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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2월 22일 토요일 비옴 (不平はもうやめろ!)

by 스틸러스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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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그렇게 새파란 하늘을 보여주더니, 오늘은 정말로 비가 내린다. 여덟 시 쯤만 해도 흐리기만 했었는데 열 시가 되어 밖을 보니 빗방울이 제법 떨어져 있더라고.

일기 예보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 이게 50% 이하일 경우에는 비가 안 온다 생각하곤 했는데, 일본에 와서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20%라면 열 번 중 두 번은 비가 온다는 얘기라는 거지. 하지만 나는 20%면 안 온다고 생각했던 거다. 40년 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서 지금도 50% 미만이면 우산 챙기는 게 번거롭지만.

어제도 제법 마시고 잔 덕분에 숙취가 조금 있었다. 더 잘까 하다가 그냥 일어났다. 자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일기에서 궁시렁거리는 짓 좀 그만해야겠다 싶더라.

하루에 있었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쓰는 게 아니라 만날 얘가 싫다, 쟤가 싫다, 그런 얘기 뿐인 거지. 대만 애들 까고, ○○○ 인사 담당자 까고.
공통의 적을 대상으로 하는 뒷담화야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작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이유로... 될 수 있으면 짜증과 화는 전용 트위터 계정을 통해 풀어내고, 일기에는 나중에 봤을 때 '그랬었지~' 할만 한 내용만 써야겠다.


등록금 납부 마감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 휴직 연장 여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일단은 유학이 끝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세탁기, 냉장고는 중고로 팔던가 해야 하고 책이랑 옷은 한국으로 부쳐야 한다. 비행기로 보내면 비싸니까 배 편으로 보내야지. 그래도 일본에서 보내면 한국보다 비쌀 거다. 아직 6개월은 더 살 거라 생각하다가 갑자기 짐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 막막하고 그렇다.

내가 내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는 걸 무척 싫어하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지라 짜증스럽네. 유학을 지속할지, 그만둘지의 여부도 다른 사람 손에 달려있다는 것도 싫고, 갑자기 연락 받고 이리저리 맘을 휙휙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아무튼... 글 쓰는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그만두고 돌아가자가 90%, 남아서 공부를 계속하자가 10% 정도다. 휴직이 연장되었다고 연락이 와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몇 시간 지나 오늘 저녁에 반대로 바뀌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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