쪽을 먼저 본다. 차차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한참 걷다보니 JR 난바駅 근처까지 왔다. 이렇게 되니 또 맘이 흔들려서... 결국 그냥 전철 타기로 했다. 역에 간 김에 미리 이코카 카드 충전해놓자 싶어 English 단추 눌러 영어로 메뉴 띄우긴 했는데 충전을 못 찾아서 헤맸다. 한참만에 찾아서 ¥10,000 더 충전했다. 카드에 ¥18,000 정도 있지만 편의점 몇 번 들락거리면 없어질 돈이다.
전철 타고 텐노지駅에 내려 MIO 백화점으로 갔다. 모자도 하나 샀음 싶고 축구화도 사나 샀음 싶어서. 난바에서 갈까 하다가 관광객 몰리는 곳이니까 비쌀 것 같아 그냥 텐노지로 간 거였다. 일단 서점부터 들러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하는 교재 살펴보다가 괜찮겠다 싶은 걸 두 권 샀다. 이 날 축구 국가대표 팀 유니폼 입고 있었는데 이게 참 도움이 되는 게, 매장 같은 곳에서 직원이 뭐 물어볼 때마다 일본어 못 한다고 해야 했는데 옷 보고는 그러려니~ 하고 알아서 해준다는 거(왼쪽 가슴팍에 대한축구협회 호랑이 로고가 있고 그 밑에 KOREA라고 쓰여 있다.). ㅋㅋㅋ 책 사고 나서 스포츠 용품 판다는 층에 올라갔는데 나이키 매장이 안 보인다. 아디다스 매장도 없다. 길 건너 킨테츠 백화점에 갔는데도 마찬가지. 급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나중에 사자 싶어 밖으로 나갔다.
온 김에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나 살펴보자 싶어 학교로 갔다. 학교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좀 보인다. 10월 학기 전인데 이러면 10월 학기에는 바글바글 하겠고만. ㅋ 지도 보니 대충 위치를 알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구글 지도 켜고 집까지 걸어갔다.
집 근처에 외국인이 좋다고 칭찬한 아주 작은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볼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가방 풀고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땀 식히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제법 많이 온다. 손전화 보니 야후 재난 방재 앱에서 비 온다고 경보를 보냈다. 시간 당 35㎜ 란다. 응? 그 정도면 꽤 많은 거 아닌가?
세탁기 돌렸다. 비 오니까 밖에는 못 널고, 욕실에 널고 건조 기능 써먹어야지. 대표팀 유니폼은 흰 색이라 혹시 물 들까봐 따로 돌렸다. 밖에 널만 할랑가 봤더니 비가 많이 와서 무리다. 하루카스 건물이 뿌~ 옇게 보인다.
세탁기 다 돌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잠이 와서 혼났다. 빨래 너느라 잠이 깼다. 냉장고에 맥주 두 캔 있는 거 마셔버리고... 낮잠 좀 자고 저녁에 공부해야겠다. 저녁에 마사미 님이 보낸 소포 도착할 예정이다. 만날 신세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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