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도서관은 가본 적이 없으니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한국 도서관이 최고 아닐까 싶다. 책 많지,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널널하지, 화장실 깨끗하지, 정수기에서 물 잘 나오지,... 아쉬울 게 없거든.
일본의 모든 도서관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일단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상당히 부족하다. 예전의 사진을 보니 1층 로비 창가에 선반 같은 게 길~ 게 붙어 있는데 그 아래에 의자가 놓여 있더라고. 거기서 공부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의자가 전혀 없어. 거기에서 공부하려면 서서 해야 한다는 얘기. -ㅅ- 그렇다고 책 꽂혀있는 곳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널널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 낮에 가면 미취학 아동 & 영감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빈 자리가 없더라고. 원래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기도 하고.
자습실을 운영하긴 하는데 유료야. 반나절에 2,000원 정도 받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이용하려면 대략 7,000원 정도 내야 하는 듯. 그마저도 날마다 하는 게 아니라서 운영하는 날인지 아닌지 일정표 봐야 하고 쉬는 날이 절반 이상이라 사실 상 별 도움 안 된다.
일본 사람들 책 많이 본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도서관에서는 안 보는 모양이지. 다들 빌려서 집에서 보는 걸까? 요즘은 스마트 폰이 워낙 많이 보급되어 있으니 책 보는 사람이 확실히 줄긴 줄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도서관 이용하는 사람들 보면 확실히 적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공부하러 가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일본은 책 보러 가는 사람이 더 많은 듯.
진짜 적응 안 되는 건 도서관 내 소음.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누군가를 부르거나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애가 빽빽 울기도 한다. 지난 번에는 영감 하나가 책 보다 자는데 고롱~ 고롱~ 숨 소리를 어찌나 쌔게 내는지 짜증이 확~ 났다. 신기한 건 나 말고는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
오늘은 누군가가 계속 재채기 비슷한 소리를 냈다. 재채기는 아닌 것 같고 틱 증후군의 일종 같아 보이는데 아무튼 도서관 안에 다 들릴 정도로 소리를 내고 그랬다.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공부하다 말고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장애가 있거나 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소리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쪽에 관대한 게 아닐까? 하는. 일본은 우리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편이고 대부분의 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배려하고 있다.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도서관 안에서 계속 소리내고 정신없이 구는데 가만 있을만한 다른 이유가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면서도 신문은 마구 넘긴다. 신문 넘기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난다. 역시나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나만 인상 쓰고 있다. 희한하다. 책장 넘기는 소리 마저도 신경 쓰인다며 쪽지 붙여대는 게 우리나라의 도서관인데.
지금은 도서 대출 카드 만들어봐야 써먹지도 못하니 안 만들고 있긴 한데... 오늘 충동적으로 한글로 된 책도 있냐고 물어볼 뻔 했다. 없겠지, 설마. 있다고 해도 내가 보고 싶은 책인지 알 수 없고. 리디북스 유료 결제하면 좋은 책들 많이 볼 수 있긴 한데... 기껏 돈 내고 안 읽을 게 뻔하니 망설여진다. 그래도 한글로 된 책 좀 봤음 싶기도 하고.
아무튼... 공부하기에는 한국보다 열악한 일본의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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