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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6월 27일 목요일 비옴 (중급 2과 테스트 / 한 시간만에 츠루하시 다녀오기)

by 스틸러스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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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너무 피곤했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체력이 훅~ 떨어진 게 느껴진다. 일본에 있는 동안 부지런히 운동해서 몸 좀 만들고 가야겠다는 다짐 따위는 남해 바다에 버려진 지 오래. 도로 돼지가 되어 간다.
  • 어제 먹다 남은 피자로 아침을 때우고 학교에 갔다. 한자 벼락치기하고, 1교시 수업 받고, 2교시에는 복습. 목요일 선생님의 시험은 처음인지라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시험 시간을 한 시간이나 준다. 2교시에 화장실에 다녀오라 하고, 쉬는 시간부터 문제를 푸는 거다. 글씨 예쁘게 쓴답시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게 있어서는 이 쪽이 훨씬 낫다.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지만, 100점은 절대 안 나올 거고, 90점 넘는 것도 무리일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게 본 것 같다.
  • 오후의 선택 과목은 처음 보는 선생님. 수업 시간과 끝에 일어서서 인사하는 게 특이했다. 뭔가 성우 같은 목소리도 특이했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처음 선택한 수업을 다른 걸로 바꾼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무리 없을 듯.
  • 한 단원이 끝난 후의 테스트일 뿐이지만 뭔가 커다란 행사가 마무리 된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땀 좀 식히고, 누워서 뒹굴뒹굴하다가 계획한대로 츠루하시에 가기로 했다. 비빔면이 먹고 싶어서 라면 사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 16시 살짝 넘어서 출발. 평소 같으면 걸어 갔겠지만 오늘은 비가 오니까 데라다초에서 전철을 탔다. G20 때문에 특별 경계 한답시고 쓰레기통을 죄다 막아 놨더라. 츠루하시에서 내려 눈에 띄는 가게에 바로 들어갔다. 비빔면 사고, 너구리 사고, 반찬 사라고 꼬시는 거 간신히 이겨내나 싶었는데 뭔 양념장 같은 걸 먹어보라기에 조금 먹어봤더니 맛있다. 맵기도 하고. 괜찮겠다 싶어서 그것도 하나 샀다. 그리고 막걸리. 비도 오고 해서. 막걸리 두 통 샀다. 그랬더니 3,700円 나왔다. 한국에서 사는 것에 비하면 말도 못하게 비싼 가격이지만 남의 나라에서 사는 거니까, 뭐.
  • 집에 돌아오니 17시도 안 됐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다녀와버린 거다.
  • 비빔면 두 봉 호다닥 끓여서 뱃 속으로 옮겨 넣고, 세탁기 돌리는 중. 비가 오니까 욕실에 널고 건조기 돌려야 한다. 빨래 널고 나면 막걸리 마시고 일찌깜치 퍼질러 잘 생각. 내일 수업할 부분 예습을 해야 하는데, 일단은 귀찮으니 생략. -ㅅ-





















  • 초록색 플라스틱 바닥에 희뿌옇게 뭔가 쌓여 있다. 당연하다는 듯이 흔든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뚜껑을 마구 때렸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봤는데 이렇게 하면 흔든 막거리가 터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실제로 한 번도 솟아 오른 적이 없다. 그런데.
    숟가락으로 뚜껑이 패일 정도로 때렸는데도 뚜껑을 여니 갑자기 솟아 오른다. 일본까지 오느라 고생했는지 쌓인 게 많았나 보다.
  • 맛은... 그저 그랬다. 비도 오고, 뭔가 막걸리 먹기 좋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궁상스러운 분위기 연출하려고 안주도 서비스로 얻어 온 김만 깠는데... 별로 맛 없었다.
  • 피곤하기도 하고, 몸도 좀 안 좋은 것 같아서 막걸리 두 통만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그래서 결국 맥주를 깠다. 안주는 과자. 유학 오기 전과 뭐가 다를까. 전혀 그런 게 없다.
  • 그래도... 스스로 일본어가 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긴 하다. 아예 백지였는데 뭐라도 끄적거리면 대단하다 여겨지는 단계를 넘어서니, 이제는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체 뭐하고 있냐고 타박 당하게 된다. 내가 지금 그 단계인 것 같은데, 좀처럼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걸 싫어하는지라 뭔가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안 하게 된다.
  • 나는 고통을 즐기고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상당히 관대한 사람인 것 같다. 허용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 그걸 스스로도 알지만, 이제는 고치기에 늦었다. 이 따위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다.
  • 인터넷에 떠도는 나이 들었음이 확실한 증거 어쩌고 저쩌고 하는 항목들. 대부분에 해당한다. 스스로 나이 들었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젊어 보이려 애쓰고 싶지도 않고,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 하려 쇼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내키는대로 사는 게 젊어 보이려 쇼한다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 비가 와서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28℃가 넘는다.
  • 내일은... 오카야마에서 사들고 온 와인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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