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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6월 24일, 오늘의 주절주절

by 스틸러스 201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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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 얼마나 살았다고, 한국에 가니 식당에 들어가 아무 자리에나 앉는 게 꺼려진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지 않고 그냥 막 앉아도 되는 건가? 싶다.
  • 우리나라는 확실히 사람보다 차가 먼저다. 일본에서는 차가 무조건 멈추는데, 그럴 줄 알고 그대로 걸었다가는 100% 치인다. 일본은 깨끗하네 어쩌네, 질서를 잘 지키네 저쩌네 하는 것들이 운전을 저 따위로 하고 있다.
  • 일본 여행 며칠 다녀가놓고 일본은 이렇네 저렇네 하는 거 보면 같잖기 그지 없다. 지금 내가 주절거리는 것들도 일본에서 10년, 20년 산 사람들이 보면 같잖겠지.

  •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물가에 대한 개념이 어지간히도 없어졌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명함 사이즈의 플라스틱 쪼가리 한 장이면 어디서든 외상이 가능한 나라다 보니 그렇게 된 건가 싶기도 하다.
    처음 서울에 올라갔을 때의 지하철 요금은 550円이었다. 10,000원을 내면 12,000원 어치를 탈 수 있는 정액권을 사서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으로 찍고 타니까 얼마인지 잘 몰랐는데 1,250원인가 찍히는 거 보고 뭐가 이렇게 비싸? 하고 놀랐다. 뭐, 일본에 비하면 엄청 싼 편이지만.
  • 아무튼, 그렇게 카드 긁고 다니는 덕분에 요즘 물가에 대해 모를 때가 많다. 모텔이나 PC방 요금 같은 경우도 한~ 참 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비싸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내게 있어 PC방 요금은 시간 당 1,000원이고 모텔은 숙박 기준으로 35,000원인지라 그보다 높은 가격이면 비싸다고 느끼는 거다. 예전보다 좋은 세상이 되어 이러저러한 편리함이 늘었으니 가격도 오르는 게 당연한데 그렇게 생각을 못하는 거다.

  • 몇 년 동안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고, 밀고 당기느라 낡고 닳아버린 끈. 당장 끊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 끈이 끊어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기를 쓰고 붙잡고 있었더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끈을 놓는 게 너무 쉬워졌다. 그 끈의 끝에 있는 사람이 끈과 함께 사라져 혼자가 될까 두려웠던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 양 손에 끈을 꼭 쥐고 혼자가 아니라며 자위하던 게 개뿔 쓰잘데기 없는 일임을 깨닫게 됐으니까. 그리고 그 끈의 끝에 있는 사람도 아쉬울 때에는 언제든 내 등에 칼 꽂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렇게 엄마와의 인연도 놓아버리고, 30년 가까이 만나왔던 친구들과의 인연도 놓아버렸다. 외롭지 않냐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 나이 처먹을수록 말이 많아진다.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면 그걸 자랑하고 싶어지거든. 나쁜 결과를 냈다면 나처럼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싶어지거든. 그래서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내가 떠드는 걸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거기에다 내 생각과 달리 말하는 사람은 무조건 적이 되는 거고.

    그런 것들을 꼰대라 생각하며 혐오해왔는데, 나이 처먹으니 나도 모르게 저 따위로 변해가는 것 같아 두렵다. 자꾸 이건 꼰대 짓이다, 이렇게 하면 꼰대가 되는 거다, 라고 되뇌이며 피해가는 수밖에 없다.

    술 처먹고 말 많아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평소에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무덤 파는 일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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