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역대급 경기를 봤다. 지난 8강전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진짜 쫄깃했다. 계속 이런 경기를 봤다가는 좌심방 핏줄을 엮어 30×30 줄다리기에 써도 될 정도로 쫄깃한 장면이 이어졌다.
축구를 보고 나니 다섯 시 반. 못 일어날까봐 알람을 맞춰놓고 다시 잤다. 알람 울리기 몇 분 전에 알아서 눈을 뜨는 신비한 몸뚱이.
멍 때리고 있다가 커피 일 잔 마시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 교실에 도착하니 20분이 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없다. L군은 요리 학교 시험이 끝난 후 여유를 부리는 모양.
한자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데 앞에 누군가 멈춰 서기에 고개를 들었더니 E양이다. 킷캣 하나를 손에 들고 있더라. 너 잘 왔다고, 챙겨 간 볼펜 세트를 손에 쥐어주고 왜 그렇게 빨리 돌아가냐고 물어봤는데 못 들은 척 한다. 같이 밥도 못 먹고, 영 아쉽다. 얘랑은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런 것 같다.
한자 테스트를 보고, 쉐도잉을 하고, 한자를 배우고, 그렇게 1교시가 끝났다. 지난 주의 1과 테스트 결과를 받았는데 딱 예상한 점수가 나왔다. 하도 시험을 봐서 그런가 이제는 내 점수가 대충 예상이 된다. 희한하게 예상한대로의 점수가 나오고. 이번에는 입학 후 두 번째로 낮은 점수였다. 그동안 너무 여유 부렸나 싶더라. 각성해야 될 필요를 느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맥도날드에 가는데 타코야키 가게 앞에 M ㅺ와 I씨가 서 있다가 나를 보더니 인사를 한다. M ㅺ는 지난 해에 내가 시끄럽다고 한 소리 했더니 삐져서 아는 척도 안 했고, 부인인 I씨도 남편에게 안 좋은 소리를 계속 들어서인지 데면데면했는데 오늘은 희한하게 먼저 아는 척 하며 인사를 하더만. 모른 척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서 같이 인사하고 웃으며 지나쳤다.
걸어 가면서 앱을 봤더니 새로운 메뉴가 나왔다. 지난 해 6월인가 10월에 나왔던 거라는데 매운 치킨 너겟이다. 열다섯 조각에 570円이었던가? 할인해서 350円인가 할 때 아니면 안 먹는데 그 맛이 궁금해서 주문해봤다. 역시. 일본인에게 맵다고 한들 한국인에게는 맹 맛이다. 맵부심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향은 살짝 맵게 나는데 맛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들은 애들대로 꺅꺅거리지, 애들 엄마는 엄마대로 깍깍거리고 난리지, 시장통이 따로 없다. 호다닥 먹고 나왔더니 20분이 채 안 됐네. 교실로 돌아와 가방 싸들고 선택 과목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후의 선택 과목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분인지라,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수업이 모두 끝났고, 홈 룸이 있다고 해서 교실로 이동. 원래 월요일에 해야 했는데 이번 주에만 수요일에 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공지 사항을 선생님이 이야기하는데 애새끼들 처 떠드느라 하나도 안 들린다. 하아... 남이 이야기하는데 안 듣고 자기 할 얘기하는 염병할 버릇은 어디에서 배워 처먹은 건지.
전달 사항 다 듣고 나서 오늘이 마지막인 J양과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보니 J양에게 손 편지도 받았다. 반 친구들 모두에게 쓴 모양인데, 손 편지에도 잊지 말아달라고 써놨더라. 인상도 좋고 정말 참한 처자라고 각인되어 잊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농담으로 6개월 동안 부지런히 벌어서 또 유학 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집으로 곧바로 돌아와 옷 벗어서 세탁기에 던져 넣고, 에어컨 켠 뒤 누워 있었다. 원래는 교류 센터에 가서 내일 시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해가 쨍쨍하니 만사 귀찮아졌다. 그래서 그냥 빈둥거렸다.
공부를 좀 하긴 해야 되겠다 싶긴 한데 만사 귀찮다. 날도 덥고 그래서 맥주 마시다가 슬슬 축구 봐야겠다 했더니 중계를 안 하네. -ㅅ-
내일이 네 번째 테스트인가? 아무튼, 지금까지는 항상 오전에 테스트를 봤는데 내일은 오후에 테스트를 본다. 학교에 간다 생각하고 일어나서 교류 센터에 갔다가 시험 보러 가야겠다. 내일 시험이 끝나면 오카야마에 갈 준비를 좀 해야 하고. 오카야마 다녀오면 한국에 다녀와야 하고. 그러면 봄 방학이 끝난다. 한 달 정도 공부하면 또 여름 방학. 일단 7월에는 후지산에 다녀올 계획도 짜야 하고, 8월에 어딘가 다녀오긴 해야겠는데... 베트남은 더워서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홋카이도에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느끼는 건지만 시간 정말 잘 간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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