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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1박 2일 동안 교토 여행 (니시키 시장 / 겐닌지 / 쇼세이엔 / 히가시혼간지)

by 스틸러스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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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틀이지만 여기저기 뽈뽈거리고 부지런히도 돌아다닌데다, 추려낸다고 추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100장 넘어가서 게시물을 쪼개는 게 정상이겠습니다만은! 귀찮으므로. -_ㅡ;;;   그냥 한 방에 몰아서 씁니다. 난이도 높은 스도쿠 한 판 한다 생각하시고 느~ 긋~ 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일 차: 집 → 텐노지駅 → 교바시駅 → 기온 시조駅 → 니시키 시장 → 교토 국립 박물관 → 겐닌지 → K's House → 교토駅 → K's House

  2일 차: K's House → 쇼세이엔 → 히가시혼간지 → 니시키 시장 → 기온 시조駅 → 교바시駅 → 데라다초駅 → 집




목요일에 시험 본 걸 마지막으로 가을 학기가 끝났다. 두 달의 수업 후 찾아온 한 달 동안의 방학.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 '방학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수도 없이 떠든 덕분에 현실이 됐다! 그럼 이제 로또 1등만 남았다! ㅋㅋㅋ   다들 나한테 잘해라. 곧 세금 떼고 16억 수령하실 분이다. 엣헴~ -_ㅡ;;;

일단 방학도 했겠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집에 오자마자 맥주를 마셔대기 시작했다. 술은 역시 애미애비도 몰라보게 만드는 낮술이 최고지. ㅋ   캔째 들고 마시면 그냥저냥 세 캔 정도에서 멈춰지는데 유리 잔에 따라 마시면 구멍난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가는대로 집어넣다보니 제법 많이 마시게 됐고, 술김에 교토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버렸다.




술 먹고 늦게 일어남 →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림 → 밖이 어두운 걸 보고 화들짝 놀람 → 뭐라도 했어야 됐는데, 이렇게 하루를 까먹다니... 하고 후회함 ☜ 100% 확률로 이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후회하지 말고 어디라도 다녀오자', '원래 유학 올 때 일본 장기 여행이라 생각하고 왔지 않냐',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디라도 다녀오자고 마음 먹었다. 그 어디가 교토였던 거고.



교토는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오카야마 다음으로 자주 갔던 곳이다. 멋진 곳이 어찌나 많은지, 여러 번을 갔음에도 아직 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이번에는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했다.

교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에이칸도. 하지만 에이칸도는 지금 가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게 분명했다. 처음 갔던 때에 비하면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바글바글할 게 확실했으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한국인들 보는 게 힘든 장소였는데 불과 1, 2년만에 갑자기 관광객이 늘어나버렸다. 거기에다 에이칸도는 일본인들에게 단풍 구경의 명소로 알려져 있어서 지금 가면 사람만 보다 오게 될 것 같았다(입장료가 ¥600인데 가을 단풍 시즌에는 ¥1,000을 받는다. 그런데도 미어터진다.).


떠오르는 곳은 고려 미술관 정도? 안 가본 곳을 가봐야 하는데 가이드북에 많이 붙은 곳은 거의 다 가봤으니 일단 검색을 해봐야겠다. 네×버에서 검색해보니 니시키 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저기를 가자!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원래의 내 성격대로라면 여기 쯤에서 머리카락 한 올 흘리고, 저기 쯤에서 신발끈 풀어지고,... 정도로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 뒤 여행을 할텐데, '교토는 내키면 언제든 갈 수 있다' 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 '일단 가고 보자' 정도로 충분했다. 그렇게 게스트하우스만 달랑 예약한 뒤 퍼질러 자고, 일곱 시 조금 넘어 일어났지만 게으름 피우다가 열 시가 넘어버렸다. 게스트하우스 예약을 안 했다면 그냥 안 갔을 거다. 미리 돈을 내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빵꾸내면 되지만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후다닥 씻고 갈아입을 옷 정도만 챙겨 출발.


하루 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텐노지에서 오사카까지 간 뒤 거기에서 JR 타는 게 가장 싸다. ¥920.   그런데 오사카에서 열차를 잘못 탈 것 같은 불길한 삘이 자꾸 드는 거다. 플랫폼도 따로 있고 그러니까 미리 알아본대로만 타면 되는데, 희한하게 하루카 같은 거 덜컥 잡아탈 것 같은 느낌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거. 그래서 좀 더 확실하게, 우메다까지 간 뒤 한큐線을 타고 가와라마치에서 내리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이 쪽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텐노지駅까지 걸어가면서 검색했더니 어제는 볼 수 없었던 경로가 맨 위에 뜬다. 응? 뭐지?   교바시까지 간 뒤 거기에서 케이한線 타고 기온 시조에서 내리면 된단다. 요금도 ¥540으로 훨씬 저렴하고 기온 시조駅에서 니시키 시장까지 멀지도 않다. 호오? 이런 방법이?



텐노지에서 출발하는 열차라 안이 휑~ 하다. 벽에 붙은 이동통신사 광고에 타베 미카코가 보이기에 잽싸게 한 장 찍었다.



여전히 예쁘고만. 타베 미카코. 『 밤의 피크닉 』 여주인공으로 나와서 알게 된 배우인데, 그게 2006년 영화였다니... 시간 참...



그리하여 일단 텐노지까지 걸어간 뒤 JR 타고 교바시에서 내렸다. 학교에서 우지의 뵤도인으로 하이킹 갈 때 한 번 이용한 코스라 길이 낯익다. 케이한線으로 갈아탄 뒤 스도쿠 하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간다. 아줌마든 아가씨든 치마 입은 분이 앞에 앉아 있으면 스마트폰 꺼내들고 만지작거리는 게 불편하다. 괜한 오해 받는 일이 생길까 싶기도 하고, 여자 분 입장에서도 '저 색히가 몰래 사진이라도 찍는 거 아냐?' 하고 걱정스러울 수 있으니까. 최대한 오해 안 받는 각도로, '저는 달리는 전철 안에서 스도쿠를 하는 바른생활 아저씨예요!' 하고 마음 속으로 외쳐대며 뇌를 혹사시켰다. 이내 기온 시조에 도착해서 손전화 지도 보면서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나무에 매달려있는 눈사람. 일본은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크리스마스 모드로 전환한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로 잽싸다.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 사람들로 바글바글. 들려오는 대화로 미루어 짐작컨데 대부분이 한국인, 중국인 같더라. 다른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봤던 탱글탱글한 새우 꼬치가 먹고 싶어서 니시키 시장에 간 거였는데 막상 파는 것 보니 그닥... 거기에다 한 번 도전해볼까 싶었던 박쥐 구이도 실제로 보니 나도 모르게 '외국인이 번데기 보는 표정'이 됐다. 내년 초에 '친구 놈들 놀러오면 그 때 다시 오자!' 라 생각하고 대충 본 뒤 시장통을 빠져나갔다.


니시키 시장 말고는 어디에 갈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 갈 곳이 붕 뜬 상태. 그러나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교토 국립 박물관까지 멀지 않았던 것. 버스 타나 걸어 가나 거기서 거기인지라 살까기도 할 겸 걸어서 교토 박물관까지 가기로 했다.



카니도라쿠 도톤보리 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게가 건물 벽에 붙어 있기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 실제로 저만한 게 있음 저대로 삶아서 게딱지에서 헤엄치면서 내장 마시고 막 게살 파먹고... 잔인한가?



나중에 가서 게 한 번 먹어봐야지~ 하고 가게 상호를 같이 찍었는데... 뭐라 읽는지 모르겠다. -_ㅡ;;;


맨 위의 글자가 シ를 날려 쓴 건가 싶기도 하고, 山인 것 같기도 하고. 가운데 よ는 확실히 알겠는데 그 밑의 글자는 도통 모르겠다. 손전화로 찍은 게 아니라서 사진에 GPS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山よ 두 글자만으로 검색했더니, 딱 나왔다. ㅋㅋㅋ   맨 마지막 글자는 し였어. 山よし(야마요시) 시조 카와라마치 점이다. 체인점인가? 아무튼, 구글 지도의 평을 보니 극과 극이다. 어중간하지가 않다. 뭐, 대충 예상이 된다. 가격이 상당히 비쌀테니 어지간하면 만족할 수 없겠지. 뭐, 한 사람 당 10만원이면 넉넉하게 먹지 않을까?

(98円 짜리 컵라면 하나로 한 끼 버티고 있으면서 건방을 떨다니... -_ㅡ;;;)



카모 강을 따라 걷다보니 멍 때리고(?) 있거나 어슬렁거리는 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흰 색, 까만 색, 색깔도, 종류도 다양하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동동 떠있기에 모형이나 풍선인가 싶었다. 갑자기 대가리를 물에 처박! 뭐 하나 물었는지 찹찹찹. ㅋㅋㅋ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 사이를 흐르는 강에서 이런저런 새를 본다는 거, 신기하다. 물이 굉장히 깨끗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날씨만 조금 더 맑았다면 참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인데... 흐려서 조금 아쉬웠다. 뭐,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벽을 타고 떨어져 가지런히 쌓인 빨간 단풍잎. 바람에 이리저리 쓸렸겠지만 사람 손 닿지 않은 저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교토 타워. 줌으로 당겨서 그렇지, 꽤 멀다. 걸어가면 내 걸음(저는 축지술을 씁니다)으로도 최소 30분 이상 걸릴 각.



이렇게 쭉 뻗은 길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나만 걷고 있다 싶으면 참 기분이 좋다. 밤에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되겠지만.



이게 실제로 보이는 풍경. 저 멀리 교토 타워가 쬐끄만~ 하게 보인다. 저 강변의 집에 산다면... 날마다 보는 풍경이라 지겨울까?



카메라의 미니어처 모드를 켜고 찍었더니 이렇게 나왔다. 원본 따로, 편집본 따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ㅅ-



윤무부 박사님에 빙의라도 한 듯 계속 카메라 들이밀고 부지런히 찍어댔다. 수십, 수백 장 찍어야 한 장 간신히 건지는 실력인지라.



이 새의 이름은 관종조(鳥)입니다. ㅋㅋㅋ



씻는 건지 연신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던 까마귀. 일본은 까마귀들 덩치가 어찌나 큰지,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한참 가다보니 뭔가 낯익은 길이 나온다. '응? 분명 왔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싶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3년 전에 묵었던 적이 있는 리치 호텔이었다(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5). 호텔 간판은 바뀌었지만 코 앞에 버스 정류장 있는 것도 그렇고, 근처 큰 사거리의 식당도 그대로고, 예전에 왔던 게 생각났다.

그렇게 예전에 왔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계속 걸어 드디어 교토 박물관에 도착. 그런데... 그런데... 아아... 나는 교토 박물관이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12월 16일까지 문 닫음. -_ㅡ;;;   하아~ 이런 '힌두교 파괴의 신' 같은 상황이라니...



이제 진짜 막막해졌다. 갈 데가 없다. 바로 앞의 산쥬산겐도는 이미 세 번이나 갔던지라 다시 갈 맘이 안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헤이안 신궁에 가기로 했다. 교토 역에서 긴카쿠지 쪽으로 갈 때 버스 창 밖으로 보기만 했지 가본 적은 없으니까.

그렇게 혼자 노래 들으면서 슬렁 슬렁 걸어가다보니 키요미즈데라가 나온다. 니넨자카, 산넨자카 정도만 슬쩍 보고 갈까? 하고 고민하는데 자그마한 이정표에 처음 보고 듣는 절 이름이 나온다. 응? 일단 가보자.


길 따라 걷다보니 왼쪽으로 신사가 보인다. 신사 코 앞에 러브 호텔이 있다는 게 함정. ㅋㅋㅋ   작은 신사라서 그냥 스윽~ 지나가면서 보는 걸로 끝났다. 밖으로 빠져 나와 다시 원래 가던 절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절이 겐닌지.


안 쪽으로 가니 입장권을 사야 한다. ¥500. 입구에 경고문이 쓰여 있는데 한글로도 번역이 되어 있더라고. 유튜버들이 촬영한답시고 사고를 많이 쳤는지 촬영 안 된다는 걸 굉장히 강조했다. 촬영할 것 같아 보이면 입장 후에도 내쫓는다는 식으로 경고해놨더라. 그리고 재입장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었고. '유튜버들이 와서 시끄럽게 굴었나?' '재입장한다고 땡깡 부리고 그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 사려고 보니 그 앞에 사진 촬영 된다고 쓰여 있다. 뭐야. 촬영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ㅅ-   표 사면서 한 번 더 확인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표 파는 무녀 코스프레 처자가 묻기도 전에 사진 찍어도 된다고. ㅋ   사진은 되고 동영상은 안 되고 그런 건가? 배경 합성해서 사진 찍은 뒤 유료로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풍신과 뇌신의 그림. 왜 이렇게 사진 촬영에 관대한가 했더니 전시되고 있는 게 죄다 모조품이었다.











덕분에 좀 더 일본스러운 사진이 됐습니다. 고마워요, 이름 모를 기모노 처자. 일본 분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서도. ㅋ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이렇게 창 밖으로 보이는 사진 좀 제대로 찍어보고 싶은데... 당최 의도한대로 안 나온다는 게 문제.


뭐가 있다고 동그라미 쳐놨는데 당최 뭔지 알 수가 있나. QR 코드 스캔하는 것조차 귀찮아서... -_ㅡ;;;



동그라미 부분을 줌으로 당겨 찍어 봤다. 뭔가 있는 건가?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ㅅ-




배경에 그래픽을 띄워 합성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더라. 차마 도전하지는 못했다. ㅋ

└ 시간이 지나면 '할 걸...' 하고 후회가 되지만, 정작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똑같은 선택을 할 듯.




떨어진 단풍잎들로 인해 멋진 풍경이 완성된 곳. 실제로 보는 쪽이 몇만 배는 멋지다.



유난히 새빨간 단풍잎이 무성해서 지나는 사람들이 죄다 카메라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던 핫 플레이스.



큰 덩치의 새 한 마리가 물에 뜬 뭔가를 부지런히 집어 먹고 있었다. 담배 꽁초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인 듯.



조준하시고~


발사! -_ㅡ;;;








조류에게 모이를 주지 마라   ㅋㅋㅋ



그렇게 길 따라 쭈욱~ 가는데 사진도 안 되고, 담배도 안 되고, 온통 안 된다로 도배 되어 있는 작은 문이 있어서 거기로 들어갔다. 그런데 딱히 볼 게 있는 것도 아닌 작은 정원이고 좁아터진 길의 끝은 주차장인 것 같아서 제대로 안 보고 그냥 돌아나왔다. 그렇게 나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스미마셍~ 데구치가 아리마스까?" 하고 물어본다. 응? 아, 뭐... 있겠지. "하이~" 하고 지나쳐 가는데, '출구가 있나?' '없음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막 드는 거다. 그래서... 그렇잖아도 빠른 걸음, 두 배 정도로 높여 종종종종 도망갔다. -_ㅡ;;;   만약 출구가 없다면, 그 할머니는 없는 출구를 있다고 잘못 가르쳐준 나쁜 ×으로 기억하시겠지.



슬슬 숙소에 가야겠다 싶어 손전화 지도 보면서 걸어갔다. K's House는 예전에 한 번 이용한 적이 있던 곳이라 어색하지 않다. 숙소에 도착. 후기를 보면 '한국어 가능한 직원도 있다' 고 하던데 나는 한 번도 못 봤다. 게스트하우스니까, 어중간한 기간동안 머물면서 스태프로 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얼마 전까지는 그나마 영어가 나으니까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지금은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몸이니 일본어로 체크인 시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고 하니 이름을 물어본다. '한글은 어렵지 않을까?' 라 생각하며 불러주니 스펠링을 물어본다. 스펠링을 알려줬는데 예약한 내용이 안 뜨는지 고개를 갸우뚱~ 한다. 예약할 때 가타가나로 이름을 썼나 싶어(술 먹고 예약해서 기억이 안 났다. -_ㅡ;;;) 예약 확인 메일을 보여주니 예약 번호를 보고 확인을 해줬다.

올 해 10월부터인가? 교토의 숙박 시설을 이용할 경우 숙박세 ¥200을 내야 한다. 방 값 ¥1,500 + 숙박세 ¥200 = ¥1,700. 엄청 싸다. 신발장 열쇠와 카드 키를 받아서 위로 올라갔다. 5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니 아직 아무도 없다. 하긴, 여행객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닐 시간이지.



문에 붙어 있던 주의 사항. 영어 / 일본어 / 한자 / 한글 순으로 쓰여 있다. K's House는 서양 애들 비율이 높은 게스트하우스다.



6인실 예약했는데 5인실로 배정해줬다. 창쪽 1층에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2층 침대에 대한 로망은 1도 없어서 무조건 1층이다.



파란 이불과 베개가 있다. 직접 하얀 베개 커버와 홑이불을 씌우고 자는 시스템.



옷걸이도 넉넉하게 준비가 되어 있고,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훌륭한 숙소다.



바로 앞의 맨션이 보인다. 저기 사는 사람은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ㅅ-



여전히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한 교토 역. 지난 태풍 때 망가진 천장 부분은 수리가 완료되어 말끔한 모습이었다.



잘 때 입으려고 가지고 간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내어 짐을 조금 줄이고 카메라와 보조 배터리 정도만 챙긴 뒤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거기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당최 안 보인다. 결국 교토 역까지 가서 곧장 이세탄 백화점 9층의 라면 가게 모인 곳으로 갔다. 들어가자마자 있는 가게의 자판기는 한글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 안 쪽으로 들어가니 바로 보이는 가게의 자판기에 '한글'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터치 스크린 누르니 한글로 바뀐다. 마침 매운 라면이라는 걸 팔고 있어서 뭘까 궁금했는데 탄탄면이었다. 라면, 교자, 맥주, 이렇게 주문하니 얼추 ¥2,000 가까이 나온다. ICOCA 카드로 결제.



이세탄 백화점 9층은 유명한 라면 가게들이 모여 있는데 내가 간 가게는 짱구에 등장했던 곳이었는지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550짜리 생맥주 먼저 마시고 있자니 라면과 교자가 나왔다. 든든하게 먹은 뒤 계단을 걸어 아래로 내려갔다.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달리 할 것도 없으니 그냥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자!' 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있는지 긴가민가 싶어 잠시 헤매다가 이내 인포메이션 센터에 도착. '내일 에이칸도에 가고 싶다'고 얘기해서 안내를 받고, 우타노 유스 호스텔에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까 에이칸도에서 출발하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아니다, 교토 역에서.' 라고 하니 26번 타라 하시네. 버스 번호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본어 버전의 버스 노선도를 하나 받아든 뒤 밖으로 나갔다. 달랑 두 달 배운 일본어지만 부지런히 써먹고 있는 스스로가 조금은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ㅋ


역 앞에 헌혈 버스가 있었는데 외국인도 되냐고 물어볼까 망설이다가 못 물어보고 그냥 숙소로 향했다(검색해보니 외국인도 된다더라. 일본어 좀 더 트이면 도전해볼까 싶다.). 편의점에 들러 500㎖ 맥주 세 캔과 오징어 안주, 콜라맛 젤리와 귤 맛이 나는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2층의 리셉션에 자리 잡고 앉아 스마트폰 보면서 홀짝 홀짝 마시기 시작. 학교에서 대만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통에 중국어라면 지긋지긋했는데, 리셉션에서 중국어로 떠드는 AH 77I 들이 있다. 아오! 입을 확 그냥! ㅆㅂ   잠시 후 내가 있던 테이블을 같이 써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물으신 노부부도 중국어로 대화하시던데 조용 조용하게 잘만 얘기하시더만. 일본 와서 중국어를 하는 젊은이에 대한 나쁜 감정이 생기고 있다. -ㅅ-


나름 천천히 마신다고 마신 건데 금방 세 캔을 다 마셨다. 라면 먹으면서 생맥주 한 잔 했으니 전부 2,000㏄ 조금 안 되게 마신 셈인데 취기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 상황. '안 되겠다, 1층 펍에서 한 잔만 더 하자!' 라 생각하고 내려갔는데 1층 펍에 빈 자리가 안 보인다. 지나가면서 슥~ 본 거라 제대로 못 봤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튼 빈 자리가 안 보였다. 그렇다고 바로 다시 방으로 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싶어 큰 길 쪽으로 나갔는데... 교토 역 반대 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길 건너편에 있었기에 신호 기다렸다가 건넌 뒤 가게로 돌진! 가게 안에 손님은 아무도 없고, 잘 생긴 젊은이 한 명이 가게 출입문의 유리를 닦다가 내가 들어가자 서둘러 피해준다.



입구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앉아 메뉴를 한참 들여다봤다. 한국 음식 이름을 가타가나로 써놔서 읽고 나서도 한~ 참을 생각해야 했다. 김치찌개가 키무치치게로 쓰여 있고 된장찌개는 덴챵치게로 쓰여 있었으니까 바로 바로 이해는 안 된다. 그래도 그림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주 한 병 시키고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배가 불러 딱히 안주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김치찌개를 먹고 싶었다.



이내 도착한 ¥900 짜리 참이슬 후레쉬. 한국에서 소주 4,000원 받는다고 욕 했던 게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 기본 안주고 나발이고 아~ 무 것도 없이 젓가락, 숟가락과 함께 나온 소주. -_ㅡ;;;



가게 이름은 시고루. 시골을 일본식으로 쓴 거다. 여러 종류의 한국 음식을 팔고 있는데, 일본 현지화 된 맛이니 기대하지 말 것.


아무 안주도 없어서 한 잔 따라놓고 천~ 천~ 히 나눠 마시고 있자니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밥은 필요 없냐고 묻기에 괜찮다 하고. 바로 한 숟갈 떠먹어봤는데... 그럼 그렇지. 일본 현지화된 맛이다. 달고, 짜고. 매운 맛은 1도 없다. 기대했는데. ㅠ_ㅠ

천천히 먹고 있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아줌마와 젊은 남자 한 명이 들어와 앉았다가 미안하다며 그냥 나갔다. 메뉴가 맘에 안 들었나보지. 그리고 잠시 후 여자들 셋이 들어왔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일까? 회사 다니는 것 같아 보이는 처자들. 자주 오는 사람들인지 사장님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그러더라. '레알(?)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뭔가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친척 형에게 카톡으로 전화해서 한참을 떠들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_ㅡ;;;   조용히 먹고 나갈 것을, 나이 먹고 뭔 바보 짓인가 싶어 굉장한 자괴감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통화 마치자 사장님이 김을 서비스로 몇 장 줬다. 소주 한 병 더 마실까 하다가 적당할 때 멈추자 싶어 그만 먹고 나왔다. 계산하는데 사장님이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시더라. 한국 분이신가? 아무튼, 나도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한 뒤 나왔다. 여전히 취했다는 느낌은 전혀 없는 상태.





화장실이 급해서 부리나케 뛰어 숙소 1층의 펍으로 들어갔다. 냅다 화장실부터 가서 체내 오폐물을 방출한 뒤 카운터 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교토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 한 병이 ¥680. 비싸다. 하지만 먹지 않을 수 없지. 안주 없이 두 병인가를 마시고. 한 병 더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방으로 올라갔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온 뒤 침대에 누워 콜라맛 젤리 까서 집어먹다가 잠 들었다. 꽤 자다가 깼는데, 맞은 편 침대에 사람 둘이 보인다. 응? 둘? 혼자 자는 침대에 왜 둘? 잠이 덜 깨어 다시 눈 감았다가 잠시 후 또 깼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사람 둘이 보인다. 얼핏 보니 남자랑 여자. 아...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커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여차하면 바지춤 움켜쥐고 잘 뻔 했어(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_ㅡ;;;).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맞은 편 침대에 있던 녀석은 커플이었나보다. 남자가 그 쪽에서 잤고, 여자는 다른 침대 썼는지 다른 방을 썼는지, 그랬던 모양. 밤에 둘이 딱 붙어 벽에 기댄 채 태블릿 보고 있던데, 그냥 저렴한 방 하나 잡고 편하게 있을 것이지. ㅋ   아무튼, 서양 남자 녀석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녀석도 트렁크만 입은 채 잘도 돌아다닌다.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교토 한정 맥주에 대한 알림. 한 병에 6,800원이니까 상당히 비싼 맥주인 셈이다.



1분, 2분 정도 만에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 갈아입고 가방 챙긴 뒤 사용한 베개 커버와 홑이불 개서 1층으로 내려갔다. 체크 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가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근처에 쇼세이엔(渉成園 (枳殻邸))이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기로 했다. 걸어서 금방이다.


입장료가 ¥500인데 어제 술 먹느라 ¥1,000 짜리 다 써서 ¥5,000 짜리 냈다. 일본은 ¥5,000이나 ¥10,000 같은 고액권 내면 '이걸로 됐습니까?' 또는 '¥5,000 맞습니까?' / '¥10,000 맞습니까?' 하는 식으로 확인을 한다. 그렇게 확인하기에 지금 ¥5,000 밖에 없다고 했다. 따로 표를 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돈만 받고 가이드 북만 주더라. 한국어로 된 것도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하면서 영어로 된 걸 주기에 그냥 일본어 가이드 북 달라고 했다.



중간에 길쭉 길쭉한 돌들이 섞여 있는 게 조금 신기했다.



이런 창 틈 사이로 보이느 경치 같은 거 찍으면 진짜 멋지던데, 역시 난 사진 찍는 기술이 형편 없어서... T^T



아침 일찍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아침 일찍이 아니더라도 조용할 거라 생각한다.



자각~ 자각~ 돌 밟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산책을 한다.





















한 프레임 안에 다 안 들어와서 와이드 샷 찍어봤다.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그러면서도 셀피 찍는 건 싫어하니까, 스스로를 찍는 건 이렇게 그림자 정도가 고작이다.








일부 건물은 공사 중이었다. 그럼 관람료라도 좀 깎아줄 것이지. -ㅅ-












파~ 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가 있어서 줌으로 당겨 찍었다. 찌고 나서 카메라로 보면 괜찮던데 PC로 옮기면 이 모양. -ㅅ-



여기는 아마 말 매는 곳이 아니었을까?








구경을 마치고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못 갔던 히가시혼간지로 향했다. 쇼세이엔에서 뒷짐 지고 양반 행차하듯 뮝기적~ 뮝기적~ 걸어도 5분이 안 걸린다.


덩쿨이 칭칭 휘감고 있는, 뭔가 역사가 있을 것 같은 건물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입구는 잠겨 있고 안내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히가시혼간지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서 구경하면 됐다. 펜처럼 생긴 음성 안내기를 빌려주는데 한국어도 지원을 한다. 문제는 유료라는 것. 임대료로 ¥500을 내야 하고 보증금을 따로 ¥500 내야 한다. ¥1,000 내고 음성 가이드 사용한 뒤 반납하면 ¥500 돌려주는 셈이다.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빌리지 않았다.

한 무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상대에서 절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저기 껴서 나도 설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히가시혼간지는 규모가 상당히 컸다. 그럼에도 입장료도 안 받고. 바람직하다. ㅋ   천천히 구경하고 나왔는데, 나와서 보니 반대 쪽도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음에 또 오자는 생각으로 그 쪽은 안 들렸다.


슬슬 집에 가서 빨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전화 지도를 켜고 니시키 시장까지 다시 걸어갔다. 뭔가 군것질하고 싶었는데 망설이다 결국 아무 것도 못 사먹었다. 그대로 기온 시조駅으로 가서 갈 때 코스 그대로 되짚어 집으로 돌아왔다.


1박 2일, 시간으로 따지면 스물 여섯 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나름 즐거웠다. 교토까지 ¥540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니 종종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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