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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시 반에 일어남. 태블릿 붙잡고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비 오면 낭패다 싶어 빨래 걷음. 캐리어에 가지고 갈 것들 대충 챙겨 넣은 뒤 샤워함.
- 일곱 시 반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10분 정도 늦음. 늦으면 다음 열차 탈 생각으로 서두르지 않고 걸었는데 다리가 길어서 금방 역에 도착함. 훗.
- 평소 공항까지 가는 열차는 18번 플랫폼에서 탔었는데 오늘은 3번 플랫폼. 이게 맞나 싶긴 했지만 구글 님이 틀릴 리 없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이 있으니 3번 플랫폼 쪽으로 향함.
- 학생들은 학교에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생체 에너지 쪽쪽 빨아먹히러 갈 시간인지라 바글바글함. 플랫폼에 도착하니 나의 탑승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열차. 역시나 갓 구글.
- 텐노지駅에서 출발하여 간사이 공항까지 가는 한와線은 하루카의 절반 요금.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하루카 같이 비싼 열차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음.
한와線 탈 때 주의할 점. 여덟 칸의 열차로 편성된 경우 1~4호 열차는 간사이 공항으로 가지만 5~8호 열차는 와카야마로 감. 간사이 공항 바로 전 역이 아울렛으로 유명한 린쿠 타운이고, 그 전 역이 히네노인데 거기에서 열차가 반으로 갈라짐. 고로! 간사이 공항 간답시고 5~8호차 타면 망함. 일본에서는 왜 택시 잘못 타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나오는지 체감할 수 있게 됨.
- 혹시 모르니까 확인하면서 걸어 감. 8호차로부터 1호차 쪽으로 갔는데 역시나 5호 열차까지는 행선지가 와카야마로 표시되고 있음. 4호 열차 옆구리를 딱 보니까 간사이 공항으로 표시되고 있음. 철두철미한 나는 여자 친구 생기면 알아서 잘 받드는, 최고의 보좌관 타입이지만 요즘 처자들은 혼자서도 잘 해서 나는 연애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남. ㅽ
- 맨 앞까지 가서 1호 열차에 탔더니 빈 자리가 많음. 혼자 앉는 자리에 앉음. 다른 빈 자리도 많은데 맞은 편에 웬 총각이 와서 앉기에 개 뻘쭘.
- 아침부터 뭔가 굉장히 바빠서 전철 안에서조차 일하는 직장인 코스프레 한답시고 태블릿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직장인이라 하기에는 입고 있는 꼬라지가... -_ㅡ;;;
- 흔들리는 열차 안에 앉아 있자니 잠이 솔~ 솔~ 옴.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진동 기능 있는 침대를 알아봐야 할랑가. 아니면 맞춤형 요람이라도 질러야 할랑가.
- 앞에 앉았던 총각이 내린 후 영감이 와서 앉았는데 곁눈질로 힐끗힐끗 자꾸 훔쳐 봄. 뭐 볼 게 있다고 나를 훔쳐 보는 건지. 수시로 코 후비던데 졸고 있을 때 내 쪽으로 코딱지 튕길까봐 맘 놓고 졸지도 못함.
- 공항에 도착. 평일, 그것도 월요일 오전인지라 한적해 보임. 어제 스이타에서 경찰 찌르고 권총 빼앗아 도망간 미친 놈은 잡혔다고. 다행임. 최근 일본에는 별에 별 미친 놈들이 다양하게 활약 중.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저 모양이라니.
- 곧장 진에어 부스로 향함. 웹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위탁 수하물만 맡기고 탑승 수속하러 감. 보안 검사도 금방 끝났고, 출국 심사도 끝.
- 면세점 구역에서 선물용 과자 지름. 평소에는 본 척도 안 하고 지나가는 곳인데 이번에는 선물할 데가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음. 오사카에서 도쿄 바나나를 선물이랍시고 사들고 가는 게 당최 이해 안 되지만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음. 초콜릿을 싫어하는 터라 로이스 사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친척 누나가 사달라고 했으니까, 뭐.
- 계산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엄청 김.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툭툭 침. 앞 쪽에 계산대 비었다고. 언제 봤다고 툭툭 치고 질알이냐. 하여튼 중국어 쓰는 족속들은. -ㅅ- 일본에 와서 없던 혐오가 생겨 버렸음.
- 다섯 시간 정도 갈 건데 초콜릿 괜찮겠냐고 물어봤음. 쥐알만한 얼음 팩 100円 주고 사서 같이 넣으면 일곱 시간까지는 괜찮다고 함. 예전 같으면 한 마디도 못하고 그냥 받았을텐데, 공부하는 보람이 있으시다요.
- 1円짜리 짤짤이 생기는 게 싫어서 현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로 결제했는데 한국에서 발행된 카드로 일본에서 결제하면 수수료가 4.8%라고 함. 허... 라인 카드로 결제할 걸 그랬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음.
- 엔화 환율이 너무 올라서 실질 환율은 1,100원을 넘어버렸음. 그래서 환전할 때마다 후회가 됨.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이라도 받아서 88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 바꿔놓는 건데. 에휴...
- 하긴, 환율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이러고 살았을라고. 진작에 어디 땅 사고 되팔아서 부자 됐겠지.
- 셔틀 타고 탑승동으로 넘어 감. 출발 한 시간 반 전에 공항 도착할 것 같아서 '아슬아슬 하려나?' 라 생각했는데, 개뿔이나... 여유가 질질 흘러 넘침.
- 태블릿 꺼내어 일기 쓰려고 노트 앱 여니까 자꾸 꺼짐. 결국 태블릿 재부팅. 기계가 말 안 들으면 해결 방법은 둘 중 하나. 때리던가 껐다 켜던가.
- 화장실에 다녀와서 비행기에 탐. 예전에는 대부분 한국 사람이었는데 최근에는 일본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음. 하긴, 다른 곳보다 많이 싸니까. 내 옆 자리에도 일본인 아줌마가 두 분 앉았음. 볼펜 빌려달라 하면서 슬쩍 말 걸어볼까 하다가 말았음. 쫄았음.
- 이륙할 때에는 조느라 정신이 없었고, 착륙할 때에는 '속도가 빠른데 괜찮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음.
- 선반에 올려놓은 종이 봉투는 저~ 앞으로 떠밀려 가 있음. 가방은 간신히 꺼냈지만 사람들이 계속 나와서 나갈 수가 없음.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누구 한 명 쯤은 멈춰 서서 먼저 가라고 할 법도 한테 그런 게 없음. 한참 기다렸다가 뒤 쪽에 앉은 사람들까지 거의 다 나갈 무렵이 되서야 탈출에 성공.
- 김해 공항으로 입국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함. 확실히 인천 공항이 크긴 크고만. 화장실에 다녀와 수하물 찾는 곳에 가자마자 내 캐리어를 발견. 바로 집어들고 나감.
- 손전화 살리려고 티월드 실행하는데 계속 에러. 재부팅을 여러 번 했는데도 똑같음. 짜증나서 그냥 114로 전화했더니 점심 시간이라 업무 안 된다는 메시지만 나옴. '그렇지, 점심 시간은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음.
- 공항 밖으로 나가니 12시 22분. 포항 가는 버스는 12시 20분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표 파는 곳에 가니 12시 30분에 버스가 있음. 응?
- 잽싸게 표를 산 뒤 버스 타는 곳에 가서 잠시 기다리니 금방 버스가 옴. 캐리어 싣고 버스에 올라 탐. 내 자리로 갔더니 예약할 때 나온 버스 그림과는 좌석이 반대. 좌석 번호도 진작에 떨어져 나가 매직으로 써놨음. 허름함 of 허름함.
- 기사 아저씨는 건들건들. 유니폼 같은 걸 입긴 했는데 버스 기사라기 보다는 건설 노동자 같아 보임. 외국인 꼬마한테 표 달라고 하는데 애가 못 알아 들으니까 "느검마한테 가람마(너희 어머니에게 가려무나)." 발사. 대단하다.
- 김해 공항 ↔ 포항 구간의 버스는 앞 쪽이 우등 좌석, 뒤 쪽이 일반 좌석 형태로 생긴 특이한 버스인데 앞 쪽은 자리가 없어서 뒤에 앉았음. 에어컨은 별로 시원하지 않고, 운전은 거칠었음.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세 번째 들어오는 거라 오랜만도 아닌데 기분이 좋지 않음. 안 좋은 점만 자꾸 보임. 사투리도 엄청 공격적으로 들리고. 나도 경상도 사람인데. -ㅅ-
- 스마트 폰이 안 되니 할 게 없음. 태블릿으로 일기 쓰다가 13시 넘어 다시 114로 전화. 바로 전화 살림. 티월드 안 된다고 징징거렸더니 해외 장기 체류로 장기 일시 정지하면 원래 티월드도 안 된다고 함.
- 버스에서 졸다가 포항 시외 버스 터미널에 도착.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당최 발전이 없는 시외 버스 터미널. 인구 50만 도시와 가장 안 어울리는 공공 장소.
- 곧바로 병원에 갈 생각으로 지도에서 위치를 검색해보니 길 건너 타는 게 맞는 듯. 하지만 길 건너 쪽에는 택시가 보이지 않았음. 망설이고 있으니 택시 기사님이 타라고 함. '맞은 편에서 타 돌아가봐야 얼마나 돌겠냐.' 싶어 그냥 탐. 기사님이 직접 트렁크에 캐리어 실어줌. 오~
- 금방 병원에 도착. 기사님이 이번에도 직접 캐리어 꺼내어 줌. 오~
- ○○ 병원은 처음인지라 좀 헤매다가 ○층으로 가는 앨리베이터 탔는데 거기에서 딱 고모 만남. 고모는 앨리베이터 벽 쪽 보고 있어서 내가 탄 걸 모르는 상태. "○○○ 여사, 아따~ 팔자 좋고만~" 했더니 화들짝 놀라시고. ㅋㅋㅋ
- 같이 병실에 가서 한 시간 넘게 수다 떨고, 병원 간호사들한테 약 치려고 사들고 간 과자 조금 꺼내 놓고, 아무도 없는 고모 집으로 감.
- 짬뽕이랑 짜장밥 시켜 놓고, 안 입는다는 이유로 가지고 간 옷들 걸어두고, 일본에 가지고 갈 옷들 챙김. 밥 먹고 누워서 유튜브 보다가 잠이 듬.
- 자다 깨서 데이터 얼마나 썼나 확인해봤는데 1GB도 안 썼음. 100GB짜리 요금제인데, 이거 다 써서 속도 제한 걸리는 사람들은 대체 뭔 영상을 얼마나 보는 건가 싶음. 나도 5G 쓰게 되면 데이터 다 쓰고 속도 제한 걸리는 삶을 살게 되려나?
근처 편의점에서 산 국산 에일 맥주. 우리나라도 다양한 맥주가 나오기 시작해서 다행이라 생각함.
└ 하지만 집에서 혼자 홀짝거리기에는 확실히 에일보다는 라거가 낫다는 생각.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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