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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날이 더 피곤함. 언제든 잘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밤에 제대로 못 잠. 새벽에 깨도 낮에 또 자면 되지~ 라 생각하면서 다시 안 자게 되고, 그래 놓고 낮에는 자지도 않음.
- 이 날도 마찬가지. 한 시 넘어서 잤는데 세 시에 눈 뜸. 한 시간 동안 빈둥거리다가 여자 축구 봄. 결국 패배. 하아... 안타깝다, 진짜.
- 다시 자고. 고모 전화 받고 깸. 비몽사몽 정신 못 차리다가 대충 가방 싸고 샤워한 뒤 밖으로 나감.
- 걸어서 터미널까지 이동. 지난 번에 간 적 있는, 터미널 바로 옆의 '진짜루' 라는 이름의 반점에 들어 감. 버스 출발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조금은 긴장.
- 주문한 8,000원 짜리 해물 짬뽕이 나옴. 버스 출발까지는 15분 남은 상황. 여유 있음. 홍합부터 건져서 쏙쏙 빼먹고 면 드시기 시작. 다 먹지 못했지만 슬슬 나가야 할 시각이 됨. 그 와중에 죄다 입 다물고 있던 홍합 사이에서 살짝 입 벌린 놈을 발견!
- '저것까지만 먹고 가야지.' 라고 생각한 나 놈. 대체 왜 그랬냐고!!!
- 젓가락으로 홍합 벌리려고 힘 주다가 그만! 모두가 예상한 결말... 파바박! 짬뽕 국물이 하얀 색 국가대표 어웨이 저지에 튀어 버림. 한, 두 방울이 아니라 왼쪽 어깨부터 겨드랑이 쪽으로 난리가 남. ㅽㅽㅽ
- 대충 물로 슥슥 지울 수준도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없어서 잽싸게 터미널 화장실에 들어가 다음 날 입으려고 챙긴 티셔츠로 갈아 입음. 그리고 바로 버스에 올라 탐.
- 이미 벌어진 일로 짜증내고 후회한들 소용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짬뽕 국물 에디션이 되어 버린 국가대표 어웨이 저지는 일찌감치 포기... 할 수는 없다! 저게 10만원이 넘는 티셔츠라고. ㅠ_ㅠ 네×버에서 흰 옷에 묻은 짬뽕 국물로 검색. 이미 수많은 선지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해결 방안을 내놓고 계셨음. 퐁퐁으로 1차 지우고, 락스로 2차가 대세. 일단 접수.
- 버스 기사님이 통로에 서시더니 폴더 인사를 하고 안전하게 운전하겠다면서 벨트 해달라고 부탁함. 버스 안에는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인가 여섯 명 밖에 없었는데 죄다 학생 같아 보였음. 그럼에도 폴더 인사하시고. 어제의 기사님과는 확연히 다름.
- 중간에 휴게소 들림. 잽싸게 내려 화장실에서 옷을 물에 적신 뒤 대충 비벼 봄. 어림 반푼 어치도 없음. 1도 안 지워짐. ㅽ
- 포항에서 광주까지는 네 시간 가까이 걸림. 처음 포항에서 광주로 버스 타고 갔던 게 고등학교 2학년 때. 그 때 옆 자리에 앉았던 누나가 음료수도 사주고 삐삐 번호도 받아가서 음성도 남겨주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때 대학생 누나 그러면 엄청 위에 있는 사람 같았는데 따지고 보면 몇 살 차이도 안 남. 시집 가서 잘 살고 있으시겠지. -ㅅ-
- 터미널에 도착. 하도 오랜만에 온 거라 어안이 벙벙.
- 내려서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다는 나이키 매장 쪽으로 이동함. 짬뽕 국물 에디션은 회생 불가라 판단하여 새로 한 벌 사려고. 그런데... 없음. 여자 옷은 있는데 남자 옷은 없음. 여자 축구는 죽 쑤고 남자 축구는 대박나서 남자 유니폼 수요가 훨씬 클텐데.
- 네×버 검색해서 근처 나이키 매장에는 죄다 전화 함. 죄다 없다 함. ㅽ 바르셀로나 유니폼은 있단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이여.
- 서울 강남 지점에 전화해서 물어 봄. 오늘 물건 들어와서 있다고 함. 서울 갈 때 강남점에 들러서 사야겠다고 생각함. 혹시 모르니까 포항 시내에 있는 나이키에도 전화해봤는데 거기에도 없다고 함.
- 아버지가 계신 ○○○○까지 가는 버스는 518번이 유일. 하지만 한 시간 반 걸린다고 나옴. 빨리 가고 싶어서 택시 탐. 15,000원 나온다더니 14,000원 정도 나옴. 네×버 지도 택시비는 상당히 정확하고만.
- 택시 타기 전에 편의점에서 미리 과자 몇 개 샀는데 조화 사러 가서야 콜라 안 산 것을 깨달음. 다행히 콜라 팔고 있었음. 천만다행.
- 동생이라는 년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달랑 한 번 온 게 전부. 천하의 ㅽ년 같으니라고.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에는 하늘 무너진 것 마냥 쳐울고 질알 염병하더니, 그 뒤로는 소식도 없음. 고모한테도 돈 아쉬울 때에나 전화하지 안 그러면 전화도 없다고 함. 혈육이고 나발이고, 그냥 썩어 뒈질 년임.
- 일본 유학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 꽂아두었던 플라스틱 꽃들은 햇볕에 색이 바래 초라해 보임. 새로 사들고 간 꽃으로 다시 장식을 하고, 가지고 간 콜라와 과자를 놓아둔 뒤 아버지한테 절하고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다, 고모는 다쳐서 입원했다, 주절주절 혼자 떠들기 시작.
- 사들고 간 소주를 종이 컵에 따라 아버지 부어 드리고, 다시 따라 나 한 번 마시고. 그렇게 한 병을 비우고 두 병째 깜. 추모 문자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보였는데 그거 보고 있자니 갑자기 팍! 터짐. 보는 사람도 없겠다, 질질 짬. 한동안 진정이 안 되어 질질 짜고 있었음.
- 아버지와의 추억이라고 해봐야 짧게는 20년 전, 길게는 30년도 더 된 옛날 일인데... 그 낡은 추억들이 점점 머릿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게 가슴 아픔.
- 그렇다고는 해도,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여전히 의절하고 있었을 듯. 돌아가시고 나서야 효자 코스프레 하는 게 참 한심한 짓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음.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니 이러고 있는 거. 결국 나 좋자고 하는 짓임.
- 뭐... 나한테는 가족이고 나발이고 없는 것 같음. 결국 인생은 혼자.
- 소주 다 마신 뒤 버스 타러 감. 10분에 한 대씩 오는 것 같기에 의외로 자주 온다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음. 한 시간에 두 대 꼴? 정류장에서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옴. 버스 안은 시원.
- 진짜로 한 시간 반 걸려서 터미널에 도착함. 내려서 바로 숙소 쪽으로 이동. 숙소 근처에 감자탕 가게가 있기에 들어가서 뼈다귀 해장국 시킴. 소주도 한 병 시켰는데 ⅓ 남기고 옴. 뼈다귀 해장국보다 쌈장에 찍어 먹은 청양 고추가 제일 맛있었음.
- 숙소 근처에 미니스톱 있기에 들어감. 퐁퐁은 당최 안 보임. 락스만 삼. 고유정 때문에 락스 사는 게 큰 죄 짓는 기분. '뭔가 의심하지 않을까?' 막 그런 생각이 듬. 숙소에서 치킨 시킬 생각이었는데 맥주는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콜라 삼. 큰 거 살까 하다가 다 못 먹을 것 같기에 그냥 500㎖ 짜리 삼.
- 숙소 입성. 진짜 구리다. 싼 곳 위주로 찾긴 하지만 어째 점점 구려지는 것 같음. 예전 35,000원 짜리 모텔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 일단 샤워부터 하고. 세면대에 뜨거운 물 받은 뒤 락스 적당히 풀고 옷 담궈 둠.
- 치킨 주문하는데 돈 더 내고 음료 큰 걸로 받는 게 있기에 다 먹거나 말거나 하고 그걸로 주문. 배달비 2,000원 포함해서 22,000원. 더럽게 비싸네.
- 치킨 와서 텔레비전 보면서 먹다가 옷 담궈둔 지 꽤 됐다 싶어 확인하러 감. 어라?
- 짬뽕 국물이 전혀 보이지 않음. 비빈 것도 아니고 그저 담궈뒀을 뿐인데 다 없어짐. 허허허... 락스 한 통 들고 과거로 돌아가면 연금술사 대접 받지 않으려나?
- 혹시 몰라서 물 버리고 다시 받은 뒤 또 락스 풀고 다시 담궈 둠.
- 닭 먹다가 다시 화장실에 가서 조물조물 몇 번 하고 한참 헹군 뒤 에어컨 앞에 옷 걸어 뒀더니 순식간에 마름. 마른 뒤에도 짬뽕 국물은 흔적도 보이지 않음. 퐁퐁으로 비비지도 않았고, 짬뽕 국물 튄 지 한참 되었기에 걱정했었는데 천만다행. '이러면 새로 유니폼 안 사도 되겠는데?' 싶었음.
- 텔레비전 보다가 잠이 듬.
- 콜라는 결국 사들고 간 거, 닭 시키면서 받은 큰 거, 다 처먹음. 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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