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든, 유학이든, 일본에서 1년 이상을 살고 돌아갈 경우 해야 할 일들이 꽤 많다. 당장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을 해지해야 하고, 수도와 전기, 가스도 끊어야 한다. 인터넷을 계약해서 썼다면 그것도 끊어야 하고 손전화도 마찬가지. 쓰레기도 그냥 버리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티커 사서 붙여야 하고, 한국으로 보낼 짐은 따로 정리해서 부쳐야 한다. 골치 아프다. 내 경우니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참고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끄적거려 본다.
일단 집의 계약 해지부터. 우리나라는 최근 1년 짜리 계약도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기본이 2년 계약이다. 단, 2년 계약을 하더라도 1년이 지나면 별도의 위약금 없이 해약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약을 통보하는 시점이다. 두 달 전에 해야 한다는 곳도 있고, 한 달 전까지 해달라는 곳도 있다. 계약서에 쓰여 있으니까 잘 보고 그 전에 처리해야 한다. 만약 계약서에 두 달 전까지 통보해달라고 되어 있는데 한 달 보름 전에 연락했다면 위약금을 내던가 한 달 치 월세를 더 내는 수밖에 없다. 안 봐준다.
계약서 맨 뒤에 보면 해약 통지서가 있다. 주소와 이름을 쓰고 언제 나갈 건지, 왜 나가는지 따위를 쓰는 거다. 그걸 쓰고 나서 팩스로 보내면 된다. 팩스를 보내기 전에 전화로 해약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팩스를 보낸 뒤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팩스는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보낼 수 있는데 A4 한 장에 50円이다. 50원이라 생각해서 싸다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500원. 싼 게 아니다.
팩스가 제대로 전송되었다는 내용이 따로 인쇄되어 나오는데 그걸 잘 챙겨둬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전송되었다고 나오더라도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팩스 전송 후에 전화로 확인하는 걸 생략하면 안 된다.터치아이라고 해서, 집 주인이나 관리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과 집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약 통지서에는 그 날짜와 시간도 적게 되어 있는데 팩스 보내기 전에 잘 조율해서 정하는 게 좋다. 터치아이를 할 때 키도 반납하고 그러니까 터치아이 후에는 다시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청소비를 따로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벽지가 뜯겨 나갔거나 다른 문제 같은 게 있으면 수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가스, 수도, 전기의 해지. 나 같은 경우 수도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해지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가스와 전기만 신청했다. 가스는 오사카 가스, 전기는 간사이 전력을 이용했는데 둘 다 인터넷으로 해지 신청이 가능하다. 단, 가사의 경우에는 이사갈 지역의 일본 주소를 써야 하고 해외로 이사 갈 경우에는 전화로 신청하라고 되어 있더라. 이건 서비스 제공하는 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봐야 한다. 사용 요금은 후불제로 내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을 떠난 후에는 요금을 내기가 어렵다. 그러니 전화 등을 통해서 미리 요금 납부 방법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뭐, 떠나는 마당에 안 내고 배째라 할 수도 있겠다. ← 이 따위로 살 경우 한국인 전체의 이미지에 똥칠을 하는 것이고, 본인이 나중에 여행이나 다른 목적으로 일본에 다시 들어올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가스나 전기 모두 해지 신청을 하면 메일을 보내 준다.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사람이 온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경우도 있는데, 전화를 해서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이 전출 신고. 구약소에 가서 전출 신고를 하면 된다. 해당 서류를 쓰는데 이사갈 주소는 국외니까 그냥 한국이라고만 써도 된다. 그렇게 전출 신고를 하면 건강 보험료를 정산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착실히 냈다면 일본을 떠나는 날까지의 보험료를 일괄 계산해서 돌려 받거나 더 내거나 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 한 달에 2,100円 정도 내다가 치과 진료를 자주 받은 탓인지 2,600円 정도로 올랐었는데 2월까지는 편의점을 통해 보험료를 꼬박꼬박 잘 냈다. 3월 분에 해당하는 것만 내는 것으로 끝. 보험증도 새로 발급해주는데 일본을 떠나는 날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날짜가 바뀐 거다.
일본에서 쓰던 것을 처분해야 한다. 일단 가전 제품 같은 경우는 일본의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가져가지 않는 게 꽤 많다. 그래서 재활용 업체를 통해 가져가게끔 해야 한다. 새로 사서 쓰던, 상태가 양호한 제품이라면 3,000円 정도에 사간다. 텔레비전은 조금 더 비싸게 사는 것 같다. 30만원 넘게 주고 산 텔레비전은 8만원 쳐주더라. -ㅅ-
잘 모르니까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업체에 연락을 했는데, 비용이 결코 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책상과 의자 처분하는데 3,000円 받겠단다. 그런데 내가 직접 처리하는 비용을 알아보니 책상이랑 의자 합쳐서 1,400円 밖에 안 한다. 해외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현지에 사는 한국인이라더니. -ㅅ-중고로 팔 수 있는 건 중고로 파는 게 좋은데 그나마 가격을 제대로 받으려면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하는 게 낫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리사이클 샵에서 사는 것보다 싸니까 좋고, 파는 사람은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좋고. 만약 이게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중고 제품을 처리해주는 곳을 이용해야 한다. 연락해서 품목이랑 사진 보내면 대략 얼마 정도라고 알려주고 일정을 잡더라.
중고로 팔 수 없는 건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스티커를 구입한 뒤 붙여서 버려야 한다. https://www.city.osaka.lg.jp/kankyo/page/0000369355.html ← 오사카의 경우 여기에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고, 인터넷으로 신청도 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신청을 하고 나면 접수 번호와 비밀 번호를 준다. 그럼 편의점이나 우체국에 가서 스티커를 구입한 뒤 쓰레기에 붙여서 내놓으면 된다. 이 때 스티커에 접수 번호를 써넣으면 되는데, 주의할 게 있으니... 스티커를 훔쳐가는 사람이 있다. 몇 푼 되지도 않는데 왜 훔쳐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스티커를 뜯어서 훔쳐 간다. 접수 번호를 지우고 다시 쓰는 모양이다. 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고 해도 청보 비용이 부과되는 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떠나는 게 좋겠다. 중고로 팔 거 팔고, 버릴 거 버리고, 나머지는 한국으로 부치는 짐.
일단 우체국 기준으로 가장 큰 상자를 달라고 하면 우리나라 우체국의 5호 상자에 해당하는 걸 준다. 우리나라는 6호 상자도 있는데 일본은 5호가 가장 큰 거. 상자만 350円이다. 우체국에서 살 수 있고 상자에 부착하는 종이(송장)도 달라고 하면 준다.
내용물을 자세히 써야 하니 뭘 넣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게 좋다. 그리고 상자 한 개의 무게가 20㎏을 넘으면 안 된다.배로 보낼 경우 인생의 모든 복을 끌어쓰면 2주 만에 도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한 달 정도 예상하면 될 거다. 날씨가 안 좋거나 이런저런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한 달을 훌쩍 넘기기도 하니 급한 건 배로 보내면 안 된다. EMS로 보내면 보통 3일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받지만 대부분 이틀 밖에 안 걸리더라. 단, 더럽게 비싸다. 게다가 배터리 등이 들어 있는 걸 보내면 반송된다. 돈은 돈대로 들고 헛 짓하는 거니까 안에 넣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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