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여행

2박 3일, 오카야마에 호다닥 다녀왔다

by 스틸러스 2019. 6. 23.
반응형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어지간한 단편 소설 분량인데? 훗...

공백 포함 글자 수: 15,135자 - 200자 원고지 기준 138.2장




【 프롤로그 】

'이번 레벨 테스트에서 기똥찬 성적을 내어 단숨에 월반하고 말테다!' 라고 다짐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예상되는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딱히 뭔가 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도 없어서 그저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짐을 꾸려야 하는데 숨 쉬는 거 말고는 다 귀찮다. 눈 깜빡이는 것도 귀찮아서 감고 있었다. 뇌라는 녀석은 쉬는 것도 귀찮은지 잠도 안 자지더라. -_ㅡ;;;   그렇게 쫌만 있다가, 쫌만 있다가,... 하고 빈둥거리다 시계를 보니 22시가 넘어버렸네. 더 미뤘다가는 아침에 급하게 짐 싸다가 뭐라도 흘릴 게 분명하다 싶어 대충 짐을 싼 뒤 자빠져 잤다.




새벽에 일찌감치 깼는데 '버스에서 자도 된다.' 는 생각을 하니까 잠도 안 오더라. 태블릿 붙잡고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을 그렇게 까먹은 뒤 어제 싸놓은 짐을 봤더니 배드민턴 신발도 안 챙겼고, 수건도 없고, 빠진 게 한, 둘이 아니다. 도저히 아디다스 가방에는 안 들어갈 것 같아 결국 나이키 가방으로 바꿨다(안 바꿨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ㅅ-).



【 출발 】

어슬렁~ 어슬렁~ 출발. 하늘은 파~ 랗고 해는 쨍쨍했지만 평소보다는 덜 더웠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텐노지駅까지 걷기 시작. JR을 타니 신 이마미야, 이마미야 지나서 바로 JR난바駅이다. 버스 터미널로 가는 방향이 안내되어 있기에 그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난바 OCAT에서 내린 적은 있지만 타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은 긴장했다.




버스 표를 인터넷으로 미리 구입한 후 인쇄해서 가지고 갔는데 이걸 표로 바꿔야 하는지, 그냥 바로 쓸 수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표 파는 곳에 가서 물어봤더니 옆에 있는 창구에 물어보라고 한다. 회사가 다른 모양이다. 마침 아저씨 한 분이 이리 오라고 손을 들기에 종이를 들이밀며 같은 질문을 또 했다. 종이를 가지고 가더니 컴퓨터 앞에서 뭔가 찾아보고 나서는 그냥 종이를 보여주면 된다고 해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돌아나왔다.

바로 옆을 봤더니 포장은 엄~ 청 큰데 안에 든 건 개뿔 없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오질라게 비싼, 누가 봐도 기념품으로 사다 주라고 만든 게 분명한 과자들을 모아 놓은 가게가 있더라. 아무도 없기에 자리를 비웠나 싶어 안 쪽을 살짝 봤더니 일하는 사람은 스마트 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번에 사들고 갔을 때 맛있다고 칭찬 받았던 도넛 형태의 과자를 두 상자 사고, 마사미 님 드릴 과자를 따로 한 상자 샀다. 오사카에서 사들고 간다는 티를 내고 싶어서 과자에 大阪이라 찍혀 있는 걸로 골랐다. ㅋㅋㅋ   포장이 어찌나 거대한지, 가방에 넣었더니 가방이 터질 듯 빵빵하다. 아디다스 가방을 들고 왔더라면 양 손에 주렁주렁 쇼핑백 들고 다닐 뻔 했다.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당최 버스가 안 온다. 바로 옆의 승강장에는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후쿠치야마行 버스가 진작에 와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카야마로 가는 버스는 올 기미가 안 보인다. 집중적으로 발달한 흉부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게 되는 처자도 초조한 기색으로 서 있는 걸 보니 오카야마行 버스가 오지 않아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는 모양. 뭔 문제가 있나 싶어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예정된 시각에서 딱 1분 전에 버스가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따로 표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기사님이 느닷없이 종이 쪼가리 내미는 나를 '뭐하는 놈이여?' 하는 눈빛으로 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버스에 올라탄 뒤 가지고 있던 가방을 선반에 올리려고 했는데 어찌나 배가 불러 있는지, 천장에 끼어 안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옆 자리에 뒀다. 혹시나 누가 타면 뻘쭘할텐데... 하고 걱정하면서.


버스에서는 은은하게 담배 냄새가 났다. '일본의 버스도 금연인데 아직도 담배 냄새가 나다니, 어지간하고만~' 싶더라. '이런 기분 나쁜 냄새 따위, 없애려면 얼마든 없앨 수 있을텐데, 대체 왜 방치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이상한 냄새만 빼면 깔끔한 편이었다. 오바이트用 비닐 봉투도 갖춰져 있었고. ㅋ



버스 벽 쪽에 100V 콘센트가 있었다. 전력 때문에 노트북은 충전이 안 된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놀러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 파~ 란 하늘에 흰 구름 둥둥 떠다니는 멋진 날씨.



버스에 타니 딱히 할 게 없다. 태블릿을 꺼내어 메모장에 일기를 쓴 후 시트를 눕혀 바깥 경치 보면서 빈둥거렸다. 난바 OCAT을 출발한 버스는 난바 터미널을 들린 뒤 오카야마로 향했다. 처음에는 담배 냄새 밖에 안 나더니 점점 찌린내로 바뀌더라. 결코 좋은 냄새가 아니었다. -ㅅ-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버스 뒤 쪽의 화장실 근처에 참한 처자들 두 명(중 한 명이 아까 터미널에서 본, 인류 평화 추구형 흉부의 그 처자)이 앉아 있었기에 그냥 참고 있었다. 엄청 급한 건 아니었으니까. 잠시 후 휴게소에 들렀을 때 화장실에 가서 후방 통제, 전방 방수로 체중만 살짝 줄인 뒤 버스로 돌아갔다. 휴게소에서 뭐라도 좀 사먹을까 했지만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게 제 맛!




버스 안에서 마사미 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오카야마駅까지 가지 말고 한 정거장 전인 오카야마 인터체인지에서 내리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알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기사님에게 말할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다른 승객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버스 안에 달랑 기사님과 나 뿐이었기에 말하기에 참으로 적합한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멈출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산요 인터체인지에서 두 명이 내리고 다음이 오카야마 인터체인지.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뭔가 쌔~ 하다. 설마, 설마 했는데 바깥 풍경을 보니 오카야마 시내로 들어온 게 확실하다. 오카야마 인터체인지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통과해버린 모양이다. 일본이라면 내리는 사람이 없어도 당연히 정차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부랴부랴 마사미 님에게 오카야마 인터체인지를 그냥 통과한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리 오카야마 인터체인지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마사미 님을 다시 오카야마駅 근처까지 오시게 했다. 에휴... -ㅅ-


버스 내린 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착했다며 어디냐고 물으신다. ANA 호텔 근처라고 했더니 반대 쪽에 있으니 그 쪽으로 가겠다면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시ㄴ... 화들짝! 놀라 잽싸게 길을 건너 ANA 호텔 쪽으로 갔더니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나의 멍청함 때문에 바쁘신데 고생하시고. 죄송스러워서 참말로. -ㅅ-




【 점심 식사 】

같이 배드민턴 치는 사람의 가족이 운영하는 까페에 가기로 했었는데 거기가 오카야마 인터체인지 근처인 모양이다. 이미 오카야마 시내로 들어와 버렸으니 그 쪽으로 다시 가는 건 좀 곤란해서 그냥 근처 식당으로 갔다. 엄청 먹어대는 거 아시니까 자꾸 양 많은 걸로 추천을 해주신다. ㅋㅋㅋ

오랜만에 뵙는 거라 그동안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이라도 있는 건지 눈치를 주기에 아이고,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제가 더 죄송합니다. / 대화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 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이렇게 '죄송합니다' 배틀을 벌인 후 밖으로 나갔다.

나는 게스트 하우스의 체크 인이 18시 30분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마사미 님이 16시라 하더라. 그 시각에 맞춰 도착하게끔 밥만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가방을 좀 가볍게 하고 싶어서 가지고 간 과자와 얼마 안 되는 선물을 차에 내려 놓았는데 마사미 님이 숙소에 가서 마시라며 아사히 맥주 여섯 캔 짜리를 챙겨 주신다. 이러면 가방을 비우는 의미가 없는데. ㅋ



【 마츠이 아울렛 】

급행을 타니 중간 역 다 건너뛰고 바로 구라시키로 간다. 구라시키는 여러 번 왔던 곳이라 익숙하다. 내리자마자 마츠이 아울렛 쪽으로. 스우시(나이키 로고) 성애자인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당연히 나이키. 맘에 드는 티셔츠가 네 벌 정도 있었지만 '아디다스에 가면 맘에 드는 티셔츠가 틀림없이 있을테니 두 벌만 사자.' 싶어 티셔츠 두 벌과 모자 하나만 사들고 나왔다. 계산하던 직원이 무슨 운동하냐고 물어보더라. 하긴,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스포츠 웨어였으니. ㅋㅋㅋ

푸마에 가니 맘에 드는 옷이 있긴 한데 일단 통과. '아디다스에 살만 한 게 없으면 다시 푸마에 가자.' 고 마음 먹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아디다스에서 티셔츠 두 벌, 바지 한 벌, 모자 두 개를 질렀다. 맘에 드는 쌕도 하나 있었는데 '덮어놓고 질러대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는 명언이 떠올라 간신히 참았다. 지금은, 안 산 걸 후회하는 중.




【 게스트 하우스 유린안 】

다시 역 건물을 통과해 반대 쪽으로 나갔다. 유린안에서 묵어본 적은 없지만 위치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망설임이 없다. 미관 지구 쪽을 목적지로 삼아 걷다가 육교 앞 횡단 보도에서 신호에 걸렸다. 멈춰 서 있는데 오른쪽으로 빨간 캐리어를 끄는 처자가 슥~ 지나가더라. 100% 유린안에서 만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신기가 있는 게 아니라 미관 지구에 게스트하우스라고는 유린안 뿐이다. 물론 다른 비즈니스 호텔에 갈 수도 있겠지만.).


쫄랑쫄랑 걸어 곧장 유린안에 도착. 체크인은 18시 30분부터였다. 마사미 님이 잘못된 정보를 보신 모양. 네×버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블로그 중에서도 16시라고 써놓은 곳이 있던데, 18시 30분이 맞다. 아무튼,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으니 짐만 맡기려 했다. 담당 스태프가 자리에 없다며 다른 분이 안 쪽의 짐 놓는 방으로 안내를 해 주신다.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들, 건담도 제트 부스터 따위 달고 다니고 싶지 않을 게 분명하다. 날 더운데 한 짐 싸짊어들고 다니려니 숨질 것 같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 놓고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담당 스태프가 다른 게스트 한 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아까 빨간 캐리어 들고 지나가던 처자다. 내가 다시 볼 줄 알았지.




숙소에 대한 설명과 주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은 뒤 밖으로 나갔다. 바로 얼마 전에 밥을 먹었지만 희한하게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딱히 맘에 드는 식당이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외부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식당이 많다. 들어가는 게 망설여진다.



【 아치 신사 】

그러다가 신사(神社)를 발견해서 일단 구경하자 싶어 올라갔다. 언덕 아(阿)에 지혜 지(智)를 쓰는, 일본 발음으로는 아치라 부르는 신사다.


산 속에 자리한 전형적인 일본 신사의 모습. 토리이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신사가 나온다.


저 쪽으로도 포장된 길이 나 있었는데 교복 입은 학생이 자전거 타고 내려오더라. 학교라도 있는 걸까?


저는 계단 성애자라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아, 괜찮다고!


딱히 높은 건물이 없어서 저 멀리 산까지 시야가 빵~ 터져 잘 보인다는 게 정말 좋다.


저 길로도 가 보고 싶었지만 어두워지고 있기도 했고 밥도 먹어야 해서... -ㅅ-








12간지 동물들이 전부 모에化 되어 그려져 있던 오미쿠지 묶는 곳.


고양이 표정이 참... ㅋㅋㅋ


뭔가 나훈아 氏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이는 석상. 앙~




유학 끝날 때까지 온전히 읽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을까?



여기에도 토리이 위에 돌을 잔뜩 올려놨다.



【 이가라시 유미코 미술관 】

걸어다니다 보게 된 이가라시 유미코 미술관. 17시가 넘어 못 들어간다. 갈 수 있다고 해도 안 갔겠지만. -_ㅡ;;;


이가라시 유미코의 대표작인 『 캔디 캔디 』 는 우리나라에서 『 들장미 소녀 캔디 』 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적이 있다. 검색해보니 개인이 만든 미술관이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른 글에서는 이가라시 유미코가 직접 만든 곳이라는 내용도 보인다. 생존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인데 본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을 했거나 운영에 대한 허가는 당연히 해줬겠지.
다녀온 분들이 쓴 글 중에는 '캔디 그림이 없어서 아쉬웠다.' 는 내용도 있었는데, 저작권 때문에 내렸다고 한다. 『 캔디 캔디 』 는 미즈키 교코(본명은 나기타 케이코)가 원작자이고 그림을 이가라시 유미코가 그렸는데 이가라시 유미코가 캐릭터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꽤 되는 모양이다. 미즈키 교코가 왜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업하냐고 딴지를 걸어 법정 싸움까지 간 듯.
미즈키 교코는 교보생명(우리나라의 그 교보생명 맞다.)의 광고에서 자신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노래를 사용한 댓가로 받은 돈을 작곡가 유족들과 한국의 소년/소녀 가장에 기부했다는 내용이 있고, 이가라시 유미코는 미즈키 교코는 캔디의 작가가 아니라 떠들고 다닌다는 글이 있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이가라시 유미코 쪽은 좀 비호감. 랄프의 주먹 부럽지 않은 코가 도드라져 보이는 사진을 보니 더욱 더 정이 안 간다. -ㅅ-
아무튼, 이와 관련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자 하신다면 ↓
https://ko.wikipedia.org/wiki/%EC%BA%94%EB%94%94_%EC%BA%94%EB%94%94#%EC%BA%94%EB%94%94_%EC%BA%94%EB%94%94_%EC%A0%80%EC%9E%91%EA%B6%8C_%EB%B6%84%EC%9F%81

인기 있었던 『 만복(まんぷく) 』 후속으로 방송 중인 NHK 아침 드라마 『 여름 하늘(なつぞら) 』 의 여 주인공(히로세 스즈)이 홋카이도 출신의 만화가로 나와서 설마... 했는데 다행히(?) 이가라시 유미코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인 듯.



【 구라시키 미관 지구 】

뭔가 시로카베도조군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오래된 일본의 주택가 분위기는 다 고만고만한 듯.


여러 번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멋진 곳이라고 느낀다.


안내를 들으며 배 타는 건 17시에 끝난다. 예전부터 다니던 배를 본 떠 새로 만든 배도 보인다.


배도 한 번 타봤음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서... 경치는 정말 멋지다. (그 와중에 손가락이... -ㅅ-)


마을에 급한 일이 있거나 화재 같은 사고가 있을 때 울렸을 종은, 방송 시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다시 숙소로... 】


신사에서 내려와 동네를 한 바퀴 빙~ 돌았지만 역시나 맘에 드는 식당은 없었다. 결국 한 시간 넘게 헤매다가 밥 먹는 데 실패하고 체크 인 시간보다 20분 정도 빨리 숙소로 돌아갔다. 앉아서 빈둥거리고 있다보니 다른 게스트들이 속속 입장.


유린안은 18시 30분에 게스트들이 모두 모여 자기 소개를 한다. 특이하다. 이런 게스트 하우스는 처음이다. 게스트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어 저녁 늦게 술자리를 갖는 곳은 여러 번 봤지만.
스태프 중 한 명이 자그마한 화이트 보드에 오늘의 게스트를 적으면서 준비를 한다. 나한테 뭔가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는지 움찔, 움찔 한다. "일본어로 괜찮습니다." 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남자 스태프가 유학생이라며 설명을 해준다. 아직 다 알아듣는 수준은 절대 아닌데. -ㅅ-
그나저나... 외국인은 나 혼자 뿐이고 죄다 일본인이다. 게다가 남자 게스트는 나 뿐이다. 에?




시간이 되어 자기 소개를 했다. 일한 지 3개월 됐다는 여자 스태프가 먼저 자기 소개를 했고, 그 다음은 남자 스태프. 일본어가 줄줄줄줄 나오기에 당연히 일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대만 사람이란다. 여러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다가 유린안에 오게 됐다고. 다음이 나. 이름은 뭐고, 뭐라 불러주면 된다로 시작해서 오사카에서 일본어 공부하고 있다, 오카야마에는 친구가 살고 있어서 배드민턴 치러 왔다, 잘 부탁한다 정도로 끝냈다. 학교에서 배운 겸양의 표현을 사용했더니 흠칫! 놀라는 시선이 느껴진다. 아오, 뿌듯해라. ㅋㅋㅋ

아까 빨간 캐리어 끌고 온 처자는 카나가와 현에서 왔단다. 나중에 알아보니 도쿄 근처, 하코네 있는 쪽이네. 비행기 타고 왔다고 들었다. 그 외에 회사 친구인데 목요일부터 휴가 써서 여행 중이라는 여자 커플도 있었고. 나를 제외하면 네 분이 여성. 화이트 보드에 쓰여있는 이름은 다섯이었으니까 한 명은 안 왔나? 하고 궁금해했는데 자기 소개 다 끝나니까 그 때 도착하는 아주머니 한 분. 아무튼, 18시 30분에 맞춰 모인 여자 분들은 모두 미모가 상당했다. 그 중에 두 분은 특히 출중했다. 남자는 나 혼자!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ㅽ   따로 말 한 마디 못 건네 봤다. ㅽㅽ   대화는 커녕 눈 한 번 못 마주쳤다. ㅽㅽㅽ




유린안은 처음인데, 게스트 하우스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고택을 개조해서 쓰고 있는지라 동선이 조금 불편하다. 1층은 식당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화장실과 샤워실은 다 1층의 건물 안 쪽에 있었다. 잠은 2층에서 자는데 남녀로 구분된 방 두 개를 제외하면 공용 화장실만 달랑 하나.


남자 방은 다다미 7.5조의 크기. 이불 세 체가 나란히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다.


사다리 위로 올라가면 한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뭔가 특별하다. ㅋㅋㅋ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나란히 누워 잔다는 게 참 애매한 경험인지라,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나조차도 조금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도 나 말고는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썼다. 날이 선선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선풍기로 충분했다.

일본의 오래 된 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소 신기하기도 할테니 괜찮겠지만, 나는 후키야 후루사토무라에 갔을 때 일본 고택을 제대로 샅샅이 볼 수 있었기에 그닥 신기하지 않았다.



【 오카야마 이자카야 】

방에서 간단히 가방을 정리한 뒤 밖으로 나갔다. 시장 쪽으로 가다보니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 걷다 보니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일단 통과. 편의점에 가서 낮에 마사미 님에게 받은 맥주와 함께 먹을 안주를 하나 사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아까의 이자카야에는 여전히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안으로 들어가 오카야마의 지역 사케와 새우 튀김을 주문했다.



네모난 플라스틱 받침에 투명한 사케 잔을 올리고 거기 술을 따르는데, 잔이 넘치도록 계속 따른다. 잔에서 넘친 술이 플라스틱 받침 안에 고인다. 그렇게 술을 따르고 가더라. 홀짝거리고 마시다가 잔에 있는 술을 다 마셨는데 플라스틱 받침에 찰랑찰랑 고여 있는 술도 마시는 건지, 그냥 버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말고 다른 손님은 내 뒤로 들어온 아저씨 한 명 뿐인지라 일하시는 분께 물어봤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것도 마시는 거냐고. 그랬더니 마시는 거란다. 그대로 마셔도 되고 잔에 따라도 된다고. 그냥 마시는 건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잔에 따라서 마셨다.

일본인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어설픈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게 꺼려진다. '응? 일본 사람 아니었어?' 하는 시선도 몇 번 받아 봐서 좀 부담스럽고. 하지만 여행을 가면 그런 부담에서 조금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말도 좀 더 편하게 걸고 그러는 것 같다. 물론 술 한 잔 들어가서 뇌가 살짝 마비되면 내키는대로 떠들게 되고. ㅋ


다 마시고 나서 다른 종류의 지역 사케를 주문하고, 모모니쿠라고 쓰여 있는 게 있어서 이게 뭐냐고 했더니 가라아게, 닭 튀김이란다. 복숭아 고기라고 해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ㅅ-   같이 주문해서 부지런히 먹었다.

가게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90년대의 노래였고, 서빙하는 처자가 손님에게 주문을 받아 바로 코 앞에 있는 주방의 아저씨에게 전달하면 아저씨가 "하이욥! 아자쓰!" 하는 게 너무 유쾌하게 들려 기분이 좋았다. 계산하고 나올 무렵에는 이름 모를 남자 가수의 목소리로 ZARD突然이 흘러나와서 뭔가 굉장히 업 됐다. 서빙하던 처자의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서 숙소로 돌아갔다.



【 숙소에서 맥주 처묵 】

숙소 로비에서는 여자 스태프들이 자기들끼리 피아노를 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 키쿠치로의 여름 』 에 나오는 주제곡을 가르쳐주고 배우는 것 같았는데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한참을 피아노 치고 놀더니 이내 수다 모드로 돌입. 그러다가 21시가 되기 전에 퇴근하더라.
냉장고에 넣어뒀던 맥주를 꺼내어 홀짝거리고 있으니 회사원 처자 둘이 들어왔다가 택시 불러 달라고 해서 금방 또 나가더라. 바쁘고만. 숙소에서 일본 처자들과 어설픈 일본어로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 뿐인... 이고 나발이고는 다 꿈.




네 번째 캔을 다 비워갈 무렵 22시가 되었다. 로비에서 술 먹고 놀 수 있는 게 딱 그 때까지. 더 마시고 싶으면 아까 짐을 잠시 내려놨던 방에 가서 마시면 된다고 했었다. 그 방으로 가서 한 캔을 더 마시고 방으로 올라갔다. 술 마시고 나서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선풍기 켜놓고 바로 잠들었다. 30년을 선풍기 켜놓고 잤지만 아직 안 죽었으니까 나는 꽤나 오래 살 거다. 훗.



【 다음 날 아침 】

창 밖에서 들려오는 차 지나가는 소리에서 촤아아악~ 하고 물 소리가 난다. 밖을 보니 비가 꽤 내리고 있었다.


체크 아웃은 열 시까지. 전 날 체크 인 할 때 다음 날 아침 식사 여부를 미리 신청해야 했는데 500円이라기에 먹겠다고 했다. 아침 식사는 여덟 시 20분부터 한 시간. 아홉 시 조금 못 되어 내려가니 자그마한 쟁반 위에 그릇들이 놓여 있다. 밥은 본인이 먹을만큼 전기 밥솥에서 푸면 되고, 달걀 하나를 까서 넣은 후 간장 양념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인스턴트 미소시루는 마사미 님이 보내주신 적이 있는 것과 같은 제품이라 어렵지 않았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니까. 보통은 아침 식사를 안 하지만 여행 다닐 때에는 종종 하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날 달걀에서 나는 비린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데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종종 해먹었을 정도로 날 달걀 깨 넣고 먹는 밥이 어색하지도 않고.


밥 먹고 방으로 다시 올라와 누워 있다가 마사미 님과 만날 약속을 하고 열 시가 조금 안 되어 체크 아웃을 했다. 웰컴 드링크는 언제든 먹을 수 있었는데 달라고 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못 마셨다. 복숭아 주스인가 뭣인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뭐, 미관 지구는 다음에도 또 갈 게 분명하니까 그 때 들러서 먹어보던가 해야지. 시아와세 푸딩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단 걸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것도 안 먹어봤다.


마사미 님이 기타나가세駅에서 내리면 된다고 했다. 구라시키에서 오카야마로 가는 열차를 타서 오카야마 바로 전에 내리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은데 마사미 님이 자꾸 맞게 탔냐, 지금 어디냐, 확인을 하셔서 나까지 덩달아 불안해졌다. 일본 여행이 한, 두 번도 아닌데 이 정도는 껌입니다요. ㅋㅋㅋ


역에 도착하니 비가 더 거세게 내린다.



【 삿포로 맥주 와인 공장 】

처음으로 갈 곳은 와인 공장. 삿포로 맥주 만드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단다.


정식 명칭은 삿포로 맥주 오카야마 와이너리(サッポロビール 岡山ワイナリー)인데, 그냥 와이너리라 부르거나 와인 공장으로 부르더라. 이 곳 역시 대중 교통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라서 그런지 한국인이 다녀간 후기는 거의 없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골프장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와인 공장인데 그 덕분인지 골프 치러 왔다가 와인 공장까지 보고 간 한국인들이 좀 있긴 한 것 같고. 마사미 님과 나도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골프장에 갔다가 화장실 이용하고 다시 와인 공장으로 향했더랬지. ㅋ



비가 오니까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다.


바로 앞에 포도 농사를 짓는 곳도 있다.


휴일은 공장이 쉬기 때문에 공장 가동하는 걸 볼 수 없지만, 간단히 구경하는 건 가능하다.


들어가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문을 살짝 열었더니 어두운 통로를 밤하늘로 꾸며놨다.


통로 끝 부분에는 북두칠성이 다른 별들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멋있었다.


여기저기에 포도와 와인에 관련된 간단한 퀴즈가 있었다.




모든 공장 견학의 끝은 기념품 구입. 이 곳 역시 관람이 끝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와인을 팔고 있었다. 판매 중인 와인의 시음도 가능했는데 시음이 가능한 건 1,000円 미만의 저렴한 제품들. 잘 모르지만 정통 와인은 아닌 것 같고, 딸기맛이니 메실맛이니 하는 걸 보면 먹기 편하게 만든 술이 아닌가 싶다. 그 외에 가격이 꽤 있는 와인은 굳이 병 단위로 구입하지 않더라도 한 잔씩 사서 마실 수도 있게 해놨다. 잘 꾸며놨더라.
시음하게끔 되어 있는 것들을 조금씩 맛 보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4,000円 조금 안 되는 와인을 한 병 샀다. 나카모토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려고. 와인 좋아하신댔으니까. 그리고 나도 마셔볼까 싶어 1,000円 살짝 넘는, 단 맛이 강하다는 와인도 한 병 샀다. 청포도 좋아해서 오카야마 청포도로 만들었다는 걸로.



【 영국 정원 】

다음으로 간 곳은 장미가 메인인, 영국식 정원이다. 이름은 熊山英国庭園. 원래는 소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였는데 정원으로 바꾼 것이라 들었다.












따로 입장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장소도 아니고 접근성도 좋지 않은 편이라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오카야마를 여행하면서 오카야마 성이나 고라쿠엔 같은 명소가 아니라 한적하게 산책하고 쉴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장소다.


정원을 산책하는 건 비 오는 날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빗방울에 젖은 꽃이 뭔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날은 요란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였다. 실제로 운전 중에 앞 쪽으로 벼락이 떨어져 엄청 놀라기도 했다.
정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최대한 일본어로 대화하려 노력했고 틀린 부분은 마사미 님이 수시로 고쳐주었다. 현지인과 대화하는 거, 몇십 만원씩 내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진짜 복 받은 거다.



【 히바리 하우스 】

이 날의 숙소인 히바리 하우스의 체크 인이 16시부터인데 '2층 침대에 올라가는 게 싫어서 최대한 빨리 체크 인 하려 한다.' 는 걸 마사미 님이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정원까지 보고 나서 일단 숙소에 가기로 했다.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 밥을 못 먹었다며 계속 미안하다 하시는 마사미 님께 정말 배 고프지 않다며 괜찮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오카야마 시내 쪽으로 가다가 라면 가게를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우연히 들어간 가게 치고는 상당히 맛있었다(가게 이름은 麺屋 児玉屋, 주소는 岡山県岡山市北区牟佐93-1).


밥 먹고 나서 마사미 님이 숙소 앞까지 태워 주셔서 편하게 도착. 체크 인 하려고 1층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라?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게 뭐지?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는데?



일단 들어가서 '조금 이릅니다만, 체크 인 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어봤더니 여기가 아니란다. 응? 뭔 소리야? 히바리 하우스 맞는데? 3층으로 올라가란다. 에?

밖으로 나왔더니 자그마한 칠판에 체크 인은 3층이라고 써놓은 게 보인다. 이게 뭐야? 1층만 다른 사람에게 팔린 건가? 그럼 게스트에게 아침 식사 할인해주고 그런 것도 없어진 건가? 아아... 이거 영 아쉬운데? 히바리 하우스의 장점이 하나 사라져버렸네. 아아...

3층으로 올라갔더니 창고 같은 곳에 처자 한 명이 앉아 있다. 체크 인 하면서 1층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고 얘기했는데 별 반응이 없다. 그러고보니 여러 번의 방문에서 본 적이 없는 처자. 아... 히바리 하우스의 반갑게 환영해주는 분위기가 그립다.

따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침대는 다행히 1층. 침대로 들어가 블라인드로 가린 뒤 짐 정리를 했다. 구라시키에서 산 옷도 있고 와인도 두 병이나 산 덕분에 짐이 잔뜩 늘었다. '나이키 가방 들고 가길 잘했다.' ... 기보다는 '캐리어 끌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잠시 누워 스마트 폰을 봤더니 예전에 접속한 적이 있답시고 자동으로 와이파이에 붙어 있네. ㅋㅋㅋ   누워 있으니 잠이 솔솔 온다.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자려고 했는데 결국 못 자고 나가야 했다.




【 배드민턴 】

밖으로 나가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만나기로 한 18시 무렵의 게스트 하우스 부근은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ANA 호텔 근처에서 뵙기로 했다. 마사미 님은 숙소까지 데리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또 사과하고. 아니, 아니. 괜찮습니다요, 정말로. 오카덴 타면 금방인데다 100円 밖에 안 하니까. ㅋ

오카덴을 타고 오카야마 역 앞까지 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오카야마는 갈 떄마다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ANA 호텔 근처에서 마사미 님을 만나 바로 체육관에 갔는데 도구실 문이 잠겨 있다. 네트를 거는 쇠 봉이 그 안에 있어서 문이 잠겨 있으면 운동을 못 하는 상황. 여러 사람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하고 분주했다. 몇 번 뵌 적이 있는 회원분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모처럼 왔는데 미안하다며 또 사과.

몸도 풀 겸 네트 없이 난타 치고 있던 중에 학교 선생님인지 관계자인지 오셔서 문을 열어 주셨다. 덕분에 네트 치고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3면의 코트 중 한 면은 중학생 강습용으로 쓰고 있어서 두 면만 시합용으로 쓸 수 있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아니, 오래 기다리지 않는 게 아니라 숨 쉴 틈 없이 쳐야 했다.

그동안 운동을 전혀 안 했기 때문에 체력이 바닥인 수준이라서 확실히 힘들었다. 그래도 들어오라는 게임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두 시간 정도 친 것 같은데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사미 님이 태워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는데 이번에도 뭔가를 잔뜩 주신다.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짐 정리하면서 보니 소바도 챙겨 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오카야마 특산 과일 젤리도 두 통이나 챙겨 주셨다. 비싼데, 저거.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로 구경을 못 시켜줘서 미안하다며 현금도 만円이나 넣어주셨더라. 몸둘 바를 모르겠다, 진짜.


더워서 손풍기 켜고 자다가 새벽에 깨서 축구 보기 시작. 조금 늦게 켰는데 1 : 0 으로 이기고 있어서 이게 뭔 일인가 싶었는데... 내리 골 주고 뒤집혔다. 세 번째 골 주는 거 보고 못 이기겠다 싶어 그냥 끄고 잤다. 우승을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준우승이 어디냐. 대단한 성과다, 진짜.



【 돌아오는 날 】

다음 날, 조금 흐리긴 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버스 타러 가서 이번에도 표로 바꾸어야 하냐고 확인했는데 어째 응대하는 게 오사카 쪽보다 오카야마 쪽이 더 능숙하다. 오카야마에서 대학에 다니는 오사카 출신의 학생이 많은 걸까? 그래서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그 내역을 출력해서 버스에 타는 사람이 많으니까 익숙한 걸까? 그러고보니 버스 탈 때 내 앞에 있던 처자도 출력한 티켓을 들고 있었더랬지. 오사카에서는 그냥 확인하고 끝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종이를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가지고 있는다고 금쪼가리로 변할 것도 아니고, 그러시라고 드렸다.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타고 온 버스보다는 조금 낡고 자리도 더 비좁다. 콘센트 위치도 다르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오사카에 도착했다. JR 타고 텐노지駅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 왔다. 코난에 들러 살 게 있었는데 가방이 무거워서 그냥 포기했다.



나카모토 선생님 드리려고 산 오카야마의 와인. 부디 입에 맞아야 할텐데...


이건 내가 먹어보려고 산 거. 1,000円 조금 넘는, 싼 녀석이다. 일본은 술 값이 참으로 바람직하다.




그렇게 2박 3일의 짧은 오카야마 방문이 끝났다. 올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찾아뵈어야지. 끝~

반응형

'일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텐노지 / 아베노 하루카스 버스 정류장  (0) 2019.07.09
JBF(Japan BrickFest) 2019  (0) 2019.06.23
에어서울 민트 패스  (4) 2019.05.24
당일치기 나라 여행  (0) 2019.05.02
당일치기 고베 여행  (0) 20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