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https://40ejapan.tistory.com/543)에서 ZARD × TOWER RECORDS CAFE에 대해 썼었더랬다. 타워 레코드에서 ZARD 콜라보 행사를 하는 건데, 일본 전국에서 시부야(도쿄), 우메다(오사카), 삿포로(홋카이도), 딱 세 매장에서만 진행이 된다.
원래는 어제, 그러니까 토요일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혹시나 택배가 올지도 모르겠다 싶은 거라. 컵라면 한 상자에, 질러놓은 게 꽤 많아서 포스트 박스에 넣어두고 가버리면 내가 옮기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기다렸지. 그런데... 안 왔다.
오늘도 오전에 혹시나 택배 올까 싶어 기다렸는데 정오가 될 때까지 안 오더라고. 아, 내가 지정한 16~18시 사이에 오려나보다 싶어 잽싸게 씻고 나갔다.
우메다는 오사카 사는 사람도 갈 때마다 헤맨다고 할 정도로 복잡한 곳. 그래도 최근에 한 번 다녀왔답시고 별로 안 헤매고 잘 찾아갔다. 두 자리 수 층까지 가는 게 아니라면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하는데 엘리베이터 밖에 없어서 마지 못해 탑승. 6층에 내려 타워 레코드 안에 들어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저 앞에 카페가 보인다.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려 했는데 어디인지 안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입장.
아무데나 앉으라고 하는데, 두 명이 앉는 테이블들이 쫘~ 악 비어 있기에 앉으려 하는 순간! 앞 쪽의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그닥 크지 않은 스크린에 ZARD 공연 등을 상영하고 있더라고. 아, 그래서 이 쪽으로는 아무도 앉지 않았고나. -ㅅ-
적당히 옆 쪽으로 비켜 앉았다. 그리고 메뉴를 보는데, 가격이 진짜... 이게 팬들 등 쳐 먹겠다는 거지, 어디를 봐서 팬들을 위한 행사란 말이냐. 한참 고민을 하다가 스파게티나 햄버거 따위를 2,000円 가까이 주고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라떼를 시켰다. 제일 저렴했거든.
테이블에 놓여있던 종이. 테이블 보 대신이겠지만 쓰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얼마 후 라떼가 나오고 자그마한 바구니에서 책갈피 하나 뽑으라 하더라. 영상 보면서 한 30분 앉아 있었나? 옆 자리에 아저씨 한 명이 와서 앉는데 모자 쓴 것도 그렇고 어째 나랑 분위기가 비슷하다. 아저씨 혼자 와서 카페에 앉아 영상 보고 앉아 있는 걸 보는데 뭔가 좀 그렇더라고. 그래서 남들이 나를 볼 때에도 비슷한 감정이겠지 싶어 대충 짐 싸들고 나왔다.
책갈피. 행사 끝나고도 잔뜩 남을 거 같은데 누가 종류 별로 하나씩 얻어다 주면 안 되나? ㅋ
계산하면서 노트 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단다. 혹시 내일 와도 못 사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내일 전화로 물어보고 살 수 있다고 하면 다시 갈까 생각 중.
이게 1,700円이다. 소비세 10% 붙이면 1,870円. 지금 환율로 거의 20,000원. 허... ㅽ
여기저기 ZARD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고 하루종일 ZARD의 음악이 나오니 참 좋겠다 싶지만 카페이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수다 떠는 소리도 들리고, 음료 하나 시키고 계속 앉아 있는 것도 눈치 보이고. 사실 음악 듣기에 가장 좋은 건 집에서 벌렁 드러누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듣는 거잖아.
아무튼...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까먹고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타려고 기다리는데 입구에 세워놓은 광고 판때기에 SARD가 보이더라고. 난 저게 한국의 팬들이 만든 아마추어 밴드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언더 그라운드 밴드더라고.
일하는 처자에게 가서, 앞에 세워진 SARD의 음반을 사고 싶다 했더니 발음이 거지 같은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 입구까지 나가기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니까 잠시 기다려달라며 안 쪽을 기웃거리더니 이 쪽이라며 부르더라. 30주년 기념 음반 3개를 사면 뭘 준다는데 준다는 것도 어째 영 조잡해보여서 안 사고 SARD 음반만 한 장 사고 말았다.
젊은 처자 네 명으로 구성된 언더 그라운드 밴드란다. 정말 ZARD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기를.
초회 한정판 음반을 산 사람에게만 준다는 엽서. 초회 한정판이 1,800円인데 엽서 값 치고는 너무 비싸다.
└ 일반 앨범이 1,100円이었던가 싶은데. 확실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이것도 눈탱이 맞은 기분.
망할 것들, 제대로 팬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지, 만날 재탕에, 삼탕에, 우리고 우려도 맹물일 것 같은 상품만 내놓고 자빠졌으니.
돌아오면서 전철에서 창 밖을 보는데 기분이 묘하다. 얼마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곧 돌아간다 생각하니 뭔가 저릿저릿하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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