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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걸어서 오사카 → 오카야마 ① 프롤로그

by 스틸러스 201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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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항상 시간이 문제였다. 하루 20 ~ 30 ㎞ 씩 걸어도 한 달이 걸린다는데, 회사를 한 달이나 쉴 수는 없었으니까.

 

은퇴하고 나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환갑 지나서 하루에 20 ㎞ 씩 한 달을 걷는다고? 절대로 무리다.

결국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그렇다면 국내로 눈을 돌려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제주도 역시 하루에 코스 하나씩 걷는다고 해도 2주일 이상이 필요하다. 매 년 제주도에 가니까 갈 때마다 한 코스씩 걸으면 20년 안에 다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찔끔찔끔 쪼개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뭐,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하고 싶지만! 내 의지와 무관한 주변 환경 때문에 할 수 없다.' 라 생각하며 살아왔더랬지. 그런데...

지금은 학생의 신분. 여름이나 겨울에는 한 달의 방학이 있다. 이런 좋은 기회가 다시 올 리가 있나. 이 때를 이용해서 뭔가 해보자! 일단, 2주 정도의 짧은 봄 방학을 이용해서 오카야마까지 걸어서 여행하자!

 

걷는 건 자신 있거든. 남들보다 걷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도 하고. 교류 센터에 왔다 갔다 할 때에는 하루 10㎞ 정도 걸었더랬다. 1㎞를 걷는 데 10분이면 충분했으니까, 하루에 30㎞ 걷는다고 하면 300분, 다섯 시간. 걸을수록 속도가 느려질 거고 중간에 쉬기도 해야 하니까 넉넉하게 여덟 시간 정도 잡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하루에 이만큼 걷자고 딱 정할 수가 없는 것이, 숙소를 기준으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구글 지도로 출발 지점에서 도착 지점을 검색해보니 대략 180㎞ 정도로 나온다. 하루에 30㎞를 걷는다 치고 집에서 30㎞ 쯤 떨어진 곳에 있는 숙소를 검색해본다. 적당한 곳을 선택하고, 거기로부터 다시 30㎞ 떨어진 곳을 찾는다. 매일 걸으면 틀림없이 힘들테니 중간에 쉬는 날 하루 넣고, 그렇게 하면 20일에 출발해서 25일에는 오카야마에 도착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인 25일은 중간에 쉴만한 숙소가 전혀 없어서 50㎞나 걸어야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_ㅡ;;;

 

그렇게 대책없이 계획을 세워놓고, 숙소를 예약하고, 뭐... 그랬다.

 

 

 

  • 1㎏이 넘는 카메라는 당연히 포기했다. 내가 소니의 RX10을 산 이유는 카메라 한 대로 광각에서 엄청난 줌까지 다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여행에 최적화된 카메라다. 경치 찍을 때에도 좋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600㎜ 줌으로 뽝! 끌어당겨서 찍으면 제법 괜찮은 사진이 나온다. 물론 카메라의 성능을 쓰레기 통에 박아버리는 수준의 내 실력이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 여행은 오롯이 가방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기에 어떻게 해서든 무게를 줄여야 했다. 아쉽긴 하지만 스마트 폰 카메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 가방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보조 배터리도 가벼운 걸 가지고 가야 하나' 고민했다. 샤오미의 10,000㎃ 제품과 오난 코리아의 20,000㎃ 제품이 있는데 용량 차이가 있다보니 당연히 무게도 오난 코리아 쪽이 무겁다. 샤오미 걸로 들고 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배터리 만큼은 용량이 넉넉한 걸 들고 가기로 했다.
  • 옷도 마찬가지. 5일 동안 여행한다면 속옷 네 벌, 양말 네 켤레, 언더 셔츠 네 벌, 티셔츠 네 벌은 기본이다. 바지는 이틀에 한 번 갈아입는다고 해도 최소한 한 벌은 더 들고 가야 하고. 거기에 잘 때 입을 티셔츠와 반바지도 따로 챙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짐이 너무 많다. 사실은 여분을 준비하는 성격 상 저기에 옷이 추가되기 마련이라... 옷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결국 게스트 하우스에서 어떻게든 빨아서 말려가며 입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방의 무게는 대부분이 옷이 잡아먹었다.
  • 걷는 데 가장 중요한 신발. 나는 발목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으면 뭔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드는지라 무조건 농구화 타입의 목이 긴 신발을 신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신발들은 전부 오랫동안 신고 걷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나마 이게 낫겠다 싶은 것이 트레드 밀(러닝 머신) 뛸 때 신으려고 산 리복 운동화. 발목까지 올라오지 않는 스타일이라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편하고 가벼워야 한다. 그리 하여 신발도 결정.
  • 사전에 날씨는 알아보지 않았다. 출발 일주일 전에 미리 알아본들 금방 금방 바뀌기 마련이니까.
    출발 전 날 확인해보니 일정 중 비 오는 날은 두 번째 날 뿐이다. 비닐로 된 비 옷을 입으면 금방 온 몸이 땀으로 젖을 게 분명하고, 그 와중에 비는 비대로 맞을 거고, 비 옷 끝자락이 다리에 착착 달라붙으면서 빗물이 흘러내려 신발도 젖을 거고,... 비 옷 입어봐야 비와 땀에 젖을 게 뻔하니 차라리 우산을 쓰자고 생각했다. 우산을 미리 챙겨갈까 하다가 비 오면 편의점에서 사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가방에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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