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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8년 09월 23일 일요일 맑음 (걸어서 덴덴타운까지!)

by 스틸러스 201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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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층 건물의 11층에 들어온 덕분에 평택 살 때처럼 새벽에도 뒤꿈치로 쿵쿵거리는 미친 × 만날 일 자체가 없고, 옆 건물 사는 사람들이 다 일본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내가 제일 시끄러운 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해서 잠을 설칠 이유가 없는데, 희한하게 자다가 계속 깬다. 일찍 자도 새벽에 깨고 늦게 자도 새벽에 깬다. 평택에서 출근 안 하고 빈둥거릴 때에도 그랬지만, '피곤하거나 졸리면 낮에 자도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더 안 자게 되는 것 같다.




새벽 네 시에 한 번 깨고, 일곱 시에 다시 깼는데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온다.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빈둥거리기 시작. 컴퓨터 켜고 어제 포항 경기 하이라이트 보려고 했더니 해외에서는 못 본다고 뜬다. 쫌스럽게 막아놨네. -ㅅ-   한류 열풍이라는데 외국에서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쪽이 이득 아닌가?

아무튼... 검색해보니 VPN이라는 방법이 있어서 그걸로 영상 봤다. 그러다보니 문득 옥수수 통해 영화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들어가보니... 역시나 해외에서는 못 보게 막아놨네. 이것도 VPN 통해 볼 수 있다. 내일부터 손전화 정지인데, 그렇게 돼도 이용할 수 있을까?


원래 계획은 이번 주 안으로 일본에서 휴대 전화 가입하는 거였는데 각종 택배 기다리느라 집을 비우지 못해서 전입 신고도 못 했다. 거기에다 예상치 못한 복병, 월요일이 휴일이다. 한국처럼 추석을 며칠씩 쉬지는 않지만 쉬기는 쉬는 모양. 그러고보니 10월 학기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고 일본에 입국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명절 안 따지는 사람들이나 추석 전에 들어오지. 아무튼... 일찍 온 덕분에 이것저것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전입 신고는 화요일에 해야 하는데 그 날 바로 손전화 가입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난바 비꾸 카메라 1층에 있던 이동 통신사 매장들 보니까 외국인 가입도 안내해주고 그러던데, 중동 애들 가입까지 어렵지않게 되는 거 보면 나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내일, 모레, 이틀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전화도 정지 상태라 로밍도 안 되고... 그냥 정지를 연장하고 로밍 서비스 신청할까 하다가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그냥 두기로 했다. 집에서 와이파이 되니까 밖에서만 안 되는 건데 하루, 이틀 안 된다고 죽기야 할라고~ 이런 깡이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 세탁기 오면 빨래해서 널고 걸어서 덴덴 타운이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덕의 성지인 덴덴 타운 간다고 하니 덕신이 보살피셨는지 아홉 시도 안 되어 세탁기를 가지고 왔다. 일본 택배는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없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고양이 그림 유니폼 입은 거 보니 그냥 택배 회사 기사 아저씨다. 당연히 설치는 안 해주겠고만~ 이라 생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가져다 준 세탁기를 포장에서 꺼내어 세탁판 위에 올려놨는데... 너무 작아서 기우뚱, 기우뚱, 균형 잡는 게 어렵다. 간신히 균형 잡은 뒤 배수관 연결하고... 물 들어가는 호스도 약간 헤매다가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동안 밀린 빨래 던져넣고 세탁 시작. 3.8㎏의 코딱지만한 세탁기가 힘겹게 돌아간다. 세탁조 돌아가는 꼴을 보니 당최 세탁이 될 것 같지 않다.


잠시 후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보니 배수 호스가 빠져 있어서 잽싸게 다시 연결하고, 섬유 유연제를 넣었다. 자동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다. 때 맞춰서 직접 넣어야 하는 거다. 빨래가 끝난 후 꺼내어 킁킁~ 냄새를 맡아봤는데... 섬유 유연제 향이 전혀 안 난다. 그래서 그대로 두고 섬유 유연제만 부은 다음 급할 때 코스(13분만에 끝남)로 다시 한 번 더 돌렸다. 빨래 널려고 보니... 역시나 향이 안 난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널기 시작하는데... 흰 옷에 검게 얼룩이 보인다. 때가 빠지는 게 아니라 옮는다. 하아~   아무래도 세탁기 잘못 산 것 같은데 물릴 수도 없고... 2년을 참고 써야 한다.




그러고보니... 진짜 모든 게 다 열악해졌다. 당장 매 월 받는 돈 자체가 ⅓ 이하로 확~ 줄어버렸고... 열다섯 평 짜리 투 룸은 세 평 짜리 원 룸으로 바뀌었다. 1,600㏄ 자동차가 없어졌고 대체할 것을 구입할 수 없어 3㎞ 정도는 예사로 걸어다닌다. 배 고프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켜 먹었는데 여기에서는 그저 편의점 도시락이나 샌드위치가 전부다. 그나마 맛있어서 다행이지만 배 부를 때까지 먹으면 돈이 많이 든다. ㅠ_ㅠ

15㎏ 짜리 드럼 세탁기는 동작의 대부분이 수동인 3.8㎏ 중국제 세탁기로 바뀌었고... 42인치 LCD 텔레비전도 아예 없어졌다. 냉장고도 한참 쪼그라들었고. 따지고보면 하나, 하나 다 열악해졌는데... 내가 선택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회사 다닐 때에는 주변에 널리고 널린 '남의 불행을 먹고 자라는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잔뜩이었는데... 여기에서는 말 안 통해도 그런 일 없으니까 다행이다. 학교 다니면 또 힘들어질랑가 몰라도.


아무튼... 하는 일 없이 세 시간이 훌쩍 지나서 벌써 열 시가 넘어버렸네. 슬슬 씻고 나갔다 와야겠다. 세탁기가 작으니 그 날 빨래는 그 날 돌리는 걸로 해야지, 밀리면 골치 아프다. 아무튼... 다녀와서 추가로 또 써야지.





다녀와서 마저 쓴다. 집에서 나가 구글 지도 보면서 일단 JR 텐노지駅까지 걸어갔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시텐노지 쪽으로 향했다. MIO 건물 벗어나자마자 엄청난 인파에 맞딱뜨렸는데 열에 아홉이 할아버지, 할머니. 느~ 릿~ 느~ 릿~ 걸어가다가 시텐노지에 도착했는데 양 쪽으로 노점이 가득하다. 이 쪽이 플리 마켓으로 유명하다던데 오늘이 그 날인가? 싶더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은 이유는 이 동네가... 뭐랄까, 좀 예전의 향수 같은 걸 자극하는 쪽으로 포인트를 잡았기 때문?



천천히 구경했음 좋겠는데 너무 더워서... 하는 둥 마는 둥 구경하고 빠져 나왔다. 덴덴 타운으로 목적지를 바꿔 걸어가다보니 이내 익숙한 동네가 나온다. 그렇다. 2014년에 처음 일본 왔을 때... 그 때 봤던 풍경이다.


2014년에 처음 일본 왔을 때 간사이 공항에서 나와 라피트를 타고 난바에 도착, 숙소에 짐을 두고 바로 덴덴 타운에 갔었다. 그 때에는 메이드 까페 홍보하는 처자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이제는 한 물 간 것인지 딱 한 팀 봤네. 그건 그거고... 지나다가 처음 왔을 때 들렀던 타코야키 가게를 발견했다. 손님 아무도 없는데 내가 들어간 뒤 몇 팀인가 왔던 거 기억나고, 나마비루(生ビール - 생맥주)를 나미비루라고 했던 것도 기억나는데... 그 가게가 그대로 있다. 사장은 보이지 않았고 점원은 다른 사람이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맥주 두 잔에 타코야키 먹고 나왔다.


타코야키는 틀에 구운 것과 튀긴 것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난 튀긴 쪽을 골랐다.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는데 식으면 별로다. -ㅅ-



사장님이 야쿠르트 스왈로즈 팬인지 여기저기 관련 사진과 그림이 있더라. 여기서 한신 타이거스나 오릭스 버팔로즈가 아니라니. ㅋ






전에 왔을 때에는 츠텐카쿠 안 가봤기에 그 쪽으로 갔는데 딱히 볼 게 없다. 그나마 전망 본답시고 올라가고 그랬을텐데 아베노 하루카스 생긴 뒤로 츠텐카쿠는 전망대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 쪽 역시 예전 향수를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로 따지면 한국 전쟁 이후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 정도? 츠텐카쿠는 에펠탑 본 따 만든답시고 만든 철탑인데 태평양 전쟁 때 전쟁 물자 공수한다고 뜯어갔던 걸 다시 만든 거다. 딱히 역사적인 의의도 없고 건물이 멋있는 것도 아니다. 날씨에 따라 전망대 조명이 달라진다는데 진짜 비 오기 전 날에 파란 불 켜더라. 이건 우리나라 N 서울 타워(예전에 남산 타워라 부르던 그 것)도 비슷하다.



뭐 파는 가게인지 모르겠는데 희한하게 생긴 장식을 앞에 세워뒀더라.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되면 더 많이 보이고 들리겠지.



한국 음식 파는 식당. 일본 현지화 되어 한국보다 한참 덜 맵고 더 짜면서 달다. 아, 가서 먹어본 건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더라.



츠텐카쿠 앞에 쿠시카츠 다루마 본점이 있는데 온갖 가이드 북에 소개된 덕분인지 줄이 어마어마하다. 하긴 도톤보리에 있는 분점도 줄 서서 먹는데 본점은 오죽할까. 

아무튼... 별로 볼 거 없겠다 싶어 빠져나오는데 아무래도 이 길로 가면 신 이마미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 빙~ 돌아서 큰 길로 나왔다. 그렇게 나오다보니 텐노지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들어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바글거리는 거 보고 그냥 나왔다. 다음에 평일에 가야지.



텐노지 부근에도 노인들이 많았는데 큰 길 쪽은 좀 한산한가 싶더니 시텐노지 부근에서 또 바글바글. 한 3일 내내 걸어다닌 덕분에 익숙한 길을 걷다가 코난 들러 필요한 거 이것저것 사들고 왔다. 어지간한 건 다 샀다 싶은데 책상이 아쉽다. 접었다 폈다 하는 걸로 인터넷에서 하나 질러야겠다.


집에 와서 사들고 온 거 다 풀어 정리하고, 욕조에 물 받아서 들어가봤다. 170㎝도 안 되는 내가 쭈그려 앉아야 하니, 190㎝ 정도 되는 사람은 무릎 꿇고 앉아야 할 거 같다. 대충 씻은 뒤 세탁기 돌리고 방바닥에 퍼져 누웠다.




살림 장만한다고 날마다 10만원 가까이 쓰고 있는데... 돈 많이 쓴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인지 자꾸 아끼려 들게 된다. 오늘도 덴덴 타운 가서 인형 뽑기 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왔다. 한 판도 안 했다. 거기에다 맥주도 더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고. 가난한 유학생이라...

마사미 님이 지인에게 한국에서 유학 온 사람이 한 달에 ¥71,000짜리 방에 산다고 하자 호화로운 집이라 했단다. 일본인에게도 그런 인상이다. 하긴, 한국에서도 71만원 짜리 월세면 엄청 비싼 편이지.


빨래 널고 편의점 가서 도시락이랑 맥주나 사들고 와야겠다. 방에서 혼자 술 마시는 건 주말에만 하는 걸로 스스로 정해놔야지. 한국에서처럼 먹으면 1년도 못 가 돈 떨어질 것 같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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