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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3월 31일 일요일 狂天 (오사카 역사 박물관 / 피스 오사카)

by 스틸러스 201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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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에서는 오늘 비 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어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하늘이 쨍~ 하다. 파~ 랗다. 하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마사미 님이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쌀쌀하다. 3월의 마지막 날인데 왜 이러냐.


아침 일찍 일어나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여행 후기를 마무리했다. 좀 더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글빨이 안 오른다. 하아...



날씨가 좋기에 세탁기 돌리고, 인스턴트 카레로 배를 채웠다. 그러고나니 벌써 정오가 지나버렸다.


얼마 전까지 태블릿을 지를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간신히 참았는데, 다시 뽐뿌가 왔다.

10인치 태블릿은 화면 크기가 커서 유튜브 영상을 볼 때 정말 좋다. 손전화로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추천 영상이라거나 관련 영상이 리스트로 뜰 때 태블릿 쪽이 압도적으로 보기 편하다. 지금 쓰고 있는 Z2에 정말 만족하고 있지만 하도 낡아서 어디 들고 다니기에는 민망한 수준. 아이패드처럼 고가의 태블릿은 필요 없으니 저렴한 10인치 제품이 있으면 싶었는데 아마존에서 8인치 제품과 10인치 제품을 묶어서 팔고 있더라. 하지만 지난 해 블랙 프라이데이 때 더 싸게 팔던 걸 봤기 때문에 지금의 가격으로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거기에다, 검색해보니 한국 쪽이 더 싸다. 8인치 제품의 경우 28% 할인했다는 가격이 ¥6,480인데 한국에서 최저가로 팔고 있는 곳은 ₩66,000이다. 10인치 제품 같은 경우는 ¥15,980인데 한국에서는 ₩136,000에 팔고 있다.

'큰 차이 나지 않으니까 그냥 지를까?'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Z2가 있음에도 태블릿을 지르려고 하는 건 집이 아닌 외부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기 위함이다. 일본어 공부하는 영상을 보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외부에서 끊김 없이 동영상을 보려면 와이파이가 필요하다. 스마트 폰으로 테더링 걸어도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용량 제한 때문에 얼마 못 본다. 결국 와이파이 안 되는 곳에서는 의미가 없는데 교류 센터에서는 와이파이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 무료 와이파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태블릿 질렀는데 무료 와이파이가 없다 그러면 무용지물이 된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일단 좀 두고 보다가 지난 해 블랙 프라이데이 수준으로 할인하거나 하면 그 때 질러야겠다.


오늘까지만 빈둥거리고 내일부터는 책 좀 봐야지. 뭔가 하는 사람들은 마음 먹은 순간 바로 한다는데, 언제부터 한다고 다짐하는 애들은 다 쪽박 찬다는데, 내일부터는 진짜 공부해야지. 일주일이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개학하고 수업 못 따라간다. -ㅅ-






이렇게 일기 써놓고 빈둥거리다가 문득 오늘이 3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떠올리게 됐다. 학교에서 나눠준 유학생 쿠폰 사용 기한이 오늘까지다. '어디든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호다닥 씻고 밖으로 나갔다. 다니마치線 타면 환승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오기에 처음으로 구약소 넘어까지 가봤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자전거들이 쓰러질 정도였다. 모자 날아갈까봐 땅 보고 걸었다.

후미노사토駅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마치욘초메駅에서 내렸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그냥 막 걸었는데 2번 출구로 나가면 되더라. 그나저나... 나는 우사(단군 신화에 나오는 비의 신) or 노토스(그리스 신화에서 비를 몰고 다니며 홍수를 일으키는 신) or 테프네프(이집트 신화에서 비의 여신)에게 예쁨 받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아니라면 인도 신화의 바루나(비의 신)에게라도 예쁨 받고 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어제도 밖에 나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쏴아아~ 하고 쏟아지더니, 오늘도 그런다. 심지어 오늘은 하늘이 파란데 옷이 꽤 젖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다니마치욘초메駅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랬다(나중에 실내에서 나오니 그 때부터 또 툭! 툭! 떨어지다가 다다다다 내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_ㅡ;;;).

오사카 역사 박물관이라고 화살표 표시가 있어서 그 길로 쭈욱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응?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 곳이었어?

표 사는 곳을 찾아 헤매는데 알고 보니 내가 처음 들어간 곳은 오사카 역사 박물관이 아니라 NHK 방송국 쪽이었다. 아침 드라마 『 まんぷく 』 가 끝났는데 그 세트에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거였다. 거기를 지나 역사 박물관으로 가니 완전 휑~ 하다. 유학생 쿠폰을 보여주며 쓸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학생증을 가지고 왔냐고 물어본다. 학생증을 보여준 뒤 표와 브로셔를 받았다.

10층으로 올라가 구경을 하고, 9층, 8층, 7층,... 순으로 내려오면서 본 뒤 1층으로 나오면 되는 거였다.




올라간 지 얼마 안 됐는데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내려오며 창을 가린다. 그리고 짧은 영상이 시작됐다.



박명수인 줄 알았다. ㅋㅋㅋ





당연히 백제와 연관된 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4세기, 5세기, 6세기에는 신라와 관계가 좋았던 모양이더라.



이런 색깔의 자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백자나 청자는 종종 볼 수 있지만.




모여서 뭣들 하고 있을꼬.



오~ 예전부터 핫한 동네였어, 텐노지는. ㅋ



각 층마다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전망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었다.



오사카 성은 언제나 바글바글. 일본의 100대 성 중 2위를 차지한 성이다. 역사적인 의미는 거의 없지만서도.



착륙하려고 바퀴 내리고 고도 낮추는 JAL 항공기. 오사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겠지.



한참 먼 곳에 빨간 대관람차가 보인다. 덴포잔 쪽은 아닌 것 같고, 헵 파이브인가 싶긴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만날 저렇게 버스로 실어 나르니 관광객이 끊길 리가 없다. 벌써부터 벚나무 아래 자리 잡은 텐트도 보인다.



해자가 나오도록 한 장 찍은 뒤 자리를 옮겼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면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시품은 전부 모조품일 거라 생각한다.



시민 자치라고 했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참가할 권리가 없는 반쪽 자리였다.



비젠 지역의 자기, 비젠야키.



시궁창의 쥐를 확대해서 만들어놓은 디테일. ㅋㅋㅋ




이 쪽은 체험이 가능한 장소. 한글 안내가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대부분 어린이들이었다.



사람이 많거나 하지는 않다. NHK 1층에 바글바글 몰려 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없는 셈.




전쟁 관련해서는 정말이지... 반성 없이 그저 과거에 있었던 일 정도로 치부하려 드는 것 같아 괘씸하다.



21세기가 된 게 언젠데... 일본은 아직도 찌라시 오질라게 많이 돌린다. 일주일 비웠다가 돌아오니 우편함이 온통 찌라시.



오사카 역사 박물관은 좀 실망스러웠다. 1층에서 곧바로 10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에 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자동으로 창문이 가려지면서 자막도 없고 음성도 없이 화면만 휙휙 지나가는 영상을 볼 때까지만 해도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전시물에 대한 한글 설명이 너무 부실했다. 전시물에 번호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오디오 가이드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모양인데 입장할 때 오디오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물어볼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구경했다.


15시가 넘어서 들어갔는데 다 보고 내려오니 16시가 되었다. 피스 오사카의 마지막 입장 시간이 16시 30분이어서 거기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오사카 성의 해자를 따라 걷게 되는데 생각보다 벚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죄다 봉오리였는데 이렇게 금방 피다니...




금방 피스 오사카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경비원 복장의 할아버지가 오후 다섯 시까지라고 알려준다. 유학생 쿠폰을 보여준 뒤 한국어 브로셔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피스 오사카는 5년 전에 간 적이 있다(https://pohangsteelers.tistory.com/993). 이후에 리뉴얼 하고 있다는 안내를 본 적이 있어서 뭐가 어떻게 달라졌나 보고 싶었다.



들어가자마자 구멍난 수통이 먼저 보인다.






아무 것도 못하고 가라앉은 야마토. 길이가 263m란다. 100m 달리기를 두 번 하고도 60m 이상 남는 엄청난...



컴퓨터를 낡은 구식 책상 안에 넣어두고 체험하면서 내용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전시 내용이 문제다. 전쟁 중에 동물 죽어나가는 게 걱정이더냐? 식민 지배하던 곳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왜 안 가르쳐?



전쟁 당시의 가정집을 재현해 놓은 곳. 나 어릴 때까지만 해도 등화 관제 훈련이라 해서 강제로 불 끄는 훈련하고 그랬었다.

└ 내가 어릴 때에는 북한이랑 전쟁을 하네 마네 공포 분위기 조성하곤 했었으니까. 입만 열면 반공 타령이었으니까.



희생자를 노란 동그라미로 표현했다. 클수록 희생자가 많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한반도는 국명 없이 평양, 서울만 표시해놨고, 일본 영토 옆에는 커다랗게 대일본제국이라 써놨다. 쯧.



불타고 있는 학교와 집. 이 그림을 보고 나쁜 미군 놈들이 본토 폭격해서 선량한 시민들이 다쳤다 생각할 수 있다.



상업 도시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군수 물자 생산과 제공에 큰 역할을 하던 오사카였으니 그냥 둘 리 만무하지.



저 폭탄은 리뉴얼 전에도 있었는데 전시 효과가 크기 때문인지 살아남았다. 아직도 전시되고 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 히로시마 역시 전쟁 피해자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핵에 의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유일한 국가. 다시는 있어서 안 될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일본에 미국이 핵 폭탄을 떨어뜨렸는가? 미국이 일본을 침략하여 그 영토를 차지하고 식민지로 삼기 위해 핵 폭탄을 떨어뜨렸는가? 왜 미국이 두 발의 핵 폭탄을 떨어뜨려가면서까지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려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우리는 잔인한 핵 폭탄의 피해자입니다라고만 말하고 있다.




미군의 공습 경보가 울렸을 때 대피하는 용도로 활용한 지하 벙커. 안에 잠시 들어갔었는데 잠깐이지만 소름 끼쳤다.





서는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왜곡한 역사를 가르치면서 부끄러운 과거는 부정하거나 감춰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이미 국제화된 나라다. 상당히 많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살고 있다. 말로만 공생을 외쳐서는 안 될 일이다.

└ 일본의 혐오 발언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실은 한국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각하다.



시청각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다.



지금과 같은 구성을 하고 피스라고 써놓은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사과와 반성이 먼저다.



이 곳을 찾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다. 일제의 아시아 침략이나 태평양 전쟁의 배경, 일본의 선제 공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으면서 미국의 본토 폭격으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처럼 구성해놨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역사는 감추려들고 아니라고 부정하기 바빴던 과거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피해만 부각시켜 억울한 전쟁 피해자인 척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쟁을 결정한 것은 위정자들이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애꿎은 국민들이지만, 그 위정자들을 만들어낸 건 결국 국민이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내 분노를 발산한 건 평범한 국민들이었지, 정치하는 작자들이 아니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일본은 식민지를 늘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침략 전쟁을 해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일본군의 만행은 지금 들어도 치가 떨릴 정도다. 마을의 남자들을 모아 죄다 손을 잘라버렸다거나 재미 삼아 살인을 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731 세균 부대는 어떠한가? 전부 증거와 피해자들의 증언이 남아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금도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한다. 진정성이 담긴 수차례의 사과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그러면서 평화를 말하고 있다. 일본이 부르짖는 평화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도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 우기고 우리나라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교과서에 실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러시아와도, 중국과도 영토 다툼을 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역사를 배운 아이들은 그게 사실이라 생각하며 잘못된 가치관을 세우게 될 거다. 그러면서 평화를 외친다고? 어불성설이다.

반면교사 삼아 우리도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베트남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고 사과해야 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처럼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 시절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성을 부여하려 들어서도 안 된다. 잘못한 일은 그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 우리가 일본에 그렇게 하라 강요하면서 정작 우리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아무튼... 피스 오사카는 이름과 달리 다녀온 후 입이 씁쓸해지는 장소다. 리뉴얼 전보다 더 형편 없어졌다. 그 전에는 그나마 한글 안내도 잘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일본어와 영어 뿐이다. 구성도 뭔가 단촐해졌다. 누가 일부러 돈, 시간 써가며 가겠다고 한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밖으로 나오니 또 비가... -_ㅡ;;; 어떻게 이러지? 아무튼, 부지런히 근처의 JR 역으로 걸어 가 전철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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